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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수영을 배우고 있습니다. 세상의 2/3이 물로 이뤄져 있잖아요. 그러니 우리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반 이상의 세계를 알아보기 위해 수영을 배웁니다. 하지만 사람은 원래 두 발로 선 채 딱딱한 땅 위를 걸어 다니는 존재이기에 약간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물은 고정되어 있지가 않고 유동적입니다. 땅은 그 위에서만 한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반면 물은 수면부터 그 아래까지 입체적인 활동이 가능하지요. 물론 이런 점이 물을 무섭게 만들기도 합니다. 또한 땅 위는 텅 빈 공간인데다 공기가 가득 메우고 있어 쉽게 생활할 수 있지만 강이나 바다는 물로 가득차 있으며 인간들이 직접 호흡할 수도 없습니다. 특별한 기술이 없으면 두려움의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물속에서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하기 위해 수영을 배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물고기처럼 아가미가 없는 관계로 호흡하는 것이 제일 어렵습니다. 물 밖에서 입으로 숨을 들이마신 후 물 속에서 코로 숨을 내쉬어야 하는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박자와 강약이 조금만 틀어지면 이내 마음이 조급해지면서 숨이 가빠집니다. 더군다나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손과 발을 계속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니 더욱 어렵습니다. 이런 과정을 온 몸 구석구석 채득될 때까지 물은 언제나 미지의 세계로 남게 됩니다.
이네촌에 사는 곤은 특이하게 귀 뒤편에 아가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물속에서의 활동이 지상의 생활만큼 편안한 소년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온 몸에 자라나기 시작한 은빛 비늘은 그의 존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고 더욱 세상과 격리된 체 살아가도록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물이 있었습니다. 세상의 눈을 피해 들어간 물속에서 곤은 진정한 자유를 느낍니다. 물고기와 교감하며 그들과 함께 유영합니다. 그는 인간이라는 이기적 존재를 벗어나 자연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세상의 온갖 부조리와 모순은 물속에서 자유로워지는 그의 유영 앞에 한 껏 초라해집니다. 우리가 지상에서 추구해온 가치들은 홍수에 휩쓸려버린 도시처럼 을씨년스럽게 다가왔습니다. 물은 우리를 창조해낸 생물학적 고향인 동시에 우리가 배워야 할 정신적인 이상 공간입니다. 곤의 경우처럼 아가미 있어 물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이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혀 우리가 적응할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물과 친해질수록 더 큰 곳으로 나가고 싶습니다. 호수, 강, 바다를 넘어 더 큰 세상을 구경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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