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2
정유정 지음 / 비룡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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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2007)는 <내 심장을 쏴라>(2009), <7년의 밤>(2011)를 통해 강열한 인상을 심어줬던 정유정 님의 대표작으로 그녀의 이름이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다. 유명세를 탄 하나의 작품을 통해 이전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처럼 나 역시도 연거푸 베스트셀러가 된 두 편의 소설을 읽은 후 이 책을 본 경우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피중인 친구의 형에게 도피자금을 전달해 주기 위해 떠나는 준호는 어머니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가출한 승주와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도망쳐온 정아, 그녀 집에서 기르던 개, 루즈벨트, 그리고 정체불명의 할아버지와 '우연히' 동행하게 된다. 하지만 서로 다른 목적으로 참여한 여행인지라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신과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가볍게만 생각했던 여행길은 어느새 고행길이 되었다. 그나마 이들을 중재하고 나선 할아버지가 있었기에 어려운 고비를 그럭저럭 넘기기는 했지만...

   스피디한 구성과 치밀한 스토리를 선보인 정유정 작가의 최근작을 미리 접한 나에게는 기대했던 것에 비해 조금은 어설픈 느낌이었다. 일단 주인공 준호와 함께 친구들의 여행 동기가 영 마음에 걸렸다. 책 곳곳에서 이번 여행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던 각자의 사연들을 설명하고는 있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가출이나 폭력과 같은 개인적인 이유는 납득이 되지만 다양한 갈등 상황을 무릅쓰며, 그리 친하지도 않는 사람들과 뒤섞여 함께 여행한다는 설정이 조금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할아버지의 사연도 뜬금없기는 마찬가지. 전도유망한 고래잡이 선원의 우발적인 살인이나 어렵게 키운 딸을 잃는다는 설정, 삼청교육대를 거쳐 정신병원까지 가게 된 사연 등이 막장 드라마의 이야기처럼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소설의 배경이 되고 있는 1980년대 광주민주항쟁과 그 이후의 여러 민주화 운동들이 너무 형식적으로 삽입된 것은 아닌지 의아했다. 민주화 운동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는 준호의 좌충우돌 여행과는 무관해 보였다. '재미'와 '의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으려다 모두 놓쳐버린 것 같이 허탈했다.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을 워낙 재밌게 읽어서인지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이 작품 이후로 그녀 작품이 일취월장했다는 의미로도 설명할 수 있겠다. 사건은 치밀해지고 인물은 더욱 복잡해지면서 정유정 님의 인기도 높아졌고 마니아층도 깊어졌다. 최근에는 <28>(2013)을 통해 또다시 '정유정 신드룸'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내가 정작 열광하는 것은 2년 정도의 주기로 계속해서 소설을 발표하고 있는 그녀의 성실성!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타성에 젓지 말고 오래도록 장수할 수 있는 소설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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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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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출가를 결심한 싯다르타는 사문(탁발승)을 따라 수행하던 중 위대한 성인 고타마를 만난다. 하지만 “해탈은 가르침을 통하여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p55)는 생각에 그의 제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홀로 수행의 길로 나서 깨달음을 얻는다.
  자만심에 도취된 싯타르타는 아름다운 여인 카말라를 통해 사랑의 쾌락을 맛보고는 거상 카마스와미를 통해 돈의 달콤함을 빠져든다. 또한 술과 도박에 취해 세속적인 욕망에 점점 물들어갔다. 하지만 꿈에 나타난 죽은 새를 통해 다시 구도의 길을 떠나게 되고, 강을 통해 세상을 관조하던 뱃사공 바주데바, 옛 연인 카말라 사이에서 낳은 아들, 옛날에 함께 수행했던 친구 고빈다와의 만남을 통해 궁극의 깨달음에 도달한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는 예수(기독교), 마호메트(이슬람)와 함께 3대 성인이라 불리는 석가(불교)의 이야기로 왕족의 신분이었지만 뜻한 바가 있어 출가해 온갖 어려움을 뚫고 깨달음에 이른다는 기존의 석사 이야기와는 그 방향이 조금 다르다. 오히려 깨달음 이후의 집착과 고뇌, 방황을 통해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싯다르타가 낳은 아들을 통해 자신의 부모님을 생각하는 부분이 인상 깊다. 싯다르타의 생각과는 달리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자신의 아들을 보면서 인생의 의미를 찾아 도망치듯 떠나왔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렸던 것. 출가를 결행했던 싯다르타를 두고 그의 부모님 역시 얼마나 많은 걱정을 했을까 깨닫는다.
  자식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이나 자신 때문에 고생했을 부모님을 생각하는 모습에서 ‘성인’이라는 칭호에 어울리지 않는 인간적인 모습이 느껴졌다. 마치 공공 화장실에서 만난 무비스타 같다고나 할까. 석가를 거대 사원의 메인 장식품으로 가둬놓기보다는 우리들의 삶 속에 한 발 끌어들여 종교적 삶의 시작과 끝의 바른 모습을 제시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싯다르타의 인생이 더욱 친밀하게 다가온다. 나와 상관없는 위인전 속의 인물이 아니라 동네 이웃들의 작은 깨달음을 보는 것 같아 정겨웠다.
  헤르만 헤세가 원했던 것은 일반인이 범접하기 어려운 성인의 모습이 아니라, 고뇌하고 번민하는 인간 싯다르타의 일상이 아니었을까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의 굴레를 극복하려는 한 인간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싶었던 것 같다. 평범하게만 보이는 작은 일상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물살을 이루듯 수많은 삶의 질곡들이 모여 거대한 세상을 이루는 것처럼 말이다.


  <데미안>에서 봤듯이 하나의 사건을 밝음과 어두움이라는 양 측면에서 접근하는 헤르만 헤세 특유의 서술방식이 인상 깊다. 그것은 어느 한 쪽을 두둔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그 뒤에 숨겨진 상반되고 모순되는 부분까지도 하나의 구성체로 아우르는 '통섭'인 것이다. 헤세가 글을 통해 추구한 세상은 서로 독립되어 있으되 종국에는 하나로 엮어지는, 그런 하나 된 세상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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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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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을 배우고 있습니다. 세상의 2/3이 물로 이뤄져 있잖아요. 그러니 우리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반 이상의 세계를 알아보기 위해 수영을 배웁니다. 하지만 사람은 원래 두 발로 선 채 딱딱한 땅 위를 걸어 다니는 존재이기에 약간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물은 고정되어 있지가 않고 유동적입니다. 땅은 그 위에서만 한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반면 물은 수면부터 그 아래까지 입체적인 활동이 가능하지요. 물론 이런 점이 물을 무섭게 만들기도 합니다. 또한 땅 위는 텅 빈 공간인데다 공기가 가득 메우고 있어 쉽게 생활할 수 있지만 강이나 바다는 물로 가득차 있으며 인간들이 직접 호흡할 수도 없습니다. 특별한 기술이 없으면 두려움의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물속에서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하기 위해 수영을 배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물고기처럼 아가미가 없는 관계로 호흡하는 것이 제일 어렵습니다. 물 밖에서 입으로 숨을 들이마신 후 물 속에서 코로 숨을 내쉬어야 하는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박자와 강약이 조금만 틀어지면 이내 마음이 조급해지면서 숨이 가빠집니다. 더군다나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손과 발을 계속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니 더욱 어렵습니다. 이런 과정을 온 몸 구석구석 채득될 때까지 물은 언제나 미지의 세계로 남게 됩니다.

 

  이네촌에 사는 곤은 특이하게 귀 뒤편에 아가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물속에서의 활동이 지상의 생활만큼 편안한 소년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온 몸에 자라나기 시작한 은빛 비늘은 그의 존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고 더욱 세상과 격리된 체 살아가도록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물이 있었습니다. 세상의 눈을 피해 들어간 물속에서 곤은 진정한 자유를 느낍니다. 물고기와 교감하며 그들과 함께 유영합니다. 그는 인간이라는 이기적 존재를 벗어나 자연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세상의 온갖 부조리와 모순은 물속에서 자유로워지는 그의 유영 앞에 한 껏 초라해집니다. 우리가 지상에서 추구해온 가치들은 홍수에 휩쓸려버린 도시처럼 을씨년스럽게 다가왔습니다. 물은 우리를 창조해낸 생물학적 고향인 동시에 우리가 배워야 할 정신적인 이상 공간입니다. 곤의 경우처럼 아가미 있어 물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이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혀 우리가 적응할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물과 친해질수록 더 큰 곳으로 나가고 싶습니다. 호수, 강, 바다를 넘어 더 큰 세상을 구경하고 싶습니다.

 

 

( www.freeis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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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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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함께 그 속을 관통하는 철학이 있다. 사랑과 미스테리가 조화된 박민규만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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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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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여 페이지를 가득 채운 사건과 추리는 독자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영화로는 어떻게 표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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