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해녀 - 잘나가던 서울의 공예 디자이너 제주의 해녀가 되어 행복을 캐다!
김은주 지음, 김형준 사진 / 마음의숲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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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약을 타고 창원 진해만에 있는 지리도로 투어를 갔던 적이 있다.  섬의 가로 폭이 300m가 되지 않는 작은 무인도로 내륙에서 가까운 데다 카약을 랜딩할 수 있는 해변이 있어 동호회원들과 종종 왔던 곳이다. 우리는 준비해간 음식을 나눠 먹으며 담소를 즐기고, 낮잠을 자며 따뜻한 오후를 즐겼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몇몇은 수영하며 섬 주변을 둘러봤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잠수도 했는데, 거대한 돌무더기 사이로 손바닥만 한 물고기와 함께 해초도 보이고, 성게도 보였다. 조금 더 내려가자 저만치서 색색의 조각들이 반짝이는 걸 발견했다. 진녹색의 잡초가 가득한 도로가에 분홍빛으로 피어있는 코스모스 같았다.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니 옹기종기 군락을 이룬 멍게가 아니던가. 아기 주먹 크기에 울퉁불퉁 튀어나온 돌기가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반짝거렸다. 칠흑 같은 밤하늘에 점점이 박힌 별을 보는 것 같았다.
  반복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수영과 다이빙을 하고, 카약을 탈 때면 남해 무인도에서 본 별이 계속 떠오른다. 물과 함께했던 좋은 기억들이 잠깐의 이벤트처럼 스쳐 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이렇게 바다에 빠지다 보니, “바다에 좀 더 머무를 수는 없을까?”, “수영이 일상이 되면 어떨까?”, “그럼, 해남(해녀)는 어떻게 될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더해져 <명랑 해녀>까지 읽게 되었다.
 
  서울깍쟁이로 바쁘게 생활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프리다이빙을 배우게 되었고, 휴가차 내려왔던 제주에서 갑자기 다치는 바람에 엉겁결에 한달살이를 했던 저자는, 제주의 매력에 빠져 살림살이까지 모두 옮겨왔다. 그리고는 해녀학교에 등록하면서 정식 해녀가 되었다. 그녀의 남편 또한 덩달아 해남이 되었다.
  물질에 대한 매력에 푹 빠진 그녀는 어설프지만 차근차근 해녀의 생활에 적응해나갔다. 반짝하다가 말겠거니 하며 색안경을 끼고 보던 마을 해녀들도 바다에 대한 그녀의 열정을 조금씩 받아들였고, 그녀도 조금씩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찐해녀가 되어갔다.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귀촌하는 것도 어려운데, 직접 해녀가 되어 물속으로 뛰어들다니... 나무에 매달린 번데기가 화려한 나비로 변신해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검은 잠수복을 입고 태왁(수면 위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채취한 해산물을 담아두는 도구)을 둘러맨 체 바다로 향햐는 그녀의 뒷모습이 당당해 보인다.
  물론 책에서 표현하지 못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려움도 많으리라. 기존의 생활과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새로운 터전을 잡는다는 것이 어디 보통 일인가. 바다가 일이라는 게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데다 자칫 건강이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기후는 변하면서 수온이 올라가고, 환경오염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해산물은 줄어들고, 해녀에 대한 인식도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녀는 ‘명랑해녀’라는 닉네임처럼 이를 극복하고 해녀가 되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해녀는 물론이고 게스트하우스(명랑해녀홈스테이)를 운영하며 바다와 관련한 여러 활동도 많이 하는 듯 보였다. 이 책을 출판할 때보다는 좀 더 여유로워지고, 편안해진 모습이다. 아무튼 제주 해녀가 되었을 때의 긴장과 설렘을 간직하며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언제라도 바다에 뛰어들고 쉽지만, 한겨울인데다 확산되는 코로나19로 인해 쉽지가 않다. 그나마 공영수영장 자유수영에 당첨되어 물맛은 볼 수 있지만, 바다의 개방감과 포근함에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바다에 들어가면 해변에 두고 온 도심의 소음은 더 이상 들리지 않고,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바다는 꽉 막힌 가슴을 뚫어준다. 바다에서는 오롯이 혼자이고, 세상의 주인이 된다. 바다는 포근하게 나를 감싸 안는다.
  바다는 별이다.


 

  * 명랑해녀(블로그) : https://blog.naver.com/happy_haenyeo

  * 명랑해녀두각시(유튜브) : https://www.youtube.com/channel/UCr6j5WcXDxQnf1PNpDo7WQQ/featured

 

 

(www.freeis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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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
김비.박조건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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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이나 국내외의 여행, 혹은 소소한 일상을 적거나, 서툴게 그린 그림을 네이버블로그(blog.naver.com/sanmani)에 올리면서 비슷한 취미를 가진 여러 사람을 알게 되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올려놓은 블로그를 통해 어제는 어떻게 보냈고, 오늘 읽은 책은 무엇인지, 내일은 어디로 여행을 떠날지 알게 되었다. 그러면 기껏해야 하트 모양의 ‘좋아요’나 이웃 신청, 댓글 몇 줄 남기는 것이 소통의 전부였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과 관심을 공유한다는 것에 대한 묘한 연대감으로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반가웠다.
  박조건형 님도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먼저 알고 있었다. 그의 블로그에는 산업현장에서 짬짬이 그린 그림들이 가득했는데, 투박하지만 노동의 끈끈함이 묻어있는 진솔한 그림들이 인상 깊었고, 힘겹고 무력한 삶을 어떻게서든 헤쳐나가려는 그의 익살과 끈질김이 와 닿았기에 바로 이웃으로 등록하고는 놀라움과 감탄으로 블로그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중 그의 짝지와 함께 <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을 출판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와 함께 사는 김비 님은 그의 그림에서 많이 봐왔기에 낯설지는 않았지만, ‘트랜스젠더 소설가’라는 출판사의 소개글을 보고 많이 놀랐다. 동네 아줌마 같은 편안하고 넉넉한 모습으로 건형 님을 지켜주는 든든한 동반자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박조건형 님 못지않게 힘겹게 살아왔을 거라는 생각에 이들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서둘러 서평단을 신청해 읽게 되었다. 

 

  <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에서는 박조건형 님과 김비 님이 살아온 현재진행형의 삶을 번갈아가며 들려주는데, 두 분이 겪은 하나의 일을 각자의 시선으로 적고 있다. 이들의 만남과 연애, 동거와 결혼, 여행과 일상, 그리고 가족과 지인들과의 이야기가 카톡을 주고받듯이 교차된다. 마치 두 분의 이야기를 곁에서 듣는 것처럼 사실적이다.
  첫 글인 <첫 만남>은 <냉정과 열정사이>의 준세이와 아오이처럼 흥미로웠고, <나의 시작>에서는 둘의 힘겨웠던 가족사가 안타까웠다. 물론 티격태격하는 모습이나 냉전상태의 어색함도 살짝 드러나지만, 둘만의 방식으로 극복해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서로의 얼굴에 상대방의 발바닥을 자랑스럽게 갖다 대고는 익살스럽게 웃고 있는 그의 그림**처럼...

 

  특히 박조건형 님 이야기의 대부분은 우울증과 연결되어 있다. 이것이 단순한 증세인지 아니면 질병인지, 어떤 원인으로 발생하고 어떻게 치료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임신과 출산 초기에 많이 힘들어했던 아내가 생각나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아내는 그때를 회상할 때면, 당시에는 극단적인 생각도 많이 했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아직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누적되는 육아의 힘겨움에 몸과 마음이 다운되곤 했었는데, 한번 기분이 꺾이기 시작하면 섣불리 다가갈 수도 없었고, 내가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망막했었다. 나는 눈물을 보이며 불만을 토로하는 아내를 다독이며 도와주기보다는 도망치기 바빴던 것 같다. 지난 일을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아내의 목소리에 숨겨진 힘겨움이 느껴지기에 그저 미안하고 지금까지 잘 버텨온 것에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아직도 내가 문학이라는 돌 하나로 무얼 할 수 있을지 잘 모른다. 돈도 안되는 걸 왜 그리 오래 붙잡고 있냐고, 어서 내다 버리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지만, 이번 생은 그 돌을 계속 만지작거리며 살게 될 것 같다. 돈이 안 되고 걸작을 남기진 못하더라도, 울고 싶은 이들의 쪼그린 발 아래 집어 던질 수 있는 돌 하나는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김비”(p172)

 

  책 후반에 담긴 김비 님의 글에서처럼, 문학이라는 그녀의 돌은 그림이라는 박조건형 님의 돌이 되고, 또 행복이라는 그들의 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아가 이런 돌이 하나씩 모인다면 우리 사회도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힘들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리 순탄할 것 같지 않은 이 커플이 서로 돕고 의지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응원하고 싶다. 블로그와 소설, 그림을 통해 이들만의 삶을 완성해가는 모습을 오래도록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박조건형 님 블로그 : https://blog.naver.com/buddhkun2

** 서로 얼굴에 발(박조건형, https://blog.naver.com/buddhkun2/222039346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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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수영
아슬 지음 / 애플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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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강습을 시작한 때가 2012년 정도인 것 같다. 매일 새벽, 직장 근처에 있는 지역스포츠센터에서 한 시간 정도 수영을 배우고 출근했던 기억이 난다. 발차기부터 시작해 벽을 잡고 팔을 돌리고, 음~파하며 숨 쉬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25m 길이의 풀은 왜 그리 긴지 아무리 버둥거려도 나아가는 것도 없으면서 힘들기만 했다. 이렇게 한 달, 두 달, 세 달... 그 다음 해 겨울에는 제법 수영을 했던 것과 겨울방학을 이용해 찾은 동남아의 한 호텔에서는 아주 그럴싸하게 수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수영장에 익숙해지자 바다에 나가기 시작했다. 부력이 있는 슈트를 입고 해운대, 송정해수욕장에서 수영을 했고, 핀수영 대회도 몇 번 참가했다. 그리고 2015년에는 1.5km 수영과 40km 사이클, 10km 달리기 코스를 한 번에 돌아야 하는 트라이애슬론 대회도 완주했고, 프리다이빙을 배우면서 수심 20m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수영을 좋아하지? 문득 왜 그렇게 수영에 빠져들었는지 자문해본다. 우선 물이 좋았다. 여름철에 들렀던 해변의 뜨거움은 물론이고, 저렴하게 방문할 수 있는 동남아의 에매랄드빛 물색도 황홀했다. 수영이 가능하다면 보다 많은 것을 느끼고, 깊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카약, 윈드서핑, 스쿠버다이빙 등 바다 스포츠에 대한 접근이 훨씬 쉬울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발이 닿지 않는 수심에서도 편안해지고 싶었다. 물의 흐름에 나를 맞기고 튜브나 구명조끼 같은 보조기구 없이 오롯이 홀로 있는 나를 즐기고 싶었다. 일렁이는 바다에서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가 작은 미니어처와 같이 작아 보이는데, 저 좁은 곳에서 그렇게나 아등바등 살아왔던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부드러운 해수의 차가움은 나를 되돌아보게 했다.     

 

  바다에 대한 이런 그리움으로 읽게 된 책이 <오늘도, 수영>이다. 수영을 배우려는 사람이나 막 시작한 사람이 수영장에 가는 길에 잠깐씩 읽을 수 있도록 두 세 페이지 분량의 소사들이 심플하게 적혀있다. 한 손에 잡히는 크기는 핸드백이나 수영가방에도 쉽게 들어갈 것 같다. 쉬엄쉬엄, 2비트 킥을 차며 장거리 수영을 하듯 여유롭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땀 내 가득한 달리기의 끈적끈적함을 적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나 여행 이면의 가치와 깊이를 깨닫게 해주는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처럼 깊은 맛은 없다. 수영에 대한 깊은 성찰보다는 단순한 요깃거리 정도라 보면 되겠다. 그래서 지금 막 수영을 시작하려는 분이나 수영이 늘지 않거나 번거로워 포기하려는 수린이(수영 어린이)에게 권하고 싶다.

 

  수영을 먼저 시작한 선배(^^)로서 조언하자면, 최소 1년은 꾸준하게 배워야 수영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는 것과 2년 이후에는 꼭 바다에서 수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바다와 친해지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으니, 오늘도, 수영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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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바다, 프리다이버 - 지구 가장 깊은 곳에서 만난 미지의 세계
제임스 네스터 지음, 김학영 옮김 / 글항아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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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처음으로 프리다이빙 강습을 신청하고 5m 풀장으로 향했다. 예전에 무거운 산소통을 메고 잠수하는 스쿠버다이빙을 약간 배워봤지만 수압을 견디게 하는 이퀄라이징(압력평형기술)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인지 수영을 통해 물과 바다에 친해진 다음에도 물 속 세계는 여전히 도달하기 힘든 넘사벽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구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를 그대로 내버려 두기에는 잠수에 대한 열망이 컸다. 바다에서 수영을 할 때에도, 동남아에서 호핑투어를 나갔을 때에도 바다 속 세계를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이렇게 신청한 프리다이빙 강습이었지만 이퀄라이징에 대한 불안한 경험처럼 귀가 잘 뚫리지가 않았다. 남들은 몇 번의 시도 만에 도달하는 5m 바닥도 강습 첫날에는 닿지 못하고 두 번째 강습 때에 가서야 겨우 만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퀄라이징에 대한 자신이 없으니 귀는 여전히 먹먹하고 아프기만 했다. 계속 연습하면 좋아질 거라고 강사님도 이야기 했지만, 얼마나 걸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두세 번의 다이빙으로 프리다이빙 라이센스를 취득하기도 하지만 몇 달, 아니 해를 넘기기도 한다는 말에 자신감을 갖고, "까짓것, 언젠가는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차에서도, 직장에서도 압력평형 기술(프렌젤)을 연습하고 익혔다. 특히 유투브의 설명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모호하던 프렌젤이 몸에 익어가고, 5m 수심의 풀장도 비좁게 생각될 무렵 바다에서 해양실습을 진행했다. 높은 파도와 2~4m 전후의 짧은 시야는 검푸른 바다 속을 더욱 두렵게 했다. 라이센스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10m 이상을 내려가야 하지만 7m를 넘어가니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이퀄라이징은 잘 되지 않았고, 꽉 조인 슈트는 더욱 갑갑해졌다. 바다 속 부유물은 세포 속 박테리아처럼 징그럽게 다가왔다. 함께한 교육생들은 덕다이빙으로 10m를 잠수하고, 레스큐(구조)를 멋지게 성공시켰지만 나는 아직 10m도 내려가보지 못했다. 과연 올해 안에 10m를 내려갈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강사는 바다에 다섯 번을 도전해 성공한 사람도 있다고 안심을 줬지만, 진행 속도가 너무 더뎠다.

  하지만 계속되는 실습을 통해 귀는 압력변화에 적응하고 있었고, 몸은 점점 수심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갑갑하던 마음도 조금씩 바다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결국 두 번째 해양실습에서 10m를 내려갈 수 있었고 한결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경남 욕지도에서 진행한 실습에서는 13m, 20m를 내려갔고, 레스큐도 통과해 5개월 만에 프리다이버(SSI Level1)가 되었다.

 

  프리다이빙을 시작한 나를 지켜보던 아내가 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추천한 책이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다. 왠지 이 책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바다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고, 더 깊이 잠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선선한 가을,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제이스 네스터(저자)의 책을 펼친다. 프리다이빙을 시작한다.

  우연한 기회에 프리다이빙 대회를 취재하게 된 것을 계기로 바다와 프리다이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프리다이빙의 의미와 방법, 경기종목과 훈련방법, 그리고 수심에 따른 수압과 우리 몸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이를 극복해가는 프리다이버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바다 속에서의 생활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과학자를 만나 수압의 힘을 알게되고, 상어를 연구하는 생물학자와 함께 바닷 속 생명체의 존재와 이들의 생활방식을 듣는다. 고대로부터 내려온 잠수의 역사와 함께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해녀를 찾아 나서고, 상어와 함께 수영하며 이들이 해변에 출몰하는 원인을 찾아나선다. 고래의 의사소통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향유고래를 기다리고, 잠수정을 타고 에베레스트 산과 맞먹는 높이의 해구 속으로 들어가 생명의 기원을 찾아본다.

 

  최근 프리다이빙이 텔레비전 속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다, 긴 핀을 차고 바닷속을 누비며 열대어와 인생 샷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인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책에서는 그런 화려함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다를 이야기하며 정복하고 지배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할 우리의 일부라고 설명한다. 

  또한 무모한 깊이 경쟁으로 다이빙의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는 프리다이빙 경기도 질책한다. 바다와 친밀한 관계를 갖기 위한 다이빙이 아니라 이기심과 경쟁만 남은 무모한 숫자 경쟁을 되돌아보게 된다. 철저한 준비와 자기 수련이 없으면 피를 토하거나 기절하고,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는 다이빙의 현실을 말하기도 한다. 

  책은 프리다이빙을 넘어 바다와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호흡이 필요하다. 욕심을 부려서도 안되고, 자만해서도 안된다. 자신을 비우고 물결의 흐름에 몸과 마음을 맡겨야 한다. 자신을 내려놓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프리다이빙은 "바다와 가장 직접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나는 다시 바다로 간다.

희미해지는 라인을 향해 핀을 찬다.

바다를 채운 부유물이 마스크를 스쳐간다.

우주 속, 별들 사이를 고요히 유영한다.

나는 프리다이버다.

 

(욕지도 프리다이빙, CWT 2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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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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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에 딱 들어맞는 재미나고 독특한 일러스트가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다. 노란 방바닥에 팬티만 입고 기분 좋은 표정으로 뒹굴 거리고 있는 청년이 있다. KO펀치를 맞은 권투선수처럼 엉덩이를 세운 채 바닥에 엎어져있는데 포정은 너무나 편안해 보인다. 그의 등 위로는 고양이 한 마리가 낮잠에서 깬 모양인지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고, 방바닥에는 어젯밤에 먹었을 법한 맥주 한 병과 오징어가 뜯지도 않고 놓여 있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어떤 이의 방해도 없이 늘어져있는 모습이라니... 이건 누가 보더라도 논팽이의 전형적인 모습이리라.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붙은 부제목도 ‘야매 득도 에세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저자 하완은 그럭저럭 다니던 편집 회사를 그만 둔 백수다. 물론 완전한 백수라기보다는 디자인을 전공한 덕으로 일러 프리랜서를 하는, 약간의 수입이 있는, 복 받은 백수라고 해야 옳겠다. 그는 규칙과 질서에 얽매인 회사를 때려치우면서 열심히 노력해 성공해야한다는 정형화된 사회 목표에 괜한 딴지를 건다. 보이지도 않는 미래를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고, 상사 눈치를 보며 출퇴근 시간에 얽매여 있어야하는 조직의 허울을 벗어버렸다.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벌고, 미래를 준비하기 싫어서라기보다 그렇게 살아야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 정확한 답이겠다. 하완은 그렇게 자발적 백수가 되었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팬티 차림으로 방바닥을 뒹굴며 글을 썼다.


  열심히 살아야하는 목적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찾으려는 그가 당차 보이기도 하고 용기 있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책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드는 생각하나는... “그래서,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지?”하는 생각이 가시질 않았다. 아무 일도 없이, 뚜렷한 방향이나 목적 없이, 톱니바퀴 같은 세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세상을 관조해보는 것은 좋지만, 구체적인 대안이나 해결책은 없다. 물론 이런 무대책의 대책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핵심이겠지만, 돌아올 곳이 있어 떠나는 해외여행과는 달리 일상탈출 이상의 의미는 찾기 어려울 것 같다. 퇴사나 여행, 자유는 현재로 회귀할 중심점이 있어야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을 텐데, 이 책에서는 바람에 밀려 해수욕장 안전선을 넘는 튜브처럼 자꾸만 수평선 쪽으로 떠내려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인 ‘하마터면 불행할 뻔했다’를 보면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해진다. 바로 자족! 열심히 살아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불만을 갖지는 않을 것. 돈은 많이 못 벌겠지만 부족한 만큼 아껴서 생활하는 것,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현실에 만족하면서 자족하며 살겠다는 것이다!
  실업자로 살아가는 그가 어쩌면 정말 득도를 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뜻밖의 무소유’라 겸손해 했지만, 거친 세상에 휘말리거나 더럽히지 않고 오롯하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젊음의 강인함을 느낀다. 자신을 마주하며 하루하루를 생활하는 하완 님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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