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기술 - 책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고명환 지음 / 라곰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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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환, 어디선가 자주 들었던 이름인데, 쉽게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러다 한때 잘나가던 코미디언이었다는 말을 듣자 그의 얼굴이며 말투가 실루엣처럼 살아나기 시작했다. "아~ 그 코미디언... 요즘에 뭐하지?"라는 의문에 옆에 앉은 지인으로부터 "최근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인기가 장난 아니다"고 한다. 오히려 연예인으로 텔레비전에 나왔을 때보다 더 잘나간다고 했다. 죽을 고비를 넘긴 그는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뛰어난 언변으로 최고의 명사가 되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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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에 내가 근무하는 학교가 교육부 사업(협약형 특성화고)에 선정되어 '부산전력반도체고'로 전환 개교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홍보활동과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다. 마침 우리 학교의 한 졸업생이 고명환 작가와 친분이 있어, 행사 준비에 도움을 받고자 추천을 받았다. 그래서 인터넷 서점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해봤는데, 생각보다 많은 책이 나와 놀랐다. 난 그중 가장 최근에 나온 <독서의 기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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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술>은 독서에 대한 작가의 예찬사다. 조선시대 때 유씨부인이 바늘에 대한 절절한 애정을 담아 쓴 '조침문'을 읽는 느낌이었다. 세상은 책과 함께 시작했고 그 끝에는 독서가 있다는, 이 길만 따라가면 정신적 삶은 물론이고 경제적 풍요까지 얻을 수 있다는 독서에 대한 극찬으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경험과 힘들었던 식당 사업을 겪으며 많은 위안과 해결책을 제시해준 독서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픈 마음이 진심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어떻게 책을 읽고 독서를 생활화할 수 있는지 실천적 방법과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낸다. 이번 여름방학을 맞아 다시금 독서에 시동을 걸고 있기는 하지만 즐겨 읽는 분야가 아니면 잘 손이 안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독서의 기술>에서는 난해한 시집이나 엄청난 양으로 나를 주눅 들게 하는 세계문학전집, 무게 만큼이나 두껍고 어려울 것 같은 인문학 책을 어떻게 처리(^^)할지 지침을 내려준다.

아직도 매일 아침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성경 읽기와 독서라는 작가가 놀라울 따름이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스마트폰의 쇼츠만 기웃거리는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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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는 책을 참 많이 읽었는데... 통신병으로 있던 군대 시절, 업무 외의 시간이면 내무반 바닥에서 책만 죽어라고 읽던 나를 '방바닥'이라 불리기도 했었다. 그 때는 독서 목록표를 만들어 한 달에 10권, 1년에 100권 넘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제대 후에는 대학교 때는 전공 수업을 이해하기 어려워 강의실 뒤편에서 책만 줄기차게 읽었고 1998년부터는 <어린왕자>와 <갈매기의 꿈>, <무소유>를 시작으로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독후감과 여행기를 꾸준히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라딘에서 진행하던 서평단을 하면서 독서의 레벨이 많이 올랐던 것 같다. 매주 2~3권의 신간이 배송되어 왔고 이를 읽고 서평을 올려야 했었다. 산문이나 소설은 그나마 수월했는데, 인문학 책은 정말 글을 쓰기 위해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아프리카의 커피 전쟁과 배신을 주제로한 심리학 책, 그리고 인간의 뇌과학까지 알라딘에서 던진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렸었다.

학교에서 담임을 하던 시절에는 반 학생들 모두에게 책을 선물해주기도 했고, 수업시간을 쪼개 독서활동을 했던 기억이 난다. 온갖 학교의 문제에 연루되었던 학생과 책을 읽고, 감상문을 적기도 했는데, 잘 따라올 것 같지 않던 학생이 책을 읽고, 느낌을 적어보고, 작은 상을 받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가능성을 봤던 일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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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름 책을 많이 읽었고, 독서의 가치에 대해 알고 있기에 그 간절함이 충분히 와닿았다. 하지만 고명환 작가의 독서 예찬론이 너무 절절해서일까. 자칫 독서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성공을 위한 수단쯤으로 독서를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독서의 다양한 가치 중에 돈벌이나 출세를 위한 지침서 같은 측면만 너무 부각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어쩌면 성공이나 출세의 굴레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자 책을 읽는데, 여기서마저 우리를 몰아세운다면 과연 어디서 쉴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책 속에는 성공의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유와 휴식의 시간과 공간도 충분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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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면 왼쪽 면과 오른쪽 면이 만나는 가운데로 제본하면서 생긴 깊은 골(거터, Gutter)이 보인다. 문득 하늘과 바다를 구분하며 만나게 하는 수평선처럼 느껴진다. 두 면을 나누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하나의 책으로 이어주는 선. 어쩌면 활자들이 남긴 시간과 공간을 잇고, 책과 독자를,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경계인지도 모르겠다. 독서를 통해 세상과 사람을 연결하고자 하는 고명환 님의 뜻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그의 새로운 여정을 응원한다.



무더위를 날려버릴 <독서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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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산책 - 대만 인문 여행
류영하 지음 / 이숲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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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말, 6월 현충일 연휴에 대만 타이베이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사실, 작년(2024년)에도 대만에 가려고 일정을 짜 보려다 상대적으로 높은 항공권이 눈에 걸려 포기했었다. 하지만, 신학기 이런저런 일상에 찌들며 생활하다 보니 문득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급하게 항공권부터 예약해 버렸다. 늘 떠난 것처럼, 바다 중심의 여행이 아니라, 역사나 문화, 먹거리가 중심이 될 도시 여행으로... 이렇게 나의 대만 여행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대만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기에 책부터 찾아보기 시작했다. 당연히 여행 가이드북 중심의 책들이 많이 보였는데, 내게는 산문 형태로 쓰인 대만과 타이베이 책이 눈에 띄었다. 어디가 좋고, 뭐가 맛있고 하는 목록 형식의 가이드북은 지천으로 널려있으니 생략, 대만의 역사나 문화를 설명하고 분석한 인문학 책은 머리가 아프니 패스, 그래서 대만에서 생활했거나 현지 사정과 역사에 대해 잘 아는 저자의 책을 찾아보게 되었고 일단 두 권을 차례로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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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산책>은 중국어를 전공한 류영하 교수님이 대만 국립칭화대학에서 6개월간 강의하면서 쓴 책이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대학원생들과 생활하며 일기 형식으로 쓰기 시작한 글로 "생각나면 조금씩 쓰고, 밥을 먹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신문을 보다가도 썼다. 강의 준비도 하고, 서점에도 가고, 시장에도 가고, 여행도 했지만, 머릿속에 대만을 그렸다가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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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교수님이 먹은 음식이나 둘러본 장소를 중심으로 소소하게 써 내려간다. 그러면서 대만의 역사와 문화를 간간이 소개하고, 현지에 살지 않으면 모르는 대만의 속 이야기를 살포시 들려준다. 쉽게 읽히는 글이지만, 은은한 인문학 강의도 들을 수 있다.

"역(易)은 바뀐다는 뜻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의미이다. 파도가 큰 날이 있으면 파도가 작은 날도 있다. 큰 파도는 언젠가는 지나간다. 작은 파도가 지나가고 나면 반드시 큰 파도가 온다. 오라고 해서 오는 것도 아니고, 오지 말라고 해서 안 오는 것도 아니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되면 겨울이 머지않다. 이렇게 변화한다. 살다 보면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 성공만 계속될 수 없고, 실패만 계속되지도 않는다. 이렇게 변화한다.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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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청나라 때 중국 땅으로 공식 편입되었지만, 이후 여러 나라의 지배를 받아왔고, 일본 패망 이후 공산당에게 몰린 국민당과 장제스(장개석)는 중국 유물을 몽땅 챙겨 대만으로 피신, 세계 최장기간 계엄령으로 민주주의를 억압하며 그곳에서 터를 잡고 살고 있던 본성인을 지배했고, 228 사건이 일어나 많은 사람이 죽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이 대만을 겨냥한 군사훈련을 하고 있어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렇듯 대만은 우리나라와도 비슷한 점이 많기에 스린 야시장에서 음식만 먹고 오거나 지우펀에서 인증샷만 남기고 오기에는 뭔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대만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이해하고 갔으면 좋겠다.

교수님은 대만을 한마디로 절도와 포용으로 정의하며 인정과 원칙이 공존하고 넉넉하지만 치밀한 나라라고 했다. 얼마 뒤에는 교수님과 함께 화덕빵을 씹으려 타이베이의 뒷골목 어슬렁거릴 것 같다.

(www.freeism.net, 2025.04.17.)



PS

<대만 산책>은 걸어서 출근하는 시간에 많이 읽었다.

30분 정도의 시간이지만, 선선한 아침바람과 함께 온전히 책에 몰두할 수 있어 은근 좋았다.

단, 길거리인 만큼 차량은 조심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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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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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얼마 전 창비부산에 방문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출판 30주년이 전시회를 둘러봤었다. 대학 시절, 유홍준 님의 답사기를 읽고, 우리의 역사와 문화재, 그리고 여행과 글쓰기에 대해 많은 탄성과 공감으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SNS에서 본 그의 잡문집 출판 소식에 사정없이 주문! 머리글과 첫 산문을 읽자마자 "역시, 유홍준이야, 글은 이래야 제맛이지~" 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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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유홍준 님의 우리 문화재에 대한 애정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 자신을 수줍게 숨기면서 주변 모두를 하나로 보듬을 수 있는 여유와 넉넉함이 저절로 느껴진다. 그래서 한 권의 산문집을 읽는 게 아니라, 그가 세상을 보고 느끼며 살아왔던, 저 깊은 곳에서 울리는 삶에 대한 자세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손은 자꾸 책을 쓰다듬게 된다. "아, 난 이렇게 살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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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그리고 나를 자꾸 떠나라고 부채질한다.

"보길도 고산 윤선도의 원림인 세연정에 떨어진 동백꽃이 둥둥 떠 있을 때, 다산 정약용이 유배 시절 즐겨 찾았던 강진 백련사의 동백나무 군락지는 천연기념물 그 숲속 자그마한 승탑 주위로 떨어진 동백꽃이 가득 널려 있을 때는 가히 환상의 나라로 여행 온 것 같다."(p30)

유홍준 님이 알려준 길을 따라 다가올 초봄에는 보길도로, 백련사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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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유머와 위트가 빠지지 않는다.

정부의 각 청장들이 모여 10만 제곱킬로미터, 즉 300억 평 정도되는 우리나라 땅덩어리에서 자신들이 관할하는 면적을 주고받는 부분(p108)이 재미있다.

"우리나라 면적 300억 평 중 3분의 2가 산이기 때문에 산림청은 200억 평을 관리합니다."

"경찰청은 에눌 없이 300억 평의 사람을 대상으로 합니다."

"우리나라 바다는 영토의 4배이나 해양경찰청은 1,200억 평을 관리합니다."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하는 것은 5대 궁궐과 40개 조선왕릉이지만 전국에 산재해 잇는 구보, 보물뿐만 아니라 300억 평 땅속에 있는 매장문화재도 관리하고, 1,200억 평 바다에 빠져 있는 침몰선 200여 척의 수중문화재도 관리합니다."

"우리 기상청은 업무 면적이 평수로 계산이 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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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3장 답사 여적>에서는 백두산과 중국, 일본을 답사하며 느낌 점이나 후기를 모아 놨다. 한중일 삼국에 대한 편견 없는 이해와 식견이 느껴진다. 특히, 중국의 발전을 소개하며 이들이 자주 쓰는 말인 '인인유책'(사람마다 책임이 있다, p148)이라는 단어가 인상적이다.

나의 가족과 만나는 사람들, 직장에서의 일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문제라는 인식이 공감된다.

"거리 청결 인인유책"

"문화재보호 인인유책"

"문명 창달 인인유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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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는 앞서 말한 것처럼 여행과 유머, 깊은 식견과 더불어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거칠고 투박한 서민의 삶을 담은 오윤, 학전의 이끈 딴따라 김민기 등 유홍준 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많은 이들을 느껴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집중해 읽은 것은 부록에 실린 '나의 글쓰기' 부분이었다. 아무런 인연도 없던 그를 따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떠난 것도 다 그의 유려한 글 때문이지 싶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과장이나 가식 없이 진솔하게 풀어쓴 그의 글은 나는 물론 우리 사회를 감동시켰고, 그 덕분에 이렇게 다시 그의 책을 펼친 것이 아니겠는가.

긴 호흡으로 읽으며 "역시, 유홍준이야, 글은 이래야 제맛이지~"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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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해녀 - 잘나가던 서울의 공예 디자이너 제주의 해녀가 되어 행복을 캐다!
김은주 지음, 김형준 사진 / 마음의숲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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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약을 타고 창원 진해만에 있는 지리도로 투어를 갔던 적이 있다.  섬의 가로 폭이 300m가 되지 않는 작은 무인도로 내륙에서 가까운 데다 카약을 랜딩할 수 있는 해변이 있어 동호회원들과 종종 왔던 곳이다. 우리는 준비해간 음식을 나눠 먹으며 담소를 즐기고, 낮잠을 자며 따뜻한 오후를 즐겼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몇몇은 수영하며 섬 주변을 둘러봤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잠수도 했는데, 거대한 돌무더기 사이로 손바닥만 한 물고기와 함께 해초도 보이고, 성게도 보였다. 조금 더 내려가자 저만치서 색색의 조각들이 반짝이는 걸 발견했다. 진녹색의 잡초가 가득한 도로가에 분홍빛으로 피어있는 코스모스 같았다.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니 옹기종기 군락을 이룬 멍게가 아니던가. 아기 주먹 크기에 울퉁불퉁 튀어나온 돌기가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반짝거렸다. 칠흑 같은 밤하늘에 점점이 박힌 별을 보는 것 같았다.
  반복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수영과 다이빙을 하고, 카약을 탈 때면 남해 무인도에서 본 별이 계속 떠오른다. 물과 함께했던 좋은 기억들이 잠깐의 이벤트처럼 스쳐 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이렇게 바다에 빠지다 보니, “바다에 좀 더 머무를 수는 없을까?”, “수영이 일상이 되면 어떨까?”, “그럼, 해남(해녀)는 어떻게 될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더해져 <명랑 해녀>까지 읽게 되었다.
 
  서울깍쟁이로 바쁘게 생활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프리다이빙을 배우게 되었고, 휴가차 내려왔던 제주에서 갑자기 다치는 바람에 엉겁결에 한달살이를 했던 저자는, 제주의 매력에 빠져 살림살이까지 모두 옮겨왔다. 그리고는 해녀학교에 등록하면서 정식 해녀가 되었다. 그녀의 남편 또한 덩달아 해남이 되었다.
  물질에 대한 매력에 푹 빠진 그녀는 어설프지만 차근차근 해녀의 생활에 적응해나갔다. 반짝하다가 말겠거니 하며 색안경을 끼고 보던 마을 해녀들도 바다에 대한 그녀의 열정을 조금씩 받아들였고, 그녀도 조금씩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찐해녀가 되어갔다.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귀촌하는 것도 어려운데, 직접 해녀가 되어 물속으로 뛰어들다니... 나무에 매달린 번데기가 화려한 나비로 변신해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검은 잠수복을 입고 태왁(수면 위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채취한 해산물을 담아두는 도구)을 둘러맨 체 바다로 향햐는 그녀의 뒷모습이 당당해 보인다.
  물론 책에서 표현하지 못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려움도 많으리라. 기존의 생활과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새로운 터전을 잡는다는 것이 어디 보통 일인가. 바다가 일이라는 게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데다 자칫 건강이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기후는 변하면서 수온이 올라가고, 환경오염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해산물은 줄어들고, 해녀에 대한 인식도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녀는 ‘명랑해녀’라는 닉네임처럼 이를 극복하고 해녀가 되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해녀는 물론이고 게스트하우스(명랑해녀홈스테이)를 운영하며 바다와 관련한 여러 활동도 많이 하는 듯 보였다. 이 책을 출판할 때보다는 좀 더 여유로워지고, 편안해진 모습이다. 아무튼 제주 해녀가 되었을 때의 긴장과 설렘을 간직하며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언제라도 바다에 뛰어들고 쉽지만, 한겨울인데다 확산되는 코로나19로 인해 쉽지가 않다. 그나마 공영수영장 자유수영에 당첨되어 물맛은 볼 수 있지만, 바다의 개방감과 포근함에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바다에 들어가면 해변에 두고 온 도심의 소음은 더 이상 들리지 않고,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바다는 꽉 막힌 가슴을 뚫어준다. 바다에서는 오롯이 혼자이고, 세상의 주인이 된다. 바다는 포근하게 나를 감싸 안는다.
  바다는 별이다.


 

  * 명랑해녀(블로그) : https://blog.naver.com/happy_haenyeo

  * 명랑해녀두각시(유튜브) : https://www.youtube.com/channel/UCr6j5WcXDxQnf1PNpDo7WQQ/featured

 

 

(www.freeis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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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
김비.박조건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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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이나 국내외의 여행, 혹은 소소한 일상을 적거나, 서툴게 그린 그림을 네이버블로그(blog.naver.com/sanmani)에 올리면서 비슷한 취미를 가진 여러 사람을 알게 되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올려놓은 블로그를 통해 어제는 어떻게 보냈고, 오늘 읽은 책은 무엇인지, 내일은 어디로 여행을 떠날지 알게 되었다. 그러면 기껏해야 하트 모양의 ‘좋아요’나 이웃 신청, 댓글 몇 줄 남기는 것이 소통의 전부였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과 관심을 공유한다는 것에 대한 묘한 연대감으로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반가웠다.
  박조건형 님도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먼저 알고 있었다. 그의 블로그에는 산업현장에서 짬짬이 그린 그림들이 가득했는데, 투박하지만 노동의 끈끈함이 묻어있는 진솔한 그림들이 인상 깊었고, 힘겹고 무력한 삶을 어떻게서든 헤쳐나가려는 그의 익살과 끈질김이 와 닿았기에 바로 이웃으로 등록하고는 놀라움과 감탄으로 블로그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중 그의 짝지와 함께 <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을 출판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와 함께 사는 김비 님은 그의 그림에서 많이 봐왔기에 낯설지는 않았지만, ‘트랜스젠더 소설가’라는 출판사의 소개글을 보고 많이 놀랐다. 동네 아줌마 같은 편안하고 넉넉한 모습으로 건형 님을 지켜주는 든든한 동반자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박조건형 님 못지않게 힘겹게 살아왔을 거라는 생각에 이들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서둘러 서평단을 신청해 읽게 되었다. 

 

  <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에서는 박조건형 님과 김비 님이 살아온 현재진행형의 삶을 번갈아가며 들려주는데, 두 분이 겪은 하나의 일을 각자의 시선으로 적고 있다. 이들의 만남과 연애, 동거와 결혼, 여행과 일상, 그리고 가족과 지인들과의 이야기가 카톡을 주고받듯이 교차된다. 마치 두 분의 이야기를 곁에서 듣는 것처럼 사실적이다.
  첫 글인 <첫 만남>은 <냉정과 열정사이>의 준세이와 아오이처럼 흥미로웠고, <나의 시작>에서는 둘의 힘겨웠던 가족사가 안타까웠다. 물론 티격태격하는 모습이나 냉전상태의 어색함도 살짝 드러나지만, 둘만의 방식으로 극복해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서로의 얼굴에 상대방의 발바닥을 자랑스럽게 갖다 대고는 익살스럽게 웃고 있는 그의 그림**처럼...

 

  특히 박조건형 님 이야기의 대부분은 우울증과 연결되어 있다. 이것이 단순한 증세인지 아니면 질병인지, 어떤 원인으로 발생하고 어떻게 치료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임신과 출산 초기에 많이 힘들어했던 아내가 생각나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아내는 그때를 회상할 때면, 당시에는 극단적인 생각도 많이 했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아직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누적되는 육아의 힘겨움에 몸과 마음이 다운되곤 했었는데, 한번 기분이 꺾이기 시작하면 섣불리 다가갈 수도 없었고, 내가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망막했었다. 나는 눈물을 보이며 불만을 토로하는 아내를 다독이며 도와주기보다는 도망치기 바빴던 것 같다. 지난 일을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아내의 목소리에 숨겨진 힘겨움이 느껴지기에 그저 미안하고 지금까지 잘 버텨온 것에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아직도 내가 문학이라는 돌 하나로 무얼 할 수 있을지 잘 모른다. 돈도 안되는 걸 왜 그리 오래 붙잡고 있냐고, 어서 내다 버리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지만, 이번 생은 그 돌을 계속 만지작거리며 살게 될 것 같다. 돈이 안 되고 걸작을 남기진 못하더라도, 울고 싶은 이들의 쪼그린 발 아래 집어 던질 수 있는 돌 하나는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김비”(p172)

 

  책 후반에 담긴 김비 님의 글에서처럼, 문학이라는 그녀의 돌은 그림이라는 박조건형 님의 돌이 되고, 또 행복이라는 그들의 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아가 이런 돌이 하나씩 모인다면 우리 사회도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힘들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리 순탄할 것 같지 않은 이 커플이 서로 돕고 의지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응원하고 싶다. 블로그와 소설, 그림을 통해 이들만의 삶을 완성해가는 모습을 오래도록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박조건형 님 블로그 : https://blog.naver.com/buddhkun2

** 서로 얼굴에 발(박조건형, https://blog.naver.com/buddhkun2/222039346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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