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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묻고 답하다 - 김종천 에세이
김종천 지음 / 바른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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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니 학생들에게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학생들의 현재 생활을 돌아보게 하고, 세상을 보는 지혜를 배워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나 지역 명사를 학교로 초청해 '미래설계 명사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유망한 전문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과는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위한 현실적인 방법을 고민했고, 학교가 속한 지역의 시의원이나 구청장이 방문했을 때는 지역과 이웃을 생각하는 방법을 들을 수 있었다.

  아무튼 매년 지역 명사를 초청해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에 이번에는 어떤 분이 좋을까 고민하게 되었고, 그러던 차에, 고등학교 선배 한 분이 금정구에서 규임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부산네오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장까지 맡고 있다는 분이 있다면서 김종천 가톨릭대 특임교수님을 소개해 주셨다. 


  명사특강을 부탁하기 위해 만난 교수님은 '화사한 콘트라베이스' 같았다나 할까? 일단 미소 가득한 얼굴로 우리를 맞아주는 모습이 동네 아저씨처럼 편안했다. 그리고 들러오는 중저음의 목소리는 마치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콘트라베이스>에서 봤던,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없으면 뭔가 허전하고 구색이 맞지 않는, 음악의 깊이를 더하는 콘트라베이스의 중저음을 떠올리게 했다. 교수님이면서 병원 이사장이고 오케스트라 단장이라는 화려한 직책과는 어울리지 않는 수수한 모습은 도드라지게 튀지 않으면서, 주변을 부드럽게 포용해 감싸 안고 있었다. 

  교수님은 학생들과의 특강을 흔쾌히 동의해 주셨고, 세상과의 소통법에 좋은 말씀을 들려주셨다. 이런 인연으로 네오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도 종종 가게 되었고, 교수님의 에세이집 출판기념식에도 즐겁게 참석하게 되었다.


  <그가 묻고 답하다>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진다. '1부, 지극히 사적인 모습'에서는 김종천 교수님이 살아왔던 날을 회고하듯 서술한다. 음악에 재능을 보였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잘나가던 대학교수직을 내려놓고 외국 유학을 떠난 과정과 아버지의 뒤를 이어 복지사업을 이어받게 된 과정을 스무 개의 챕터로 묶어놨다. 교수님과 같이 사회적으로 활동이 많은 유명인사의 경우 개인사를 들을 기회가 잘 없는데, 지면을 통해 인간적인 면을 접할 수 있어 더 좋았다. 특히 나와도 조금은 유사한 점이 보여 더 공감이 갔다.

  나의 아버지 또한 지역에서는 제법 인지가 있었던 교육자(^^)로 외동아들인 나에 대한 기대도 무척 컸었다. 젊은 나이에 맨손으로 일궈낸 학교였기에 어떤 일보다 최우선이었다. 가족은 물론이고 몇 번을 도전했던 국회의원의 열망보다 앞선,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렇다 보니 학교를 수성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아들에 대한 기대도 상당히 높았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많이 부족하고 모자란 나였기에 아버지의 실망을 컸으리라.

  이런 생각들이 겹치다보니 아버지를 이어 영파의료재단(규림요양병원, 마음향기병원)을 운영하고 발전시켜 온 김종천 교수님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부모 세대의 가업을 이어 받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이를 잘 키워내는 것은 더욱 힘들다. 주변의 시선과 자신의 한계를 수시로 느껴야하고, 높은 이상에 비해 부족한 현실을 절감해야 했다. 특히 사람의 몸과 마음을 다루는 일이다보니 그 어려움이 오죽했을까.


  '2부, 지극히 공적인 현안'에서는 최근 부산 MBC의 <자갈치 아지매>에서 '김종천의 신나소 신나세' 코너를 출연하며 이야기했던 내용을 문답 식으로 적어놨다. 우리 금정구의 문제인 동시에 부산의 문제이고, 나아가 우리나라가 풀어야 할 숙제, 열 일곱 가지를 적어놨다. 저출산, 고령화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 어린 아이들이 뛰어 놀아야 할 공간은 노인들의 자리가 되거나 우범지역으로 전락했다. 이렇게 학생 수는 급속하게 감소했지만, 추락한 교권으로 수업은 더욱 어려워졌다. 1인당 부양인구는 점점 늘어나는데, 연금 고갈에 대한 불안까지 겹쳐졌다.

  책에서는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를 인식하고 공감과 대화,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계속 이야기한다. 아마도 교수님께서 각종 포럼이나 온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야기했던 우리 지역의 고령화 문제와 낙후된 구서동 터미널의 개발과 침례병원, 금샘로의 정상화, 낙후된 서금사지구의 발전시켜야 한다는 내용과도 일맥상통하지 싶다.

  교수님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 모든 문제가 일사천리로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웃과 지역의 문제를 돌아보고 개선하고자 하는 우리들의 목소리가 합쳐준다면, 금정구, 아니 부산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김종천 교수님의 가치는 이사장이나 교수, 단장과 같은 화려한 직책보다는 지역의 앞날을 걱정하고 고민하는 금정구민이자 부산 시민이라는 점이 아닐지 싶다. 국가를 위한다는 거창한 명분이나 그럴싸한 정치적 타이틀보다는, 우리 소시민과 함께 부대끼며 이들의 소리를 직접 들으려는 친절한 옆집 아저씨의 모습을 열렬히 응원한다. 중저음으로 음악같은 세상의 깊이를 더하는 콘트라베이스처럼 사회의 밑바탕이 되는 든든한 기둥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가 묻고 답하다> 출판기념회(2023.12.02.)에서


김종천 교수의 <그가 묻고 답하다>


금정전자고(금샘고등학교) 미래설계 명사특강-김종천 교수님의 <소통으로 세계를 향하다>

특강 영상 링크 : https://youtu.be/EpP_QqHbcLI?si=lhh81SLGFcSTaO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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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 20세기 최초의 코즈모폴리턴 작가 클래식 클라우드 6
백민석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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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 불필요한 수식을 일체 빼버리고, 신속하고 거친 묘사로 사실만을 전달하는 기법(참고 : 두산백과)

 

  헤밍웨이의 굴곡진 삶을 따라 독자를 안내한다. 예술가들의 고향이던 파리를 시작으로 그가 살았던 도시와 그가 썼던 글을 따라간다. 글쓰기의 밑바탕이 된 기자생활과 죽음과 인생의 무게를 경험하게 된 전쟁, 네 번의 결혼과 피츠제럴드를 비롯한 여러 문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남성적이고 거친 그의 하드보일드한 삶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이런 삶이 그의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고, 다시 그에게로 돌아왔는지 살펴본다.

   마치 헤밍웨이를 안내를 받아 그의 소설과 내면으로 여행한 것 같다. 고집 세고 무뚝뚝한 노친네의 불성실한 가이드로 많은 발품을 팔았지만, 저녁 즈음에 들른 선술집에서 발그레한 취기로 열정적으로 쏟아놓은 그의 무용담으로 인해 가장 기억에 남을 여행이 되었다.

 

  최근 <무기여 잘 있어라>, <노인과 바다>를 읽었고, <헤밍웨이 단편선>을 같이 읽고 있어서인지 지면 속의 텍스트가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소설의 배경이나 주인공이 나눈 대화, 그리고 그 이면에 감추어진 의미까지 다시 한번 되새김하게 된다. <무기여 잘 있어라>의 프레더릭이 전쟁에서 봤던 것과 떨쳐버리고 싶었던 것이나, <노인과 바다>에서 산티아고가 잡았던 청새치가 어떤 존재였는지 되짚어보게 된다.

   그래서 한 작가의 글이나 이와 관련된 것을 몰아서 보는, '전작주의자'의 느낌도 덤으로 얻게 된다. 한 작가가 평생에 걸쳐 낳은, 자식과도 같은 글들을 읽으면서 그와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는 것은 물론이고,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착각마저 들게 된다. 어쩌면 나도 이미 헤밍웨이의 전작주의자가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다. 최고의 대문호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내 지인이라니...

 

  헤밍웨이는 행복하지 못한 유년 시절을 보냈고, 결혼생활을 네 번이나 바꿨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전쟁에 끊임없이 참전했으며 술과 투우, 낚시에 탐닉했다. 두 번의 비행기 사고를 포함한 각종 사고를 당했고 알코올중독과 우울증, 정신병에 시달렸다.

   어린 시절로부터 시작된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자신을 극한의 상황까지 끊임없이 몰아붙였지만, 그 틈새는 쉽게 좁혀지지 않은 것 같다. 가족과 친구, 이웃까지 몰아세우며 자신을 방어해 봤지만, 그 무게는 고스란히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겉으로는 무소불위의 초인이 되어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사랑에 못 말라 했던 여린 헤밍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세계 명작을 남긴 전설적인 소설가라는 타이틀 뒤에 숨겨진 한 인간의 드라마틱한 삶이 더 애잔하게 다가온다.

 

  민음사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나온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의 얼굴을 표지로 삼았다. 거친 수염을 기른 체 정면을 바라보는 고집 쎈 얼굴이다. 하지만 먼 곳을 응시한 그의 깊은 눈을 바라보면 웬지모를 슬픔이 느껴진다.

  대문호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험난했던 삶과 충격적인 결말은 쓸데없는 미사여구를 빼버린 채 간략하게 써 내려간 하드보일드, 그 자체라고 생각된다. '헤밍웨이'라는 단어는 이미 우리 시대의 마초가 되었다.

 

 

(www.freeis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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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
김종대 지음 / 시루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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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에 담아둔 인물이 한두 명은 있게 마련이다. 부모님이나 친척 어른처럼 일상 속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감화를 받은 경우도 있고,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책이나 언론을 통해 알게 된 유명인도 있다. 아니면 사회의 음지에서 조용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이가 될 수도 있고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을 동경하기도 한다.
그 대상이야 어떻든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 이들을 가리켜 흔히 우상이나 위인, 영웅이라 한다. 나에게도 수많은 관객을 휘어잡으며 정열적으로 노래하는 영국의 보컬리스트나 소박한 생활과 글로 텅 빈 충만함을 알게 해 준 스님처럼 특정 세대나 한정된 시대를 빛낸 우상이나 위인은 있다. 하지만 국가나 민족적인 차원의 장벽까지도 뛰어넘어버린 '영웅'은 늘 빈자리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이순신 장군의 업적과 거북선에 대해 객관적으로 쓴 <삼가 적을 무찌른 일로 아뢰나이다>(정광수, 1989)를 읽었는데, 막연하게만 다가왔던 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 후부터 이순신은 나의 영웅이 되었다.

이번에 읽은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는 기존의 임진왜란 이야기나 이순신 전기와는 달리 임진왜란을 중심에 두고 이순신 장군의 행적을 쫓는다. 이순신 장군이 쓴 난중일기, 임금에게 올린 장계와 선조로 부터 받은 유서, 그가 언급된 글이나 편지 등을 통해 왜란 중에 행적을 소상히 정리했다. 특히 오랜 기간 하나의 길(재판관)에 매진해 온 저자의 경력답게 많은 부분을 인간관계나 소통과 같은 리더십의 관점에서 이순신을 설명한다. 개인과 국가, 책임과 의무 사이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고 조직을 이끌어 왔는지를 오랜 병영 생활과 스물 세 번의 해전을 통해 보여준다.
옥포, 당항포, 한산도, 부산, 명랑, 노량 등지에서 방심한 적의 틈을 노려 공격하기도 했고 물러서는 척 적을 유인해서 섬멸하기도 했다. 이순신 장군의 용병술도 주효했지만 이를 추진하는 장수와 병사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 군율로 엄하게 다스리는 한편 아버지와 같은 신뢰로 장졸들을 보살폈다. 또한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과 한정된 자원으로 싸워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자신을 믿고 의지한 백성을 온 몸으로 끌어안았고 다른 장수가 적의 수급에 집착할 때 장군은 전투의 과정을 통해 승패를 가름했다. 지극한 정성과 철저한 준비로 왜란을 이겨낸 것이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을 지나치게 신성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그에 대한 오랜 연구와 깊은 이해에서 나온 애정임은 알겠으나 아무런 심적 동요도 없이 모든 일을 처리했다는 식의 표현은 왠지 어색했다. 멀리 있는 영웅은 우리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조금 부족하고 모순되더라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위인이 진정한 영웅이 아닐까. 지나친 신성화로 오히려 거리감을 들게 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문득 이순신 장군의 서슬 퍼런 칼날이 우리의 흐트러진 정신을 노려보는 것 같았다. 만일 이순신 장군이 오늘날의 모습을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정치인들이 남발하는 선심성 공약, 실직과 함께 거리로 내몰린 가정, 거리를 활보하는 파렴치범, 늘어나는 대졸 취업자와 와해되고 있는 공교육 등 연일 계속되는 사건 사고와 어정쩡한 후속 처리는 임진왜란을 당해 우왕좌왕했던 조정과 도망가기 바빴던 일부 장수의 모습이었다. 무사 안일한 자세와 근시안적인 접근으로 문제의 본질을 흐렸고 임기응변식 대처로 매년 불미스런 일이 반복되었다.
우리는 화려한 이상향을 쫓아 아무것도 보지 않고 달려왔다. 경제적 가치로 세상을 재단했을 뿐 사람과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이순신은 "자존심이 강하고 자신을 사랑했다. 나아가 부모, 처, 자식들과 친척을 사랑하고 부하들을 사랑했다. 그의 충만한 사랑은 사회와 나라로 이어져 백성을 사랑하고 국토를 사랑하는 데까지 이르렀다."(p213)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온 누리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아닐까. 나라를 구한다는 거창한 명목은 아니더라도 내 자신과 가족, 이웃부터 챙길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지 싶다. 작은 실천이 모여 자신과 가족, 직장을 변화시키고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적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안에 있다. '영웅'이란 수많은 적을 쓰러뜨렸기에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세상 위에 꽃피웠을 때 주어지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영웅은 이제 우리의 몫인 것이다.
.


* 서두에 언급한 <삼가 적을 무찌른 일로 아뢰나이다> (정광수, 정신세계사, 1989>는 절판되었지만 저자 정광수님이 주축이 되어 만든 '이순신역사연구회'를 통해서 <이순신과 임진왜란> (이순신역사연구회, 비봉, 2005, 전4권)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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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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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책은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이번 대선에 출마 여부를 놓고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은 상태인데다 그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으리라 기대감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책은 예상대로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책에서 이야기한 그의 진의를 놓고 제2의 '안풍'이 시작되었다. 그의 대선 출마가 조심스럽게 기정사실화 되고 얼마 뒤에는 그의 육성으로 이 사실을 천명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대통령 선거와 같은 이런 정치적 사건에 별 관심은 없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던 자~알 좀 해달라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지 입에 거품을 물어가며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등의 관심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그의 등장으로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차기 대통령을 절반쯤 예약해 놓은 것 같았던 여당 후보의 지지율은 기존의 정치인과는 느낌부터가 다른 새 인물의 등장으로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고 기존 정치에 대한 환멸과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기대가 겹치면서 그의 인기도 더욱 올라갔다
.

  상황이 이러니 나 역시도 그에 대해 좀 알고 싶어졌다.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든 장본인에다 성공한 기업가, 서울대학교 교수라는 것 외에는 모르는 부분이 많았기에 이번 기회에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떻게 이 나라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안철수의 생각>에 나타난 글을 이해하기에는 내 역량이 많이 부족했다. 제정임 님의 질문에 대한 그의 생각에는 막힘이 없었고 정치, 경제, 사회 등 전 영역에 걸친 심도 깊은 이야기를 풀어놓았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사회문제에 대한 식견도 부족한데다 전문적인 용어가 많이 등장하는 정치, 경제에 대해서는 더욱 어려웠다. 그저 이렇게 방대한 분야의 걸친 내용을 공부하고 고민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가 내놓은 답변이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점에 대해 깊이 있게 파악하고 있었지만 "상호간의 조율을 통해 상생하자"는 식의 이야기는 조금 공허하게 들렸다. 책에 설명된 그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분석하지 못하는 나의 한계도 있다지만, 우리사회의 문제를 너무 교과서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닳아빠진 정치인도 해결하기 힘든 고질적인 문제를 책상에만 앉아있었던 학자가 과연 잘 해결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의 말대로야 되면 좋겠지만 세상은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아니던가...

 

  알다시피 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은 수많은 정치인과 국민들의 역량이 한데 모여야 제대로 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대선은 '안'이나 '박', '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인 것이다.

  정치적 입지가 약한 그가 어떻게 한국 정치의 한복판으로 뛰어드는지도 유심히 봐야겠다. 어쩌면 그의 성공은 얼마나 역동적인 정치적 역량을 보이느냐에 달려있지 싶다. 


( www.freeis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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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징 노르가이 - 히말라야가 처음 허락한 사람
에드 더글러스 지음, 신현승 외 옮김 / 시공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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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나 평전이라 하면 보통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운 위인이나 혹은 그에 상응하는, 기념비적인 리더의 삶을 그리는데 적어도 내 생각에는 <텐징 노르가이>는 그런 주류에서는 조금 벗어난 책인 것 같다. 하지만 중심에 조금 비껴선 듯한, 이런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에 더 흥미가 동했는지 모르겠다.

 텐징은 에드먼드 힐러리와 함께 에베레스트(8848m)를 최초로 오른 세르파였다. 세르파라고 하면 원래 히말라야에 사는 고산족의 이름이었지만 그들의 탁월한 고지 적응력 때문에 고산등반을 하려는 서구 등반가들의 가이드나 짐꾼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가이드나 짐꾼을 지칭하는 이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아무튼 텐징이 에베레스트를 처음으로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등반대를 이끈 대장도, 영국에서 온 정식 일원도 아니었기에 서구인의 관점에서 회고되는 역사에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물론 인도나 네팔, 티벳에서는 최고의 영웅으로 대접받는 세르파였고 소수 민족으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부와 명예도 얻었다.
 그러나 텐징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세상 속에 휩쓸리면서 갈 곳을 잃어버리고 방황하게 된다. 세상의 환호와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오는 혼란은 그이 인생 후반기를 어둡게 했다. 어쩌면 이런 순탄하지 않은 일생질곡이 더 인간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책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텐징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세르파족의 히말라야 등반사라고 해도 좋을 만큼 방대한 이야기들은 텐징에 대한 관심을 흐려놓았다. 물론 그를 잘 알기위해 세세한 '역사'를 알아야겠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개인적인 측면에 비해 공적인 서술범위가 상대적으로 넓은 것 같았다. 요즘 책에 대한 집중도가 흐트러진 내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지만 텐징의 외적인 행적 외에는 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실 내가 원했던 것은 30년부터 5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등정기록사가 아니라 1953년 초등 기록과 이를 있게 한 텐징의 내면적은 성장, 혹은 변화를 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어쩌면 히말라야를 휩쓸던 눈바람의 기억이 나를 어지럽혔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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