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즐거움
위치우위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이다미디어 / 2010년 5월
품절


공간적인 차원에서의 위대함은 기세(氣勢)라 하고, 시간적인 차원에서의 위대함을 운치(韻致)라고 한다-16쪽

여행의 의미는 무엇인가? 사람과 자연을 더 친밀하게 하고, 고독한 생명에 드넓은 공간을 제공하며, 젊은이들에겐 인생의 굴곡 앞에서도 언제나 희망이 있음을 일깨워주며, 노인들에겐 한동안 살아왔던 세상에 당당하게 작별을 고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또한 다양한 문화가 서로 조화를 이루게 하고, 역사의 원한이 서로를 만만으로써 해소될 수 있도록 하며, 낯선 미소를 만나게 한다.
때로 두 눈이 기쁨과 환희로 반짝이도록 하고, 깊은 골짜기 아름다운 풍경이 홀로 저녁노을을 맞이하는 일이 없도록 하며, 서재에서 꿈꾸던 오묘한 생각이 더 이상 자신이나 남을 속이는 일이 없도록 하고, 황량한 들판에 동강난 비석 앞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게 한다.-94쪽

세계 일류 건축, 그곳은 다만 동화처럼 맑은 모습으로 모든 것을 간단하게 정복하였다. 문틈으로 타지마할을 바라보았을 때 나는 오직 '사람과 흡사하다'라는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묘사하기는 불가능하지만 한눈에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아볼 수 있다. 고독하고, 다른 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 채 자기만의 분위기를 풍기며 광채가 넘쳐흐른다. 아무도 이런 모습을 모방할 수 없다.-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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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없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랑은 없다 - 사랑, 그 불가능에 관한 기록
잉겔로레 에버펠트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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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빠진 사람은 우선 자신을 속이고 뒤이어 타인을 속인다."(오스카 와일드)는 표지의 문구를 통해 이 책의 내용을 유추해봤을때... 사랑? 한마디로 개풀 뜯어먹는 소리 집어치우라는, 사랑은 단지 섹스를 위한 근사한 포장일 뿐이라는 발상에서 출발한 '사랑 분석서'처럼 다가왔다. 사랑이라는 그럴듯한 사탕발림 뒤에 숨은 실체를 확인하려는 책이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는 지루하리만치 사랑에 대해 후벼 판다.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사랑을 파헤치고자 생물학적인, 사회학적인 설명까지 곁들인다. 무려 이백 칠십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사랑의 허구를 증명하려고 할애한다.

 그리고는 책의 말미에 다음처럼 확실하게 못을 박아버렸다.

 사랑의 대표 주자들로 간주되는 질투, 정절, 결혼과 같은 개념들은 알고 보면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즉, 종족 보존의 수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p273)

 사랑을 종족 보존의 수단, 섹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강력한 주장 앞에 더 이상의 할 말을 잊었다. 일방적인 선고에 할 말을 잃어버린 피해자가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사랑에 대한 신랄한 분석에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비약이 너무 심한 것 같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생식'이라는 틀로만 재단한 것은 아닌지, 인간을 너무 종족번식을 위한 동물로서 취급한 것은 아닌지 자꾸만 불편해진다.

 설사 사랑의 감정이 이런 종족번식을 포장하는 거창한 장신구라고 한들 어쩌란 말인가! 그렇다고 우리들의 사랑이 내일부터 당장 멈춰 버릴까? 아니면 사랑이라는 단어를 '섹스'나 '번식'으로 바꾸어 버릴까?
 이런 와중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 사랑, 사랑을 갈구하고 있으니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랑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버린 지금이지만, ‘그래도 사랑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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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의행복한책읽기>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 - 독서의 즐거움
정제원 지음 / 베이직북스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책 읽는 방법?
 많은 책을 읽어서 스스로의 습관으로 채득하는 것이지 누가 강요하거나 가르친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우선 짧은 단락으로 구성된 얇은 책, 가령 만화나 수필, 단편소설부터 읽으면서 활자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야 한다. 이런 습관이 모이면 자연히 자신에게 맞는, 좋아하는 분야를 알 수 있을 것이고 좋은 글과 나쁜 글에 대한 판단을 통해 올바른 책읽기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아무튼 책을 읽는 방법은 얇은 책부터 시작해 '무식한 다독'으로 틀을 잡아나가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었다.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의 서문에서도 말했듯 독서의 "'처음'을 이겨낸 독자에겐 거의 무의미"한 존재이기에 책에 대한 두려움은 덜한 나에겐 큰 의미로 다가오지 못했다. 따라서 틈틈이 책을 읽으라는,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된다는 식의 '독서법'은 즐겨 보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는 기존의 책과는 달랐다. 독서의 효과나 방법을 열거하고 추천도서를 소개하는 것으로 끝나는 여느 책과는 달리 30권의 책을 3장으로 나눠 소개하면서 자신이 채득한 책 선택 요령과 책 읽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한 가지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책을 선택해 읽음으로써 몸소 책읽기와 쓰기의 전 과정을 보여준다. 같은 테마나 동일한 작가(번역가)의 글을 읽는다거나 생각의 깊이에 따라 점진적으로 난이도를 높여나가는 방법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을 일깨워준다.
 책꽂이에 방치된 채 아직 읽지 못한 책과는 별개로 여기에 등장한 수백 권의 책들이 하나같이 구미를 자극한다. 하지만 꼭 읽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과연 제대로 이해할 수는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 이런 내 심정을 헤아리기라도 하듯 책은 서두르거나 급하게 휘몰아치지 않는다. 책 선택에 대한 망설임이나 잘 읽을 수 있을지 하는 두려움, 심지어 100% 이해할 수 없었다는 아쉬움마저도 앞으로의 책읽기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 응원한다.

 책을 쓰고 읽는, 혹은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따스함이 느껴진다. 작가의 책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오솔길을 걷는 것 같이 아기자기하다. 물론 중간 중간에 바람 시원한 골짜기도 만나고 숨 가쁜 언덕도 올라가야 하지만 전체적으로 여유롭고 다그침이 없다. 그저 그럴 것이라는, 뻔한 말만 늘어놓고 말거라는, 자기 읽은 어려운 책에 대한 자랑만 가득할 거라는 선입견을 반성해 본다. 좋은 안내자를 곁에 둔 것 같이 든든하다.
 여기서 언급한 책을 몽땅 구입하고 싶어진다. 단순한 소유욕이라 해도 좋고 아니라도 상관없다. 그 속에 들어있을 무한한 깊이를 가까이 두고 음미하고 싶다.

 하지만 "독서법에 관한 책이면서 이렇듯 책을 구체적으로 선정해 일독을 권하는 것"에 대해 몇 번이고 되풀이한다. 같은 주장을 반복하다 보면 그 의미가 퇴색되기 마련인데 독서를 위한 몇몇 새로운 시도가 지나친 근심 앞에 반감되는 느낌이다. 사려 깊지만 너무 조심스러운 작가의 일면을 엿보는 것 같아 재밌었지만 좀 더 자신 있는 모습으로 독자를 격려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또한 인문학 위주의 책읽기라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산문이나 에세이 역시 진솔한 사람 냄새를 잘 표현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별 내용도 없는 신변잡기에 불과"하다는 식의 폄하도 눈에 띈다. 물론 모든 에세이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었지만 독서를 지나치게 인문학 분야에만 국한시키는 것 같았다. 신변잡기의 에세이와 함께 허구세계를 표현한 소설 역시도 사람들에게 사색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데 말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권쯤은 과학책과 시집을 읽기를 권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권쯤은 소설, 혹은 무협지, 만화를 읽는 것은 어떨까. 얕아 보이는 깊이에 오히려 더 큰 삶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뭔가를 읽고 열심히 쓰고 싶은 욕구가 뜨겁게 올라온다. 일시적인 반작용으로 식혀버리기엔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살짝 흥분된 지금의 열정을 늘 기억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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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독서의 즐거움
    from 프요일, 연필 한다스의 책담기 2010-05-13 19:43 
    /정제원/베이직북스/2010.4 서문에서도 언급했지만, 독서법에 관한 책이면서 이렇듯 책을 구체적으로 선정해 일독을 권하는 것은, 독서법만 알고 실제로 그 독서법에 맞춰 독서 할 줄 모르는 병폐를 없애기 위해서다. 훌륭한 독서법은 행위 밖에서 관념으로 존재하기보다는 독서 행위 내부에서 우리에게 현시될 뿐이다. 정확히 이 구절이 서문을 포함해 큰 꼭지마다 네 번 반복됩니다. 뻣뻣하고 지루합니다. 진지한데다 관념적입니다. (요샌 목사들도..
  2. [책] 책을 읽는 방법
    from 26208096 2013-06-14 00:25 
    소설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책을 읽는 방법.얼마 전 독서에 관련된 책을 세 권 빌렸습니다. ‘포커스 리딩’,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그리고 ‘책을 읽는 방법’입니다. 알고 보니 ‘포커스 리딩’은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오는 자기계발서중 하나였고,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은 수필 모음집이었지요. 그리고 이번에 읽은 ‘책을 읽는 방법’은 속독과 ...
 
 
 
<나쁜 아빠>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나쁜 아빠 - 신화와 장벽
로스 D.파크 & 아민 A. 브롯 지음, 박형신.이진희 옮김 / 이학사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남성들은 더욱더 관여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에 도달하는 첫 번째 단계는 적극적인 아버지가 되기를 원하는 남성들이 직면하는 장벽을 더 많이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들을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남성이 더 많이 가정에 관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과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하나의 초대장이다." (p18)  
   

 남자들이 가정에 “더욱더 관여하기를 원한다.”는 명제로부터 책은 시작된다. 하지만 보편적인 남자들의 시각에서 볼 때 그다지 마음에 와 닿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 아빠들은 퇴근 후에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소파에 늘어져버렸고, 주말은 쉬어야 한다는 이유로 이불 속에 누워버렸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았지만 자신의 취미생활을 위해선 당당히 외출했다.
 나 역시도 가정에 충실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행동에는 변함이 없었다. 아이들과 놀아주려 하지만 속으로는 늘 ‘탈출’을 꿈꿨다. 퇴근 후 아이들의 손길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간 때인 6시에서 8시 사이, 직장에서 못한 업무를 처리한다는 명목으로 컴퓨터 앞에 앉거나 너무 피곤하다는 이유로 잠시 잠을 청했다. 물론 폭풍 같은 초저녁이 지나갔을 때(육아든 가사든 한결 수월해지기 마련이다) 스르륵 등장해 집안일을 돕는 척 유세를 떨었다. 물론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나 가정에 대한 의무감, 아이의 교육적 차원에서 적잖은 노력도 기울여 봤지만 마음 한구석은 언제나 밖으로 향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더욱더 가정에 충실하고 싶다는, 그런 남자들을 위해 책을 썼다는 말에 조금은 의아했다. 과연 그런 남자, 남편이 있을까?

 <나쁜 아빠>는 이런 의구심과는 무관하게 가정적인 아빠에 대한 강한 긍정을 담고 있다. 남자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며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 이유가 있다고 항변한다. 왜 많은 남자들이 ‘나쁜 아빠’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지 말이다.
 아버지로서 가정과 자녀에게 충실할 수 없게 만드는 생물학적 요인과 사회적 인식, 편견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다. 모든 아빠가 아내의 출산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며 사회에서 만연하는 사건, 사고가 남자(아빠)들의 소행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또한 시트콤에서처럼 별 볼일 없는 조롱만 당하는 그런 존재는 더욱 아니라는 것을 다양한 연구 자료를 통해 설명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나쁜 아빠를 재생산하는 과정도 살펴본다. 기존의 역할에 익숙한 부모로부터 남자의 역할을 본받게 되고, 학교와 선생님, 직장생활, 결혼을 거치면서 더욱 강하고 나쁜 아빠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점은 남는다. 나쁜 아빠에 대한 문제를 단지 생물학적인, 혹은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그럴싸한 이론과 학설을 늘어놓는다 하더라도 세상 아빠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가정에 대한 ‘관심부족’이다. 나쁜 아빠의 원인이 아무리 그럴듯하다 하더라도 무관심한 아빠에게 당장 면죄부가 주어질 수는 없다. 물론 책에서는 이 무관심의 원인을 사회과학적으로 찾으려 노력했지만 언제나 결론은 개인에게 귀결되는 것 같다.
 시간이 없다는 것이나 돈이 없다는 것도 다 핑계일 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텔레비전, 컴퓨터, 헬스장에서 보내는 시간의 일부만 조절해도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보낼 수 있다. 자신의 관심부족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주지만 나쁜 남자가 되어버린 현실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 어쩌면 아버지 스스로의 자각에 의해서만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도 다음과 같이 잘 정리해놓았다. 자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라, 아이들과는 공감대 형성을 통해 늘 가깝게 지내라, 아내와 가족을 존중하며 함께 노력해라고 당부한다. (독자가 좋은 아빠라는 전재가 있지만) 더 열심히 매진하되 나쁜 아빠를 조장하는 사회에 전혀 간섭받지 말 것을 주문한다.

 사실 나쁜 아빠가 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나 과정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바로 지금이 문제인 것 같다. 사회학적인 거창한 이론은 접어놓고서라도 싱크대 위에 쌓인 빈 그릇부터 설거지해 보자. 텔레비전에 몰두하고 있는 아이에게 책 한권을 읽어주는 것은 어떨까.
 가사와 육아가 아내의 손에서 잘 처리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 좀 더 능동적으로 참여해야겠다.
 경우야, 경준아, 경훈아, 아빠랑 책 읽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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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은 쓸모없고 게으른 아버지, 돼지입니까.
    from 프요일, 연필 한다스의 책담기 2010-06-03 22:27 
    앤서니 브라운의 표지다. 피곳씨와 두 아들은 피곳부인의 집안일을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 게다가 피곳부인은 일하는 엄마. 학교와 회사에서 돌아온 부자는 "어이, 아줌마, 빨리 밥줘." 라고 저녁마다 외친다. 피곳 부인이 집안일을 하는 동안 이들 부자는 티비 앞에 앉아 발가락 하나 꼼짝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너희들은 돼지야.' 라고 쓰인 쪽지만 남기고 피곳부인은 사라져 버린다. 피곳부인의 경멸에 찬 예언이 피곳씨와 두 아들을 돼지로..
 
 
책맘 2010-06-03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 이걸 보고 덮었던 책을 다시 보기 시작해서, 아빠 육아서들을 헤치우다시피 읽어내렸습니다. 개인의 문제로 귀결되는 상황은 언제나 당연해서 의심스럽더군요.ㅠㅠ

프리즘 2010-06-06 17:46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속에 들어 있는 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더 조심하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근데 늘 실천력이 문제죠... ㅠㅠ
 
<로마제국 쇠망사>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로마 제국 쇠망사 - 한 권으로 읽는
에드워드 기번 지음, 나모리 시게나리 엮음, 한유희 옮김 / 북프렌즈(시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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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기번이 쓴 <로마 제국 쇠망사>(총3권, 1776~1788)를 가나모리 시게나리가 한권으로 엮었다. 하지만 세계사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나에게는 로마사의 고전이니 최고의 역사서니 하는 말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광인이었다는 네로 황제나 영화로 종종 소개되는 검투사에 대한 약간의 말초적인 관심뿐이었다.
 하지만 도시의 꼭짓점 역할을 하며 웅장하게 서있던 콜로세움이나 무너져버린 폐허일망정 로마의 번영을 느껴볼 수 있었던 포로로마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다 관심 밖이었던 로마사를 통해 서구의 문화에 대한 약간의 교양을 쌓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왔던 주황색 표지를 넘기자 로물루스 형제로부터 시작된 로마가 천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2200년 이상 유지되었던 로마의 역사를 한권으로 엮다보니 다분히 연대기적인 성격이 강했다. 몇 년에 누가 뭘 했고, 어떤 전투가 있었고 하는 식의 내용이 연표처럼 줄을 선다.
 로마사, 그것도 건국 초기의 내용은 전혀 문외한이니 그런 나열이 의미 있게 다가오지 못한다. 로마에 박식한 전문가들이야 에드워드 기번의 원문을 읽었을 테지만 로마사에 고만고만한 일반인들의 경우에는 건국 초기의 세세한 전황이 제대로 와 닿을지 의문이다. 전문가에게는 너무 쉽고, 일반인에겐 너무 방대한 서술방식이 아닐까.

 하지만 책장이 조금씩 넘어갈수록 역사서가 갖는 묘한 매력이 드러나는 것 같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진보와 퇴보의 방향을 결정짓는 키워드들을 하나둘 씩 발견하게 된다.
 권력, 명예, 돈, 여자(남자) 할 것 없이 지나친 욕심은 언제나 화를 불렀고 자신의 생명마저도 위협했다. 무소불위의 자만은 상대방을 자극해 전쟁과 반란을 일으켰고 자신을 죽음으로 이르게 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쾌락은 인간의 열정을 피폐하게 했으며 국민을 지치게 만들었다. 어제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어 자신을 공격했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현실의 기틀위에 번영을 누리던 때가 있었는가 하면 혁명을 통해 기존을 틀을 깨부수며 급변했던 시기도 있었다.
 과거를 통해 오늘을 되돌아보는 이런 점이 역사를 회고하게 만드는 이유이지 싶다.

 물론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역사는 반복을 멈추지 않았고 인간의 욕망도 줄어들지 않았다. 우리의 역사는 인간욕심의 역사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그 명맥을 같이 했다. 전쟁과 폭동, 기아와 질병, 살인과 방화, 우리의 욕심으로 만들어가는 세상은 여전히 위태로우며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역사라는 이름에 깔려 허덕이고 있다.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자신과 사회를 되돌아보며 머릿속에 들어앉은 욕심의 부피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나간 역사가 말해주듯 모든 시작은 인간 스스로의 욕망에 의해 시작되었으므로.
 파란만장했던 로마의 역사 앞에 아슬아슬했던 우리 현대사가 자꾸만 오버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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