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 손쉽게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행동설계의 힘
칩 히스 & 댄 히스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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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필로그

 방향을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하고, 환경을 바꿔라.
 서론부에 해당하는 에필로그만 읽어보더라도 <스위치>의 요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설명하고 뒷받침하는 부분은 다른 처세서와는 많이 달라보였다. 회사나 병원, 학교 등 각 계층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소통의 문제를 실제 사례를 통해 분석, 해결했다. 그래서 상당히 현실성 있게 다가왔다. 당장이라도 뭔가 실천해보고 싶은 마음이었고 그러면 금세 눈에 띄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이 이렇게 나를 끌어 당겼을까.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중심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구체적’이라는 덕목으로 요약되는 것 같다. 즉, 누구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상황들을 구체화해서 변화(Switch) 시키라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데 있어 지나치게 모호한 상태로 일관해 왔던 것 같다. 건강을 위해 살을 빼라고 강요만 했지 체중감량을 위한 구체적인 기술은 늘 빠져있었다. 오늘 먹는 밥그릇의 크기를 줄인다거나 냉장고에 있는 간식거리를 치운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은 생략한 체 그저 살을 빼야 된다는 커다란 명제에만 매달려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공자 왈 맹자 왈 하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지침서와는 달리 우리의 행동과 삶을 변화시킬 '구체적'인 방법들을 지적해 줄 것만 같았다. 큰 기대 속에 본론을 펼친다.


 # 기수에게 방향을 제시하라

 긍정적 결과를 이끈 요인(밝은 점)들을 찾아 동기를 유발하라, 지극히 당연한 듯이 보이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해 왔었다. 안 될거야, 어려울 거야 하는 부정적인 마음이 앞섰고 문제제기 단계의 토론에 대부분의 전력을 쏟아버려 실행단계의 세부적인 일에는 그만 추진력을 읽고(결정마비) 말았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당연한 명제를 잊어버린 체 아흔아홉 개의 미흡한 점을 문제 삼아 한가지의 장점을 놓쳐버렸다.


 # 코끼리에게 동기를 부여하라

 시각적, 체험적 동기유발, 이보다 더 강력한 것이 있을까. 잘 해보자, 열심히 노력하자와 같은 뜬구름 잡는 소리는 집어치워라! 여기서는 목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동기를 구체화해서 보여주라고 한다.
 이에 대한 실천적 방안으로 '작은 목표'를 제안했다. 거창한 목표보다는 이를 세분화 한 당면과제를 제시해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 시켜 나가자는 것. 이것이 목적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업무에 대한 자신감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 지도를 구체화 하라

 '지도'라는 말 때문에 조금은 헛갈렸다. 여기서 말하는 지도는 가르친다는 의미도 아니고 전체 밑그림에 대항하는 로드맵(청사진, 계획)과도 아니다. 길을 찾아가는 주변의 진형지물, 즉 외부적인 환경을 의미했다. 다시 정리하면 외부적인 환경을 목적에 맞도록 변화시키라는 것으로 자신이나 해당 인물에게서 문제점을 찾기보다는 외부적인 상황이나 환경에서 찾아 변화를 줘야한다고 했다. 


 저자는 수많은 예화를 통해 구체적인 스위칭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어떻게 목표로 향해 가는지, 어떻게 난관을 극복해 가는지 보여줬다. 모든 상황이 약간의 차이는 있을 뿐 내가 겪었던, 앞으로 격을 일들을 생각나게 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친구 간에 있었던,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으로 남아있거나 용두사미로 끝나버렸던 여러 일들이 <스위치>의 예화 속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이미 적용해왔던 것들도 많았다. 고등학교 때 진도표를 형광펜으로 채워가며 시험을 준비했던 일, 군대에서 책 읽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독서목록을 작성했던 일, 건강을 위해 달린 거리나 몸무게의 변화를 기록해 왔던 일들은 오래전부터 해왔던 나만의 ‘스위치’였는데 그 중요성과 의미를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천의 문제가 아닐까. 게을러지고 타성에 빠지지 않도록 꾸준히 스위치 해야겠다. 지금 느끼는 공감이 책을 덮는 순간 많이 희석되어 사라져버리지 않도록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래서 마음속에 준비하고 있던 일들을 하나하나 실행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체크리스트로 활용해봐야겠다.
 2011년이 시작된 지 보름 정도가 지났다. 올해의 목표를, 아니 이것을 달성하기 위한 이번 달의 목표, 오늘의 할일부터 곰곰이 따져봐야겠다. 내가 잘하는 것부터 하나씩 발전시켜야겠다.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명확하게 실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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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간의 국어여행 - 2009년 최신 개정판
남영신 지음 / 성안당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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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녀들이 나와 수다를 떠는 '미수다'는 한국말에 능숙한 외국인을 초대해 우리나라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출연한 외국인들의 대부분은 몇 년간 한국 생활을 한 유학생, 직장인으로 조금 어색하기는 했지만 상당히 정확한 우리말을 사용한다.
 이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에도 그들의 한국어 실력에 놀랐지만 <4주간의 국어여행>을 읽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그들을 더욱 새롭게 보게 되었다. 어떻게 공부했기에 이렇게나 복잡한 한국어를 자신의 모국어처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언어는 습관이라지만 이를 익히기 위한 기초 문법은 어떻게 이해했을까. 30년 이상 써왔던 나도 헛갈리는 언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였을까. 스튜디오를 가득 메운 각국의 미녀들은 모국어에 대해 여전히 문외한인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했다.

 <4주간의 국어여행>은 국어에 대한 기초입문서라기보다는 광범위한 국문법의 역할과 활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사전에 가까웠다. 그래서 전체적인 통독을 통해 국문법의 전반적인 흐름을 익혀둔 뒤 필요할 때 찾아가며 살펴보는 용도로 적합하지 싶다. 영어공부를 하면서 영어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왕창 다 외우려고 달려드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국어 역시 이런 새새한 문법적 규칙을 몽땅 외우려 드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나 같은 초보자가 읽기에는 너무 방대하고 복잡했다. '4주 완성'이 아니라 4년 완성이라고 해도 버겁지 싶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말에 내제된 수많은 규칙은 국어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국어공부에 대한 의욕을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강력한 식욕억제제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일까 초반의 의욕과는 다르게 후반으로 갈수록 건성으로 읽게 되었다. 이런 규칙도 있구나하고 인지하는 수준에서 넘어갔다. 아직 나의 국어 수준이 여기서 설명한 문법적 규칙을 이해하고 적용할 만큼의 수준에는 닿지 않았다는 것을 통감하면서 말이다. 국어를 좀 더 알고 싶다는 처음의 호기는 그 광활함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렇다고 나의 사정만 놓고 국어 문법의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의 글이라도 문법에 맞지 않아 읽는 이의 오해를 일으킨다면 그건 제대로 된 글이라 보기 어려울 것이다. 국어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법 덕분에 수많은 미문이 탄생되고 보존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너무 일상적으로 접하는 국어인지라 그 의미와 깊이를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책을 통해서나마 국어의 깊이를 뼈저리게(?) 느껴볼 수 있었다. 만만치 않은 내용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문법을 통해 국어를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확하게 쓰고 말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지 싶다. 좀 더 많은 공부가 있은 뒤에 다시 정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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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기 인문 A조 마지막 도서 : 심리학, 배신의 상처를 위로하다
심리학, 배신의 상처를 위로하다
이브 A. 우드 지음, 안진희 옮김, 김한규 감수 / 이마고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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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신에 대한 보고서이자 치유를 위한 영양제 같다고나 할까. 배신에 대한 심리적이고 논리적인 분석을 통해 그 과정과 파장을 살펴본다. 그렇다고 심리학에 관한 심각한 이론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종종 목격하게 되는 사건이나 저자의 상담내용을 통해 배신의 전 과정을 조망한다.
 특히 부부 사이의 배신, 가령 남편의 불륜으로 인해 배신당한 여성에게 초점을 맞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직은 남성중심의 사회이기에 여성은 중간자나 피해자의 입장으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설사 가해자의 입장에 있었다고 한들 남성중심의 '우월주의'는 이를 용납하지 못했다. 아무튼 여성의 입장에서 배신을 그리다보니 여성의 삶에서 가장 큰 파장으로 다가올 수 있는 불륜에 의한 남자의 배신이 화두로 떠오른 것 같다.
 불륜, 십년 전만 하더라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단어가 이제는 너무 흔한 가십거리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보니 수많은 불륜과 배신 사례에도 불구하고 조잡한 재현드라마를 보는 정도의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나와 내 가족만 깨끗하다면 평생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문제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내 주변에서도 이런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부인과의 불화를 토로하는 친구들이 늘어났고 이혼을 고려한다는 말까지 들려왔다. 물론 그들 인생 모두가 극단적인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아니지만 그 빈도는 시간이 갈수록 증가했다. 급기야 부인 몰래 만나고 있다는 '여친'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말하는 모습까지 보게 되었다. 집과 직장만 오가는 나를 소심남이라 비웃으며 말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똑같았다. "가정에서 즐거움을 찾는 시대는 지나갔다", "자신의 말을 귀담아 들어줄 친구가 필요했다". "인생의 황금기를 집구석에만 틀어박혀 지낼 것인가", "우린 친구로 사랑했어, 육체적인 관계로만 보지 말아줘", "남자는 원래 여러 여자를 만나야 돼"라고 자신의 바람을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자신의 부인에 대해서도 이렇게 관대할지 의문이다. 한마디로 '자신이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바람'이라는 것이다. 남자의 이중성은 자신을 합리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상대방, 특히 배우자인 여성에게 씻을 수 없는 큰 고통을 남기는데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여성들이여! 남자들은 원래 이런 동물이다.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지저분(?)하고 멀리하기에는 조금 아까운, 그런 존재들이다. 남자를 사랑하되 맹신하지는 말라. 그는 당신의 믿음을 대해 무한한 사랑으로 보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이는 사랑을 미끼로 당신을 이용할 수도 있다. 당신의 정신과 육체를 갈아먹는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 장애)일 수도 있으며. 다른 여성에게 꽃과 다이아몬드를 선물한 후 한적한 모텔에서 섹스를 즐길지도 모른다.
 당신의 남편에게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진다면 그 즉시 확인하라. 당신을 속이고 배신했다면 절대 용서하지 마라. 모든 잘못은 상대방에게 있지 자신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되돌릴 수 있다는 기대감은 버려라. 불편한 현실에서 도망치지 말고 냉철하게 직시하라. 자식과 이웃의 눈치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라! 결국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고 뒤틀어진 당신의 삶도 재위치를 찾을 것이다. 여성들이여, 배신을 두려워하지 말라!

 하지만 책이 중반으로 넘어갈수록 반복되는 내용에 이내 질려버렸다. 배신에 대해 '용서'를 강요하지 말라는 것과 자신을 믿고 시간과 함께 내버려 두라는 내용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그 사례와 방법이 조금씩 추가되고 변형될 뿐 전체적인 내용을 이미 다 알아버린 듯 했다. 소제목만으로도 그 내용이 확연해지니 좀처럼 읽을 맞이 나질 않았고 집중력도 떨어졌다. 이런 식의 처세서는 결국 '자신을 믿고 열심히 살라'는 결론으로 끝나게 마련이니 이미 결론을 다 알고 있는 꼴이 아니던가. 물론 새로운 사실들이나 구체적인 방안을 확인할 수도 있겠지만 배신이라는 비일상적인 소재가 갖는 제한점에 묻혀 버렸다. 뼈에 사무치는 배신을 당해보지 않는 나에겐 소귀에 들리는 경처럼 무감각하게 들렸다.
 또한 책의 구성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자면, 권두에 위치한 "옮긴이의 글"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힘들다. 저자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문 앞에 버젓이 등장하는 옮긴이의 글은 안방을 차지한 집들이 손님처럼 당황스러웠다. 책 말미에 들어가는 역자의 글도 책의 본 의미를 훼손할 수 있다고 기피하는 마당인데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자신을 글을 서두에 밀어 넣었는지 모르겠다.
 결국 서둘러 책장을 덮어버렸다. 배신에 관한 세세한 내용은 다음에, 배신이 나를 집어삼키려는 순간을 위해 남겨놓기로 했다. 최소한 지금의 나에게는 배신이라는 극단적인 환경이 어울리지 않으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배신이라는 상황에 직면하지 않도록 살아가야 지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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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커피북>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더 커피 북 - 커피 한 잔에 담긴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니나 루팅거.그레고리 디컴 지음, 이재경 옮김 / 사랑플러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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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박하게 돌아가는 월요일 아침, 잠깐의 틈을 이용해 일회용 커피를 탄다. 갈색 커피와 뒤섞인 설탕, 프리마가 뜨거운 물에 소용돌이치며 희석된다. 은빛 알루미늄 컵을 배경으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깊은 심호흡으로 커피 향을 들이마신다. 싸구려 커피 한잔이 주는 위안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월요일의 여유를 선사한다.
 커피, 너무 친숙해진 탓일까. 그 달콤 쌉싸래한 향에 비해 너무 천대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필터에 걸러 마시는 원두커피나 스타벅스로 대변되는 고급커피도 있었지만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소심남’에게는 너무 화려했다. 오히려 길커피, 자판기 커피와 같은 일회용 커피가 더 편하고 감미롭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것이 커피의 전부는 아니었다. 편리함을 위해 급조된 커피도 있지만 진한 향과 꾸준한 정성으로 준비된 커피도 세상에는 많았다. 이를 위해 수만리 이국땅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수년을 커피 농사에 매달렸다. 그렇게 수확된 열매는 껍질을 벗기고 씨(커피)를 발라내는 정제과정을 거친 후 수출 길에 올랐다. 대양을 건넌 커피는 고온으로 구워지는 로스팅 과정을 거치는데 굽는 정도에 따라 신맛과 달콤함, 쌉싸래함이 달라졌다. 그 후 여러 커피를 적당히 섞는 블렌딩 과정을 거치면서 깊고 부드러운 커피로 새롭게 태어났다. 물론 일회용 커피의 경우는 다시 가공처리를 거친 후에야 우리 앞에 놓여졌다.

 <커피북>에는 커피의 기나긴 여정과 함께 커피의 기원과 전파과정, 재배하고 수확 가공하는 과정, 커피를 둘러싼 국제적인 이해관계, 네슬레, 맥스웰하우스로 대변되는 대형 커피 업체와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벅스에 대해 설명한다. 또한 커피로 인한 환경문제나 사회적 인식변화도 살펴본다. 가히 커피에 대한 백과사전이라 불러도 좋을 내용들이 매끄러운 번역과 함께 실려 있다.
 하지만 달콤함 이면에 숨어 있는 모순과 문제점도 잊지 않았다. 커피 재배를 위해 노예처럼 동원되는 영세 농민들과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도 문제였고 대규모 재배를 위해 무작위로 뿌려지는 농약은 인간뿐만 아니라 환경과 기후에도 심각한 피해를 주었다. 또한 커피나무를 심은 지 2,3년이 지나야 제대로 된 커피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과 해를 건너뛰며 번성하는 커피 열매의 생물학적 특성은 국제 유가와 밀접하게 관련된 농약 가격과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기후조건과 맞물려 커피 값의 폭등과 폭락을 초래했다. 이는 곧 영세 농민, 노동자, 혹은 커피 재배 환경에 전가되는 악순환으로 남았다.
 한 잔의 커피에는 커피에 대한 수많은 사람들의 애정은 물론이고 저개발국 농민들의 배고픔과 다국적 기업의 이기심, 커피의 생산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투기 세력들까지 뒤섞여 있었다. 한마디로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역사가 혼합된 '인류의 문화사'였던 것이다.

 최근 급성장한 스타벅스 같은 스페셜티 커피 업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놀라운 선견지명으로 싸구려 커피시장에 도전장을 냈고 깊은 맛과 변함없는 품질로 세계시장을 섭렵해 나갔다는, 그래서 일반인에게 고급 커피의 진수를 보여 줬다는 스타벅스. 하지만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커피의 품질을 자신할 수 없게 되었고 지역적인 특색을 무시한 무리한 점포 확장으로 커피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또한 커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이나 노동력 착취와 같은 문제를 등한시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스타벅스 열풍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한 끼의 식사비용과 맞먹을 정도의 가격은 일반적인 대학생이나 주부, 직장인에게 부담스러웠지만 고급화 전략을 통한 마케팅과 근사하게 꾸며진 매장, 그리고 누구나가 갖고 있는 우월의식과 호기심은 이들 매장을 들끓게 만들었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원산지의 원두 가격이나 커피 한 잔에 포함되어 있는 로열티가 얼마니 하면서 지나치게 비싼 커피 값의 거품을 경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스타벅스 같은 브랜드 커피도 한 번쯤 먹어보고 싶어진다. 늘 먹는 일회용 커피 말고 세계적으로 유행되는 커피의 맛을 느껴보고 싶다.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그 화려한 종류만큼이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시키는 이유를 확인하고 싶어진다.

 커피에 포함된 카페인과 칼로리로 인해 섭취량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지만 그 향기로움 앞에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더군다나 이 책을 읽으면서부터는 무슨 의식이나 되는 듯 한잔 씩 타 마시곤 했다. 지그시 눈을 감은 체 커피 향을 음미하며 책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커피 연대기에 귀를 기울인다. 세계를 음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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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의 거짓말>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9시의 거짓말 - 워렌 버핏의 눈으로 한국 언론의 몰상식을 말하다
최경영 지음 / 시사IN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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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시의 거짓말>이라는 제목만 보면 언론의 진실성에 대한 내용 같다. 하지만 책의 상당부분은 언론에 의해 과장되고 왜곡되는 우리의 주식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워렌 버핏의 눈으로 한국 언론의 몰상식을 말하다'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투자의 귀제라 불리는 '워렌 버핏'의 이론과 행보를 통해 국가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언론을 이용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다. 언론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기업의 가치가 올바른 투자를 막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워렌 버핏의 가치투자를 예로 들며 언론이 생산해 내는 엉터리 정보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이 책은 저자 최경식 님도 언급했듯이 '워렌 버핏'을 통해 독자의 이목을 끄는 한편 언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 의도야 어떻든지 간에 유명인을 끌어들여 흥미를 유발하려는 모습은 그가 그토록 비난하고 성토한 기성 언론인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그들, 한국의 방송과 신문을 만들고 제작해 온 기성세대가 반성해야 할 부분도 많겠지만 한편으로는 한두 가지 표면적인 사실만을 가지고 전체를 싸잡아 매도되는 듯 보였다. 언론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고 있지 못한 입장에서 그 '역사'를 들추고 가려낼 수는 없지만 좀 더 논리적으로 선배의 잘잘못을 지적하고 분석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단순하게 5공화국 시절의 보도 형태만 놓고 "그것이 언론인이 할 짓이냐!"며 몰아세우기에는 그 시대가 갖고 있는 어려움을 지나치게 간과하는 것처럼 보였다.

 언론, 진실을 왜곡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전달하기도 했다. 또한 특정 권력에 의지하거나 돈벌이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의 호기심이 존재하는 한 언론의 위상은 여전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칼과 같은 양단의 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있지 싶다. 사용자의 손을 다치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감시와 검증이 필요할 때이지 싶다. 언론을 접하는 우리들 스스로가 '또 다른 언론'임을 인지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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