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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아빠 - 신화와 장벽
로스 D.파크 & 아민 A. 브롯 지음, 박형신.이진희 옮김 / 이학사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남성들은 더욱더 관여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에 도달하는 첫 번째 단계는 적극적인 아버지가 되기를 원하는 남성들이 직면하는 장벽을 더 많이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들을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남성이 더 많이 가정에 관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과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하나의 초대장이다." (p18)  
   

 남자들이 가정에 “더욱더 관여하기를 원한다.”는 명제로부터 책은 시작된다. 하지만 보편적인 남자들의 시각에서 볼 때 그다지 마음에 와 닿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 아빠들은 퇴근 후에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소파에 늘어져버렸고, 주말은 쉬어야 한다는 이유로 이불 속에 누워버렸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았지만 자신의 취미생활을 위해선 당당히 외출했다.
 나 역시도 가정에 충실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행동에는 변함이 없었다. 아이들과 놀아주려 하지만 속으로는 늘 ‘탈출’을 꿈꿨다. 퇴근 후 아이들의 손길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간 때인 6시에서 8시 사이, 직장에서 못한 업무를 처리한다는 명목으로 컴퓨터 앞에 앉거나 너무 피곤하다는 이유로 잠시 잠을 청했다. 물론 폭풍 같은 초저녁이 지나갔을 때(육아든 가사든 한결 수월해지기 마련이다) 스르륵 등장해 집안일을 돕는 척 유세를 떨었다. 물론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나 가정에 대한 의무감, 아이의 교육적 차원에서 적잖은 노력도 기울여 봤지만 마음 한구석은 언제나 밖으로 향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더욱더 가정에 충실하고 싶다는, 그런 남자들을 위해 책을 썼다는 말에 조금은 의아했다. 과연 그런 남자, 남편이 있을까?

 <나쁜 아빠>는 이런 의구심과는 무관하게 가정적인 아빠에 대한 강한 긍정을 담고 있다. 남자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며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 이유가 있다고 항변한다. 왜 많은 남자들이 ‘나쁜 아빠’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지 말이다.
 아버지로서 가정과 자녀에게 충실할 수 없게 만드는 생물학적 요인과 사회적 인식, 편견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다. 모든 아빠가 아내의 출산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며 사회에서 만연하는 사건, 사고가 남자(아빠)들의 소행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또한 시트콤에서처럼 별 볼일 없는 조롱만 당하는 그런 존재는 더욱 아니라는 것을 다양한 연구 자료를 통해 설명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나쁜 아빠를 재생산하는 과정도 살펴본다. 기존의 역할에 익숙한 부모로부터 남자의 역할을 본받게 되고, 학교와 선생님, 직장생활, 결혼을 거치면서 더욱 강하고 나쁜 아빠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점은 남는다. 나쁜 아빠에 대한 문제를 단지 생물학적인, 혹은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그럴싸한 이론과 학설을 늘어놓는다 하더라도 세상 아빠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가정에 대한 ‘관심부족’이다. 나쁜 아빠의 원인이 아무리 그럴듯하다 하더라도 무관심한 아빠에게 당장 면죄부가 주어질 수는 없다. 물론 책에서는 이 무관심의 원인을 사회과학적으로 찾으려 노력했지만 언제나 결론은 개인에게 귀결되는 것 같다.
 시간이 없다는 것이나 돈이 없다는 것도 다 핑계일 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텔레비전, 컴퓨터, 헬스장에서 보내는 시간의 일부만 조절해도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보낼 수 있다. 자신의 관심부족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주지만 나쁜 남자가 되어버린 현실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 어쩌면 아버지 스스로의 자각에 의해서만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도 다음과 같이 잘 정리해놓았다. 자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라, 아이들과는 공감대 형성을 통해 늘 가깝게 지내라, 아내와 가족을 존중하며 함께 노력해라고 당부한다. (독자가 좋은 아빠라는 전재가 있지만) 더 열심히 매진하되 나쁜 아빠를 조장하는 사회에 전혀 간섭받지 말 것을 주문한다.

 사실 나쁜 아빠가 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나 과정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바로 지금이 문제인 것 같다. 사회학적인 거창한 이론은 접어놓고서라도 싱크대 위에 쌓인 빈 그릇부터 설거지해 보자. 텔레비전에 몰두하고 있는 아이에게 책 한권을 읽어주는 것은 어떨까.
 가사와 육아가 아내의 손에서 잘 처리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 좀 더 능동적으로 참여해야겠다.
 경우야, 경준아, 경훈아, 아빠랑 책 읽자~ ^^


 ( www.freeis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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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은 쓸모없고 게으른 아버지, 돼지입니까.
    from 프요일, 연필 한다스의 책담기 2010-06-03 22:27 
    앤서니 브라운의 표지다. 피곳씨와 두 아들은 피곳부인의 집안일을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 게다가 피곳부인은 일하는 엄마. 학교와 회사에서 돌아온 부자는 "어이, 아줌마, 빨리 밥줘." 라고 저녁마다 외친다. 피곳 부인이 집안일을 하는 동안 이들 부자는 티비 앞에 앉아 발가락 하나 꼼짝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너희들은 돼지야.' 라고 쓰인 쪽지만 남기고 피곳부인은 사라져 버린다. 피곳부인의 경멸에 찬 예언이 피곳씨와 두 아들을 돼지로..
 
 
책맘 2010-06-03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 이걸 보고 덮었던 책을 다시 보기 시작해서, 아빠 육아서들을 헤치우다시피 읽어내렸습니다. 개인의 문제로 귀결되는 상황은 언제나 당연해서 의심스럽더군요.ㅠㅠ

프리즘 2010-06-06 17:46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속에 들어 있는 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더 조심하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근데 늘 실천력이 문제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