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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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지금 읽어도 꽤나 흥미진진하고 뒷이야기가 궁금해지지만 아마도 이런 류의 책은 청소년 시절 읽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십이국기]는 1994년 즈음. 일본 대하 판타지 시리즈로 나와 대히트를 친 것인데,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온 책의 정보로는 2002년으로 되어 있다.

내가 대하 판타지를 처음 접한 것은 중고등학교 때쯤(94년 이전이다), 우리 나라 만화가 강경옥의 [별빛 속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평범한 여고생이 갑자기 우주로 날아가 그 곳 세계에 적응하다 왕족의 핏줄임이 밝혀지면서 우주의 평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줄거리였다. 긴 머리의 멋진 남자들이 각자 강한 개성을 내뿜으로 때론 부드럽게 때론 시크하게 주인공을 보좌하는 또다른 판타지의 세계를 열어 보여주자 그 만화에 푹 빠졌던 것이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지구가 아닌 다른 세계에 들어가게 될 전조가 이상한 세계를 보여주는 꿈이라는 사실과 주인공의 머리가 붉은 색이라는 설정이 비슷한 것 같다. [십이국기]가 먼저인지 [별빛 속에]가 먼저인지, 아니면 이 둘보다 더 일찍 이런 류의 판타지가 유행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여하간 내 독서역사의 최초 대하 판타지는 강경옥의 [별빛 속에] 였고, 지금 2014년에 다시 새로운 옷을 입고 재출간되는 십이국기가 [별빛 속에] 분위기를 확 풍기면서 그 때 그 시절 한 소녀를 잠 못 들게 했던 유형의 이야기를 펼쳐보인다는 사실에 그저 들뜰 뿐이라는 사실을 적어 놓는다.

 

붉은 머리칼을 가진 여고생 교코는 한동안 꿈 속에서 이형의 짐승을 자주 보게 되는 악몽에 시달린다.  부모와도 잘 맞지 않고 학교 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어느날 다짜고짜 자신을 데리고 가겠다는 젊은 남자-태보라 불리는-가 등장해 요코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애니메이션으로 나온 [십이국기]를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누야샤]에 나오는 것들과 비슷한 분위기의 마물일 듯 싶은 존재들이 교코 무리를 공격하자 남자는 교코에게 검을 쥐여 준다. 추격자들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검을 쓸 줄 모르는 교코의 몸에는 "조유"라는 존재가 스며들어와 그녀의 손발을 멋대로 휘두른다.

 

캄캄한 바다에 달이 하얀 그림자를 비추었다. 파도 위에 머문 달그림자가 더빠르게 가까워졌다. 그 기세에 눌린 것처럼 바다 위에 거품이 인다.-49

 

아마도 이 장면에서 십이국기의 프리퀄에 해당되는 이 시리즈의 제목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추격대로부터 피하다 바다에 뛰어든 교코는 알 수 없는 통로를 지나 낯선 해안가에 다다른다. 교코가 지닌 것은 몸속에 빙의된 조유라는 존재와 강력한 힘을 지닌 검, 그리고 검집 뿐.

교코는 낯선 세계에 뚝 떨어진 이후 갖가지 고난을 겪게 된다. 이 세계에서 자신은 "해객"이라 불리며 결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일 뿐이다. 해객이 이 세계에 도달한다는 것은 허해라는 바다에서 "식"이 일어날 때 뿐이고, "식"이 일어나면 이 세계의 사람들에게 피해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교코가 가지고 있는 검은 가끔 예전 세계를 비추는 환영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해 주지는 않는다.

더구나 교코가 여러 사건을 겪을 때마다 푸른 원숭이의 환영이 나타나 갈림길에서 헤매는 교코를 마구 헤집어 놓기만 하는데...

원숭이는 요코의 절망을 먹으러 오는 요괴. 요코의 마음에  숨은 불안을 폭로해서 요코를 좌절시키기 위해 나타난다.

몇 번에 걸쳐 이루어지는 요코와 푸른 원숭이의 대화를 통한 대결은 선과 악의 대결이기도 하고 인간이 살면서 겪게 되는 커다란 갈등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사람에 따라서는 철학적 사유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뜻밖에도 진지한 질문들이 던져진다.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게 된 요코는 이 곳이 자기가 건너 온 세계인 "왜"와는 다른 세계임을 직시하게 된다. 여행길에 만난 반수 라쿠슌으로부터 알게 된 바에 의하면 이 세계는 연꽃 모양으로 펼쳐진 경, 주, 범, 류, 안, 공, 재, 교, 대, 순, 방, 연의 십이국으로 이루어져 있다.

교코는 왜 이 십이국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나?

라쿠슌의 도움으로 연왕을 만나게 된 교코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실은 영수인 기린으로부터 경국의 다음 왕으로 추대되었다는 사실을.

 

"나는 기린에게 선택받았어도 그런 인간밖에 되지 않았어. 훔치려 했고, 협박하려 했고, 실제로 살기 위해 사람을 위협했지. 사람을 의심하고, 목숨이 아까워 라쿠슌을 버리고, 죽이려고 했어."

-403

 

왕의 자질이 없다며 고민하는 교코가 결국 왕위를 받아들이면서 십이국기의 대하드라마는 막을 올린다.

이제 서막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무지 기대된다.

소싯적에 이 시리즈를 접했다면 시리즈 전권을 쌓아두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하룻밤 내지는 2박 3일에 걸쳐  읽어내었을 듯하다.

지금은 기력이 딸려...한 권은 호로록 읽어내었지만 시리즈의 전 권을 2박 3일에 마스터하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는 점이 못내 아쉽고 한스럽다.

과거 이 시리즈를 한 번이라도 접했던 이들은 새롭게 재탄생한 이 시리즈의 등장이 무척 반가울 것 같다.

두근두근. 그렇지만 괜시리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한다.

강경옥의 [별빛 속에]를 다시 읽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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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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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장서술 [장서의 괴로움]

 

멋진 서재를 가지고 있다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다.

학생 시절엔 돈이 없어서, 돈을 벌 때엔 시간이 없어서 책을 사모으지 못했다.

결혼하고선 아이들 책만 눈에 들어와서 내 책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전공 관련 책이나 문학 몇 권이 삐죽이 서 있던 책장에 아이들 책이 쌓이면서 음..책이 꽤 많아졌군.

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 날 때마다 내가 빼내서 읽고 싶은 책이 몇 권 없는 것이 불만이었다.

우선 책장을 마련하고 볼 일이지. 책장만 있다면 다달이 얼마간을 모아 책 사는 데 쓰리라. 했었다.

 

새 집으로 이사오고 나서 인테리어를 할때 남편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

거실에 TV대신 책장을 들이자고.

일 끝나고 돌아오면 TV앞에 철떡 들러붙어 앉아서 채널 돌리는 게 낙이던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교육상, 부모의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로 시작하는 타령을 몇 번 늘어놓자, 쉽게 수그러들어 주었다.

막상 거실에 책장을 들이고 보니 빈 칸이 많았다.

차곡차곡 평소에 관심 두던 분야의 책을 쌓아가면서 채우는 재미로 살았다.

 

그러다 2013년 시작한 블로그질 덕에 무분별하게 책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 책이라는 것이 무슨 욕심을 그렇게 먹고 사는지, 갖다 놓아도 갖다 놓아도 더 갖고 싶은 마음이 뭉게뭉게 생겨났다. 장르 불문 서평단 신청해서 일단 읽고 보자, 식의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1년을 넘어 2년째에 접어들자 책장의 책이 겹겹이 쌓이고 2단으로 겹쳐지기 시작했다. 아직은 거실 한 쪽 벽면만을 채우는 책장이라 장서 수가 그리 많지 않지만 쌓이는 책은 볼 때마다 답답증을 불러왔다.

책장으로 4면의 벽을 채우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그렇지만 소파에 앉아 맞은 편 벽을 가득 채운 책장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기에 내가 두 번 이상 읽은 책이 몇 권이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오랫동안 보고 있으니 내가 지니고 있어면 다시 세상 빛을 보지 못할 책들, 쑥쑥 골라내고 싶은 책들이 꽤 보인다.

책은 왜 모으는 걸까?
한 번 읽고 나면 꽂아두고 전시하려고? 그건 아닌데...

아마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가지는 소장욕구가 잠시 폭발한 탓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장서의 괴로움]에서는 적어도  2만권 내지 3만권 정도의 책을 가져야 "장서가"라 불릴 만하다고 한다.  책 모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소유"를 즐기는 사람도 있으니 "장서"란 글을 쓰는 사람이건 아니건 간에 자신의 취미가 드러나는 행위에 불과한 것인가.

 

아직은 진짜 "장서의 괴로움"을 토로할 정도로 책을 많이 모으지는 못했지만 이 책을 읽고, 적어도"장서가"의 대열에 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올바른 독서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적당한 장서의 양에 대해 의견을 피력한 누군가의 글을 읽고 내가 미처 머릿속으로 정리하지 못하고 맴돌기만 하던 것이 바로 이거였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요시다 씨는 "책장에 책이 5백 권쯤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책 5백 권이란 칠칠치 못하다거나 공부가 부족하다는 것과는 다르다. 어지간한 금욕과 단념이 없으면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를 실행하려면 보통 정신력으로는 안 된다. 세상 사람들은 하루에 세 권쯤 읽으면 독서가라고 말하는 듯하나, 실은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가진 사람이야말로 올바른 독서가다. -150

 

사람마다 관심사가 다르니 추리든, 유행타는 문학이든, 비평이든 자신이 즐겨 읽는 책을 모으는 것이 마땅하겠다. 요는, 모으는 책이 2만, 3만권을 넘어서는 것이 좋은가 적정하게 5백 권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가이겠다. 나는 5백 권에서 유지하는 길을 택하기로 했다.

배우자나 가족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고 입력되는 데 한계가 있는 내 머리의 용량으로도 딱 그 정도가 책 찾기에 수월할 것 같다는 판단에서이기도 하다.

 

책은 무겁다. 책장 한 칸의 책들만 한아름에 안아도 발등에 떨어질 것을 걱정해야 하는 정도다. 책등에 발이 찍혀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장서의 양이 많아서 집이 무너진 사람들의 경우가 꽤 많이 나온다. 어휴, 얼마나 책이 좋으면...하긴, [별. 그.대]라는 드라마에서 나왔던, 도민준씨의 서재. 계단 옆으로 2층 높이까지의 벽들이 책으로 가득한 서재의 모습을 보면 그다지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멋지다~"라는 감탄사는 한 번 흘릴 만하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지진이 자주 나기 때문에 지진으로 폭삭 내려앉은 서재의 모습도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데 그 광경을 상상만 해도 어마어마한 책의 폭격이 사실적으로 다가오면서 그런 재앙을 겪지 않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서는 헌책방에 책을 파는 일이 일반적인 모양이다. 꽤 대단한 장서가의 경우 헌책방 주인을 직접 집으로 불러 책을 정리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비블리오 고서당 사건수첩]이라는 책에서 고서점 주인이자 책 탐정으로 맹 활약하는 주인공을 알았으니 망정이지, 이 책에서 처음으로 낯선 고서의 세계를 접했더라면 우리와 다른 문화에 한참을 어리둥절했을 것 같다.

 

책에 대한 책 이야기.

"책에 대한 책"을 좋아하기는 이 책의 저자도, 나도 마찬가지다.

나 말고도 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장서가, 고서, 거기에 미래의 새로운 문화의 바람이라고 할 수 있는 e-book의 전신인 '자취'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책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내 서재를 다시 한 번 바라보고, 내 독서 태도를 점검해 보고, 내 장서 상태를 진단하며 앞으로의 독서생활을 어떻게 영위할 것인지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집이 무너질 걱정이 들지 않는 5백 권의 장서를 유지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이 책을 읽고 나서 얻게 된 유익한 충고였던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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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하와이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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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는 바다가 있고, 파도 소리가 있다. 훌라가 있다. [꿈꾸는 하와이]

 

훌라춤이라 하면 크고 화려한 꽃을 머리와 가슴에 달고 커다랗게 나풀거리는 치마를 흔들며 손을 꼬아 하늘 위로 사뿐히 말아 올리는 동작을 하는 댄서가 떠오른다.

건강미 넘치는 구릿빛 피부에 커다란 검은 눈망울을 한 하와이 원주민 여성이 하와이안 음악에 맞춰 살랑살랑 몸을 흔들면 절로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음악에 취해 훌라 아가씨의 상큼함에 취해 허리를 살짝 움직여 보고 손을 위로 빙글 올려 보지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움찔움찔, 꿈틀꿈틀 일 뿐이다.

아아, 절망.

 

하와이가 훌라춤에 어울린다면, 우리 나라 안에서 훌라 춤 추기에 가장 적합한 곳은 제주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다 그렇게 생각이 가 닿은 것이 아니라, 우연히 어떤 노 여배우가 제주 바다에 맨발을 담그고 훌라 춤을 추는 장면을 봤던 장면이 책을 읽으면서 오버랩 되기에 하는 말이다.

훌라를 6년이나 배운 요시모토 바나나가 하와이의 바람을 이제는 몸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한 말이 그 기억을 불러왔다.

 

노 여배우는 시골 아낙들이 입는 일바지를 헐렁하게 입고 가벼운 웃옷을 걸치고 머플러를 살짝 두른 상태였다. 발에는 검정 고무신을 신고 있었더랬다. 제주도 바닷가의 울퉁불퉁하면서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을 고무신 차림으로 능숙하게 디디고 내려온 뒤 고무신을 벗어던지고 그 맑은 바닷물에 맨발을 쏘옥 담갔다. 제주의 바람이 그 아니 세찬가!

두르고 있던 머플러를 머리 위로 두르니, 여신 같은 우아함이 배어나왔다. 가녀린 몸에 자칫 잘못하면 초라한 행색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녀는 왠지 작은 체구에서도 당당한 아름다움 같은 것이 흘러넘쳤다. 점점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휘청거릴까 불안했는데, 맨발로 우뚝 서서 맑은 눈으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그러더니 훌라춤을 보여주겠다며 나선다. 제주 바다에서 하와이의 훌라춤이라니. 너무 요란한 것 아닌가?

음악도 멋진 코스튬도 없이 수수한 차림 그대로 서더니 바람 소리에 몸을 맡기고 손을 뻗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유롭게 뻗어올린 손이 리듬을 만들어내고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눈빛에서 뿜어나오는 카리스마가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 가두었다.

하늘과 만나는 무녀의 기원을 담은 듯, 제주의 바람과 물과 대화하는 듯한 그녀의 몸짓을 보자 왠지 모르게 몰입하게 되었다.

내가 알던 화려한 훌라의 번잡스러움을 빼고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훌라의 정수만을 보여주는 그녀의 훌라춤은 하와이를 제주에 그대로 옮겨온 듯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아. 손짓 하나라도  저렇게 자연과 감응하는 것이 바로 훌라구나!

그 때 깨달았다.

 

바다로 향하는 길 양옆에 알록달록 생명의 찬란함을 뿜어대는 부겐빌레아가 있는 곳이라는 소개는 하와이의 모습 중 일부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부드럽고 천국 같은 바람이 불고 그 바람을 수화와 같은 훌라로 표현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하와이다. 할아버지 서퍼들이 아침 6시면 보드를 들고 나가 두런두런 얘기하면서 파도를 기다리고 저녁 때가 되면 모두의 얼굴이 살짝 로맨틱해진다는 와이키키 해변도 품고 있는 곳.

언뜻 관광지로서의 하와이만을 생각하고 상상하며 어떤 구경거리가 있을까에 집중해서 책을 읽어나가고 있었는데 바나나는 뜻밖의 면모를 발견해서 얘기해주었다.

하와이의 유명하다는 곳 하나우마베이에도 가보고 스테이크도 먹고 비숍 뮤지엄에도 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그저 친구네 집까지 걸어갔던 일이었다고.

 

열심히 지도를 보면서, 조금은 불안했던, 뜨끈한 바람 부는 밤길. 나무들은 사락사락 흔들리고 풀 향기가 났다.

갑자기 예쁜 건물들이 줄줄이 나타났고, 그 창문에는 거기 사는 사람들의 평화로운 저녁 한때의 분위기가 비쳐 있었다. 으악이 흐르고, 요리하는 소리도 나고, 얘기 소리도 들리고. 여기는 호텔에 묵는 곳이 아니고, 해수욕을 하는 곳도 아닌, 사람들이 사는 섬이구나, 처음 그렇게 생각했다. -122

 

우리는 여행을 떠나서 새로운 것을 보고 즐거워하지만 결국 그 여행지라는 곳도 똑같이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깨달음.

누군가에게는 생활의 터전이 누군가에게는 심신의 활력을 되찾아주는 충전소의 역할을 할 수도 있고, 뜬금없는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보지 않고서는 쉽사리 할 수 없는 발상의 전환이 아닐까.

 

바나나는 하와이라는 섬을 어떻게 느꼈을까.

 

정작 나는 아무 애도 쓰지 않았는데, 너그럽게 품어주는 듯한 느낌. 하와이는 그런 섬이었다.

처음부터 친근하게 뭐든 다 보여 줄게, 하고 말하는 것처럼. -123

 

관광지로서의 하와이가 아닌 색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하와이 여행 에세이다.

바나나의 연륜이 묻어나는 신선한 글쓰기가 하와이를 더욱 이채롭게 빛냈는지도 모르겠다.

건강한 느낌의 훌라 댄서가 아닌 가녀린 몸의 우아한 노 여배우의 훌라 춤이 자꾸 생각나는 밤이다.

푸른 제주의 밤바다에 맨발로 우뚝 서서 그날의 바람을 느낀대로 표현하는 카마카니 손동작에 맞추어 이리저리 유연하게 몸을 움직이고 있을 것만 같다.

 

하와이에는 바다가 있고, 파도 소리가 있다. 훌라가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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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 밀리언셀러 클럽 104
모치즈키 료코 지음, 김우진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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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사람이라면 이런 것을 원할까?[신의 손]

 

1. 그림을 잘 그리는 손  2.  요리를 잘하는 손 3.  조물락조물락 무엇을 잘 만드는 손 4. 곧게 뻗은, 가늘고 예쁜 손  5.글을  잘 쓰는 손.

 

이 중의 하나만 나에게 허락된다면 지금의 나는 망설임 없이 글을 잘 쓰는 손을 택할 것이다.

그 손만이 나에게 있어 "신의 손"이라 일컬어질 것이다.

 

그런데...

이 책 [신의 손]에서는 4번과 5번을 겸비한 "신의 손"을 가진 인물이 나온다.

기스기 교쿄.

스스로 창작한 작품 [녹색 원숭이]에 나오는 녹색 원숭이처럼 도저히 이 세상에 있을 것 같지 않은 그녀는 필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악마적이라 할 정도로 강렬한 의지의 눈빛을 뿜어냈고, 그녀를 본 남자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단번에 매료되고 만다. 7년의 세월을 소설에 바쳤고 막대한 양의 저작을 남겼지만 어느날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그녀가 남긴 원고뭉치는 1만 5000매 정도. 원고를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 원고에서 박력이 느껴졌다고 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어느 문학상 시상식장에서 [꽃의 사람]이라는 작품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는 작가가 나타난다. 사람들은 그 작가의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을 작품이라며 표절, 혹은 도작이라고 수군거렸지만 출판계의 생리상, 누구 하나 앞장 서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터뜨리려 하지 않았다.

 

한편 한 저널리스트는 고베 연쇄유아유괴 사건을 좀더 확실히 파헤쳐 보겠다며 3년이나 지나 지금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일에 열성을 보인다. 모두 네 건의 유괴 사건인데 피의자는 앞의 세 건을 인정했고 아이들도 다들 돌아왔으나, 아직 돌아오지 않은 네 번째 아이의 경우 피의자가 부인하고 있다고 했다. 유일한 목격자 증언으로는 작은 아이 앞에 상냥이 몸을 굽히던 여성 한 명이 있었다고 했다. 손가락이 무척 아름다운 여성이었다고 한다.

 

[꽃의 사람] 도작 사건과 유아 연쇄 사건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내내 궁금해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간간이 기스기 교코가 써 냈던 작품 구절이 인용되고 있는데 특히 [녹색 원숭이], [자살하는 여자]라는 작품이 언뜻 언뜻 비춰지면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준다.

 

[신의 손] 초반부의 전개는 대단히 신선하면서도 사람을 혹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악마적이면서도 천재적인 필력을 가진 기스기 교코라는 존재를 슬몃 띄워놓고 그녀의 흔적을 따라가는 방식이다. 조금씩 밝혀지는 그녀의 정체는 알면 알수록 소름끼친다. 가늘고 여린 손가락에 현혹되었던 것일까. 나는 천재적 작가의 탄생을 알리는 박력 넘치는 원고 투고 장면에서부터 푹 빠져버려 어느새 그녀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가 훌륭한 편집자를 만나 자신의 작품을 무사히 세상에 내보내기를, 그리하여 그에 합당한 세상의 평가를 얻게 되기를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녀의 인생은 어디서부터 방향을 틀기 시작한 것일까.

 

기스기 교코를 알고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은 그녀의 묘한 매력에 푹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구멍을 파놓고 개미를 유인하는 개미귀신처럼 자신의 세계를 완벽하게 창조한 다음 사람들을 자기 세계에 끌어들이는 여자. 상대가 의식하지 못한 부분을 간파해서 매력적인 말로 파고들면 그녀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자신만만하게 가공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신의 손"을 가진 여자. 그녀의 말은 마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듣는 사람들은 진리로 여겼지만 그녀에게 있어서는 놀이에 지나지 않았다. 바로 그 사실이 섬뜩한 것이다. 다리를 절고 신경증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정신 상태는 정상이었고 결코 연약하지도 않았다.

 

결국 사건의 진실을 단번에 꿰뚫어 본 사람은 기스기 교코를 직접 만나 본 적이 없는 저널리스트 뿐이었다.

그녀에 대한 감정의 동요 없이 한발짝 떨어져서 사건을 관망할 수 있는 사람이 적격이었던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말이죠, 몸속에 괴물을 한 마리 키우는 것과 같아요. 그건 숙주를 먹이로 삼아 성장하고, 일단 성장을 시작하면 다 먹어 치울 때가진 만족할 줄 모르죠. (...)

자가들은 어째서 자살하는 걸까? 인간으로서 그 괴물을 품고있을 수 없게 된 때, 안식을 얻고 싶은 거에요. 난 지금 거기에 발을 디딘 것 가아요. 바닥 없는 늪이란 것을 알면서도 저항할 수가 없어요.-101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간 작가의 최후를 보게 된 느낌이랄까.

"신의 손"을 가지게 된 대가로는 이보다 완벽한 결말은 없을 듯하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다시 한 번 나에게 "신의 손"-글을 잘 쓰는 손을 갖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아니오."라고 단호하게 대답해야겠지만...여전히 흔들린다.

단 하루만~ 그 재능을 주십사, 하고 사정해 볼까...

인간의 모든 능력을 일깨우는 알약이 있다면, 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하는 영화가 있었다.

[리미트리스] 였던가. 잘 써지지 않는 원고로 고민하고 있던 그에게 주어진 알약. 결국 약을 먹고 글을 잘 써냈고 다른 능력 또한 풀가동하여 돈도 벌지만 약을 먹지 않으면 더이상 집중할 수 없다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된다.

신들린 듯 작품을 써내려간 그녀가 구축한 논리는 다른 이들을 끌어들여 파괴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 또한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개미가 고막을 갉아먹는 소리는 본인에게는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린다고 했던가.

능숙하게 죽음을 다루고 인생을 우롱하고 애정을 깔보던 그녀가 스스로에게 다가오는 붕괴의 조짐을 알아차렸을 때에 바깥을 향해 도움의 손길을 뻗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스스로에게 다가오는 끝을 충분히 감지하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천둥같은 고막 갉아먹는 소리는 양손만으로는 막을 수가 없었다.

기괴하고 섬뜩하면서도 쓸쓸한 결말.

 

 

역시...천재 작가에 대한 꿈은 접는 것이...좋겠다.

나는 아직 흩날리는 벚꽃 사이를 좀 더 걷고 싶고 사랑하는 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나누고 싶으며 삶의 희로애락을 오래도록 누리고 싶으니 말이다.

 

중반을 넘어서면서 좀 축축 처지는 면이 있고 후반부의 결말이 좀 아쉬운 듯하지만 전반부의 매력과 기스기 교코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작품 전체를 뒤덮고 있어서 괜찮다. [신의 손] 안에서 기스기 교코가 썼던 1만 5000천 매에 해당하는 원고 속의 작품, 즉 [녹색 원숭이], [자살하는 여자], [꽃의 사람] 이 실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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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7
나가오카 히로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보통' 아닌 경찰 소설 [교장]

 

잠결에 베어문 붕(어)싸(만코)의 맛!

담백한 붕어 껍질 안에 숨겨져 있던 바닐라 맛의 아이스크림이 차갑게 터져 나와 기절해 있던 혀를 깨우면 그 뒤를 이어 콤한 팥이 살며시 밀고 들어온다.

뜨거운 붕어빵에서 맛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맛의 조합이 그렇게 신선할 수가 없다.

 

 

[교장]은  내 혀 위에서 요동치는 붕싸처럼 그렇게 신선하게 내게 다가왔다.

자다 일어나서 졸린 눈을 비비며 붕싸 한 입 먹으며 이 글을 적고 있어서, 라고 절대 말 못한다!! (지금은 밤 11시 40분)

 

더는 새로울 것이 없는 '경찰 소설' 분야라서 고심을 했다는 작가는 도전정신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무작정 경찰학교의 졸업앨범을 구해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고 한다. 희미하게 등장인물이 그려지자 무엇보다 신선한 경찰소설로 승부를 걸고 싶어졌다는데...그래서인지 무엇보다 인물들이 실제 모델이 있기나 한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특히나 장소가 경찰학교인 만큼 초임 경관들을 교육시키는 교관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꽤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작품 속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며 선 굵은 자취를 남기는 "가자마" 교관이 인상깊다.

주인공 중의 주인공이랄까.

오십대. 백발. 초점이 흐릿한 의안 같은 눈...

심상치 않은 모습의 가자마는 경찰 학교의 존재 이유 바로 그 자체인 듯, 구석구석을 휩쓸고 다니기도 하고 학생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꿰뚫어 보기도 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초임과 98기 단기과정 학생은 처음 41명으로 시작했으나 성적 불량으로 퇴학을 종용당하거나 스스로 자퇴하기도 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36명, 35명으로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무래도 경찰을 동경하는 마음으로 경찰에 입문한 학생들에게 단단히 정신무장을 시켜 일선에 내보낸다는 뚜렷한 목표를 냉정하게 실현하려는 듯 교관들은, 특히 가자마는 학생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모두 6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는 가자마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성장기가 펼쳐진다.

 

빡빡한 커리큘럼과 엄격한 교칙, 집단 생활 등을 거쳐 학생들은 "경찰"모습을 갖춰나간다.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기 전에 불필요한 사람을 걸러내는 "체"의 역할을 하는 곳. 그것이 경찰학교다.

 

개인 소지품에 이름을 제대로 기입하지 않았을 때엔 따귀 공격

수업 때 졸면 이유를 불문하고 퇴학

면허증 및 휴대전화는 사용 금지

외출은 주말에만 가능

담임 및 교관들이 돌려보는 일기에는 사실만 써야 한다.

(만일 잘못된 기술이 있다면 팔굽혀 펴기로 끝나지 않는다. 밤새도록 기숙사 복도에 무릎을꿇고 있어야 한다.)

단체생활에 필수인 세세한 교칙이 학생들을 옥죄고 때로는 연대책임으로 인한 벌칙도 가해진다.

이런 혹독한 단련을 실시하는 경찰학교에서 98기 학생들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생명의 은인에 대한 동경으로 경찰을 지원했다가 동기에게 동정심을 발휘한 대가로 생명의 위협을 받은 학생.

약혼자를 죽인 범인에게 처벌을 내리겠다며 경찰에 들어왔으나 범인을 착각한 것을 알고 경찰을 그만두겠다는 학생.

무단외출한 친구의 알리바이를 대주어야 했으나 자신의 벌점을 두려워하여 우정을 배반한 학생.

경찰학교에서의 성적이라는 미끼를 덥석 문 대가로 집단광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희생양이 될 뻔했던 학생.

훌륭한 자질을 지녔으나 말벌에 대한 트라우마로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 학생.

끝내 자신을 온전히 뒤흔들만한 경험을 하지 못한 채 훌륭한 성적으로 경찰학교를 졸업한다는 이유만으로 교관에게 퇴학을 권고받은 학생.

 

경찰학교 안에서 사고라니, 미스터리라니...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따로 떼어 보면 훌륭한 단편 미스터리가 되고 전체로 보면  미숙하기만 했던 학생들이 경찰학교를 거쳐 단단한 경찰로 태어나는 성장 소설이 된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자마 교관한테 찍혔으면 끝난 거야. 절대 벗어날 수 없어. 반드시 간파당할 거야."-89

 

흐릿한 의안으로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가자마는 엄격한 교칙과 집단 생활로도 막아낼 수 없는 개인의 사정을 베테랑 경찰답게 관찰하고 추리해낸다. 경찰의 자질이 없는 학생은 가차없이 걸러내려는 듯 "포기해"라는 말을 서슴없이 던지고 퇴학신청서를 내라는 말을 밥먹듯이 해댄다. 똘똘한 학생을 스파이로 활용한다. 여차하면 고문으로 학생의 자백을 받아낸다. 이건, 뭐 경찰인지 깡패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래도 그가 남긴 명언들 속에서 따뜻한 마음 한 조각을 건져볼 수 있다.

 

"자네에겐 장점이 있어. 잃기엔 아깝다. 계속할 마음이 있다면 목발을 짚고서라도 수업에 나오게."-104

 

"여기는 그래, 체가 맞아. 하지만 그 반대이기도 하지. 교관이 남겨야 할 인재라고 판단하면 일대일로 지도해서라도 남긴다. 여긴 그런 곳일세."-224

 

"사람을 상처 입힌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사람을 잘 지킬 수 있지. 그런 법이다."-231

 

"배짱이다. 경찰 일을 하려면 배짱을 빼놓을 수 없다. 한계 상황에서 싸워보지 않은 사람은 배짱이 없기 때문에 제일선에서는 무용지물이지. 그만두게 하는 게 본인을 위한 일이야."-269

 

밤 11시 넘어서 다시 일어나야 했던 것은, 당직 근무가 잡힌 경찰 남편을 밤에 출근시키기 위해서이다. 경찰에 대한 로망은 본인 외에 배우자에게도 있다. 왠지 경찰이 멋져 보여~때문에 콩깍지를 뒤집어 쓴 나는...밤에 일어나 남편을 깨우고 달아난 잠을 달래듯 붕싸 한 입 했던 것이다.

지독히 현실적인 경찰의 모델을 매일 보고 있건만도, 신선한 경찰 소설, 특히나 파릇파릇한 경찰학교 시절의 광경을 펼쳐보여 주는 이 책의 인물들은 다시 또 내 맘을 설레게 한다.

"보통" 아닌 경찰 소설, [교장]. 꼭 한 번 읽어보길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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