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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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지금 읽어도 꽤나 흥미진진하고 뒷이야기가 궁금해지지만 아마도 이런 류의 책은 청소년 시절 읽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십이국기]는 1994년 즈음. 일본 대하 판타지 시리즈로 나와 대히트를 친 것인데,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온 책의 정보로는 2002년으로 되어 있다.

내가 대하 판타지를 처음 접한 것은 중고등학교 때쯤(94년 이전이다), 우리 나라 만화가 강경옥의 [별빛 속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평범한 여고생이 갑자기 우주로 날아가 그 곳 세계에 적응하다 왕족의 핏줄임이 밝혀지면서 우주의 평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줄거리였다. 긴 머리의 멋진 남자들이 각자 강한 개성을 내뿜으로 때론 부드럽게 때론 시크하게 주인공을 보좌하는 또다른 판타지의 세계를 열어 보여주자 그 만화에 푹 빠졌던 것이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지구가 아닌 다른 세계에 들어가게 될 전조가 이상한 세계를 보여주는 꿈이라는 사실과 주인공의 머리가 붉은 색이라는 설정이 비슷한 것 같다. [십이국기]가 먼저인지 [별빛 속에]가 먼저인지, 아니면 이 둘보다 더 일찍 이런 류의 판타지가 유행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여하간 내 독서역사의 최초 대하 판타지는 강경옥의 [별빛 속에] 였고, 지금 2014년에 다시 새로운 옷을 입고 재출간되는 십이국기가 [별빛 속에] 분위기를 확 풍기면서 그 때 그 시절 한 소녀를 잠 못 들게 했던 유형의 이야기를 펼쳐보인다는 사실에 그저 들뜰 뿐이라는 사실을 적어 놓는다.

 

붉은 머리칼을 가진 여고생 교코는 한동안 꿈 속에서 이형의 짐승을 자주 보게 되는 악몽에 시달린다.  부모와도 잘 맞지 않고 학교 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어느날 다짜고짜 자신을 데리고 가겠다는 젊은 남자-태보라 불리는-가 등장해 요코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애니메이션으로 나온 [십이국기]를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누야샤]에 나오는 것들과 비슷한 분위기의 마물일 듯 싶은 존재들이 교코 무리를 공격하자 남자는 교코에게 검을 쥐여 준다. 추격자들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검을 쓸 줄 모르는 교코의 몸에는 "조유"라는 존재가 스며들어와 그녀의 손발을 멋대로 휘두른다.

 

캄캄한 바다에 달이 하얀 그림자를 비추었다. 파도 위에 머문 달그림자가 더빠르게 가까워졌다. 그 기세에 눌린 것처럼 바다 위에 거품이 인다.-49

 

아마도 이 장면에서 십이국기의 프리퀄에 해당되는 이 시리즈의 제목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추격대로부터 피하다 바다에 뛰어든 교코는 알 수 없는 통로를 지나 낯선 해안가에 다다른다. 교코가 지닌 것은 몸속에 빙의된 조유라는 존재와 강력한 힘을 지닌 검, 그리고 검집 뿐.

교코는 낯선 세계에 뚝 떨어진 이후 갖가지 고난을 겪게 된다. 이 세계에서 자신은 "해객"이라 불리며 결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일 뿐이다. 해객이 이 세계에 도달한다는 것은 허해라는 바다에서 "식"이 일어날 때 뿐이고, "식"이 일어나면 이 세계의 사람들에게 피해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교코가 가지고 있는 검은 가끔 예전 세계를 비추는 환영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해 주지는 않는다.

더구나 교코가 여러 사건을 겪을 때마다 푸른 원숭이의 환영이 나타나 갈림길에서 헤매는 교코를 마구 헤집어 놓기만 하는데...

원숭이는 요코의 절망을 먹으러 오는 요괴. 요코의 마음에  숨은 불안을 폭로해서 요코를 좌절시키기 위해 나타난다.

몇 번에 걸쳐 이루어지는 요코와 푸른 원숭이의 대화를 통한 대결은 선과 악의 대결이기도 하고 인간이 살면서 겪게 되는 커다란 갈등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사람에 따라서는 철학적 사유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뜻밖에도 진지한 질문들이 던져진다.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게 된 요코는 이 곳이 자기가 건너 온 세계인 "왜"와는 다른 세계임을 직시하게 된다. 여행길에 만난 반수 라쿠슌으로부터 알게 된 바에 의하면 이 세계는 연꽃 모양으로 펼쳐진 경, 주, 범, 류, 안, 공, 재, 교, 대, 순, 방, 연의 십이국으로 이루어져 있다.

교코는 왜 이 십이국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나?

라쿠슌의 도움으로 연왕을 만나게 된 교코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실은 영수인 기린으로부터 경국의 다음 왕으로 추대되었다는 사실을.

 

"나는 기린에게 선택받았어도 그런 인간밖에 되지 않았어. 훔치려 했고, 협박하려 했고, 실제로 살기 위해 사람을 위협했지. 사람을 의심하고, 목숨이 아까워 라쿠슌을 버리고, 죽이려고 했어."

-403

 

왕의 자질이 없다며 고민하는 교코가 결국 왕위를 받아들이면서 십이국기의 대하드라마는 막을 올린다.

이제 서막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무지 기대된다.

소싯적에 이 시리즈를 접했다면 시리즈 전권을 쌓아두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하룻밤 내지는 2박 3일에 걸쳐  읽어내었을 듯하다.

지금은 기력이 딸려...한 권은 호로록 읽어내었지만 시리즈의 전 권을 2박 3일에 마스터하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는 점이 못내 아쉽고 한스럽다.

과거 이 시리즈를 한 번이라도 접했던 이들은 새롭게 재탄생한 이 시리즈의 등장이 무척 반가울 것 같다.

두근두근. 그렇지만 괜시리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한다.

강경옥의 [별빛 속에]를 다시 읽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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