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 - 검은 고양이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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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거 앨런 포 소설전집 2 공포 편]

 

-검은 고양이 외-

 

포의 <검은 고양이>는 어린 시절의 내게 공포를 심어 준 이야기다.

벽장 속에서 들려 온 고양이 목소리.

안 그래도 밤에 아기 울음 소리 같은 고양이 소리가 들려 오면 귀를 막고 몸을 떨곤 했던 나인데

그 고양이의 목소리가 나온 곳의 벽을 허물었더니

아내의 시체가 떡 하니 들어 있었고

그 아내의 머리 꼭대기 위에서 빨간 입을 벌리고 검은 고양이가 야옹거리고 있었다고 하는

이야기는 상상만으로도 머리털을 곤두서게 만들었었다.

 

어린 시절의 공포를 조금 극복할 때쯤

다시 한 번 읽은 <검은 고양이>는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다.

뭐야, 이런 이야기였어~

조금 더 담대해진 가슴으로 휙  읽어버리고 훅 털어내 버렸다.

 

이제 아이 둘을 둔 엄마가 되고 나서

남편과 아이를 거느린 몸으로 다시 <검은 고양이>를 읽게 되었는데,

새삼 포가 그려내는 공포가 내 몸에 전율을 심어 주었다.

이번에는 인간의 마음에서 생겨나는 기이한 생각들과 경악할만한 동기에 두려움이 스며들었고,

그것을 "검은 고양이"를 통해 암시했다가 마지막 부분에 빵하고 터뜨리는 포의 솜씨에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동물을 사랑하는 다정한 사람의 마음이 황폐해지고 알콜에 찌들면서 점점 추악하게 일그러진 모습이  검은 고양이의 도려내어진 한쪽 눈으로 형상화된다.

그 눈을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분노가 솟아 오르고 두려움, 공포를 느끼게 되었을 사람의 심리가 새삼, 지금 이 나이에 고스란히 이해되는 것이 내겐 오히려 전율의 대상이다.

이제 나도, 그런 감정의 추이들을 좇아갈 수 있을 만큼 세상의 때를 묻히고 만 것인가, 라는 깨달음이 스치고 지나간다.

 

1권의 미스터리와는 다른, 한층 더 깊이 있는 인간의 심연을 드러내 보이고 고발하는 공포 편의 앞부분에 포진한 <검은 고양이>와 <어셔 가의 몰락>이 던진 돌팔매가 꽤 둔중하게 내 머리를 때린다.

 

지옥에서나 울려댈 법한 공포의 비명 같기도 하고 승리의 함성 같기도 한, 지옥불에 떨어진 인간들이 극한의 고통 속에서 울부짖는 비명, 그리고 그런 인간들을 지켜보며 기뻐 날뛰는 악령의 함성과도 같은 소리였다. -22

 

포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글 속에서 조장하는 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좀 으스스하게 시작하는가 싶으면 어느새 사방이 그가 창조해낸 음울한 기운으로 가득차게 되고, 오리무중의 안개 속에 갇히기라도 한 것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것같은 답답함을 느끼면서 숨이 가빠진다.  

주인공이 느끼는 공포 자체가 내 주위에 엄습해와서 꼼짝없이 그 어두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공포 속에 퐁당 빠뜨려진다.

그리고 걷잡을 수 없이 치닫는 공포를 그래, 그냥 정신을 놓은 채로 온전히 느껴보자, 싶었을 때 느닷없이 막을 내리는 결말.

나는 이 속수무책의 올가미 속에 꼼짝없이 걸려들고 만다.

분명 바깥은 한여름의 찜통 같은 더위 속에 지글지글 끓고 있는데...

내 주위에만 미칠 것 같은 광풍이 분다.

 

그곳에 남은 것은 오로지 거대한 저택과 그림자뿐이었다. 섬광은 저물어가는 핏빛 보름달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 

쳐다보고 있는 사이 그 균열이 순식간에 쩍 입을 벌렸고 회오리바람의 광포한 헐떡임이 몰아치는가 싶더니 둥근 달 전체가 눈앞에서 터졌다. 거대한 벽이 산산이 무너져 흩어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51

 

 

무시무시한 공포를 느끼고 싶다면 포의 세계에 발을 들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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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1 : 미스터리 편 - 모르그가의 살인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1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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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1 미스터리 편]

 

-모르그 가의 살인 외-

 

지금으로부터 2세기도 전에 태어난 애드거 앨런 포의 소설을 읽는다.

그의 시대와 지금의 시대는 달라도 너무 다를 텐데,

이상하게도

외국 어느 곳의 이야기라는 것에서 느껴지는 이질감 정도만 살짝 알아챌 뿐,

시간의 간격이 너무 커서 느껴지는  어색함이  전혀 없다.

 

가끔 가스등이 배경으로 나온 것이라든지 편지가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부분을 읽을 때면

맞아, 옛날엔 그랬지.

하며 현대의 문명으로 재빨리 회귀할 따름이고

이야기의 흐름을 좇아가다 보면

다시금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들여다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버리게 된다.

 

애드거 앨런 포의 소설로 가장 유명한 것이 "검은 고양이"다.

예전에 유명 단편만을 모은 짤막한 소설집을 하나 읽었었는데, 어린 시절에 읽어서인지

포는 섬뜩하고 기괴한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지배젹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검은 고양이>, <모르그 가의 살인>, <황금벌레> 같은 단편이 만들어내는 기이한 아우라는 포라는 인물 자체의 정신 세계를 의심하게 할 만하지 않은가.

 

포의 작품이 많이 있을 텐데 단편집 하나로 끝낸 것이 못내 아쉬었었는데

이번에 애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이 시리즈로 나왔다.

모두 5권이고

각 권은 미스터리, 공포, 환상, 풍자, 모험으로 주제가 나뉘어 있다.

 

1권 미스터리를 다룬 책에서는 현대 탐정의 모티브가 되기에 충분한 '오귀스트 뒤팽'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가 나온다.

뒤팽은 <모르그가의 살인>에서 음울한 분위기를 잔뜩 풍기며 거의 은둔하다시피 하는 인물로 그려지지만 곧 특출한 능력을 보여 주며 개성있는 인물임이 드러난다.

상상력이 풍부하면서 독특한 분석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포가 창조해낸 이 인물의 분위기에 독자는 화자인 "나"와 감정을 공유하는 동안 흠뻑 빠져들게 된다.

 

내 친구는 이상한 몽상에 잠겨 밤에 매혹되었고 나는 그의 다른 면들과 마찬가지로 이런 기이함에도 서서히 빠져들어 그가 느끼는 변덕에 꼼짝없이 함께 젖어들었다. -14

 

그리고는 언제나처럼 나도 알고 있는 상세한 지식을 이용해 직접적이고도 기발한 증거를 댔다. 이럴 때 그의 태도는 차갑고 애매했다. 시선은 멍했고 평소 높게 울리던 목소리가 더욱 높아져 마치 토라진 것처럼 들리긴 했지만 말투는 신중하고 뚜렷했다.이런 기분에 빠진 뒤팽을 보면 나는 가끔 영혼을 두 부분으로 나눈 고대 철학을 떠올렸고 창의적 부분과 분석적 부분을 한몸에 지닌 뒤팽의 모습을 상상하며 즐거워했다.-15

 

마구 어질러진 방과 굴뚝 속에 거꾸로 쑤셔 박힌 시신, 지독하게 훼손된 노부인의 시신.

포는 모르그가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사건에 대해 여러 증인들의 증언을 들려주면서 범인을 잡아내지 못하는 경찰의 모습을 보여준다. 무능한 경찰을 한껏 비웃어준 뒤 짜잔~ 뒤팽은 사건현장을 꼼꼼히 둘러보고 느긋하게 자신의 추리를 밝힌다.

기막힌 반전을 선사하는 뒤팽의 추리는 여기서 끝날 것인가?

아니다.

뒤이어

<마리 로제 미스터리>, <도둑맞은 편지>에 이르기까지 뒤팽의 활약은 계속되는데, 더이상 뒤팽의 활약을 다룬 작품이 실리지 않아 아쉽다.

하지만 너무 실망하진 마시길.

다소 황망한 설정이긴 하지만 읽는 동안 충분히 살갗에 소름이 돋을 만한 단편 <황금벌레>가 이어지고

짧지만 강력한 <병 속의 수기>, <범인은 너다> 등이 천재적인 추리소설가로서의 포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준다.

 

"검은 고양이"로만 기억하고 끝냈을 뻔한 포의 재발견이라고나 할까.

시공간을 건너 뛰어 지금 읽어도 가슴 뛰고 충분히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은

인간 심리를 소름 돋게 꿰뚫어 볼 줄 아는 포의 능력 덕분이다.

왜 그가 탐정의 아버지, 추리 문학의 선구자인지 궁금하다면

포의 단편들을 꼼꼼히 읽어보시길.

과연 명불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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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서재에서 - 대한민국 대표 리더 34인의 책과 인생 이야기
윤승용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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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노릇하려면 수불석권!! [리더의 서재에서]

 

하루를 배우면 하루를 사람 노릇 하고

일 년을 배우면 일 년 동안 사람 노릇 한다.-홍대용

 

책을 너무 좋아하여 '책만 읽는 바보, 간서치'라 불렸던 이덕무가 있었고, 미련하리만치 책을 여러번 읽어 심지어 1[사기]<백이전>은 1만 번을 읽기도 했다는 김득신이 있었다.

독서를 하여 꼭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독서를 함으로써 무언가를 이룰 수도 있다는 것만으로도 독서의 효용 가치는 충분하다.

위 홍대용의 말처럼 살아가는 동안 만큼은 사람 노릇하며 제대로 살고 싶기에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 한다.

 

내 서가에 쌓여가는 책들을 훑어보면 단번에 나의 취향이 드러난다.

역사와 한국고전에 의무적인 관심이 있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에세이류에 치중하며 요즘 들어서는 미친 듯이 '추리소설'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 한눈에 보인다.

'쯧쯧. 가난한 영혼이여...

풍성한 지적 유희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 그렇게도 아깝더냐.

조금이라도 현학적이거나 깊이 있게 고찰을 해야 할 성 싶은 책들을 굳이 기피하는 것을 일상의 피곤함 때문이라고 변명하려는 것이지? '

스스로를 이렇게 몰아붙이면서도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다.

나 자신의 헐벗은 내면을 대놓고 광고하는 것 같아 나 스스로도 안타깝다.

 

내 서가를 들여다보는 것만큼이나 남의 서재 혹은 서가를 들여다보는 것이 흥미 있는 것은, 그 사람의 "책 콜렉션"을 통해 그 사람 자체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겨우 거실 한 켠을 채운 부끄러운 책장을 보면 나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이들의 삶을 엿볼 기회를 얻고자 하는 욕망이 슬그머니 일어난다.

내가 직접 그 곳을 어슬렁거릴 수 없으니 [리더의 서재에서]라는 책으로 아쉬움을 달래보려 한다.

 

이 책은 주인공의 프로필과 인터뷰, 그리고 그들이 추천하는 도서 및 추천 이유, 마지막으로 평소 읽었던 책 가운데 가장 감명 깊은 구절이 배열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묵직한 책 한 권을 빼내어  오래된 책에서 맡을 수 있는 그윽한 향기를 느끼는 순간의 황홀한 기분. 그 기분이 [리더의 서재에서]라는 책을 읽는 동안 내 곁을 맴돌았다.

책에서 소개된 리더들을 어떤 기준에서 뽑았건 간에 항상 책과 함께 하며 언제 어디서든 추천해줄 책 몇 권쯤은 있는 이들이라면 여기에 소개될 이유가 충분하다고 본다.

그들이 세상을 경영하는 방법이 책을 읽는 가운데 스스로 우려낸 것들이라면 믿어도 되지 않을까.

어떤 순간에도 책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인문학은 밥이다]라는 책을 낸 김경집에게 직접적으로 인문학이 밥이 될 수 있는가?라는 돌직구를 날렸는데, 그는 인문학이 제대로 된 밥이 될 수 있고, 떡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문학은 내가 주체가 되고, 인간이 주인이 되어 무한한 상상력과 융합으로 창조와 융합의 21세기 어젠다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일깨워주면서 말이다.

대학이 고시학원화되고 인문학이 황페화되고 있는 요즘 우리 대학에서 조차 인문 정신의 회복이 시급하다는 김상근 교수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에 나오는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참된 자유를 찾아 방랑해볼 필요가 있다는 충고를 해준다.

책을 읽고 취미로 블로그에 서평을 올리는 내게 커다란 존재감을 드러내며 두둥, 나타났던 로쟈 이현우의 서평 쓰는 원칙에 대한 답도 흥미롭게 읽었다.

서평은 비평과는 다른 것이라 주관적 느낌보다 독자들이 책 내용을 느끼게 해주는데 주력한다고 한다.

엄청난  양의 독서를 하고 있는 다독가답게 책의 종류에 따라 달리 읽으며, 주로 '겹쳐 읽기'를 한다고 하는데 정보의 홍수 시대에 양서에 대한 감별사, 길잡이 역할을 꾸준히 하고 있는 그가 새삼 대단해 보인다.

 

언제나 책을 가까이 하고 책 속에서 지혜를 길어 올리며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가꾸어온 대한민국 리더들의 서재 구경, 크고 작은 재미가 쏠쏠하다.

인류 지적 작업의 결정체인 책. -남재희

혼자 떠나는 여행인 독서. -김경집

리더들의 서재에서 다양한 모습들을 보는 동안 너무나 스스로가 초라해져서 한껏 수그러들고 푹 떨구어진 이 고개를 어떻게 다시 들어 올릴지...걱정이다.

이 평범한 삶도 책을 읽다 보면 비범하게 바뀌는 날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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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한창훈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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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작가들이 왜 쓰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전에

어떤 사람이 작가가 되는가, 가 무척 궁금했었다.

 

문학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당연히 작가가 되겠지만

문체를 꾸미고 수려한 어구를 구사한다고 해도

그렇게 해서 써낼 수 있는 작품은 곧 한계에 부딪히게 될 텐데...

내가 작가가 될 것도 아니면서, 오지랖 넓게 작가들이 계속해서 무언가를 써나간다는 것이

마냥 신기해서 영양가 없이 허여멀건한 죽 같은, 쓰잘데기 없는 걱정을 해대기도 했다.

이런 걱정을 하는 내가 더 신기한 건가?^^

 

아마도 작가들은 자신들의 삶에 새겨진 상처를 핥으면서 글을 쓰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아무리 허구의 문학이라고 해도 글을 쓰는 사람의 인생이 글 속에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다고 하면 그건, 순전히 거짓말일 것이기 때문이다.

자전적 소설, 이라고 대놓고 광고하지만 않았지, 작가 스스로의 삶이 어떤 작품에건 조금씩 들어가 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커다랗고 완전한 자신의 몸을 하나 하나 떼어서 이 작품에는 머리를, 다음 작품에는 다리를, 또 그 다음 작품에는 손과 발을...

좀 서늘한 비유 같지만 자신을 토막토막 내어서 각각의 작품 속에 흩뿌려 놓는 것이 작가가 아닌가...한다.

 

글쓰기에 대한 책은 크게 작법에 대해 얘기하는 것과, 작가에 대해 얘기하는 것으로 나뉜다.

작법에 대해 쓴 책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작가들이 왜 쓰는가를 다룬 책을 보면 그런 책은 작가 자체의 인생을 담은 것이 대부분이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에서도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한 속시원한 단답형 혹은 짤막한 서술형 답은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챈들러가 보맨 편지 속 챈들러 스타일을 알 수 있을 따름이고

"작가들이란 모두 자기 중심적이기 마련입니다. 마음과 영혼을 소진하며 글을 쓰다 보면 결국 자기 안으로 파고들게 되니까."라는

단편적인 대답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창훈은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

다른 작가들처럼 배배 꼬거나 회피하지 않고 즉문즉답을 내놓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도 아주 무성의하게.

왜 쓰는가, 이런 거 물어보는 거 아니라지만

물어보니까 답한다는 투로

첫 번째. 원고료 때문

둘째, 남의 피 빨아먹는, 남을 짓누르고 올라서는 사람이 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훼손당하지 않고 오래 유지하기 위해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

셋째. 내 주변의 기록.

우울한 소설을 쓰는 작가 말고 화내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며 사람들이 애써 알고 싶어하지 않는 당대 이야기로 그런 "종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어서.

 

어찌보면 삐딱하고 거친 그의 말투 속에서 문학에 대한 진심을 엿볼 수 있다.

사진작가 김홍희에게 "사진이 뭡니까?"

라고 물었더니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은 김홍희다."라는 말로 대신하면서 건방져 보이지만,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사진을 찍는 사람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결국 사진은 각자의 인생을 담는 것이어서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과 같다고 말한 것이다.

 

<사람 떠난 빈 속으로 바람이 분다> 에서 거친 바람, 사나운 파도 같은 사나이 한창훈은 이렇게 목소리를 한껏 드높인다.

 

문학을 키우는 것은 비문학적인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파도 더욱 높아가고 바람은 사나워진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마땅한 게 없다 하더라도 먹을 게 없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도 배가 고플 것이다.

 

내가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어쩌면 단순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 일과는 아주 단순하다. 새벽 기상.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가늠하기. 담배 피우면서 그냥 있기. 원고 쓰기. 낚거나 뜯어온 것으로 국 끓여 밥 먹기. 책 읽기. 산책이나 생계형 낚시하기. 그리고 사람들 이야기 듣고 있기.

-109

 

거칠고 사납지만 그 맘 속에 바닷말 속살같은 부드러움이 들어차 있어서인지 그의 주변엔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두툼한 소바닥을 가졌고 빛나는 분노를 간직한 유용주 시인, 경험 많은 순박한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의 송기원 선생, 로마 병정 같고 네모나고 단단한 몸을 가졌으며 각 부위마다 근육이 찰진 이정록 시인.

때로는 웃음기 머금은 눈으로 때로는 소금기 뚝뚝 묻어나는 눈으로 읽게 되는 행간마다 구성지고 입에 찰싹 붙는 한창훈의 말주변이 새어나온다.

 

천상 넘쳐나는 글재주를 쏟아내는 것이 거친 바람 마주서고 세찬 파도 맞서 맞장뜨는 것보다 어울려 보인다.

중화의 한가운데서 고수라고 자처하며 무술의 대가라도 되는 양 거만하게 앉아 백발과 멋들어진 수염을 뽐내는 이들이라기보다는

무림의 숨은 고수 쯤 되는 한창훈과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해 더 애정이 가는 것은 왜일까.

헐거운 옷과 진동하는 술냄새에 당장은 눈살을 찌푸려도 같이 쭈그리고 앉아 한 두시간만 같이 대화해 보면 금세 호형호제 하게 되는, 취권의 "사부님" 과 "성룡"같은 매력을 물씬 풍기는 한창훈.

 

글쓰기 한 수 잘 배우고 갑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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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2015-06-28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댓글 연결이 잘못 된 것 같습니다ㅜㅜ
확인 부탁드릴게요!

http://blog.aladin.co.kr/trackback/proposeBook/7577375

남희돌이 2015-06-28 23:08   좋아요 0 | URL
네. 다시 연결했습니다.
확인을 안 했나 보네요.
 
[나의 사적인 도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의 사적인 도시 - 뉴욕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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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마다 쏟아져 나오는 뉴욕의 향취 [나의 사적인 도시]

 

외국의 낯선 도시에 대해 이렇다 할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지만

만약 내가 한동안이나마 살고 싶은 곳에 거주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면

노랑머리, 파란 눈의 이방인보다는 조금은 익숙한 검은 머리, 검은 눈의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중국이나 일본의 조용한 거리 어디쯤이 좋지 않을까.

이상하게도 "뉴욕"이라는 도시는 너무나 북적거릴 것 같고, 이방인에 대해 차가운 눈길이 돌아올 것만 같고 어깨가 부딪쳐 한쪽으로 살짝 물러서게 되어도 사과 같은 건 기대도 할 수 없을 것만 같고...결국은  나같은 무지렁이 한국 아줌마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든다.

나는 뉴욕을 대표하는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여주인공들 중 어느 한 유형에도 감히 끼워달라고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의 소심녀인지라 "뉴욕"은 그저 도로시가 노란 벽돌길을 밟아 찾아가는 꿈의 도시 오즈와 동의어이다.

  

그렇기에 작가 박상미가 사적인 도시로 꼽은 "뉴욕"에 대해 지극히 사적인 얘기들을 풀어놓아도 그리 쉽게 동화될 수 없을 거란 생각을 했었다.

개인 블로그에 썼던, 일기와도 비슷한 성격의 글들을 읽고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오늘 휘트니에서 리처드 터틀의 전시를 보았다. 전시장 구석에 조그맣게 관을 만들고 조용히 거기 들어가 누워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

결국 나를 깊숙이 건드리는 것은 이런 미학이다. 터틀은 가장 가난한 재료를 가장 겸손하게 사용해 뭔가 다른 것으로 탈바꿈시키는 사람이다.-15

 

전시장 벽에 3인치 길이의 끈을 잘라 붙여놓은 작품을 보고 저런 감상을 쏟아낼 정도의 사람이라면 나는 도저히 그 깊이있는 정신세계를 따라갈 수 없을 거라는 위화감이 들어 책을 덮어 버리려 했다.

하지만 이상한 호기심이란 놈이 기어코 몇 장 더, 몇 장 더 팔락거리며 넘기게 부추기더니

"뉴욕"이라는 곳이, 그리고 작가가 그렇게 낯설고 무시무시한 괴물류는 아닐 거라는 생각에 이르게 만들었다.

모든 것의 시작은 지극히 사적인 거라고-88

얘기하는 그 솔직함과 당당함이 나를 사로잡았고

뉴욕이 자신에게 있어 중요한 도시라고 말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거의 처음부터 나에게 뉴욕이란 도시는 중요했따. 내가 태어난 도시가 아니라 내가 살기로 선택한 도시. 뉴욕은 나라는 개인에게 매우 사적인 은유였다. 내가 자라나며 불만을 품었던 중산층적 가치들의 전복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 안정과 위생과 효율보다 도전과 거침과 우회가 인정되는 곳. 불가능하게 치솟은 빌딩들처럼 위대함이 꿈꾸어지고 시도되는 장소로서의 은유. 뉴욕은 내 삶의 변명들을 뭔가 다른 것으로 바꾸어가는 데 필요한 나만의 내면적 장치였다.-88 

 

뉴욕은 이렇게 즐겨라! 라고 은밀하게, 화끈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던가?

밀집은 피하고 밀도는 즐기라는 말.

 

인류가 이렇게 작은 섬 위에 높은 빌딩들을 빽빽하게 지은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리고 이 빌딩들은 격자 위에 지어졌다.

구불거리는 골목길은 서울이나 로마에서 즐기고, 뉴욕에선 마천루가 그리는 밀도의 미학과 1점 소실 원근법의 드라마를 경험하자. -216

 

 

뉴욕에서 재즈를 즐기고 미술관을 돌아보고 칼럼을 쓰며, 한 사람의 컬렉션을 들여다 보며 '짜릿함'을 느끼기도 하는 사람.

그녀의 일상이 처음에는 내게 아무런 흥취도 불러일으키지 못할 것 같았으나 책장을 들출수록 향취가 쏟아져 나왔다.

내게는 왜 사물을 이렇게 깊이 있게 그윽히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없는 걸까.

그림을 보면 금세 싫증이 나고 제대로 감상할 수 없는 걸까.

자주 좌절하게 되는 부분이 나온다.

그 때마다 꽃잎이 떨어져 예쁘게 덮인 작은 길 위에 발걸음을 확 확 내딛어 그 어여쁜 조화로움을 부숴놓고 싶어지는 충동같은 것이 불쑥 치민다.

하지만  곧 그 마음을 읽어주고 해답을 내려주는 작가의 말에 불쑥 치밀어 오른 무언가는 조용히 사그러들고 만다.  

그림은 '논문 같은 것'이라서 그림을 즐겨 보고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

생래적으로 좋아하는 색, 좋아하는 스타일이 같은 기호가 있지만 그림을 보는 눈의 바탕이 될 수는 있어도 그림을 보는 능력 자체가 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질투와 편견이 섞인 이 비좁은 마음을 한 켠에 내려놓고 점점 편안한 마음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읽어나갈 수 있었다.

 

자부심.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고 스스로 잘나고 최고라고 생각하고 사는, 뭔가 단단한 속내. -225

 

부자가 멋진 소파를 사는 '좋은 취향'으로 정의를 얻는다면, 가난한 이들은 '변형의 힘'을 갖는 취향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아닐까. 변형의 힘이 있는 취향에는 그걸 보는 눈이 필요하다.-226

 

그녀가 쏟아내는 향취에 정신을 못 차리게 되기 전에, 나의 취향을 좀 업그레이드 시킬 필요가 있겠다, 싶다.

나만의 자부심을 드러낼 뭔가가 필요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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