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 - 검은 고양이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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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거 앨런 포 소설전집 2 공포 편]

 

-검은 고양이 외-

 

포의 <검은 고양이>는 어린 시절의 내게 공포를 심어 준 이야기다.

벽장 속에서 들려 온 고양이 목소리.

안 그래도 밤에 아기 울음 소리 같은 고양이 소리가 들려 오면 귀를 막고 몸을 떨곤 했던 나인데

그 고양이의 목소리가 나온 곳의 벽을 허물었더니

아내의 시체가 떡 하니 들어 있었고

그 아내의 머리 꼭대기 위에서 빨간 입을 벌리고 검은 고양이가 야옹거리고 있었다고 하는

이야기는 상상만으로도 머리털을 곤두서게 만들었었다.

 

어린 시절의 공포를 조금 극복할 때쯤

다시 한 번 읽은 <검은 고양이>는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다.

뭐야, 이런 이야기였어~

조금 더 담대해진 가슴으로 휙  읽어버리고 훅 털어내 버렸다.

 

이제 아이 둘을 둔 엄마가 되고 나서

남편과 아이를 거느린 몸으로 다시 <검은 고양이>를 읽게 되었는데,

새삼 포가 그려내는 공포가 내 몸에 전율을 심어 주었다.

이번에는 인간의 마음에서 생겨나는 기이한 생각들과 경악할만한 동기에 두려움이 스며들었고,

그것을 "검은 고양이"를 통해 암시했다가 마지막 부분에 빵하고 터뜨리는 포의 솜씨에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동물을 사랑하는 다정한 사람의 마음이 황폐해지고 알콜에 찌들면서 점점 추악하게 일그러진 모습이  검은 고양이의 도려내어진 한쪽 눈으로 형상화된다.

그 눈을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분노가 솟아 오르고 두려움, 공포를 느끼게 되었을 사람의 심리가 새삼, 지금 이 나이에 고스란히 이해되는 것이 내겐 오히려 전율의 대상이다.

이제 나도, 그런 감정의 추이들을 좇아갈 수 있을 만큼 세상의 때를 묻히고 만 것인가, 라는 깨달음이 스치고 지나간다.

 

1권의 미스터리와는 다른, 한층 더 깊이 있는 인간의 심연을 드러내 보이고 고발하는 공포 편의 앞부분에 포진한 <검은 고양이>와 <어셔 가의 몰락>이 던진 돌팔매가 꽤 둔중하게 내 머리를 때린다.

 

지옥에서나 울려댈 법한 공포의 비명 같기도 하고 승리의 함성 같기도 한, 지옥불에 떨어진 인간들이 극한의 고통 속에서 울부짖는 비명, 그리고 그런 인간들을 지켜보며 기뻐 날뛰는 악령의 함성과도 같은 소리였다. -22

 

포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글 속에서 조장하는 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좀 으스스하게 시작하는가 싶으면 어느새 사방이 그가 창조해낸 음울한 기운으로 가득차게 되고, 오리무중의 안개 속에 갇히기라도 한 것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것같은 답답함을 느끼면서 숨이 가빠진다.  

주인공이 느끼는 공포 자체가 내 주위에 엄습해와서 꼼짝없이 그 어두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공포 속에 퐁당 빠뜨려진다.

그리고 걷잡을 수 없이 치닫는 공포를 그래, 그냥 정신을 놓은 채로 온전히 느껴보자, 싶었을 때 느닷없이 막을 내리는 결말.

나는 이 속수무책의 올가미 속에 꼼짝없이 걸려들고 만다.

분명 바깥은 한여름의 찜통 같은 더위 속에 지글지글 끓고 있는데...

내 주위에만 미칠 것 같은 광풍이 분다.

 

그곳에 남은 것은 오로지 거대한 저택과 그림자뿐이었다. 섬광은 저물어가는 핏빛 보름달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 

쳐다보고 있는 사이 그 균열이 순식간에 쩍 입을 벌렸고 회오리바람의 광포한 헐떡임이 몰아치는가 싶더니 둥근 달 전체가 눈앞에서 터졌다. 거대한 벽이 산산이 무너져 흩어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51

 

 

무시무시한 공포를 느끼고 싶다면 포의 세계에 발을 들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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