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기술이다 - 메타인지 학습법
이승호 지음 / 인간사랑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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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 학습법 [생각은 기술이다]

 

 

 

아이들 방학이다 보니 자연스레 "공부"를 키워드로 하는 책들에 눈길이 간다.

아직 초등학교 4학년, 1학년이지라  마냥 뛰어놀게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긴 하지만

또다른 한쪽엔 "학부모"의 마음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래서 이 "학무모"의 마음을 좀 잠재우기 위해서 "공부" 관련 책들을 모아 읽어봤다.

방학공부법에서부터 "메타인지 학습법"을 다룬 [생각은 기술이다] 까지.

아이들을 직접 닦달하고 달달 볶아가며 "공부해라~"를 입에 달고 사는 엄마가 되기보다는

먼저 엄마의 내실을 잘 다져놓고 그 기반을 바탕으로 아이에게 넌지시 충고해주는

우아한 엄마가 되기로 한 것이다.

과연 속마음을 뚫고 나오려는 욕심을 누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 책은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나 중등 이상 교사들에게 유용한 자료가 될 것 같다.

일단은 학습법을 다루고 있고, 요즘 초미의 관심사인 '자기주도 학습'의 유용한 도구가 될

메타인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에서처럼 생각을 하나의 기술로 인식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낮은 단계의 생각에 익숙하기보다는 나누고 합치는 높은 단계의 생각, 메타인지를 활용하면 자신의 주장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자신의 생각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메타인지를 잘 조절하고 인도해서 우리의 학습과 삶에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것이 저자의 의도다.

 

미국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거의 절반 정도의 한인 학생들이 대학에서 학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중퇴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 알고 계시는지?

저자는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가져온 폐해를 직시하기는 커녕 숨기기에 급급한 학부모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육방법을 제시한다.

 

현장에서 메타인지 학습법을 가르치려다 보니 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다고 한다.

저자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선택적 인지라는 특성을 이용해 '의도적인'메타인지 학습법을 제시한다.

이 책은 최초로 의도적으로 선택인지 해야 할 필요와 욕구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위의 목차에서 보듯이 긍정, 생각, 판단의 메타인지로 크게 나눈 다음

모두 8단계에 걸쳐 생각의 기술을 정리한다.

 

긍정의 메타인지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마음밭을 일구어 공유, 공감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하고 있고,

생각의 메타인지는 학생들의 정보/지식 학습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이 알아야 할 것에 대해 미리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학습을 하고, 그 다음에 메타인지 내용을 점검해 보면 자신이 학습한 내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있다.

판단의 메타인지는 관점을 세우고, 주장을 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해가는 학생 개개인의 판단 과정을 스스로 판단해 보는 메타인지로서 보다 합리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학습법이다. -35

 

공부할 때 스스로 생각의 지침 원리를 갖추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강의를 들으며,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학습을 주도하며 스스로 학습을 완성해나갈 수 있게 된다는 원리다.

 

 

 

 

창의력과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제시된 집중연상법의 예이다.

따라해 볼 수 있도록 부록도 실려 있어 연습에 도움이 된다.

자유롭게 상상하며 집중력 있게 반복 연습을 꾸준히 하면 창의력과 집중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8단계를 따라가다 보면 최종적으로 긍정, 생각, 판단의 메타인지를 종합적으로 적용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메타인지의 모든 생각도구들을 총동원하여 <레미제라블>과 <죄와 벌>을 비교 분석할 수 있게 된다면, 이제 하산~

 

책을 읽고 쓰거나 강의를 들은 뒤 토론 할 때. 스스로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지를 아는 것.

메타인지의 생각의 기술을 익히면 자기주도학습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서 자신의 생활 전반에 걸쳐 자신감을 가지게 될 것이고 삶의 질 또한 크게 향상될 것이다.

 

진정한 배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는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크게 반길 만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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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월에 쓰는 12월의 에세이 주목 신간페이퍼

 

2016년이다.

원숭이의 해.

좋겠다. 원숭이는 재주가 많아서.

재주 없는 나는 하릴없이 고구마 말랭이나 씹어먹으며

또 앞으로 씹어먹을 책을 찾아 본다.

 

 

 

 

예술가의 서재 - 당신의 마음이 쉬어가는 다락방, 출판진흥원 제작지원도서 선정작

이하영 (지은이) | 페이퍼스토리 | 201512

 

음악.미술.문학.사진 각 분야의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 그들이 읽었던 책에 대한 수많은 자료들을 모으고 답사하며 쓴 책으로, 다독가이자 애서가인 이하영이 '불멸의 예술 작품 속에 밑그림으로 숨어 있는 책의 흔적들'을 더듬어 찾아 읽은 열혈 독서일기라 할 수 있다.

 

 

색다른 예술가들의 독서일기. 다른 이들은 책을 어떻게 대할까...궁금해진다.  

 

 

 

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것

송정림 (지은이) | | 201512

 

 

그동안 다양한 저작을 통해 생활 속 따뜻한 이야기를 발견해 들려주고 한줄기 희망을 놓지 않게 해주었던 송정림 작가. 이번에는, 문학작품 속에서 사랑과 삶의 면면을 포착한 <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출간했다.

 

 

 

문학작품 속에서 사랑의 이야기가 다루어지지 않은 것이 있겠냐마는, 작가의 눈에 포착된 사랑과 삶이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 장석주 (지은이) | 난다 | 201512

 

걸어본다 일곱번째 이야기는 시드니를 향해 있다. 누군가는 걸어본 곳이고 또 누군가는 처음 걷는 곳이라는 시드니.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시드니를 경험한 한 남자와 시드니를 경험하지 못한 한 여자가 한국을 떠나 처음으로 외지에서 함께 걸어본 기록을 한데 모은 책이다.

 

 

 

 

하루키의 <시드니!>를 읽었지만 그건 올림픽 체류기였고,

또 다른 시기에 다른 경험을 하는 사람들의 시드니 이야기는 어떨까.

걸어본다. 시리즈에서 실망한 적이 없었기에 필수체크!!

 

 

국경의 도서관 - 황경신의 이야기노트

황경신 (지은이) | 소담출판사 | 201512

 

50만 독자가 선택한 <생각이 나서> 작가 황경신의 <국경의 도서관>. 이 책에 실린 서른여덟 편의 짧은 이야기는 현실인 것도, 환상인 것도 같다. 이야기들은 짧지만 그 여운은 넘치도록 길다.

 

 

 

 

 

제목부터가 묘하다.

현실인 듯, 환상인 듯~

엮여진 이야기들을 얼른 맛보고 싶다.

 

 

 

삐따카니 - 삐딱하게 바로 보는 현실 공감 에세이

서정욱 (지은이) | 마음의숲 | 201512

 

 

 

  워낙에 체제순응적인 나로서는 '삐딱하기"가 참 쉽지 않은데~

동화를 삐딱하게 재해석한 위트있는 그 글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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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9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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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식 시드니 체류기[시드니]

 

 

 

자칭 올림픽 마니아라고 하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는 않을 듯 싶다.

우리나라에서 1988년 서울 올림픽이 개최되었을 때에야 전국민적 관심이 쏠리면서 호돌이와 굴렁쇠, "손에 손 잡고" 등이 히트되는 이상한 열기에 휩싸였지만 4년 후, 또 4년 후...

지구촌의 축제라고는 하지만 올림픽 기간에만 잠시 메달현황에 눈길을 주거나 반짝성 스타들의 이야기에 솔깃하곤 말 뿐이었다.

무엇보다도 성화봉송을 시작으로 해서 길고도 긴 선수단의 입장을 참고 보아야 하는 올림픽 개회식에서부터 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반감되는 건 뭐, 특별히 내가 삐딱해서라고 할 것까지도 없는 일 아닐까.

<응답하라 1988>에 푹 빠진 한 사람으로서 다시금 1988 서울 올림픽의 잔상을 떠올려 볼 때, 약간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그 시절을 아련하게 회상하는 것이 요즘의 즐거움이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그 이후의 올림픽, 예를 들어 바르셀로나, 시드니, 아테네,베이징, 런던 올림

픽들은 4년이면 한 번씩 돌아오고야 마는 축제이긴 하지만 벌써 4년이나 지났나~ 하는 일종의 알람으로 인식하고만 있었다.

 

하지만 2000년의 시드니 올림픽은 하루키에게 특별했나 보다.

 

환경올림픽, 에너지절약, 물절약, 쓰레기 억제, 오염방지, 생태계보호를 상징하는 다양한 행사가

마련, 1회용 종이컵도 사용이 금지.

 

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 시드니 올림픽이 하루키의 글 속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생생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체류하며 체험을 했으니 그 기술은 현장감이 넘칠 수밖에 없지만, 뭐랄까 하루키 특유의 시니컬함 때문에 시시때때로 웃음이 터져나온다.

올림픽 관람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
올림픽을 보러 가면 올림픽에 관한 것만 써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확 벗어난 색다른 시점의 글들이 시종일관 나를 즐겁게 했다.

시드니 신문 <오스트레일리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질문 : 어째서 올림픽 취재(따위)를 왔는가? 올림픽을 좋아하나?

답 "어째서일까? 올림픽 게임 자체에 특별히 흥미가 있는 건 아니다. 마라톤과 철인3종 경기는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그걸  내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올림픽에는 뭔지 모르지만 써야 할 것이 있는 것 같다. 그게 어떤 것일지 아직 짐작은 가지 않지만.

-82

 

 

 

 

'이 세상에 지루한 것들은 꽤 많지만, 단언컨대 올림픽 개막식은 그 중 톱3에 들 것이다'라는 것이 나의 명확한 견해다. 지루한 데다 무의미하다. 라고 단언한 하루키의 글을 읽는 순간,

나도~ 라며 엄지 척!

하긴 했지만 이 글을 읽기 전에는 올림픽이든, 올림픽 개막식이든 어찌 되어도 상관없다는 듯, 아무 생각이나 입장 표명을 할 일이 없었다. 그것이 이 글을 읽는 동안 '올림픽'이라는 것에 대해 짧은 단상이나마 끄집어 내게 되었으니 펜의 힘이란 참 대단하달까.

하루키가 대단한 것일까.

 

어쨌든, 올림픽 기간에 오스트레일리아를 방문해서 오리너구리와 거대한 악어를 보고 오기도 하고

성화봉송 과정을 직접 보거나 마라톤 코스를 돌아보고 철인3종경기의 자전거 코스를 자전거로 달려보는 등, 평범하지는 않은 일들을 하고 다닌 하루키는 그 과정을 재미나게 풀어놓는다.

브리즈번의 경기장은 화장실이 많아서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고마운 경기장이라고 하지를 않나, 일본 사람은 오로지 오스트레일리아에 코알라를 안아보기 위해 관광을 온다거나 하는 식의 허를 찌르는 유머를 곳곳에 깔아 놓아 키득거리며 읽게 된다.

 

내용과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일러스트 또한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아주 귀여운 모습으로 나타난 하루키, 캥거루, Do not hug의 대상인 코알라 ~

올림픽에 대한 글도 재미있을 수 있다라는  것을 알려주는 하루키식 시드니 체류기.

룰루랄라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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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프 - 술의 과학 사소한 이야기
아담 로저스 지음, 강석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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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한 술의 세계로~[프루프 술의 과학]

 

중국 위진시대 유명했던 유령은 <주덕송>에서

"누룩을 베개 삼고 술지게미를 자리 삼아 누우니, 생각도 없고 걱정도 없으며 그 즐거움이 도도하다"라고 했다.

언제나 술을 벗삼았고 술 한 단지를 들과 괭이를 멘 머슴을 데리고 다니며 자신이 죽으면 그 자리에 묻어 달라 했다던가.

언행일치의 사나이란 이를 두고 이름인지..

사나운 호랑이도 한 잔이면 산 속에서 취하고, 이무기와 용도 두 잔이면 바닷속에 잠든다는 두강주를 청해 세 잔을 먹고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일어서려다가 그만 술독을 깨뜨리고 말았다. 집에 돌아와서 <주덕송>을 지어놓고는 나흘째 되는 날 쓰러져 사망했으니 그야말로 술의 삶 자체인 사람이었다.

그를 마음으로 따른다기보다는 술에 대한 낭만적이기까지 한 그 모습에 한 때는 술 잘 마시는 사람을 이상형으로 꼽았을 정도였다. 뭐, 유령처럼 원없이 퍼마시고 천하를 내 집 삼아 아무 곳에나 드러눕는 자유인을 원한 것은 아니었고 기분 좋게 알딸딸하게만 같이 마셔 주는 사람이면 좋겠다 싶었다.

나이가 들면서 그 '정도'의 문제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지만...

어떤 이는 술자리에서 너무 뻣뻣하게도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만 술을 마시자."며 술을 마시면서 울분을 풀고 회포를 풀려던 나를 스톱시키기도 했고, 대부분은 너무 달린 나머지 다른 이들을 보살피지도 못했거니와 자기 자신조차 가누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현재 남편은 말하자면 알콜대사가 원활하지 못해 술 한 잔만 마셔도 온몸이 빨개지는 체질인지라, 눈을 마주보며 분위기 있게 한 잔 하는 것은 맥주 한 병으로 둘이 나눠 마시는 일과 동의어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조신(^^)한 상태에 적응하다 보니 이젠 맥주 한 컵으로도 스스로 기분 좋아져 버리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나...

 

이야기가 딴길로 새려하는데, "술 "하면 일단은 저렇게 정신이 약간은 느슨한 상태에서 이성의 끈을 살짝 놓고 감성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이 정석일 터이다.

하지만 술을 일단 마시면 맛과 향에 취하게 되며 우리 몸과 뇌는 술이 주는 행복한 마취에 젖어든다.

그리고 저자는 그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술을 한 모금 마시면서부터 몸은 작업에 들어간다. 에탄올은 산화되고 깨어져 좀 더 유용한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에탄올의 형태로 혈류에 남아있는 동안에는 에탄올의 효과를 느끼게 된다....위에서 에탄올은 간으로 직접 연결되는 문맥으로 들어간다. 간에서 알코올탈수소효소가 에탄올을 산화시켜 아세트알데히드로 바꾼다..... 간이 처리하지 못한 에탄올은 다시 혈류로 들어간다. 첫 잔을 마시고 20분 안에 에탄올은 소변을 보게 할 수 있는데, 신장에서 항이뇨호르몬과 짝을 이뤄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바소프레신을 억제하기 때문이다....몸에는 각종 생리적 장치가 있어 어느 수준 미만인 한 에탄올을 처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뇌에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즉 에탄올이 이상한 짓을 한다.이를 이해하려면 파티에 가야만 한다. -(259-263 중)

 

 

무지 과학적이고 이성적이고 따분한 것처럼 여겨지는 과정을 기술했지만 끝마무리에서는 너털웃음이 나온다.

이 책, [프루프 술의 과학]은 말 그대로 술에 관한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풀어놓았지만 보다시피 따분한 과학적 원리나 증명에만 힘을 기울이고 있는 책은 아니다.

프루프는 증명이라는 뜻 외에도 술의 도수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딱딱한 이야기라고 지레짐작하면 곤란하다. 젊은 시절부터 꽤 술을 좋아했던 저자는 어느날 아버지와 함께 싱글몰트스카치위스키를 처음으로 마신 뒤부터 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곧바로 매혹되었다.

스코틀랜드 남서부 끝에 있는 캠벨타운의 스프링뱅크에서 자사의 매시를 증류한 싱글몰트위스키의 맛을 한 번 보라지. 스프링뱅크에서 가장 오래 숙성한 18년산은 꿀과 바닐라, 담배, 레몬껍질, 가죽의 맛이 난다고 한다.

이제 술 마시는 것과 만드는 것을 즐겁게 여기기 시작한 저자는 "술을 어떻게 만들지?"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하여 술의 세계에 푹 빠져들고 만다.

그리하여 술이 무엇이고 술은 왜 각기 다른지,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해답을 찾아나간다.

술의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여정, 즉 술 한 모금을 마시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효모, 당, 발효, 증류, 숙성.

그 다음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결정적인 순간 이후에 우리 몸 안에서 벌어지는 일게 관해서까지 관여하면서 끈질긴 술의 세계에 대해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지능이라고는 없지만 인류가 문화를 만드는 데 영감을 준 것, 효모는 용도에 따른 유전적 패턴을 보이므로 오래된 균주를 잘 보존하는 게 일종의 신선한 의무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양주가 종가집 맏며느리에게 이어져내려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한다.

양조장에 폭우가 내려 건물이 물에 잠기자 양조업자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우린 망했다'라는 것일 정도이니 효모 보관의 중요성이야 두말 해 무엇하랴.

 

맥주는 제대로 만들기만 하면 거품을 내는 잠재력이 충분합니다. 거품과 관련된 문제의 95% 어쩌면 98%는 맥주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맥주를 어디에 어떻게 따르느냐에 달려 있지요.-123

 

문명이 곧 증류라는 윌리엄 포크너의 말이 맞다고 치고, 포크너식 문명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기원전 3000년경 중국에 증류기처럼 생긴 장치가 있었다고 하지만, 역사학자 후앙은 기원후 980년 무렵 소동파의 시에 나온다고 적었다. "술에 불이 붙으면, 푸른 천 조각으로 덮어 껐다."

후앙은 술에 불이 붙으려면 알코올 함량이 높아야 하는데 발효만으로는 15%를 살짝 넘을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증류주여야만 한다고 적절하게 지적했다. -135

 

두 번 증류한 코냑과 그보다 약간 거친 사촌인 한 번만 증류한 아르마냑은 숙성의 관점에서는 버번위스키와 서로 반대방향의 끝에 놓여 있다. 통상적으로 미국 위스키는 통속에 수년 이상 둬봤자 좋을 게 없다고 알려졌다. 프랑스 브랜디는 30년 또는 40년은 지나야 정말 좋아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스스로 독립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죠. 이렇게 숙성된 브랜디는 아름다움 자체입니다. 그 자신이 되는 것이죠."-197

 

뒷부분에 가서 숙취해소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헛개나무에 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술고래 친구들저자가 직접 에게 숙취 처방을 시도하는 과정은 배꼽 빠지게 웃긴다.

술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술을 마시고 죽은 유령이 술을 마실 때 사람 몸과 뇌의 변화에 대해 알았더라면 좀 더 그 생을 연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

감성과 이성의 조화는 예나 지금이나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술에 관한 한은 감성과 이성의 조화를 적절하게 이루어 기상천외한 술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다.

연말연시의 당신에게 술친구가 필요하다면 이 책의 저자만큼 적절한 사람은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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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2-31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같은 애주가는 이런 책을 읽으면 술맛이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명작 속 추억을 쓰다 - 어릴 적 나와 다시 만나는 고전 명작 필사 책 인디고 메모리 라이팅 북 1
김재연 지음,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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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명작 필사해요 [명작 속 추억을 쓰다]

 

 

 

한 때 컬러링이 인기더니 요즘은 '캘리그래피' , 손글씨가 인기인가 봐요.

내 손글씨가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는데

워낙 예쁘고 독특한 글씨체들이 많이 나와서 이제는 개성이 없어 보여요.

 

캘리그래피를 배워보려니 기본 준비할 것들이 만만치 않겠더라구요.

펜이며 잉크며, 각종 필기구들...

능서불택필이라고

서툰 사람들이  원래 뭔가를 시작할 때 설레발 치면서 준비만 왕창 하는 데 시간과 열정을 다 쏟아붓지요. ^^

 

그래서 캘리그래피는 계속 미뤄두고 있었는데

[명작 속 추억을 쓰다]는

나만의 손글씨라도 괜찮다는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책인 것 같아요.

 

 

보이시죠?

세상의 모든 글씨는 아름답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쓱쓱~ 따라 써보려고 마음 먹을 수 있었어요.

 

인디고 -글담에서 나온 고전 시리즈 아시죠?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눈길을 사로잡는 고전인데요.

이 책에서는 그 중에서 김지혁 일러스트레이터가 작업했던

<빨간 머리 앤>, < 작은 아씨들>, <키다리 아저씨>, <에이번리의 앤> 에 등장했던 일러스트가

아름다운 손글씨와 함께 펼쳐집니다.

 

 

 

필기구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있던 터라 뭘로 써야 이런 글씨체가 나올까, 고민하다가

붓펜을 사왔는데...

이 글씨는 붓펜으로는 도저히 따라하기 힘들더라구요...

아니었나봐요. ㅠㅠ

 

 

붓펜을 산 김에

제 마음대로 흘려쓰기도 시도해 보았어요.

결과는 참담하지만

그런대로 재미가 있더라구요.

뭐 어때...나 혼자 만족하고 즐기면 되지.

마음을 턱 내려놓으니까 막 더 쓰고 싶어지더라구요.

 

 

빨간 머리 앤을 따라 쓰면서는 앤의 명대사들을 다시 한 번 읊조리게 되었는데요~

 

"글쎄, 난 다이아몬드가 없어 평생 위안 받지 못하더라도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긴 싫어. 난 진주 목걸이를 한 초록 지붕 집의 앤으로 충분히 만족해. 분홍 드레스를 입은 부인의 보석 못지 않게 이 목걸이에 담긴 매슈 아저씨의 소중한 사랑을 난 알고 있으니까."

 

--나는 과연 내가 받은 선물에 담긴 마음을...소중한 사랑을 확실히 알고 있다고 이렇게 씩씩하게 말할 수 있을까. 이렇게도 확신에 찬 어조로 자신의 뜻을 당당히 밝히는 앤! 멋지다. 고아엿다는 박탈감이 마음을 꽉 채우지 않고 새로운 사랑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앤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감사한 것 천지인데... --(문장을 따라 쓰고 옆에다 이렇게 제 감상도 적어 둘 수 있어 좋았답니다.

 )

 

 

아침은 언제나 흥미로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하루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상상할 거리도 넘쳐나니까요.

 

--이런 마음, 이런 생각으로

하루를 꾸린다면 우리의 내일은 조금씩 밝고 활기차 질 텐데...상상력의 여왕 앤에게서 한 수 배운다.--

(요렇게도 써놓았더라구요.)

 

 

어떤 일이든 기대하는 데 그 즐거움의 반이 있는 걸요 .

혹시 일이 잘못된다 해도 기대하는 동안의 기쁨은 누구도 뺏을 수 없는 거예요.

 

-파양될까 두려워 하는 어린 소녀 앤의 마음이 전해진다. 이런 아픔을 겪지 않았더라면 할 수 없는 말이다.

기대하는 동안의 기쁨...불행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앤이 강구해야만 했던 '기대'라는 부풀림이 아릿하게 다가온다. 기대했다 실망하고, 좌절해 본 경험을 승화시키는 기발한 방법이다. 유리창에 서린 김을 쓱쓱 닦아내고 맑은 하늘을 올려다볼 줄 아는 씩씩함과 지혜를 앤은 가졌다. --

 

 

 

 

모두 잠든 밤에 마음 한 켠을 비워 놓고서 정갈한 글씨체로 문장 하나하나를 필사하는 느낌.

내 안에 밝은 빛을 비춰주는 느낌이다.

부담 없이 손글씨를 쓸 수 있어 더욱 좋다.

차분히 쓰다 보면 문장과 내 손글씨가 합치되는 순간, 작은 기쁨이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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