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9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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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식 시드니 체류기[시드니]

 

 

 

자칭 올림픽 마니아라고 하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는 않을 듯 싶다.

우리나라에서 1988년 서울 올림픽이 개최되었을 때에야 전국민적 관심이 쏠리면서 호돌이와 굴렁쇠, "손에 손 잡고" 등이 히트되는 이상한 열기에 휩싸였지만 4년 후, 또 4년 후...

지구촌의 축제라고는 하지만 올림픽 기간에만 잠시 메달현황에 눈길을 주거나 반짝성 스타들의 이야기에 솔깃하곤 말 뿐이었다.

무엇보다도 성화봉송을 시작으로 해서 길고도 긴 선수단의 입장을 참고 보아야 하는 올림픽 개회식에서부터 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반감되는 건 뭐, 특별히 내가 삐딱해서라고 할 것까지도 없는 일 아닐까.

<응답하라 1988>에 푹 빠진 한 사람으로서 다시금 1988 서울 올림픽의 잔상을 떠올려 볼 때, 약간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그 시절을 아련하게 회상하는 것이 요즘의 즐거움이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그 이후의 올림픽, 예를 들어 바르셀로나, 시드니, 아테네,베이징, 런던 올림

픽들은 4년이면 한 번씩 돌아오고야 마는 축제이긴 하지만 벌써 4년이나 지났나~ 하는 일종의 알람으로 인식하고만 있었다.

 

하지만 2000년의 시드니 올림픽은 하루키에게 특별했나 보다.

 

환경올림픽, 에너지절약, 물절약, 쓰레기 억제, 오염방지, 생태계보호를 상징하는 다양한 행사가

마련, 1회용 종이컵도 사용이 금지.

 

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 시드니 올림픽이 하루키의 글 속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생생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체류하며 체험을 했으니 그 기술은 현장감이 넘칠 수밖에 없지만, 뭐랄까 하루키 특유의 시니컬함 때문에 시시때때로 웃음이 터져나온다.

올림픽 관람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
올림픽을 보러 가면 올림픽에 관한 것만 써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확 벗어난 색다른 시점의 글들이 시종일관 나를 즐겁게 했다.

시드니 신문 <오스트레일리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질문 : 어째서 올림픽 취재(따위)를 왔는가? 올림픽을 좋아하나?

답 "어째서일까? 올림픽 게임 자체에 특별히 흥미가 있는 건 아니다. 마라톤과 철인3종 경기는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그걸  내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올림픽에는 뭔지 모르지만 써야 할 것이 있는 것 같다. 그게 어떤 것일지 아직 짐작은 가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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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지루한 것들은 꽤 많지만, 단언컨대 올림픽 개막식은 그 중 톱3에 들 것이다'라는 것이 나의 명확한 견해다. 지루한 데다 무의미하다. 라고 단언한 하루키의 글을 읽는 순간,

나도~ 라며 엄지 척!

하긴 했지만 이 글을 읽기 전에는 올림픽이든, 올림픽 개막식이든 어찌 되어도 상관없다는 듯, 아무 생각이나 입장 표명을 할 일이 없었다. 그것이 이 글을 읽는 동안 '올림픽'이라는 것에 대해 짧은 단상이나마 끄집어 내게 되었으니 펜의 힘이란 참 대단하달까.

하루키가 대단한 것일까.

 

어쨌든, 올림픽 기간에 오스트레일리아를 방문해서 오리너구리와 거대한 악어를 보고 오기도 하고

성화봉송 과정을 직접 보거나 마라톤 코스를 돌아보고 철인3종경기의 자전거 코스를 자전거로 달려보는 등, 평범하지는 않은 일들을 하고 다닌 하루키는 그 과정을 재미나게 풀어놓는다.

브리즈번의 경기장은 화장실이 많아서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고마운 경기장이라고 하지를 않나, 일본 사람은 오로지 오스트레일리아에 코알라를 안아보기 위해 관광을 온다거나 하는 식의 허를 찌르는 유머를 곳곳에 깔아 놓아 키득거리며 읽게 된다.

 

내용과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일러스트 또한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아주 귀여운 모습으로 나타난 하루키, 캥거루, Do not hug의 대상인 코알라 ~

올림픽에 대한 글도 재미있을 수 있다라는  것을 알려주는 하루키식 시드니 체류기.

룰루랄라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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