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명작 필사해요 [명작 속 추억을 쓰다]

한 때 컬러링이 인기더니 요즘은 '캘리그래피' , 손글씨가 인기인가 봐요.
내 손글씨가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는데
워낙 예쁘고 독특한 글씨체들이 많이 나와서 이제는 개성이 없어 보여요.
캘리그래피를 배워보려니 기본 준비할 것들이 만만치 않겠더라구요.
펜이며 잉크며, 각종 필기구들...
능서불택필이라고
서툰 사람들이 원래 뭔가를 시작할 때 설레발 치면서 준비만 왕창 하는 데 시간과 열정을 다 쏟아붓지요. ^^
그래서 캘리그래피는 계속 미뤄두고 있었는데
[명작 속 추억을 쓰다]는
나만의 손글씨라도 괜찮다는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책인 것 같아요.

보이시죠?
세상의 모든 글씨는 아름답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쓱쓱~ 따라 써보려고 마음 먹을 수 있었어요.
인디고 -글담에서 나온 고전 시리즈 아시죠?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눈길을 사로잡는 고전인데요.
이 책에서는 그 중에서 김지혁 일러스트레이터가 작업했던
<빨간 머리 앤>, < 작은 아씨들>, <키다리 아저씨>, <에이번리의 앤> 에 등장했던
일러스트가
아름다운 손글씨와 함께 펼쳐집니다.

필기구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있던 터라 뭘로 써야 이런 글씨체가 나올까, 고민하다가
붓펜을 사왔는데...
이 글씨는 붓펜으로는 도저히 따라하기 힘들더라구요...
아니었나봐요. ㅠㅠ

붓펜을 산 김에
제 마음대로 흘려쓰기도 시도해 보았어요.
결과는 참담하지만
그런대로 재미가 있더라구요.
뭐 어때...나 혼자 만족하고 즐기면 되지.
마음을 턱 내려놓으니까 막 더 쓰고 싶어지더라구요.
빨간 머리 앤을 따라 쓰면서는 앤의 명대사들을 다시 한 번 읊조리게 되었는데요~
"글쎄, 난 다이아몬드가 없어 평생 위안 받지 못하더라도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긴
싫어. 난 진주 목걸이를 한 초록 지붕 집의 앤으로 충분히 만족해. 분홍 드레스를 입은 부인의 보석 못지 않게 이 목걸이에 담긴 매슈 아저씨의
소중한 사랑을 난 알고 있으니까."
--나는 과연 내가 받은 선물에 담긴 마음을...소중한 사랑을 확실히 알고 있다고 이렇게 씩씩하게 말할 수 있을까. 이렇게도 확신에 찬
어조로 자신의 뜻을 당당히 밝히는 앤! 멋지다. 고아엿다는 박탈감이 마음을 꽉 채우지 않고 새로운 사랑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앤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감사한 것 천지인데... --(문장을 따라 쓰고 옆에다 이렇게 제 감상도 적어 둘 수 있어
좋았답니다.
)
아침은 언제나 흥미로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하루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상상할 거리도 넘쳐나니까요.
--이런 마음, 이런 생각으로
하루를 꾸린다면 우리의 내일은 조금씩 밝고 활기차 질 텐데...상상력의 여왕 앤에게서 한 수 배운다.--
(요렇게도 써놓았더라구요.)
어떤 일이든 기대하는 데 그 즐거움의 반이 있는 걸요
.
혹시 일이 잘못된다 해도 기대하는 동안의 기쁨은 누구도 뺏을 수 없는 거예요.
-파양될까 두려워 하는 어린 소녀 앤의 마음이 전해진다. 이런 아픔을 겪지 않았더라면 할 수 없는 말이다.
기대하는 동안의 기쁨...불행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앤이 강구해야만 했던 '기대'라는 부풀림이 아릿하게 다가온다.
기대했다 실망하고, 좌절해 본 경험을 승화시키는 기발한 방법이다. 유리창에 서린 김을 쓱쓱 닦아내고 맑은 하늘을 올려다볼 줄 아는 씩씩함과
지혜를 앤은 가졌다. --


모두 잠든 밤에 마음 한 켠을 비워 놓고서 정갈한 글씨체로 문장 하나하나를 필사하는 느낌.
내 안에 밝은 빛을 비춰주는 느낌이다.
부담 없이 손글씨를 쓸 수 있어 더욱 좋다.
차분히 쓰다 보면 문장과 내 손글씨가 합치되는 순간, 작은 기쁨이 일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