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골목에서 만나자 - 서울 362개 핫 플레이스
SK플래닛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머니는 가벼워도 느낌 있게 즐기는 서울 골목[우리, 골목에서 만나자]

 

 

 

아~ 서울 살면 주말마다 서울 골목 돌아다니며 맛집 찾아다니는 재미로 살 텐데...

[우리, 골목에서 만나자]는 SK플래닛에서 만들었다고 해요.

글과 사진은 SK플래닛 대학생 체험 리포터 플리터 4기 여러분들이 수고해 주셨는데요,

각 기사 아래 이름이 나와 있어요. 책으로 만들어지니 참여한 보람이 있을 것 같아요.

서울의 골목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책인데요,

아날로그적 감성에 공감하고 청춘의 열정에 호응하며, 골목의 소상공인들에게는 응원이 되어, 세상을 연결하고자 하는 새로운 노력을 이 책에 담았다네요.

맛집 찾기, 먹방이 대세인 가운데

이제 더 이상 새로운 맛집은 없으리라, 단언하고 장담하신 분들께

또 새로운 세상을 펼쳐보여 줄 것이 분명합니다!

 

 

 

책이 꽤 두툼하다 싶었는데

글쎄~

쌍둥이 책을 품고 있었네요.

1권은 지금 가장 뜨거운 서울이라는 제목으로

강남구, 서초구, 용산구, 성동구, 마포구, 서대문구, 종로구, 중구를 담고 있고요,

2권은 당신만 몰랐던 서울의 골목이라는 제목으로

나머지 성북구, 영등포구, 동대문구 등을 담고 있어요.

대한민국의 수도인 만큼 행정구역상 나뉘어진 구도 많네요.

각각의 구에 자리한 골목들에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각각의 골목에 이름을 붙여주니 색다르게 보이네요.

시끌벅적한 회기역과 경희대 부근을 벗어나자 만나게 되는 평화로운 거리에는 회기 홀로거리 라는 이름이 딱 어울리네요.

만화가 강풀이 태어나고 자란 곳 강동구에서 만나게 되는 강풀 만화 거리,

서울대 학생들이 서울대 정문의 '샤'처럼 보이는 조형물과 가로수길을 합쳐 만든 이름 샤로수길,

목동 종합 운동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목동 예체능 거리,

양재천 카페거리에는 쉼표거리 라는 이름을 붙여주니

거리들이 갑자기 막 활기를 띠는 느낌이죠?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 와서 꽃이 된다는 시 구절처럼

골목에도 이름을 붙여주니 한층 더 가까이 여겨지고 자주 불러주고 싶고 찾아가고 싶어지네요.

 

 

 

각각의 골목에 어울리는 이름들만큼이나 특색 있는 가게들이 소개되고 있는데요

소개만으로 끝나면 별로 재미가 없겠죠?

 "소상공인 인터뷰" 코너가 있어

사람사는 풍경을 엿볼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한 가지씩 숨겨 놓은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가게 주인들의 색다른 이야기는 맛집 소개만큼이나 흥미진진해요.

가게를 시작하게 된 계기, 특별한 영업 철학, 가게를 대표하는 상품, 향후 목표 등을 공통적으로 질문하고 있지만 답은 모두 다릅니다.

 

오늘은 서울의 어느 골목길을 어슬렁거려 볼까나...

서울에 일주일만 여행 간다면 이 책을 들고 가서

탁, 아무 곳이나 펼친 다음 그 곳이 가리키는 골목길을 하루 종일 탐험하고픈 마음이 굴뚝 같아요.

나름대로의 멋과 사연을 품은 곳에 나만의 추억을 얹어 서울골목이라는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어 두고 싶어요.

마음에 점찍어둔 곳은 어디냐면...

가로수길 옆, 또 다른 트렌드 골목 세로수 길.

바람이 살랑이는 아늑한 사랑채 같은 곳이 되고 있다는 소개글이 마음을 움직이네요.

<딸부자네 불백>은 24시 맛집이니 언제고 찾아가서 계란프라이와 된장찌개, 뚝배기 계란찜을 즐겨볼래요.

빈티지한 감성을 채워줄 아트 편집숍인 < 틱택톡 >은 선물사기 좋은 곳이라네요. <마이페이브리트>는 세로수길의 숨은 보물 창고 같은 곳. 건축, 디자인, 푸드, 사진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구비된 서적들부터 한정판 장난감들, 120년 전 기법을 이용해 만들어진 아트북까지 있다는 이 가게는 꼭 들러야 할 것 같아요. 가게 주인장 배용태 시인의 인터뷰도 실려 있어 더욱 믿음이 가네요. 10년 동안 이곳을 운영하면서 직접 수집하고 판매했던 책들을 소개하는 내용의 책을 출간하려 한다니...기다렸다가 꼭 사봐야겠어요. ^^

제가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인 함바그~ <해야>의 군침 돌게 하는 맛난 일본식 수제함바그와 반숙계란의 조합은 놓쳐서는 안돼!!

이렇게만 구경하고 돌아다녀도 하루가 너무나 짧게 느껴질 것 같네요.

 

 

서울의 고궁, 놀이공원 같은 뻔한 관광에 질렸다면,

오랜 역사만큼 깊고 넓은 이야기를 지닌 서울의 골목을 누비는 건 어떨까요?

우리, 골목에서 만나자!를 외치며 친구, 가족과 함께 할 날을 기대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임신중절 - 어떤 역사 로맨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멋진 작품 잉태의 꿈 [임신중절]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장편은 처음이다.

단편 속에서 빛나는 문장들을 접하고 황홀해 했었는데, 장편은 단편만큼 빛나는 문장에 더해 또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적절한 비유와 뜻하지 않은 비틀기는 너무나 멋져서  잠깐씩 숨을 멈추어 그 순간을 음미해야만 했다.

정말 천재 아닌가? 싶어 몇 번씩 그 부분을 읽고 또 읽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품고 있는 상징을 찾아내서 진짜 뜻과 매치하는 과정에서는 재빨리 연결짓지 못하는 나를 놀리는 듯했다.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 자체가 너무 비현실적이면서도 사람을 빨아당기는 환상적인 면이 있어서, 이야기에 푹 빠져 있다 보니 어느새 끝나 있더라~

이야기 자체의 여운을 더 즐기고 싶었는데 뒷부분의 해설은 두 가지씩이나 이 책을 읽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야기는 환상우화 한 편을 읽는 느낌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도서관이 있다.

어떤 출판사에서도 받아 주지 않는 책이나 저작물을 받아주는 도서관이다. 사람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느 때고 도서관에 찾아와 친절한 사서에게 자신의 책을 맡긴다.

자기 집 고양이 잭에 관해 열두 살 여자 아이가 쓴 책, 일흔 살 중국 신사의 말 도둑을 다룬 서부소설, 고뇌 투성이의 여자가 두고 간, 프라이해야 할지 서가에 꽂아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기름투성이였던, 1파운드 베이컨같은  책, 리처드 브라우티건이 쓴 <무스>같은 책들이 속속 도착한다.

 

아, 책들의 어둠 속에 앉아 있는 것은 너무도 좋다. 나는 피곤하지 않다. -26

 

 

도서관에서 3년째 틀어박혀 책들을 기증 받는 주인공 '나'에게 어느날, 보티첼리풍의 완벽한 외모를 자랑하는 여인이 찾아온다. 그녀는 육체적 아름다움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를 알리려고 자신의 '몸'에 관한 책을 썼노라는 말을 하며 눈물을 글썽인다. 루저들이 자기 책을 가지고 오는 이상한 도서관에 사는 남자와 완벽한 아름다움을 지녔지만 영혼이 완벽하지 않은 여자 '바이다'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그들에게 아기가 생기자 아직 세상에 적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들은 '임신중절'을 결심한다.

'나'가 유일하게 연락하며, 도서관의 책들이 옮겨지는 지하 저장고에서 일한다는 '포스터'의 도움으로 그들은 멕시코의 티후아나로 간다.

거기서 바이다가 수술을 하는 동안, '나'는 바이다를 포함, 세 번의 중절 수술을 목격한다.

도서관을 '집'이라 믿으며 다시 돌아왔지만 새로운 사서에 의해 '나'는 내쳐진다.

'나'와 '바이다', 그리고 '포스터'는 각자의 길을 찾아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보통의 '임신중절' 소재 이야기에서 기대하는 눈물 따윈 없다.

감정 과잉을 불러오거나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호소력 짙은 문장도 없다.

다만 사건의 나열들이 앞만 보며 직진하고 루저 같아 보였던 이들은 '임신중절'을 겪으면서 다시 힘차게 도약한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해설에서 제시한 두 번째 방법처럼, 인간과 책의 관계, 또는 저자와 글쓰기의 관계에 대한 은유로 읽을 수 있다.

 

이 작품은 출간되지 않은 모든 원고는 마치 장의사의 관처럼 도서관 선반에 나란히 놓여 있다가, 종국에는 지하무덤으로 옮겨져 묻히고 망각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35 (해설 중)

 

'나'가 목격한 세 번의 임신중절은 저자가 이 소설을 쓰기 이전 발표했던 세 권의 소설과 들어맞으니 '임신중절'은 저자의 작품이 태어나지 못하고 묻히는 것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겠다.

도서관은 원고들이 출판을 기다리며 모이는 곳, 지하 저장소는 원고들의 죽음을 상징하는 무덤같은 곳이라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세상 물정에 어두운 '나'에게  아름다운 '바이다'가 새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과정이 낭만적 로맨스로 포장된 것은 리처드 브라우티건이 메마른 삶 속에서도 낭만을 바랐다는 증표로 보아도 될까?

 

브라우티건이 책 속에서 창조한 이 특이한 도서관을 기념해 실제 브라우티건 도서관이 세워졌고, 거기서는 실제로 출판되지 않은 책 원고들만 받아서 보관했다고 한다. 실로 많은 이들의 꿈을 위한 도서관이 세워진 셈이니, 브라우티건의 낭만이 실현된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
사노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삐딱함에 용기를 얻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

 

 

사노 요코의 에세이로는 두 번째 만나게 되는 책이다.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는 만년의 사노 요코가 쓴 에세이라면, 이 책은 사노 요코의 첫 번째 에세이로 40대의 그녀를 만나볼 수 있다.

마냥 젊다고만은 할 수 없는 40대의 나는 어딘가 정체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자주 든다.

꽤 자주 멍하고 꽤 오랜 시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뭐랄까...인생이 심심하고 휑한 기분.

사노 요코의 어린이 그림책에서 본 고양이는 왠지 반항적이었다.

거칠고 무서울만큼 자유분방했던 고양이가 결국엔 100만번이나 사는 동안 진정한 사랑이 뭔지를 깨우쳐 간다는 내용이었는데.

어린이책이 이래서 되나? 아이들한테 읽혀도 될까?

싶은 생각을 하는 나를 보고, '나도 꼰대가 다 됐네.'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던 기억이 난다.

귀염성이라곤 전혀 없는 줄무늬 고양이의 지나친 솔직함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 때, 작가 사노 요코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는데

일전에 읽었던 그녀의 에세이로 그에 대한 갈증은 조금 해소한 셈이다.

40대의 사노 요코는 좀 더 거침 없고 지나치게 솔직하고 다소 삐딱하다.

마음 속 생각들을 그대로 내뱉는 것이,

스스로를 위한 일기장을 누구의 눈도 의식하지 않은 채 써내려가듯이 담백하다.

가족의 이야기도 일절 과장 없고,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 과정도 거리낌 없다.

'뭐 어때?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하는 듯이 .

여전히 '나'를 스스로의 자아 찾기 위주로 보지 못하고 '타인이 보는 나'를 신경 쓰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텍스트다.

내가 지금 나만의 일기를 쓴대도, 이렇게 직설적이고 자유롭게 쓰지는 못할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나만의 본질을 스스로 파악하며 살아야 할 텐데.

그 유명한 격언 "너 자신을 알라."처럼 말이다.

 

 

책에는 사노 요코 원작 삽화가 15점 수록되어 있다.

하나같이 고양이가 등장하지만 결코 귀엽다거나 사랑스럽다는 느낌은 찾을 수 없다.

어찌 보면 약간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옆으로 치켜 뜬 눈 하며,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선들이 마음 속 불안감을 슥슥 긁어대는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들을 자꾸만 힐끔힐끔 쳐다보게 되고 그림의 이미지가 꽤 오랫동안 기억 속을 돌아다닌다.  어른과 아이의 기묘한 공존이 묘한 엇박자를 이루면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고나 할까.

 

 

 

보통은 활짝 피어난 갖가지 꽃을 보며 찬탄해 마지 않지만 사노 요코는 꽃을 보고도 독기 서린 마음을 품었다고 고백한다.

의외의 문장에서 평소 그녀가 지니고 있던 삐딱함이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이런 삐딱함을 직설적으로 툭툭 내뱉으며 자신을 드러낼 용기가 있다는 사실이

왠지 부럽다.

이렇게 독설을 내뱉으면 좀 '센 언니'로 보일까, 싶어 나 자신을 억누르고 살지 않았나...

버릇 없이 보이는 것만 아니라면, 나도 내 스스로의 속에 담아 놓은 '발칙함'을 조금씩 내놓으면 어떨까...생각해 본다.

 

 

 

나는 싫어하는 말이 많다. 지금 현재는 '삶의 태도', '자유분방하다', '개방되었다', '해방', '여성의 자립' 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특히 여성의 정신 해방이란 말은 무슨 소린지 도통 모르겠다. ...

나는 사회적으로 잘나가는 여자들이 윤리와 역사와 여성의 생리 구조 등을 거론하며 어려운 말로 자기주장을 역설하면 왠지 무서워진다. 너무 어릴 때 아무 자각 없이 자신의 벽을 간단히 허물어버린 나는 의식과 지식을 축적해 '해방'이란 것에 도달한 잘나가는 여자들과 닮은 듯 보이면서도 아주 많이 다르다.-170

 

싫은 것은 싫다고 딱 잘라 말하며

남들과 나의 다른 점을 확실히 들여다보고 인정할 줄 알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이기적일 수 있는 당찬 여자

 

사노 요코의 40대는 그렇게 멋지다.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기에 더 눈부시게 보일 수도 있다.

솔직 담백하게 일기 쓰듯이 자신의 삶을 써내려가자 그게 또 그것대로

사노 요코의 삶의 철학이 된다.

나의 일상도 멋지게 엮여서 하나의 철학이 보이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리에 비가 오면
현현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촉촉히 감성을 적시네요. [파리에 비가 오면]

 

 

 

글이 많은 책을 읽다 보면 한 번쯤 눈을 쉬고 싶을 때가 있죠.

그럴 때면 만화책을 선택해서 한참 쉬어가기도 하고,

아이들 동화책을 읽기도 합니다.

[파리에 비가 오면] 이 책은 표지에서부터 사람의 마음을 착 가라앉게 만들고

한 곳에 빠져들게 하네요.

아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서 더 마음에 다가오구요.

현현 감성 그림 에세이라고 하는데...

차분한 글들이 매력적인 그림과 어우러져서

촉촉하게 마음을 적셔줍니다.

비가 오는 날이 아니더라도 괜시리 착 가라앉는 날,

읽어주면 또르르 눈물 한 방울 나게 될 것만 같아요.

 

네이버 그라폴리오 인기작가 순위 TOP3 화제의 연제작이라네요.

따로 챙겨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책으로 엮여 나온 걸 읽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프롤로그에서부터 슬픈 기운이 뚝뚝 묻어납니다.

오래전 한 연인을 추억하는 그림을 보며 읊조리는 듯한...

 

 

점점 흐려져 다 기억하지는 못해도

그들이 함께한 모든 것을 사랑하고 있다

난 아직 사랑하고 있다.-프롤로그 중

 

프롤로그를 읽어보니 책 전체 내용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가 떠오릅니다.

'그리움'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과거를 깨끗이 도려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죠.

잘 추억하고 가슴 한 구석에 잘 갈무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책은 작가의 마음 상태를 녹여내는 것이라 '실화' 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지극히 사실적인 감동이 전해지는 에세이네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며 연인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웃음소리도, 한 때 거닐던 길도 자꾸 떠오르면서

보고 싶다고 말하는데

왜...자꾸 내 이야기인 것만 같죠.

 

지금의 저는 그리워할 사람도 딱히 없는데 말이죠.

혹여 있다 해도 그 기억이 너무도 연해져서 이젠 미약하게나마 따라 그릴 선조차 남아 있지 않은데 말이죠...

 

 

 

왠지 비 내리는 거리의 모습이 이 책 전체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운 이의 얼굴, 포옹하는 장면, 키스씬, 사랑할 때의 웃는 모습 등

다양한 모습이 실려 있는데도

이 그림 한 장 앞에서 왠지 오래 머무르게 됩니다.

지금, 제겐 채워지지 않는 슬픔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중이라 그런 걸까요?

 

 

 

<파리에 비가 오면 2>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비가 내린다

가슴에 그대가 내린다

 

 

길지 않으니

이 부분은 쉽게 외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비가 내리는 날은 이 구절이 입 속에서 맴돌 것 같아요.

 

슬프지만, 슬픈 장면을 보고 눈물 짓는 순간에도 마음이 위로받는 느낌이네요.

지금 사랑하지 않는다고 우울한 당신...

이 책을 펼쳐 보며 내리 꽂히는 비 속에 당신을 들여 놓아 보세요.

몸이 적셔지고 가슴이 적셔질 거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모중석 스릴러 클럽 40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양영란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마음을 훔치는 스릴러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프레드 바르가스의 소설은 형사 아담스베르그 시리즈인 [죽은 자의 심판], [트라이던트]로 먼저 접했다. 후덜덜한 두께 덕분에 심호흡을 먼저 하고 나서야 책장을 펼칠 수 있었는데, 이번 책은 상대적으로 얇아 심리적 부담이 덜했다.^^

이번 비채에서 나온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는 2008년 웅진 임프린트 '뿔'에서 [죽은 자들이여 일어나라]로 나왔던 적이 있다고 한다. '복음서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전직 형사 방두슬레와 마가복음, 누가복음, 마태복음 드 각각 복음서 저자의 이름을 닮은 역사학자 마르크, 뤼시앵, 마티아스가 등장한다.

사실, 아담스베르그 시리즈와 닮은 듯 다른 분위기에 어떻게 적응할지 걱정되기도 했는데~

이 네 명의 남자들이 내뿜는 매력에 약간 어찔~한 것 말고는 부작용은 없었다.

 

"마당에 나무가 한 그루 있어요. 그런데 어제는 없었다고요.

난 저 나무 때문에  무서워요."-9

 

한때 유명한 성악가였던 소피아는 어느날, 자신의 정원에 전에 없던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남편은 아무 관심이 없고, 나무를 보며 섬뜩한 생각을 떠올리며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신 뿐이다.

때마침 소피아의 이웃집, '쓰러져가는 판자때기' 5층집에 4명의 남자가 이사온다.

퇴폐적인 중세 전문가, 검은 옷에 은색 벨트만 매고 다니는 우아한 차림새에 끈질긴 성격을 지닌, 쓸모없는 공부에 매달리는 학자, 희망을 모두 빼앗긴 전형적인 고급 백수 마르크는 2년간 방황하다 겨우 마땅한 집을 찾았는데 돈이 모자란다.

그 즉시 주변의 친구들을 물색하는데, 친구들 또한 특이하기가 마르크 못지 않다.

선사시대를 연구하는 금발 마티아스에다 제1차 세계대전 전문가인 뤼시앵까지.

뤼시앵은 창백한 얼굴의 정서 불안 현대사 전문가로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인물이라, 이 셋의 조합은 뭐랄까, 뜻하지 않은 부분에서 여심저격하는 부분이 있다.

추리 소설이자 스릴러를 읽으면서 만나게 되리라 예상하는 인물과는 상당 부분 거리가 있지만 이런 예기치 못한 만남이 설렘을 불러일으킨다.

로맨스 소설이나 순정 만화를 읽는 것만큼 콩닥대는 이 가슴을 어찌한다지?

게다가 의외의 복병인 마르크의 외삼촌이자 대부인 방두슬레는 전직 형사였고, 예순이나 일흔 정도 되어 보이고 성깔도 있어 보이지만 네 사람 가운데 제일 미남이란다.

이래서야 십 대 이상 모든 여성들의 마음을 훔칠 밑밥을 쫙 깔아 놓은 형국이 아닌가...

 

다시 정신을 집중하고 스릴러 속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때때로 튀어나오는 이들의 대화와 행동거지 묘사는 짐짓 여성의 마음을 꽉 잡았다 풀기를 반복한다. 이야기에 집중!! 하지만 곧 스르륵 풀려버리는 마음~

 

자신의 집 3층 방문에서 낯선 이웃들을 관찰하던 소피아는 그들을 찾아가 자신의 정원 나무 밑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다며 구덩이를 파달라고 부탁한다. 사례금으로 3만 프랑을 제시하자 그들은 더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이 일을 계기로 좀 더 가까워진 이들은 또 다른 이웃인 쥘리에트의 식당에서 열린 파티에도 참석하며 발을 넓혀가는데...매주 목요일이면 식당에 나타나는 소피아가 홀연 사라져 버렸다.

예전 그리스인 애인으로부터 엽서를 받은 소피아는 남편에게 리옹에 다녀 오겠다며 나간 뒤, 그 길로 흔적을 감춘 것이다.

마가복음 마르크, 마태복음 마티아스, 누가복음 뤼시앵. 어느샌가 복음서 이름이 별칭이 되어버린 이들과 전직 형사 방두슬레는 사라진 소피아의 행적을 찾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의심한 사람은 소피아의 남편으로, 역시나 아내 몰래 만나는 정부가 있었다.

게다가 시기 적절하게도 이모 소피아를 찾아온 조카 알렉상드라는 소피아의 막대한 유산을 노리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 와중에 불에 탄 자동차 안에서 소피아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되자 소피아의 행방불명은 사망 사건으로 커지게 된다.

4명의 남자는 상속, 원한 관계, 치정 관계, 성악가들 사이의 암투 등등 다양한 '왜'를 염두에 두고 경찰과 함께 또는 따로 사건을 수사해 간다.

 

어느날 갑자기 정원에 생겨난 너도밤나무 한 그루 아래에 도대체 무엇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예전 성악가 시절 소피아에 관해 악성 비평을 남긴 두 명의 남자도 차례차례 죽음을 당한 것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역사 고증을 하듯 끈질기게 파고들어가는 복음서 탐정들의 역할 배분이 멋들어진다.

이들을 진두지휘하는 방두슬레는 또 어떻고.

고래잡이에 나선 에이해브 선장처럼 고래가 어디로 지나갈지 예상할 수 있었다며 사건을 풀어내던 마르크의 완벽한 사건 해설 부분이 장관이다.

 

이제 그는 사자 위에 올라타서 그 갈기를 붙잡고 있었다. 자기 다리를 뜯어 먹은 사악한 고래의 등에 올라탄 에이해브 선장처럼...-333

 

평범한 집, 평범한 이웃에게도 남들이 모르는 숨겨진 과거가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까지 두려울 줄이야.

편안한 말투와 사근사근한 웃음으로 쉽게 다가오는 사람이지만 그 겉모습이 조각상에 불과하다면...

그 마음 속은 웬만해서는 파헤치기 어렵다면...

진실이 드러났을 때의 배신감은 훅 치고 들어오는 권투선수의 한 방보다 갑절이나 크고 오래 가리라.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어두운 진실을 묻어 두고 사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상상만큼은 하기가 싫어진다. 주변의 모든 사람을 의심하게 되는 날이 오지는 않겠지.

일상의 단조로움 속에 나른하게 감고 있던 눈을 확 뜨게 해 주는 작품이다.

복음서 탐정들의 톡톡 튀는 매력 덕분에 어둡고 추악한 사람의 마음 들여다보기를 견딜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능수능란하게 일을 마쳤다. 몰락한 영주의 우아한 자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뤼시앵은 생각했다. 마르크가 우편물을 붉은 봉랍으로 봉할 수 있도록 도장이 새겨진 반지를 선물해야겠다고도 생각했다. 분명 굉장히 좋아하겠지.-123

 

왜, 사건 해결을 줄줄 풀어나가는 멋진 장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장면에 심쿵하냔 말이닷...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