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오파기티카 - 언론자유의 경전, 전면개정판
존 밀턴 지음, 박상익 옮김 / 인간사랑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론자유의 경전 [아레오파기티카]

 

 

 

 

 

무슨 주술과도 같은 제목의 [아레오파기티카]는 [실락원]으로 유명한 존 밀턴의 저서다.

아직 [실락원]도 읽어보지 못한 처지이지만 문학의 고전이라 불리고 있다는 것만큼은 알고 있다.

밀턴의 [실락원] 만큼 문학적으로 대단한 평가를 받는 책인가 싶지만

부제로 '언론자유의 경전'이라 붙어 있어 문학적 저서는 아닌 것을 알겠다.

 

 

 

일단 '전면개정판'을 내면서 쓴 옮긴이의 각오를 읽어 보니, 그가 이 책에 들인 공이 어마어마함을 짐작할 수 있다. 1999년 솔출판사에서 나온 것을 완전히 새로 고쳐 썼다 한다.

 

 

책은 그다지 두꺼운 편은 아니지만 절반은 원전이고 절반은 번역하면서 옮긴이가 연구, 고찰한 부분이다.

원전의 경우에도 원전보다 주석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원전 보랴 주석 보랴 눈이 바빴다.

그만큼 옮긴이의 수고로움도 컸다 하겠다.

 

옮긴이에 따르면 '아레오파기티카'란, 그리스어로 전쟁의 신 '아레이오스'와 언덕이란 뜻의 '파고스'를 합친 말이라고 한다.

아테네의 변론가인 이소크라테스의 일곱 번째 연설 <아레오파고스 연설>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아레오파기티카]에서 밀턴은 '잉글랜드의 아레오파고스'인 의회를 상대로 연설하는 형식을 취했다고 한다.

 

구두가 아닌, 읽혀질 것을 전제로 한 점, 일개 시민의 자격으로 공적인 기구에 대해 정책의 시정을 촉구한 점 등에서 이소크라테스의 연설문과 유사하나 목적에서는 다르다.

 

그렇다면, 밀턴의 [아레오파기티카]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언론 자유의 경전, 또는 표현 자유의 "마그나 카르타"로 알려져 있는 이 책은 밀턴이 1643년 의회가 공포한 출판 허가법을 철회하라고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회의 출판 허가법은 이른바 출판물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법령이며 "향후 어떤 서적이나 팸플릿이나 논고일지라도 임명된 검열관들 또는 검열관들 중 적어도 한 명에 의해 사전 승인 및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 출판을 허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밀턴은 언론의 진정한 자유를 위하여  단호하고도 논증적인 어조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 나간다.

검열제의 기원에서부터 선과 악의 지식, 검열제의 비효율성, 검열제의 해악을 따져 묻고 시대적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잉글랜드인의 위대성을 부각시킨 후 관용이 가치, 관용의 한계를 이야기하면서 논지를 맺는다.

가히 흐르는 물처럼 도도하게 막힘없이 이어지는 그의 글은 지금에 와서 읽어보아도 대단한 명문장이다.

현재와의 차이가 너무 커서 그 시대의 잉글랜드에 살지 않는 한, 주석이 없이는 한 문장도 제대로 술술 읽혀지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나마 옮긴이의 주석이 빛을 발해 당시의 시대상, 사회상을 짚어주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몇 장도 채 읽지 못하고 길고 긴 문장과 언뜻 와닿지 않는 비유 때문에 책을 홱 덮어버릴 뻔 했다.

 

 

 

온갖 책들을 읽고 온갖 논거를 귀담아 듣는 것 이상으로 안전하게 그리고 위험이 적게 죄악과 거짓의 나라를 탐색할 수 있는 방법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것이 책을 닥치는 대로 읽는 데서 얻는 유익이라 하겠습니다.-71

 

 

우리가 바보같이 안이하게 지식 탐구를 중지하면 국민 사이에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고야 맙니다. 이런 식의 복종적 만장일치는 얼마나 바람직하고 좋은 것입니까! 의심할 나위 없이 정월 한파에 꽁꽁 얼어붙은 것 같은 견고하고 단단한 얼음덩어리입니다.

그 결과는 성직자들 자신에게도 더 나을 것이 없습니다. 풍족한 성직록을 받으며 자신의 헤라클레스 기둥 안에 안주하는 편협한 교구 성직자에 관한 이야기는 오늘날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121

 

자신의 의지를 관철함에 있어 송곳같이 날카롭게 찌르는 비판, 풍자도 서슴지 않았다. [민수기]24장 5절에 나오는 "야곱아! 너의 장막이 어찌 그리도 좋으냐!"를 패러디한 반어법을 적절하게 쓰면서 글쓰기를 한다.

 

출판 허가법을 철회하고 검열 없는 출판의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밀턴은 이 책을 저술했다.

 

 

[아레오파기티카]에서 가장 널리 회자되는 구절은

"나의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알고 말하고 주장할 자유를, 다른 어떤 자유보다도 그러한 자유를 나에게 주십시오."라는 말이라고 한다.

 

 

17세기 밀턴의 말을 지금 그대로 받아들여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 자유주의자라 말하는 것은 그의 시대와 지금의 시대 사이의 차이를 무시하는 것이다. 옮긴이의 연구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면 그 차이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밀턴의 시대와는 다른 지금에 요구되는, 진정한 언론 자유란 무엇인지 이 책을 읽으며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논쟁! 철학 배틀
하타케야마 소우 지음, 이와모토 다쓰로 그림, 김경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생히 전달되는 철학논쟁 [대논쟁! 철학배틀]

 

 

 

대학토론배틀을 재미있게 시청하는 중이다.

현사회의 여러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떤 해결책이 있을지 대학생들의 입장에서 토론하는 내용을 지켜보는 것이 꽤 흥미진진하다.

예선전에서는 옥석을 가려내는 작업부터 진행된다.

기본적인 토론예의부터 각 팀의 특성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초보나 신생 팀도 있고 여러 번 팀으로 활동해오고 수상실적까지 우수한 팀도 있다.

결국에는 한 팀으로 모아지는 과정에 있는 것이지만 '토론'의 강자가 되기까지는 실로 여러 가지면에서의 검증이 요구된다.

말의 어조, 빠르기, 논쟁 태도, 충분한 증거 자료 뿐만 아니라 재빠른 상황판단, 임기응변, 창의적인 논쟁 접근법 찾기 등이승패를 가른다.

토론을 지켜보는 과정에서는 재미있는 한판 말싸움에 그치고 말 수도 있지만

토론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긴장될까.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들이 한순간의 토론에 다 녹여내지고 있다는것을..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다 안다.

특히 기본적인 철학이 그 사람 하나를 규정짓는다는 것을 토론 순간순간마다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다.

그 사람됨을 이루는 근본이 인성 더하기 철학인 것을 깨닫는 순간, 토론을 지켜보는 중간중간에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내가 교육받은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나라는 사람을 이루게 될 텐데...내가 만약 저 자리에 서 있다면 나는  어떻게 비춰지는 토론자일까?

어떤 생각을 어떤 말투로 뱉어내게 될까?

그지 없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이제까지 철학이 우리의 삶과 동떨어져 있다고 느낀 것은 철학적 문제들을 너무 형이상학적으로 그리고 학문적으로만 여기고 있었던 탓이 크다.

삶의 곳곳에서 부딪치게 되는 문제들을 그저 대수롭잖게 여기고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흘려보내지 않았나.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나, 같은 질문을 오래 붙들고 생각한 다음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장'이 너무 없지 않았나.

 

[대논쟁! 철학배틀]은 철학자나 사상가의 이론들을 어렵게 풀어내지 않았다.

링 위에서 선수들이 주먹 하나로 싸우는 것처럼 자신들의 논지를 쭉쭉 뻗어내면서도 조화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읽는 이를 저절로 참여하고 싶게 만든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정치철학을 전공했지만 전문 철학자는 아니다. 일본 입시학원에서 윤리와 정치경제 과목을 가르치는 유명 강사다. 일반 독자들을 위한 교양 철학서에 걸맞게 친숙한 일상적인 사례들을 통해 어려운 철학적 용어들을 설명한다. 만화책 읽듯이 짧은 단락 속에 녹아 있는 철학자들의 입장을 하나씩 읽다 보면 철학적 지혜가 주는 깨달음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빈부격차는 어디까지 허용될까?

살인은 절대악일까?

 

소년 범죄, 엄벌로 다스려야 할까?

 

인간의 본성은 선할까, 악할까?

 

신은 존재할까?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까?

 

피부에 와닿는 철학적 물음들이 우리의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이제껏 이런 주제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어색하고 민망했다면 이제 사상가, 철학가들의

호쾌한 대담을 들으며 마음껏 끼어들어 보자.

 

 

마지막 15장에서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까? 라는 주제로 토론배틀을 벌이는 이들 중, 단연 석가모니의 '미모'가 눈에 띈다.

고행을 하며 비쩍말라 비틀어진 석가모니의 모습을 상상했다면 깜놀!

완전잘생긴 왕자님으로 나타난 석가모니 덕분에 끝에 가서 눈호강한다.  

치열하게 인간 냄새를 풍기며 대화하는 동서고금 37인의 사상가들과 함께 철학적 질문 15가지를 두고 철학하실 분!!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비움 - 차근차근 하나씩, 데일리 미니멀 라이프
신미경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미니멀한 생활철학 [오늘도 비움]

 

 

 

슬쩍 지나가는 눈길로 표지를 훑었을 땐, 저 갈색의 일렬로 서 있는 것이 무엇일까, 했다.

하늘을 날아가는 기러기도 저렇게 일자로 날지는 않을 텐데...

자세히 보니 옷걸이다.

아무 것도 걸려 있지 않은 옷걸이.

우리 집에도 많이 걸려 있지만 세탁소에서 옷을 맡기고 함께 받게 되는 하얀 철제 옷걸이도 아니고

옷을 사면 하나씩 따라 오는 어깨 부분 두툼한 플라스틱 옷걸이도 아니어서

눈에 익히는 데 한참 걸렸던 것이다.

책장을 넘기며 읽어나가자 드디어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딱 50개로 한정된 원목 옷걸이.

저자는 이 개수에 맞게 옷을 걸어 놓고 나머지는 더이상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패션에서 시작해 생활에 관한 여러 주제로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로 <리빙센스> 에디터로 활동한 이 치고는 꽤 소박하면서도 취향과 안목이 높은 선택이다 싶었다.

역시, 그녀는 과거에 패션에 심취했던 20대를 거치는 동안 쇼퍼홀릭이자 워커홀릭으로 살았다고 한다.

현재는 쇼퍼홀릭 라이프를 청산하고 미니멀 라이프에 입문한 지 4년차.

 

실제 경험이 녹아 들어 있는 산뜻한 문체의 글을 읽으며 절로 싱긋 미소가 지어졌다.

4인 가족이 살고 있는 번잡한 우리 집의 분위기와는 꽤 상반된 삶이지만

(즉, 지금은 아이들 때문에 뭐든지 줄여나가는 게 힘들다는 뜻이다.)

그녀의 생활철학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원목 옷걸이 50개로 대변되는 그녀의 미니멀 라이프.

고급 부티크에 걸려 있는 옷처럼 보이게 만드는 부티나는 원목 옷걸이에 맞춰 옷을 정리하려고 마음 먹자 후줄근한 옷들이 쉽게 버려졌다고 한다.

고가의 옷은 지인 중심으로 나눠 주고 피도 눈물도 없이 불필요한 옷을 버린 뒤 남은 것은 결국 유행과 무관한 것들.

편안한 팬츠에 면티 또는 셔츠를 받쳐 입고 실크 스카프로 포인트를 준 비슷한 옷차림을 하고 다니니까 사람들이 유니폼을 입고 다니냐며 물었다지만,

자신은 나만의 스타일이 생긴 것 같아서 칭찬처럼 들린다고 말한다.

 

결국,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라이프에 맞춰 나만의 스타일을 갖춰 가면 그것이 바로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남들 하니까 유행 타는 옷차림을 하기 위해 쇼핑을 하고 또 한다든지

이거 하나쯤은 있어야 기죽지 않으니까 명품백을 사야 한다든지

손님 왔을 때 내놓을 번듯한 그릇 정도는 갖춰야 하니까 또 그릇들을 사서 넣어두게 된다든지...

하는 것들이 결국은 나의 만족이 아닌 남들 시선 탓이라는 걸 인정하면

진짜 나만의 길이 보일 것이다.

 

 

 

책의 내용 중 이 부분이 크게 와닿았다.

"생활철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선택이 필요한 순간 기준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기준이 없다면 늘 유행에 휩쓸려 나의 고유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어색한 타인의 모습을 하고 있게 된다."

 

에코백을 애용하고 하이힐에서 내려왔으며 '노 브라'로 사는 것을 당당하고 거침 없이 말하고 다니는 사람.

심플하게 메이크업을 하고 소식 대신 느리게 먹으며 여백이 많은 공간에서 사는 사람.

 

역시 저자는 자신만이 생활철학에 의거해서 삶을 꾸려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아직도 책장 가득 책을 채워 넣은 채 살고 있지만 기회가 되면 자주 솎아 내서 사람들에게 나눠 준다. 몇 몇 부분에서는 작가의 미니멀 라이프나 심플한 생활철학과 맞닿는 습관을 나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희망이 보인다.

아마 아이들이 다 크고 나와 남편 둘만 남게 되면 본격적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실현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이를 먹다 보니 뭐든지 조금씩 놓아 버리고 살고 싶어지니까 말이다.

 

 

 

사진도 되도록이면 많이 찍지 않고 추억들을 소유하는 것에도 집착하지 않겠다는 말은,

음...그러니까 기억 하나에 의지하는 것이 아직은 버거운 나에게 큰도전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을 세세하게 다 따라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비움의 철학, 자신만의 생활철학을 확고히 하면 자연 내 주변의 삶도 정리가 되어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특히 물건은 비우고 취향은 채운다, 는 방식이 꽤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어도, 그것이 알고 싶다 - 대한민국 해양영토
이어도연구회 지음 / 인간사랑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어도 100문 100답 [이어도, 그것이 알고 싶다]

 

한, 중, 일 3국을 이어주고 있는 바다.

 그 바다를 둘러싸고 소리없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영유권'을 주장하는 분쟁도 분쟁이지만 해양 관할권 문제도 신경써야 할 때다.

자못 명징하게 보였던 독도 문제도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조작된 주장에 우리가 짐짓 밀리는 것처럼 보이는 형국이다.

어제 뉴스에서 가수 김장훈이 지난 6월 독도에서 360 VR 카메라로 촬영한 독도 영상을 공개하는 장면이 나왔다. 독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스크린 터치를 통해 360도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지난 6월 이세돌 9단과 함께 독도에서 대국을 하기 위해 찾았을 때 촬영했던 것 같다.

 

"이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을 때 파급력이 의외로 굉장히 큰 거거든요. 이게 진짜 이게 실효지배에요. 일본이 할 수 없는 일을 하자 일본은 독도를 갈 수 없기 때문에 실효지배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권투대회도 하고 VR도 만들고 수영도 하고."-김장훈

 

김장훈은 3.1절이 있는 다음 달엔 대한민국 복싱 유망주들의 시합과 장정구, 유명우의 레전드 매치도 연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한다. 그의 행적을 보아서는 열렬한 박수를 쳐도 모자라겠으나, 사실은 우리 국민의관심이 적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눈길을 끌어보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에 있어 심히 씁쓸하다. 또한 국민의 세금을 받는 외교부 공무원들은 왜 이런 기획을 이끌어내지 못했나, 우리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나 하는 생각도 들어 국가의 대처에 대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그나마 '독도'는 꽤 오랫동안 이슈가 되어 왔기에 간간이 연예인들도 노력하고 있고 외교간 마찰이 일어날 때마다 유감을 표명하고 있으나 '이어도'의 상황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중국과 일본 간에는 동중국해에서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충돌이 있고 한국과 일본 간 독도 영유권 갈등이 있다.

한국과 중국 간에는 이어도 주변 해역의 경계획정 문제가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이어도는 지금까지 제주도에서 전설로만 이어져 내려오는 섬, 몇 몇 문학작품에서만 볼 수 있었던 섬 이라고만 알아왔지, '이어도'를 둘러싸고 실제로 어떤 문제가 불거져 있는지 알지 못했다.

2003년에 이어도 해양과학기지가 건설된 후 중국이 이에 항의했다는 과정에서 이어도 문제가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어도는 섬이 아니기에 협상을 통해 해양경계를 확정해야 하고 외교적 협상에서 중국이 이어도를 우리 바다로 인정하게 하기 위해서는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어도의 실체는 무엇인지, 그것이 가지고 있는 해양영토분쟁의 함의는 무엇인지, 그곳에 건설된 이어도해양과학기지는 무슨 역할을 하는지, 해양법상 이어도와 이어도해양과학기지는 어떤 근거를 갖는지, 중국은 이어도를 뭐라 부르며 왜 그것에 손을 놓지 않는지, 혹여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은 없는지 등등.-15

 

이 모든 것에 관한 궁금증을 이 책에서 해소해 볼 수 있다.

이어도 문제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등 다양한 학문분과와 연접되어 있기에 인문지리, 역사설화와 문화, 제주인의 이어도, 해양과학, 해양환경, 유엔해양법과 이어도, 이어도 분쟁, 이어도와 해양주권 등 10개의 주제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10개의 주제에 따른  10개의 질의 응답. 그래서 모두 100문 100답이 이책에 실려있는 것이다.

 

섬이 아닌 수중암초, 해도상 이름은 소코트라암초, 중국은 '쑤옌자오'라 부르는 이어도.

꽤 무거운 분위기에서 국제정세를 살피는 책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어도의 문학적 근거, 설화, 대중가요에서 만날 수 있는 이어도를 함께 제시해 두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해양영토 문제에 관한 국민적 이해를 높여 해양주권의식을 강화하는 것이 이 책의 의도라고 한다.

독도만큼이나 이어도 분쟁에도 관심을 기울여 정부 차원의 대응만 바라지 말고, 국민 스스로 대응력을 높일 수 있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철학의 부재를 통감하며 [탁월한 사유의 시선]

 

우리는 철학이란 것을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있었는가?

중고등학교 시절 '윤리'라는 과목의 틀 안에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공자 등 동서양의 철학자들 이름을 얼핏 듣고 학파를 나누어 외우던 것으로 철학을 접했다.

왜, 어떻게 철학이 생겼고 철학이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우리 삶에는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물어야 하는데, 그 물음의 과정이 생략된 채 철학을 학문으로만 받아들였다.

내가 대학에 들어갈 즈음에는 수학능력시험에서 뜬금없이 그것도 국어 과목에서 무엇무엇의 오류라는 것이 등장해서 사람을 골머리 싸매게 하면서 철학에 대해 조금씩 생겨나려던 궁금증의 싹을 싹둑 잘라버렸다.

철학과를 선택해 들어가지 않은 이상은 '철학' 하면 철학관으로 연관지어 버리곤 하는 이상한 나라의 한 사람으로 그냥 쭉 눌러앉게 되었다.

 

지금 이 시대, 대한민국은 철학의 부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명징한 역사관도 없이 시절을 건너온 사람들이 '소녀상' 문제로 국민들과 대치하고 있으며

선진국의 언저리에 이름은 올려놓고 있으나 진짜 선진국이 언제나 되려나...하는 우려 속에 세월만 간다.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 부끄러운 일들이 연일 이어지고 있으며 그 뿐이랴..

국방, 경제, 사회, 문화...전방위적으로 떨치고 일어날 곳 하나가 없이 찌그러지고 일그러져 가고만 있다.

이 모든 것이 철학의 부재 때문이라고 한다면...과한 말일까.

최진석 교수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읽으며 철학이 없는 사람들이 이끄는 나라는

아마 지금의 대한민국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는 중국에 가서 한 도사를 만났는데

그로부터 엉뚱하면서도 뒤통수를 때리는 강력한 말 한 마디를 들었다고 한다.

"철학은 국가 발전의 기초다."

이 말이 대체로 이 책의 전체적인 기조가 됨을 책을 읽어가면서 알 수 있었다.

서양의 철학이 동아시아 역사 속에 어떤 과정을 겪으며 들어왔는가 하는 이야기를 한참 재미있게 듣다 보면 어느새 중반으로 향한다.

그의 이야기는 철학의 일반적인 이론이라든지 유명 철학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철학적 시선'의 등장에 관한 이야기였다. 철학적 지식은 철학이 아니라 동사처럼 작동할 때에만 철학이라고 한다는 것. 새겨주어야 할 부분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철학이 무엇인지에 주목하기보다 철학이 나와 세상과의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밑그림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철학적이라는 것은 철학적인 높이의 시선을 갖는 일.

철학을 수입한 우리나라에서는 철학의 결과물을 습득하는 것으로 흔히들 '철학한다' 라고 하는데, 실은 어떤 철학자가 그 결과물을 생산할 때 사용했던 시선의 높이에 동참해 보는 일이란 말이다.

장자를 읽고 감명을 받아 "장자처럼 살아보려 한다."에서 끝나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다른 사람을 닮기 위해 살지 말고 '자기처럼' 살 것. 철학자가 사용했던 높이의 시선을 지금 자신의 시대에서 사용해보려 덤빌 것.

그렇지만 이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터이다.

일본이나 중국, 혹은 선진국인 나라들보다 훨씬 뒤에 철학을 비로소 접하게 된 우리나라의 처지를 헤아려 본다면 지금의 눈부신 경제성장만으로도 만족해야 하지 않나...

저자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한다.

건국에서부터 산업화를 거쳐 민주화에 이르기까지 착실히 전진했지만 벌써 정체가 시작되었고 모든 분야에서 한계를 느끼고 있으며 이미 후퇴가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민주화 다음 단계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선진화!

지금 우리는 투명한 벽 앞에 서 있다는 비유로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준다.

철학적 시선으로 상승해야만 넘을 수 있는 벽. 지성적이고 문화적인 높이로만 넘을 수 있는 벽 앞에 서 있는 우리는 당황하고 있다.

그야말로 혼란에 맞닥뜨린 우리는 썩은 틀을 폐기하고 현실 세계를 스스로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필요한 것이 바로 철학이다.

 

이제까지 답답해만 하고 속시원히 답을 찾지 못했던 실망스러운 우리의 현재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 해답을 철학에서 찾으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철학적 시선을 갖추라고 말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에 읽히지만 다 읽고 난 뒤에는 철학의 부재를 통감하게 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