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코노미 - 1인 가구가 만드는 비즈니스 트렌드
이준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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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가 만드는 비즈니스 트렌드 [1코노미]

 

 

 

 4인가족으로 살고 있다.

아침에 3인을 떠나보내고 나면 나홀로 남는다.

이것저것 할 일을 해치우고 나면 점심은 혼자 먹게 된다.

늘 그렇듯이 TV를 보며 먹는데, 그럴 때 TV프로그램은 이른바 '먹방'위주로 본다.

어쩌다 한 번 꽂힌 드라마가 있으면 그걸 또 이어서 보기도 한다.

드라마 속에서도 '먹는' 장면이 나오면 내 반찬을 집어먹으면서도 TV 속 인물이 먹는 장면을 눈여겨 보면서, 저 사람이 나이려니, 내가 저 사람이려니 한다.

거울보기처럼 그와 나를 동일시하는 것이다.

왠지 더 맛있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 곁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혼자 있는 시간은 편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다.

바깥에 나다니면서  대인관계를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혼자 있는 시간을 크게 부담스러워하지는 않는다.

4인 가족이지만 낮시간은 온전히 나 혼자인 채로 지내는 생활이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다.

자연스레 요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혼밥', '혼술', '혼놀' 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에 눈길이 간다.

일을 하는 남편도 혼자만의 시간이 그리운 건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자꾸 <나 혼자 산다>같은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 편이다.

먹방은 시도 때도 없이 나오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이,

다른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먹방이 나오면 그저 '이거구나'하며 본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먹방이나 '혼자 하는 무엇'에 관한 것이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1인가구, 1인족, 혼자~

1인가구의 증가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아직 가족을 이루어 살고는 있지만 아이들이 커서 독립하고 나면

부부만 남게 될 테고, 언젠가는 남편 혼자 혹은 아내 혼자 남는 1인 가구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우리 집의 경우만 살펴도 머지 않은 미래에 1인 가구를 둘 혹은 셋 이상 만들어낼 것을 짐작할 수 있다.

1인 가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결혼시기가 늦어지고 이혼율이 높아지며 독신가구가 늘어나는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결혼이 늦어지면서 부모로부터 독립한 자발적인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취업 후 일정 부분의 경제력을 보유하고, 자신만의 영역에서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급격히 가속되는 고령화로 인한 독거노인의 증가도 1인 가구 확대를 심화시키고 있다. -18

 

 

 

SNS에서 타아도취에 빠진 '관종'이라는 사람들도 결국 거울 자아에 집착한 결과일 수 있다고 한다. 홀로족이 오프라인의 인간관계를 회피하고 온라인의 인간관계에 만족해 피상적 관계 맺기에만 집착한다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40

 

어쩔 수 없는 시대의 산물로 1인 가구가 늘어난다면, 이 현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1코노미 신드롬, 자신을 위해 소비와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나 좋아하는 아이템에 돈을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 가치 소비 성향이 두드러진다. <고독한 미식가>를 보면 고로 혼자 밥을 먹는 모습이 그려진다. 혼자 밥 먹는 것이 더이상 눈치 볼 일이 아니라 사회 현상이 되어버린 요즘, 자연스레 혼밥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1코노미]에서는 1코노미 시대에 혼자가 좋은 사람들이 소비지도를 바꾸고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 생활해 나가고 있는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1코노미 시대 비즈니스 전략을 비롯해 1코노미 심리학, 1코노미 신드롬 등을 통해 1인 가구 전성시대의 현실이 어떠한지 알려주는 것이다.

1코노미 들의 소비 트렌드는 어떠한가?

의식주 중에서 집과 관련해서는 마이크로 하우징 프로젝트, 셀프 인테리어, 1인용 세탁기와 청소기, 0.5가구의 등장, 셰어하우스 등 최신 트렌드가 보여지고 있다.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더 편하다는 '집돌이'들의 로그아웃신드롬에서부터 가상연애, 홈트레이닝, 덕후 문화 황금시대, 나홀로족을 위한 히트 상품 등을 이야기한다.

여행도 혼자 떠나 혼행이니 혼캠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고, 집에서 즐기는 홈캠핑이라는 것도 있다 한다. 외로운 도시인을 위한 속마음 버스, 나를 위한 작은 약방 마음약방, 몸도 마음도 든든하게 채워주는 심야식당 등을 통해 셀프 힐링도 가능하다니 1코노미 시대가 불러오는 변화는 어느새 우리에게 이렇게나 가까이 다가와 있다.

마지막으로 1코노미 비즈니스에서는 펫코노미 비즈니스, 안전, 보안 비즈니스, 고령화 사회 비즈니스, 커스터마이징 비즈니스 등을 짚어본다.

 

혼자 하는 것이 뭐가 그리 행복하겠냐 싶지만 혼자만의 자유로움도 분명 있을 터이다.

선택에 의해서든, 선택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누리게 되는 것이든, 누구나 살다 보면 1인 가족의 형태를 맞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현명하고 여유 있게 1인 가족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1인 가구의 장단점을 알고 변화하는 트렌드를 읽으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가 조금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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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인간학 - 인류는 소통했기에 살아남았다
김성도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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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소통했기에 살아남았다 [언어인간학]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재미있게 읽었기에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없나, 두리번거리던 차였다.

언어학도 아니고, 인간학도 아닌 것이 '언어인간학'이란 이름을 달고 나오니 생소하면서도 흥미가 당겼다.

감히 내가 다 이해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접어두고 그저 조금만이라도 얻어갈 것이 있으면 좋겠단 마음으로 일독을 시작했다.

건명원 강의를 책으로 만든 것이라 말하기식 글이 실려 있다.

딱딱한 글이 아니라서 일단은 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고 서문의 긴 문어체보다는 훨씬 부드럽게 다가왔다.

말과 글의 간극을 좁히는 일이란, 학자들이나 일반인이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에 슬쩍 웃음~

 

2015년 가을 건명원에서 진행된 다섯 차례의 강연을 기초로 쓴 책이니 만큼, 책의 목차도 5강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에서 이미 감지한 바, '언어'를 주 문제로 다루고 있기는 하나 이 때 언어는 고전적 언어학에서 연구 대상으로 삼는 음성언어의 범위로 국한하지 않았다.

저자는 음성언어만을 언어학의 진정하고도 유일한 대상으로 삼는 음성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시각언어, 문자언어, 몸짓언어, 디지털언어 등을 모두 아우르는 넓은 '언어'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학문 연구하듯이 깊게 파고드는 것보다는 좀 더 넓은 그물망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느낌이랄까.

일반인이 다가가기에 부담 없을 정도의 언어를 다루고 있어 좋았다.

저자는 인간 사회에서 소통과 의미에 사용되는 모든 기호 체계를 일러 언어라고 부를 것을 제안한다.

언어 개념을 굳이 음성언어게 국한시키지 않고 미술, 건축, 음악, 조각 등 다양한 예술의 언어들을 모두 아울러 상징 언어 시스템 이론을 제안했던 넬슨 굿맨과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 하겠다.

더 나아가 문자 개념의 경우에서도 다원주의적 문자 개념을 수용하여 컴퓨터 아이콘, 픽토그램, 부적, 수학과 화학 공식 등 많은 종류의 각인 시스템을 아우른다.

 

 

 

학문의 전문화와 세분화 지향적인 요즘의 형태가 극단적으로 나아가면 학문의 이기주의와 분리주의에 도달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상상력의 발현이 원칙적으로 봉쇄당하는 것까지를 걱정한다.

시간과 공간을 넓게 확장하면서 인류의 기원과 진화 문제, 언어와 상징의 창발 문제 등에 대한 일종의 진화 인문학의 시간을 개진하고 있다. 더하여 진정한 의미에서의 전 지구적 사유, 더 나아가  지정학적 인식 태도를 요즘의 학생들이 가지기를 원한다면서 언어인간학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공부하는 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지길 요구한다.

 

실제로 강의 각 중간중간에 적절한 질문들을 던지고 그 질문에 직접 답하기보다는 질문 자체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만들어내길 강조하는 부분이 멋지다.

 

도대체 언제 원형 언어로부터 완결된 자연언어로 이동한 것인가?

무엇인가를 발명하고자 하는 욕망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발명이라는 것은 세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것인가?

네안데르탈인은 말을 했을까?

인간 언어의 가능성을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무엇이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이 되도록 만드는가?

 

문명의 탄생에 관한 언어학의 새로운 해석을 내놓으며 호모 사피엔스부터 호모 디지터리스까지 언어로 인류의 진화를 좇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질문이 나오면 화들짝 정신이 깨어났고, 그 답을 좇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는 느낌이었다.

내 스스로 질문을 만드는 것이 과제로 남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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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0 : 서울편 2 - 유주학선 무주학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0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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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기 덕에 또다시 배움의 자세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0-서울편 2]

 

남도답사로 시작한 문화유산답사기가 25년 만에 돌고 돌아 서울에 안착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을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며 나는 아직도 그 시기의 추억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은데...

 

고등학생 때 내가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렇게 감흥이 크지는 않았을 터이다.

독후감 쓰는 거야, 뭐 그까이꺼 대충 끼적여 내면 그만 아닌가, 싶었던 어린 독서취향의 고등학생 시절을 지나

대학신입생 첫 과제로 뜬금없이 독후감을 하나 써내라는 미션을 받았다.

나의 자서전 쓰기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독후감 쓰기.

얼핏 전혀 달라 보이는 이 두 편의 글을 써내라는 미션 앞에서 나는 잠시 황망했다.

나 자신을 제대로 알기, 그리고 우리 나라의 어느 한 부분을 공부하듯 유람하듯 즐겨보기는

정말, 공부에 치이고 학교 생활에 갇혀 있던 내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서전 쓰기를 겨우겨우 해치우고 나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 독후감을 쓸 때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써가면서 그 밀려드는 거대한 감동을 원고지 속에다 욱여넣었었다.

대학 때는 답사를 자주 다녔기에 이 책을 첫 번째 독후감으로 과제 냈던 교수님의 안목이 대단했다고 본다.

우리나라 국토 어딘가를 가더라도 아는 게 있어야 그만큼 보고 오지, 혹은 기본적으로라도 그런 마음가짐이 갖춰져야 헛걸음 아닌 의미 있는 답사를 하게 될 것 아니냐는 염려 섞인 채찍질.

그래도 아직 어린 마음에 경개 좋은 산천으로 떠난다는 것에만 고무되어 정작 중요한 것들을 많이 놓치고 대학생활을 마쳤다.

지금에 와서는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어디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 조금이나마 '열린 눈'을 가지고 떠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정작 시간이나 생활의 잡다함에 밀려 훌쩍 떠날 수가 없는 지경이다.

내가 답사의 매력에서 한참 벗어난 지난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동안

유홍준 교수는 꾸준히 답사기를 펴냈고,

그가 가 본 모든 곳을 글로 옮기지는 못했다 하나

10편의 국내 답사기와 3편의 일본 답사기로 그 뜻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다는 것이 대단하고 놀랍다.

25년의, 아니 그보다 갑절의 시간을 들인 공력이 글의 곳곳에 녹아 있는 것은 글을 읽어가면서 자연스레 알게 된다.

 

내가 <성균관 스캔들>을 드라마로 보며 꽃미남 F4에 빠져 있는 동안, 저자는 작가 정은궐이 <반중잡영>에서 소설의 아이디어를 얻은 것을 캐냈다. 같은 드라마를 보고도 느낀 것이 천차만별이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들이 드라마로 생생하게 살아 숨쉴 수 있었던 것은 무명자 윤기라는 분이 성균관 유생들의 생활상을 무려 220수로 읊은 <반중잡영>이라는 장편시를 남겼기 때문이고 근래 학자들이 번역해 알렸기 때문이다.

성균관 답사기를 쓰면서 저자는 1985년 가을의 기억 한 자락을 푹 퍼내서 이야기한다.

성균관이 어떤 곳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건물 생김이나 둘러보다가 대성전 안을 들여다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

 

나는 자신의 상식에 큰 회의를 느꼈다. 이른바 '문묘 배향 동국 18현'을 대성전에 모셨다는 것도 몰랐ㄱ, 기실 우리나라 유학을 대표하는 18현의 이름도 다 몰랐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때 나는 한국미술사를 공부한답시고 건물과 석탑과 불상과 그림과 도자기의 형식만 따져왔던 것을 크게 반성했다. 그간의 공부가 허망한 것이 아니라 미술사의 유물은 예술작품이기 이전에 문화유산의 범주에 속하므로, 문화유산이라는 시각에서 출발해 미술사로 좁혀 들어갈 때 건축도 불상도 그림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공부해보고 싶었다-447

 

배움에 대한 끝없는 열망과 배운 것을 실제 답사와 연관시켜 알리고자 노력하는 진지한 모습은 감히 따라잡기 힘들다.

'유주학선 무주학불'(有酒學仙  無酒學佛)

술이 있으면 신선을 배우고 술이 없으면 부처를 배운다는 이 글은 오래전에 저자가 흥선대원군의 난초 그림에 찍혀 있는 도장에서 본 것인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0권의 부제로 삼았다.

한양에 도음을 정하기까지의 긴 여정을 풀어놓은 서울 한양도성 이야기, 조선시대 군사구역인 자문밖, 선조, 인목대비, 광해군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경운궁, 인경궁, 경희궁에다 대한제국 '구본신참'의 법궁인 덕수궁을 아우른 궁궐 이야기까지도 숨가쁜데

동관왕묘에서 한 숨 쉬어가고 성균관에서 배움을 마무리짓는다.

 

서울에서 꽤 멀리 떨어진 부산에 살고 있기에 '서울 나들이'는 부산 촌놈의 로망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언제 큰맘 먹고 서울 올라가면 궁궐의 도시인 서울을 제대로 느끼고 오리라.

요즘이 '대학로'는 홍대라 하지만 예전의 대학이 있었던 '성균관' 부근도 꼭 답사하고 오리라.

흥청망청 소비하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시시각각 달라지는 건물의 외양에 그저 와~ 하고 돌아오지 않고, 오랜 역사를 품은 서울을 구석구석 안다는 듯이 고개 끄덕이고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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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경 - 중국 제왕학(帝王學)의 최고 명저
조유 지음, 곽성문 옮김 / 인간사랑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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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자집 총망라한 제왕학의 고전 [장단경]

 

 

 

책의 두께가 압도적이다.

게다가 제목도 생소하다.

자치통감에 비견되는 제왕학의 고전이라는 문구 덕분에 책의 대강을 짐작할 수 있을 따름이다.

그리하여, 장단경이란 어떤 책인지, 에 관한 부분을 꼼꼼히 읽을 수밖에 없었다.

장단경은 당나라 현종 시기에 활동했던 조유가 찬술한 책이라고 한다.

공자가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 책은 저서, 저작 문헌이 아니라 편술한 것이다.

'작'과 '술'은 어떻게 구분하는가 하면,

"다른 사람이 알지 못했던 것을 자기가 먼저 알고, 다른 사람이 깨닫지 못했던 것을 자기가 먼저 깨달아, 선지하고 선각한 사람으로서 알고 깨달은 바를 남에게 가르치고, 그렇게 하여 모든 사람들이 알고 깨닫게 만드니, 이로써 천하의 앎과 깨달음이 나로부터 비롯된 것, 이를 일러 '작'이라고 한다. //이미 다른 사람이 알고 깨달은 바를 내가 엮어 더하고 빼기도 하고, 그 뜻이 오래 되어 제대로 밝혀지지 못한 것을 내가 그 뜻을 밝혀주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것으로 남을 가르치거나 작자의 본래의 뜻을 다시 밝혀주는 것, 이를 일러 '술'이라 한다."-청, 초순. P.18

장단경은 약 19만자로 이뤄진 문헌인데, 그 대부분이 다른 사람의 저술과 기록에서 발췌, 인용해온 것이며, 조유 자신이 직접 지은 문자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아 1만여 자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하니  이 책의 두께가 두꺼운 것이 확~ 이해가 된다.

장단경 한 권을 읽는 것만으로도, 중국의 하은주 시대부터 수,당의 천하통일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와 역대 제왕들의 흥망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천하영웅들의 풍부한 일화는 덤이다.

요즘 책들에서 넓고 얕은 내용을 다룬 교양서적들이 넘쳐나고 이곳저곳에서 발췌해온 자기계발서들이 많이 눈에 띄지만 그것들과는 비교를 불허한다.

선진 시대에서 당대 중기에 이르는 각종 서적들을 초(抄)하거나 인용했는데 최소 113종 이라고 하니 대단하지 아니한가.

<춘추좌전>, <논어> 같은 경(經), <사기>, <전국책>, <삼국지> 같은 사(史), 병가, 도가, 법가, 묵가, 잡가, 음양가를 망라한 자(子), <논제자> 같은 집(集) 류의 서적들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현존 동일 서적에 나오지 않는 일문이나 <군서치요> 및 <예문류취>같은 데에도 나오지 않은 많은 원자료를 담고 있어 문헌학적 가치가 뛰어나다고 한다.

비록 스스로의 저작은 아니나, 당시로서는 변방이라 할 수 있는 서촉의 한 은거 선비가 당대에 구할 수 있었던 110여 종의 전적을 일일이 참조하여, 천하를 경륜하는 근본 대법을 남긴 것이다.

언젠가 찾아올 밝은 임금을 기다리며 그를 위해 한 부의 교양 서적을 준비했다 하겠는데, 지금은 어느 누가 그런 수고로움을 감내해낼 수 있을지...

 

독창적인 역발상, 사실의 반면과 이면을 들추어 '반면의 교훈'을 강조하는 논리로 큰 관심을 끈 이 책은 원래 <장단요술>, <유문경제장단경>, 혹은 <반경>으로 불리었다가 원래 편술 취지를 살리고 [장단경]의 가치와 진면목을 가리지 않기 위해 본래의 서명을 쓰게 되었다 한다.

 

[장단경] 64편의 내용은 '위정', '왕패', 그리고 '치병'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역사책 읽는 듯하기도 하고 사기 열전의 인물들을 만나는 느낌도 든다.

소소한 인물들보다는 역사책에 실릴 만큼 비중 있는 인물들을 다루면서 후대에 교훈을 남기려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역대 제왕들의 통치와 권모의 실제를 서술함으로써 경세제민의 실질적인 방도를 제시해준다 하겠다.

책을 읽는 이들이 자신의 처지에 맞게 입맛대로 읽고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과거의 흘러간 역사 속에서 무엇을 배울까, 고개를 홱 돌리고 외면하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란다.

시세의 변화에 맞게 적절한 방도를 모색하는 것은 읽는 이의 몫이다.

현실 문제에도 얼마든지 실천적으로 접근할 방법이 다각도로 제시되고 있으니 말이다.

 

연일 온나라를 들쑤시고 있는, 믿지 못할 먹거리, 생활용품 문제에 보란 듯이 던지고 싶은 말이 나온다.

'사이비'

평소 행실이 앞다르고 뒤 달랐던 사람들은 뜨끔할 일이다.

 

교활한 자가 지혜롭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혜롭지 않고, 어리석은 자가 정인군자처럼 보이지만 군자가 아니며, 우직한 자는 용감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용감하지 않다. 나라를 망하게 한 군주는 지혜로운 듯 보이고, 나라를 망친 신하는 충성스럽게 보인다.

가라지의 싹은 마치 벼이삭처럼 보이고 검은 소의 황색 무늬는 호랑이처럼 보이며, 백골은 상아처럼 보이고, 붉은 바탕에 흰무늬가 있는 돌은 옥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겉으로는 비슷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것, 즉 '사이비'인 것이다.(출전, [전국책]위책1)-67

 

한 장 한 장 꼼꼼히 들여다보면 지금의 세태에 반영할 만한 문장들이 곳곳에 보인다.

읽다가 줄 치고, 읽다가 크게 동그라미 하고...

과거와 현실이 이렇게 겹쳐도 되는 것인가 싶을 정도다.

현명한 군주를 기다리며 현존하는 모든 서적들을 베껴 적었을 [장단경]의 지은이 조유의 심정이, [장단경]을 읽으며 또다시 과거와 현실을 대비해가며 밑줄치고 있는 내 심정과 같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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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울어도 되는 밤
헨 킴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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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물거품에서 다시 태어난 인어공주처럼 리셋! [실컷 울어도 되는 밤]

 

 

 

감정 노동을 하기 싫어서 일부러 순수의 세계인 동화 속으로 몰입해 본 기억이 있나요?

 귀여운 일러스트들을 한껏 구경하며 마음을 비워내려고 찾은 동화는 그러나 기대한 만큼의 기분전환이 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 덕분에 푸른 구릿빛 녹이 앉아 버린 청동거울처럼 우리 마음에도 모르는 사이에 때가 끼어버려서인지 동심의 눈으로 동화를 읽을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지요.

고귀한 사랑만을 남긴 채 자신의 몸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 인어공주 이야기만 가슴에 품고 있어도 벅찬데, 거기에 지금 현재 우리의 처지를 이입시켜 새로운 변주를 만들어내니까요.

<물거품에서 다시 태어난 인어공주>라는 일러스트입니다.

다시 태어나면 이번 생에서는 꼭 행복해지리라는 보장을 해 주는 건가요?

물거품에서 다시 태어난 인어공주를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환영해줄 수 없다는 구겨진 마음이 구석에서 조금씩 일어납니다.

인어공주가 다시 태어나서 기쁘다, 왕자와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아라~

라는 마음은 맑고 깨끗한 아이의 마음이겠지요,

하지만 제 마음은 그렇지만은 않네요.

막장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그 플롯에 길들여진 탓인지, 이미 다른 나라의 공주와 결혼해서 잘 살고 있을 왕자에게 다시 인어공주가 나타난다면 그건 민폐 아냐?에서부터, 불륜녀가 될 참이냐? 아니면 본처를 쫓아낸 희대의 악녀가 될 참이냐? 그렇다면 평온한 가정에 분란 일으킬 테니 왕자 말고 다른 왕자를 고르면 어때? 그건 원작에서 너무 동떨어진 또 다른 얘기가 되는 건가? 까지

안 해도 될 걱정을 하면서 또 다시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나.

 

 

[실컷 울어도 되는 밤]이란 아트에세이에 나오는 한 컷 그림을 보고 별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네요.

 

 

 

어둡고 아름답게 뒤틀린 환상을 그린다는 일러스트레이터 HENN KIM의 작품집입니다.

흑과 백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질리지 않게 오랜 시간 들여다 볼 수 있네요.

그림과 짧은 글의 조화도 일품입니다.

순수한 동화가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라면, 이 책은 현실에 낮과 밤을 살면서 많이 지친 어른들을 위한 아트에세이입니다.

감정노동에서 벗어나 있기 위해 동화를 들여다보다 도리어 감정노동에 더 시달리게 된다는 취지의 말을 늘어놓았는데요,

[실컷 울어도 되는 밤]은 폭발하고 싶은 감정들을 다독이는 대신 그저 보따리 풀어놓듯 스르르 감정을 끌러내 놓게 만듭니다.

그러니 쓸데없이 머리 굴리며 이야기를 확장시키지 않아도 되고 현실과 결부시켜 또 다른 걱정거리들을 만들어내게 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글과 그림을 보고 공감하면 될 뿐이지요.

 

저는 사실, 낮에 드라마를 보면서도  쉽게 감정이입해서 울기도 하고

잠에서 덜 깬 아침에도 남편의 꿈 이야기 들어주며 주르륵 눈물 흘리는 눈물 보따리인지라

꼭 밤에만 운다는 법칙 같은 것은 없는 편입니다마는,

밤이라는 시간대가 가지고 있는 특성상, 밤에는 왠지 주르륵, 찔끔 보다는 줄줄줄~ 우는 게 더 어울린다 싶기도 합니다.

[실컷 울어도 되는 밤]에는 다양한 상황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위로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현실을 한 번 비틀어 환상의 세계에 닿아 있는 느낌이 많이 나는 그림들로 사람들과의 공감을 도모하고 있는 듯해요.

 

 

누군가를 알아가는 과정을 그 사람의 마음 속 책장에 다가간다는 의미로 해석한 그림이네요.

은유적 표현으로만 보던 것을 그림으로 보니 한 번에 확 다가옵니다.

철벽녀, 철벽남들은 남 앞에서 저렇게 자신의 마음을 열지 못하는 사람들이겠죠?

그렇다면 나는, 내 마음의 책장을, 내가 간직한 이야기 보따리들을 저렇게 숨겨두지 않고 활짝 열어보여주는 사람인가? 되짚어보게도 되네요.

 

 

 

좀 괴기스러울 수도 있는 그림이네요^^

오싹하지만 보면 볼수록 창의적인 그림.

 

 

 

가까워질수록 더 힘들다는 말이 절실하게 와닿습니다.

가까이 가려 하면 할수록 가시는 더욱 서로를 찔러대겠지요.

은유로는 직관으로든 말로 하면 너무나 많은 낱말과 어절과 문장들이 소비되어야 할 상황을

그림 하나로 깨끗하게  관통하고 있네요.

 

 

 

이 그림 또한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 그림입니다.

나쁜 기억을 지우는 방법 중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요?^^

요즘은 건조에 살균까지 기능이 더 추가되었으니 말이죠~~

세상이 좋아질수록 사람들의 정신도 더 맑아지는 건가요?

 

나를 죽이려는 모든 것들이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101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아무 말도 못하겠어. -81

 

가끔 슬픔에 푹 빠져 버리는 것도 좋아.-71

 

내 이야기의 끝은 해피엔딩일까?-43

 

짧은 글을 읽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일러스트를 그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림을 바로 보고 상황을 바로 이해할 수 있기에, 거기에 더해 확실한 공감을 할 수 있기에

감정노동의 정도가 많이 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세탁기에 몸을 넣고 깨끗이 씻어낼 수는 없지만

[실컷 울어도 되는 밤]  속에 빠져 있는 동안만은

왠지 홀가분한 기분, 실컷 만끽할 수 있었네요.

괴로운 일들을 다리미로 싹 밀어버리는 그림, 빨래 건조대에 엎드려 눈물을 말려버리는 그림 등.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걸 보면 내 마음이 많이 움직인 것 같아요. 그림 속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많이 바빴을 내 마음. [실컷 울어도 되는 밤]을 쓰담쓰담하면서 나와 또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빌어봅니다.

물거품에서 다시 태어난 인어공주처럼 리셋!

 

#북폴리오#헨킴#헨 킴 개인전#미지에서의 여름(7/29_10/1)#아트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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