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인간학 - 인류는 소통했기에 살아남았다
김성도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류는 소통했기에 살아남았다 [언어인간학]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재미있게 읽었기에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없나, 두리번거리던 차였다.

언어학도 아니고, 인간학도 아닌 것이 '언어인간학'이란 이름을 달고 나오니 생소하면서도 흥미가 당겼다.

감히 내가 다 이해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접어두고 그저 조금만이라도 얻어갈 것이 있으면 좋겠단 마음으로 일독을 시작했다.

건명원 강의를 책으로 만든 것이라 말하기식 글이 실려 있다.

딱딱한 글이 아니라서 일단은 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고 서문의 긴 문어체보다는 훨씬 부드럽게 다가왔다.

말과 글의 간극을 좁히는 일이란, 학자들이나 일반인이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에 슬쩍 웃음~

 

2015년 가을 건명원에서 진행된 다섯 차례의 강연을 기초로 쓴 책이니 만큼, 책의 목차도 5강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에서 이미 감지한 바, '언어'를 주 문제로 다루고 있기는 하나 이 때 언어는 고전적 언어학에서 연구 대상으로 삼는 음성언어의 범위로 국한하지 않았다.

저자는 음성언어만을 언어학의 진정하고도 유일한 대상으로 삼는 음성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시각언어, 문자언어, 몸짓언어, 디지털언어 등을 모두 아우르는 넓은 '언어'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학문 연구하듯이 깊게 파고드는 것보다는 좀 더 넓은 그물망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느낌이랄까.

일반인이 다가가기에 부담 없을 정도의 언어를 다루고 있어 좋았다.

저자는 인간 사회에서 소통과 의미에 사용되는 모든 기호 체계를 일러 언어라고 부를 것을 제안한다.

언어 개념을 굳이 음성언어게 국한시키지 않고 미술, 건축, 음악, 조각 등 다양한 예술의 언어들을 모두 아울러 상징 언어 시스템 이론을 제안했던 넬슨 굿맨과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 하겠다.

더 나아가 문자 개념의 경우에서도 다원주의적 문자 개념을 수용하여 컴퓨터 아이콘, 픽토그램, 부적, 수학과 화학 공식 등 많은 종류의 각인 시스템을 아우른다.

 

 

 

학문의 전문화와 세분화 지향적인 요즘의 형태가 극단적으로 나아가면 학문의 이기주의와 분리주의에 도달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상상력의 발현이 원칙적으로 봉쇄당하는 것까지를 걱정한다.

시간과 공간을 넓게 확장하면서 인류의 기원과 진화 문제, 언어와 상징의 창발 문제 등에 대한 일종의 진화 인문학의 시간을 개진하고 있다. 더하여 진정한 의미에서의 전 지구적 사유, 더 나아가  지정학적 인식 태도를 요즘의 학생들이 가지기를 원한다면서 언어인간학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공부하는 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지길 요구한다.

 

실제로 강의 각 중간중간에 적절한 질문들을 던지고 그 질문에 직접 답하기보다는 질문 자체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만들어내길 강조하는 부분이 멋지다.

 

도대체 언제 원형 언어로부터 완결된 자연언어로 이동한 것인가?

무엇인가를 발명하고자 하는 욕망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발명이라는 것은 세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것인가?

네안데르탈인은 말을 했을까?

인간 언어의 가능성을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무엇이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이 되도록 만드는가?

 

문명의 탄생에 관한 언어학의 새로운 해석을 내놓으며 호모 사피엔스부터 호모 디지터리스까지 언어로 인류의 진화를 좇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질문이 나오면 화들짝 정신이 깨어났고, 그 답을 좇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는 느낌이었다.

내 스스로 질문을 만드는 것이 과제로 남았을 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