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0 : 서울편 2 - 유주학선 무주학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0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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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기 덕에 또다시 배움의 자세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0-서울편 2]

 

남도답사로 시작한 문화유산답사기가 25년 만에 돌고 돌아 서울에 안착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을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며 나는 아직도 그 시기의 추억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은데...

 

고등학생 때 내가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렇게 감흥이 크지는 않았을 터이다.

독후감 쓰는 거야, 뭐 그까이꺼 대충 끼적여 내면 그만 아닌가, 싶었던 어린 독서취향의 고등학생 시절을 지나

대학신입생 첫 과제로 뜬금없이 독후감을 하나 써내라는 미션을 받았다.

나의 자서전 쓰기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독후감 쓰기.

얼핏 전혀 달라 보이는 이 두 편의 글을 써내라는 미션 앞에서 나는 잠시 황망했다.

나 자신을 제대로 알기, 그리고 우리 나라의 어느 한 부분을 공부하듯 유람하듯 즐겨보기는

정말, 공부에 치이고 학교 생활에 갇혀 있던 내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서전 쓰기를 겨우겨우 해치우고 나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 독후감을 쓸 때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써가면서 그 밀려드는 거대한 감동을 원고지 속에다 욱여넣었었다.

대학 때는 답사를 자주 다녔기에 이 책을 첫 번째 독후감으로 과제 냈던 교수님의 안목이 대단했다고 본다.

우리나라 국토 어딘가를 가더라도 아는 게 있어야 그만큼 보고 오지, 혹은 기본적으로라도 그런 마음가짐이 갖춰져야 헛걸음 아닌 의미 있는 답사를 하게 될 것 아니냐는 염려 섞인 채찍질.

그래도 아직 어린 마음에 경개 좋은 산천으로 떠난다는 것에만 고무되어 정작 중요한 것들을 많이 놓치고 대학생활을 마쳤다.

지금에 와서는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어디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 조금이나마 '열린 눈'을 가지고 떠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정작 시간이나 생활의 잡다함에 밀려 훌쩍 떠날 수가 없는 지경이다.

내가 답사의 매력에서 한참 벗어난 지난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동안

유홍준 교수는 꾸준히 답사기를 펴냈고,

그가 가 본 모든 곳을 글로 옮기지는 못했다 하나

10편의 국내 답사기와 3편의 일본 답사기로 그 뜻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다는 것이 대단하고 놀랍다.

25년의, 아니 그보다 갑절의 시간을 들인 공력이 글의 곳곳에 녹아 있는 것은 글을 읽어가면서 자연스레 알게 된다.

 

내가 <성균관 스캔들>을 드라마로 보며 꽃미남 F4에 빠져 있는 동안, 저자는 작가 정은궐이 <반중잡영>에서 소설의 아이디어를 얻은 것을 캐냈다. 같은 드라마를 보고도 느낀 것이 천차만별이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들이 드라마로 생생하게 살아 숨쉴 수 있었던 것은 무명자 윤기라는 분이 성균관 유생들의 생활상을 무려 220수로 읊은 <반중잡영>이라는 장편시를 남겼기 때문이고 근래 학자들이 번역해 알렸기 때문이다.

성균관 답사기를 쓰면서 저자는 1985년 가을의 기억 한 자락을 푹 퍼내서 이야기한다.

성균관이 어떤 곳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건물 생김이나 둘러보다가 대성전 안을 들여다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

 

나는 자신의 상식에 큰 회의를 느꼈다. 이른바 '문묘 배향 동국 18현'을 대성전에 모셨다는 것도 몰랐ㄱ, 기실 우리나라 유학을 대표하는 18현의 이름도 다 몰랐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때 나는 한국미술사를 공부한답시고 건물과 석탑과 불상과 그림과 도자기의 형식만 따져왔던 것을 크게 반성했다. 그간의 공부가 허망한 것이 아니라 미술사의 유물은 예술작품이기 이전에 문화유산의 범주에 속하므로, 문화유산이라는 시각에서 출발해 미술사로 좁혀 들어갈 때 건축도 불상도 그림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공부해보고 싶었다-447

 

배움에 대한 끝없는 열망과 배운 것을 실제 답사와 연관시켜 알리고자 노력하는 진지한 모습은 감히 따라잡기 힘들다.

'유주학선 무주학불'(有酒學仙  無酒學佛)

술이 있으면 신선을 배우고 술이 없으면 부처를 배운다는 이 글은 오래전에 저자가 흥선대원군의 난초 그림에 찍혀 있는 도장에서 본 것인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0권의 부제로 삼았다.

한양에 도음을 정하기까지의 긴 여정을 풀어놓은 서울 한양도성 이야기, 조선시대 군사구역인 자문밖, 선조, 인목대비, 광해군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경운궁, 인경궁, 경희궁에다 대한제국 '구본신참'의 법궁인 덕수궁을 아우른 궁궐 이야기까지도 숨가쁜데

동관왕묘에서 한 숨 쉬어가고 성균관에서 배움을 마무리짓는다.

 

서울에서 꽤 멀리 떨어진 부산에 살고 있기에 '서울 나들이'는 부산 촌놈의 로망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언제 큰맘 먹고 서울 올라가면 궁궐의 도시인 서울을 제대로 느끼고 오리라.

요즘이 '대학로'는 홍대라 하지만 예전의 대학이 있었던 '성균관' 부근도 꼭 답사하고 오리라.

흥청망청 소비하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시시각각 달라지는 건물의 외양에 그저 와~ 하고 돌아오지 않고, 오랜 역사를 품은 서울을 구석구석 안다는 듯이 고개 끄덕이고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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