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경 - 중국 제왕학(帝王學)의 최고 명저
조유 지음, 곽성문 옮김 / 인간사랑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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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자집 총망라한 제왕학의 고전 [장단경]

 

 

 

책의 두께가 압도적이다.

게다가 제목도 생소하다.

자치통감에 비견되는 제왕학의 고전이라는 문구 덕분에 책의 대강을 짐작할 수 있을 따름이다.

그리하여, 장단경이란 어떤 책인지, 에 관한 부분을 꼼꼼히 읽을 수밖에 없었다.

장단경은 당나라 현종 시기에 활동했던 조유가 찬술한 책이라고 한다.

공자가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 책은 저서, 저작 문헌이 아니라 편술한 것이다.

'작'과 '술'은 어떻게 구분하는가 하면,

"다른 사람이 알지 못했던 것을 자기가 먼저 알고, 다른 사람이 깨닫지 못했던 것을 자기가 먼저 깨달아, 선지하고 선각한 사람으로서 알고 깨달은 바를 남에게 가르치고, 그렇게 하여 모든 사람들이 알고 깨닫게 만드니, 이로써 천하의 앎과 깨달음이 나로부터 비롯된 것, 이를 일러 '작'이라고 한다. //이미 다른 사람이 알고 깨달은 바를 내가 엮어 더하고 빼기도 하고, 그 뜻이 오래 되어 제대로 밝혀지지 못한 것을 내가 그 뜻을 밝혀주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것으로 남을 가르치거나 작자의 본래의 뜻을 다시 밝혀주는 것, 이를 일러 '술'이라 한다."-청, 초순. P.18

장단경은 약 19만자로 이뤄진 문헌인데, 그 대부분이 다른 사람의 저술과 기록에서 발췌, 인용해온 것이며, 조유 자신이 직접 지은 문자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아 1만여 자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하니  이 책의 두께가 두꺼운 것이 확~ 이해가 된다.

장단경 한 권을 읽는 것만으로도, 중국의 하은주 시대부터 수,당의 천하통일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와 역대 제왕들의 흥망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천하영웅들의 풍부한 일화는 덤이다.

요즘 책들에서 넓고 얕은 내용을 다룬 교양서적들이 넘쳐나고 이곳저곳에서 발췌해온 자기계발서들이 많이 눈에 띄지만 그것들과는 비교를 불허한다.

선진 시대에서 당대 중기에 이르는 각종 서적들을 초(抄)하거나 인용했는데 최소 113종 이라고 하니 대단하지 아니한가.

<춘추좌전>, <논어> 같은 경(經), <사기>, <전국책>, <삼국지> 같은 사(史), 병가, 도가, 법가, 묵가, 잡가, 음양가를 망라한 자(子), <논제자> 같은 집(集) 류의 서적들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현존 동일 서적에 나오지 않는 일문이나 <군서치요> 및 <예문류취>같은 데에도 나오지 않은 많은 원자료를 담고 있어 문헌학적 가치가 뛰어나다고 한다.

비록 스스로의 저작은 아니나, 당시로서는 변방이라 할 수 있는 서촉의 한 은거 선비가 당대에 구할 수 있었던 110여 종의 전적을 일일이 참조하여, 천하를 경륜하는 근본 대법을 남긴 것이다.

언젠가 찾아올 밝은 임금을 기다리며 그를 위해 한 부의 교양 서적을 준비했다 하겠는데, 지금은 어느 누가 그런 수고로움을 감내해낼 수 있을지...

 

독창적인 역발상, 사실의 반면과 이면을 들추어 '반면의 교훈'을 강조하는 논리로 큰 관심을 끈 이 책은 원래 <장단요술>, <유문경제장단경>, 혹은 <반경>으로 불리었다가 원래 편술 취지를 살리고 [장단경]의 가치와 진면목을 가리지 않기 위해 본래의 서명을 쓰게 되었다 한다.

 

[장단경] 64편의 내용은 '위정', '왕패', 그리고 '치병'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역사책 읽는 듯하기도 하고 사기 열전의 인물들을 만나는 느낌도 든다.

소소한 인물들보다는 역사책에 실릴 만큼 비중 있는 인물들을 다루면서 후대에 교훈을 남기려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역대 제왕들의 통치와 권모의 실제를 서술함으로써 경세제민의 실질적인 방도를 제시해준다 하겠다.

책을 읽는 이들이 자신의 처지에 맞게 입맛대로 읽고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과거의 흘러간 역사 속에서 무엇을 배울까, 고개를 홱 돌리고 외면하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란다.

시세의 변화에 맞게 적절한 방도를 모색하는 것은 읽는 이의 몫이다.

현실 문제에도 얼마든지 실천적으로 접근할 방법이 다각도로 제시되고 있으니 말이다.

 

연일 온나라를 들쑤시고 있는, 믿지 못할 먹거리, 생활용품 문제에 보란 듯이 던지고 싶은 말이 나온다.

'사이비'

평소 행실이 앞다르고 뒤 달랐던 사람들은 뜨끔할 일이다.

 

교활한 자가 지혜롭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혜롭지 않고, 어리석은 자가 정인군자처럼 보이지만 군자가 아니며, 우직한 자는 용감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용감하지 않다. 나라를 망하게 한 군주는 지혜로운 듯 보이고, 나라를 망친 신하는 충성스럽게 보인다.

가라지의 싹은 마치 벼이삭처럼 보이고 검은 소의 황색 무늬는 호랑이처럼 보이며, 백골은 상아처럼 보이고, 붉은 바탕에 흰무늬가 있는 돌은 옥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겉으로는 비슷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것, 즉 '사이비'인 것이다.(출전, [전국책]위책1)-67

 

한 장 한 장 꼼꼼히 들여다보면 지금의 세태에 반영할 만한 문장들이 곳곳에 보인다.

읽다가 줄 치고, 읽다가 크게 동그라미 하고...

과거와 현실이 이렇게 겹쳐도 되는 것인가 싶을 정도다.

현명한 군주를 기다리며 현존하는 모든 서적들을 베껴 적었을 [장단경]의 지은이 조유의 심정이, [장단경]을 읽으며 또다시 과거와 현실을 대비해가며 밑줄치고 있는 내 심정과 같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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