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때였던가, 영어 선생님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다며 이 영화의 줄거리를 수업시간에 얘기해 주었었다.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비디오로 나왔을 때 친구들이랑 봤는데, 오, 재미 없었어... 이게 엄청 흥행을 했던 영화였고, 데미 무어의 인기도 엄청 올라갔었는데, 그런데 재미가 없네? 하고는 친구들하고 실망하며, 친구의 사촌언니가 추천한 영화 《더티 댄싱》을 그 다음에 함께 봤었다. 오오, 더티 댄싱은 재미있다, 너무 재미잇어 나는 완전 정신줄 놓고 몇 번이나 반복해봤으며, ost 를 달달 외우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어쨌든, 그런 《사랑과 영혼》을 몇 해 전에(아마도 2-3년전쯤) 텔레비젼을 통해 다시 보게 됐는데, 그 때는 너무 재미있는 거다. 아, 이 영화를 내가 너무 어릴 때 봐서 재미가 없었던건가, 이거 왜이렇게 재미있지? 하고 엉엉 울면서 봤던 기억이 있는데,


지난 주말,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늦은 밤, 채널을 돌리다가 이 영화를 또 보게 됐다. 내 옆에는 남동생이 앉아 있었고, 우리는 뭐랄까, 홀린 듯이 보면서 이 영화 좋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중간 지점부터 봤는데, 오다메(우피 골드버그)가 칼(토니 골드윈)이 부정한 방법으로 갖게 된 돈을 빼돌리는 부분 부터였다. 칼은 돈세탁 하는 걸 자신의 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샘(패트릭 스웨이지)에게 들켜 샘을 죽이게 되는데, 이에 억울한 영혼인 샘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자신의 애인인 몰리(데미 무어) 곁을 맴돌며 그녀를 그리워하고 또 지키고자 한다. 결국 복수에도 성공하고 그녀를 지키는데도 성공한 그의 앞에 하늘에서 한줄기 빛을 쏴준다. 그가 이제 하늘에 올라갈 시간이 된 것이다. 마지막 장면. 하늘로 올라가기 전에 영혼인 샘은 몰리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아, 그 장면 보는데 너무 애틋한 거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거,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거 알면서 작별인사 하는거, 얼마나 슬플까, 얼마나 발걸음이 안떨어질까.... 한껏 감상에 젖어서 나도 모르게 입밖에 내어 말했다. 


마침 데미 무어는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샘의 사랑한다는 고백에 '디토'라고 말하며 이별을 하고 있었다. 아 애절해 ㅠㅠ



다락방: 야, 사랑하는 사람 두고 얼마나 발걸음이 안떨어질까. 올라가긴 가야되는데 얼마나 가기 힘들까..아 너무 애틋하네.

남동생: 저 여자는 저렇게 남자 보내고 또다른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다락방: 어.

남동생: 백프로지!

다락방: 당연하지. 또하지.

남동생: 그럴 거야.

다락방: 근데, 수시로 샘 생각은 나겠지. 

남동생: 그렇겠지? 싸워서 헤어진 것도 아니고 저렇게 헤어졌으니.

다락방: 응. 다른 사랑은 할 수 있겠지만, 저런 남자를 어떻게 잊어...



그렇게 우리의 밤은 깊어갔던 것이었다.........



아, 대화를 나누면서 뭔가 함께 본다는 거 너무 좋으네.. 뉴스를 함께 보는 것만큼 영화를 함께 보는 것도 좋구나. 토요일에 사주 보러 다녀왔는데, 내가 이번 해에 결혼하고 싶어한다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결혼하고 싶은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생....-0-




토요일에는 친구랑 사주를 보러 다녀왔다. 친구의 사주를 보면서 선생님은 친구에게 여행이 얼마나 좋은지를 얘기하셨다. 친구에게 여행은 정말 좋은 거라고, 나에게 여행이 좋은 것보다 더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거였다. 오! 친구와 나는 함께 여행을 다니는 여행친구인데, 우리 둘이 여행가는 게 다른 누구와 가는 것보다 제일 좋아서 그 얘기를 했더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친구는 젖은 흙이고 나는 마른 흙이라 서로를 귀찮게 하지도 않고 좋을거라고, 게다가 친구에게는 혼자 하는 여행보다 동행이 함께하는 여행이 필요한데, 내가 아주 좋은 파트너가 된다는 거였다. 후훗. 우리가 늘상 같이 다니는 이유가 있었군. 나로서도 다른 사람들보다 이 친구랑 가는 게 좋을거라고. 괜히 내가 이 친구랑 다니는 게 아니었구만. 그러면서 선생님은 여행지도 각자에게 맞는 곳이 따로 있는데, 친구에게는 캐나다가 제일 좋고 그 다음이 유럽이라고 하셨다. 캐나다랑 유럽이 좋다, 라고 하셨는데, 그래서 나는 어떨까 싶어 '저는 어디가 좋아요?' 물으니, 선생님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락방 씨는 어디든 다 좋고 다 잘맞아요.



이러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딜 가도 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나 넘나 짱인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그렇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그러니까 나 스스로도 되게 그렇게 느꼈던 게, 지난번 블라디보스톡에 가서 넘나 추워 볼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면서도, '아 근데 내가 여기 안왔으면 이런 날씨 어떻게 알것이며, 저 얼음 바다를 어떻게 봤겠어?' 라면서 막 신났던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이 조증의 연속인가 싶을 정도로 신났는데, 지난 호치민 여행에서는 중간에 더위를 먹어서 점심을 한 숟가락 먹고 더이상 먹지 못해 호텔에 들어가 혼자 쉬었던 시간이 있었다. 이 때에도 나는 '아 동남아 더워서 이제 못오겠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 스스로 나도 모르게, '아, 이렇게 더운 나라에 오면 씐나서 돌아다니기 보다는, 중간에 자꾸 찬 거 마시고 찬바람 쐬고 하면서 쉬는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그렇게 해야한다는 걸 또 하나 배우네' 라고 했던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생각하면서 스스로에게 반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어쩜 이렇게 생각하지? 동행은 호치민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나는 동남아랑 안맞는 것 같아' 라고 했는데, 나는 '중간에 쉬어주기만 하면 더 좋은 여행이 되겠네' 이랬던 것. 그러니까 어디다 데려다 놔도 적응을 하고 뭐랄까, 나름의 장점을 찾아내어 막 씐나하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사주에도 어딜 가도 좋다고 나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멋져! ♡.♡ (내가 나한테 반함)




토요일에 친구랑 저녁을 먹고 와인을 마시고 커피를 마시고 안산 여동생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책을 좀 읽다가 여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통화를 하고, 잠깐 멍때리고 있는데, 내 옆자리에 앉은 청년이 자신의 핸드폰을 보여주며 '여기 가려면 중앙역에서 내려야 해요 안산 역에서 내려야 해요?' 묻는다. 그가 보여준 카톡 창에는 도로명 주소 하나가 찍혀 있었다. 주소에 '고잔동'이 되어 있길래, '고잔동 이니까 고잔역 아닐까요?' 라고 묻고는, 어떤 역인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곰곰 생각해보다가, 아 네이버 길찾기! 하고는 도착지에 그 주소를 그대로 넣었다. 그리고 수단으로는 '대중교통'을 선택하고. 그랬더니 샤라라랑~ '중앙역' 이라고 나온다. 내가 찾는 과정을 다 보고 있던 청년에게 그 결과를 내어보이며, 중앙역에서 내리면 되겠네요, 했더니, 감사합니다, 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뭔가 나의 똑똑함에 내가 반해서, 아아, 나는 진짜 문제해결능력이 뛰어나구나, 하고는 또 너무 씐났는데, 잠시 후 그 청년은 다시 "고맙습니다" 하고는 꾸벅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네, 그러고 같이 고개를 숙였더랬다. 아, 나는 너무 똑똑해, 나는 너무 현명해, 문제 해결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내, 지혜로워~ 하면서 스스로에게 또 반해가지고 있는데, 어느틈에 지하철은 중앙역에 닿았다. 내 옆자리 청년은 내리려고 일어서서는 출입문 앞에 가 섰는데, 그러면서 나를 보더니 활짝 웃으면서, 또 고개를 숙여 '고맙습니다' 인사하는 게 아닌가! 너무 좋고 웃겨가지고 나 역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줬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순간 나는, '이것은 그린라이트인가' 하는 생각을 하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뭘 저렇게 자꾸 고마워해, 나한테 뻑갔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뻘건 립스틱 바른 여자가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걸 보고 '어떻게 저런 멋진 여자가 다있지' 세상 놀랐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명함을 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생각하다가, 아아, 그렇지만 저 청년과 나 사이에는 한 이십년 정도의 나이차이가 있을 것 같아서...관뒀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꼬꼬마 청년아, 살면서 나같은 여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렴, 이런 여자 흔치 않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살 나의 조카는 태권도 학원을 다니는데, 그 태권도 학원과 같은 빌딩에 조카가 다니는 미술학원도 있다고 한다. 조카가 미술 학원을 갔다가 중간에 화장실을 가려고 나왔는데, 태권도 사범님을 똭- 만났단다. 조카는 반갑게 사범님~ 하고 인사를 했는데, 사범님은 조카에게 어딜 가냐 물었고, 조카는 화장실가요!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리고 조카가 화장실로 들어갔는데, 나와보니 사범님이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조카의 손을 잡고 다시 미술학원까지 데려다 줬다는 거다. 아아, 너무 멋져... 너무 자상하다. 이 얘기를 씐나서 조카가 했다는데, 여동생은 다음날 사범님에게, 선생님은 나이도 어린데 어쩌면 그렇게 어린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르냐 물었다는데, 이 사범님은 말그대로 굉장히 젊고, 이번 해에 처음으로 태권도 선생님을 하는 것이며, 나의 조카가 자신의 첫 제자인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각별히 생각한다는데, 아아, 그렇게 젊고 다정한 선생님이라니 너무 멋져, 게다가 나도 지난번에 조카 만나러 갔다가 사범님 봤는데 진짜 완전 잘생겨서(송승헌을 닮았다) 기억하고 있었던 바, 여동생으로부터 이 에피소드를 듣고는 말했다.


"사범님한테 안정적 직업을 갖고 있는 열네살 연상의 여자는 어떤지 물어봐봐."


여동생은 빵터졌고, 엄마는 내게 '너는 니가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냐?' 물으셨다 ㅋㅋㅋㅋㅋㅋ어, 안정적이잖아? 했더니 엄마는 '너 그만둔다고 맨날 그러는데 그게 뭐가 안정적이냐' 이러고 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커플이 나의 소개로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한 보답으로 내게 소개팅을 제안했더랬다. 자신도 나에게 남자를 소개시켜주겠다는 것. 처음엔 '어 그래' 라고 했다가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그 남자 안정적 돈벌이는 하고 있니?' 그는 돈을 벌고 있다고 했지만 뭔가 안정적인 것 같지 않아서, 굳이 내가 그런 남자를 뭐하러 만나나 싶어 '그냥 술친구로 소개시켜줘' 했더랬다. 그런데 이것도 딱히 필요가 없는 거다. 나는 혼자 와인 홀짝이면서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보고, 지구본에서 나라 찾아보고 이러는 게 세상 씐나는데, 뭐하러 내 나이 또래의 남자를 만나서 굳이 술을 마시나, 그게 딱히 지금보다 '더'즐거울 것 같진 않은데, 빡칠 일이나 생기겠지....하고는 말았는데, 

이 얘기를 회사의 여자동료에게 하니, 그 여자동료가 그런다.


"차장님이 뭐하러 남자를 소개 받아요. 소개팅 대신에 갖고 싶었던 가방 있으면 그거나 사달라고 해요."


하는 거다. 오오, 맞네.


"그러게? 쓸데없이 남자 소개 받느니 멀버리 백이나 사달라고 해야겠네? 그게 나를 더 즐겁게 하겠네?"


오... 멋진 깨달음이다. 내가 이렇게 스스로 혼자 즐거운데, 여기에 괜히 남자 하나 만나가지고 스트레스 받느니, 예쁜 가방이나 들고다니는 게 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남자 대신 가방! >.<





그나저나 내가 지난 주에 알라딘에서 네 박스를 주문했다고 말했던가.... 우산 네 개가 내게로 오고있다.... 그러면 총 다섯개가 된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므로 나는 올해, 더이상은, 정말로, 책을 사지 않도록 하겠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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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05-22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하철 청년 훈훈하네요 ㅋ
그나저나 4박스라니.. 락방님. 철푸닥.

다락방 2017-05-22 09:03   좋아요 0 | URL
사실 이 책들은 내년이나 내후년에 배송되어서 아무 문제가 없답니다. 집에 읽을 책이 쌓여 있어서요...Orz

transient-guest 2017-05-24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쌓아놓고 읽다가 못 읽은 책은 나중에 은퇴하면 읽기로 했습니다. ㅎㅎ 조금 시골로 가서 살고 싶네요.

다락방 2017-05-24 08:01   좋아요 0 | URL
저도 자연속에 파묻히면 허구헌날 책읽어서 쌓아둔 책 다 읽을 수 있지 않을까...생각합니다...그럴 수 ... 있겠지요? 하하하하하

transient-guest 2017-05-24 08:02   좋아요 0 | URL
결론은 농장으로 ㅎㅎㄹ

다락방 2017-05-24 08:04   좋아요 0 | URL
농장에 가면 농장주도 있고 책도 읽을 수 있고...........다 해결되는 거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