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너벨 크랩'의 《아내 가뭄》이란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며, 그 이유는 글을 그동안 열심히 써왔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가 있다. 나 역시 그 문장에 깊이 동의하는 바, 열심히 하면 잘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 것 같다. 문제는 '열심히' 하는건데, 열심히 하는 것은 그저 '열심히 해야지'라는 다짐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하고 싶을 만큼 스스로가 그 일을 좋아해야 하는 거다. 4개국어 이상을 하는 내 친구 J 는 아직까지도 사전을 들춰보며 단어를 공부한다고 했다. 잘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이 들고 노력이 든다. '죽어라 단어를 외웠다'고 친구는 말했는데, 열심히 하는 자에게는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물론 거기에 스마트한 머리가 있다면 더 좋겠지만.


오늘 이런 기사를 읽었다. 두 달 전의 기사이기는 하지만, 일단 링크하겠다.




<예일대 수학과 312년 금녀의 벽 뚫은 오희 교수>



내게는 수학 잘하는 사람에 대한 로망이 있고(너무 근사하다!) 그래서 이 인터뷰가 무척 흥미로운데, 마지막에 열심히 하는 것에 대한 말이 특히 더 좋았다.





수학 잘하는 방법 물어보면 "열심히 하는 것"이라는 말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서점에 가면 공부를 잘하는 법에 관한 책 많이 있지만 사람들은 그걸 읽어도 자신에게 적용을 하지 않는다. 가장 뛰어난 수학자들은 가장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다. 시간을 투자하고 열심히 하는 것이 방법인데, 그것은 좋아해서 계속 생각을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잘하는 사람에게 그걸 어떻게 잘하느냐 물었을 때, 열심히 했다는 답을 듣는 것은 참 좋다. 응, 열심히 했으니까, 라니. 당연하지 않은가. 물론, 열심히 한다고 해서 누구나 다 잘하는 건 아니다. 똑같은 시간들 들여 공부했다고 해서 다 예일대 교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 역시 슬프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그렇게 잘해?' 라는 물음에 '열심히 했어'란 답은, 솔직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주말에 조카네에 갔었는데,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조카가 뭐든 너무 열심히 하더라. 수시로 피아노를 연습하고 수시로 줄넘기를 한다. 누가 하라고 하는 게 아닌데도 자기가 하는데, 최근에 배운 곡이 제 맘대로 쳐지질 않아 본인이 좀 스트레스를 받았단다. 그래서 그걸 잘 치고 싶은 욕심에 계속 연습을 하는 것 같다. 그런 아이를 보면서 나는, '아 저렇게 열심히 해도 되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열심히 하는 것에 나이가 있겠냐마는, 이제 8살인 아이가 저렇게 욕심을 내고 저렇게 잘하고 싶어하고 그래서 저렇게 열심히 해도..되나... 저러다 쉬이 지치지 않을까 싶은 거다. 열심히 하는 게 잘하는 길임은 분명하지만, 그런데 왜 '너무 열심히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내게 동시에 들까.... 아이가 좀 더 게을렀으면 좋겠는데, 그건 나의 바람이지 아이의 바람이 아니다. 아이는 제엄마를 꼭 빼닮았다. 여동생이 그렇게 욕심이 많았다. 뭐든 잘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었다. 나는 내가 못하는 것을 '나는 이거 못하지' 하고 노력을 별로 하지 않는 타입이었는데, 여동생은 뭐든 굉장히 잘해내고 싶어하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실제로 많은 일들을 잘해냈다. 


나 역시 주변 사람들로부터 욕심이 많다는 말을 들어왔는데, 그 욕심은....밥에만 있는건가..고기 욕심, 술 욕심...내 욕심은 그런 데만 발휘되는 것인가...



아침에 열심히 하는 수학자에 대한 이야길 들으니 열심히 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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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7-05-0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읽고 있는 책 <아내 가뭄>을 꺼내고 북플을 켜서 오늘은 무슨 글이 있으려나 하는 순간 다락방님의 글에 <아내 가뭄>으로 시작되는 글이!!. ㅎㅎㅎ

문득 다락방님 글을 읽고 제가 열심히 하고 있는 걸 생각해보니.... 한달에 한번씩 책 사는 걸.. ^^;; 열심히 한 것 같네요. ㅎㅎ
좋아해서 계속 생각을 하기도 하구요ㅎㅎㅎㅎ (응?)

다락방 2017-05-02 10:53   좋아요 1 | URL
ㅎㅎ 반갑습니다, 블랙겟타님!
블랙겟타님이 아내 가뭄 읽고 계신다니 막 좋고 신나고 예쁘고(응?) 그러네요. ㅎㅎㅎㅎㅎ 제가 블랙겟타님의 독서를 겁나게 응원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저야말로 책을 ‘사는‘걸 열심히 하고 있네요. 계속 책을 살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최근3개월 구매액이 596,000원에 이른 거 아니겠습니까. 아니, 돈이 어디있다고 책을 이렇게 사댔죠? ㅜㅜㅜㅜㅜㅜㅜㅜㅜ 슬픔의 새드니스...

그렇지만 우리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사서(응?) 출판계를 살리고 세상에 더 많은 책이 나올 수 있는데 힘을 보태도록 합시다. 또 화이팅!!!!! ㅎㅎㅎㅎㅎ

책한엄마 2017-05-02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저도 지금 ˝여자다운게 어딨어˝다 읽고 ˝아내 가뭄 읽으려고 대기 중인데요.
같이 예뻐해주세요.ㅎㅎㅎㅎ
(상 주책!!)

다락방 2017-05-02 17:11   좋아요 1 | URL
어머! 저도 여자다운 게 어딨어 읽으려고 사두었는데, 저랑 순서가 다르지만 우린 결국 같은 책을 읽겠어요! 예뻐합니다, 꿀꿀이님. 어마어마하게 예뻐요!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