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출근준비를 하다가 문득 내 책장을 봤는데, 너무 좋았다. 최근에 책을 좀 다시 정리했는데, 페미니즘 관련 책이 많아져서 아예 넓은 책장을 내어준거다. 그리고 와인까지 딱 보이는데 너무 좋아. 저 깊숙이 숨겨두었던 나만의 61년산 슈발블랑도 꺼내어 함께 사진을 찍어 보았다.
내가 사랑하는 책과 와인이 함께 있는 풍경이라니. 아, 내 방 사랑해... ♡
영화 《사이드웨이》에서 '마야'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와인 61년산 슈발블랑을 특별한 순간에 마시기 위해 아껴둔다는 마일스의 말에, '당신이 그걸 마시는 순간이 특별한 순간이에요' 라고 말했더랬다. 힛. 나는 저 와인, 언제 마시지? 아무때고 저걸 따는 순간이 특별한 순간이 되겠지만, 그래도 조금 더 때를 기다려보련다.
오늘 아침부터는 '오드레 베르농'의 《그래서 나는 억만장자와 결혼했다》를 읽기 시작했다. 아직 제일 앞부분의 목수정 해설밖에 읽지 못했지만, 어떤 내용일지 너무 기대된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것을 내가 사랑하는 독서앱 〈iReadItNowHD>에 기록하기 위해 책 검색을 했다. 검색창에 중요키워드라고 생각하는 '억만장자와 결혼'을 넣었는데, 이 책이 가장 먼저 뜰거라는, 어쩌면 유일하게 이 책만 뜰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이런 책들이 주르륵 뜨더라.
으응? 이게 뭐여? 심지어 이 책들이 주르륵 뜨고, 내가 찾는 책은 정작 너무나 밑에 자리한 게 아닌가! 이거 뭐지, 만화책인가...로맨스소설 시리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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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와 결혼 4 - 줄거리>
늘씬하고 큰 키의 매력적인 외모와 지적인 섹시함이 철철 넘치는 줄리에타. 그렇지만 이성에게서 어떤 흥분도 느끼지 못하는 불감증녀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느껴보려고 했던 수많은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그녀는 징징거리는 일을 그만두고 섹스가 없는 삶을 살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원하는 방식대로 마음껏 가질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성, 소여. 사업상 거래로 만난 첫 미팅부터 줄리에타와 육체적으로 서로에게 강하게 끌린다. 그러나 줄리에타는 자신의 불감증을 두려워하며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소여에게서 거리를 두려하는데...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줄리에타를 놓아줄 수 없는 소여는 하룻밤 안에 오르가슴을 주지 못하면 더 이상 괴롭히지 않겠다는 제안을 하고... 그의 제안에 흔들리는 줄리에타! 선과 악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눈동자와 조각 같은 그의 입술은 줄리에타의 몸을 깨우고 반응하게 만드는데...
매력적이고 빠른 전개가 인상적인 <억만장자의 결혼>은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내용으로, 달콤하면서도 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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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을 통해 검색해보니 종이책은 아니고 전자책이더라. 내게는 전자책 리더기가 있다. 그리고 올해 나는 여행을 좀 여러차례 다닐 계획이니 전자책 리더기를 가지고 다닐 터. 이미 그 안에 인문서와 페미니즘 도서가 있지만...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 키워드 검색으로, 이 책들이 내 눈에 들어왔단 말인가! 이것은 이 책과 내가 지금 만날 운명인 건 아닐까. 아 궁금하다..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내용...달콤하면서도 섹시한.... 뭐지? 나... 이 책 사야되나? 아니 왜 갑자기....이런 책이 내 눈에 똭!! 뭐지... 아.....줄거리 보면 그간 읽어왔던 할리퀸에서 한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한 느낌인데....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인간은 로맨스에 살고 로맨스에 죽는가...아니, 내가 그런가.............줄리에타의 몸을 깨우고 반응.......................흐음....................... 너는 왜 지금 이 시점에 내 눈에 띈거니??
오늘 아침에 출근하고나서 커피를 내렸다. 요즘엔 텀블러 들고 다니는 거 너무 귀찮아서, 그냥 일회용 드립커피를 사서는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물을 뜨겁게 끓이고, 그걸 부어 드립커피를 마신다.
포장을 벗기고난 직후, 아직 물을 붓기 전에 커피원두의 냄새가 참 좋다. 그 향 때문에 이 커피를 마시는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뜨거운 물을 붓고 졸졸졸 커피가 내려지는 걸 보면서, 십년전이 생각났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십년 전에 만났던 남자. 2월이었다. 그가 내가 사는 동네로 왔고, 우리는 동네에 있는 카페에 가서 병맥주를 마시고 밥집으로 향했다. 버섯샤브샤브였는데, 그걸 주문하면서 소주도 시켜서는 밥과 함께 마셨다. 좋은 시간이었다. 그 사이사이에 에로틱한 말과 행동이 있었고, 오랜만에 커피가 졸졸졸 내려지는 걸 보면서 그 날을 떠올리노라니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 거다. 아... 사람이 살아가면서 에로틱한 말과 행동을 잊지 않는게 중요해... 아니, 적어도 나에겐 그래. 피식피식 웃으면서 너무 좋아가지고, 아, 그 당시에는 그 사람과 내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몰랐는데, 지금 우리는 이렇게 되었구나... 뭐 이런 생각하면서 헤죽헤죽 웃었다. 좋은 아침이구나. 물론, 지하철을 놓치지 않기 위해 미친듯이 뛰었던 헉헉거리는 아침이긴 했지만, 이렇게 커피를 내리면서 과거의 에로틱한 기억을 떠올리는 아침은 좋지 아니한가!! 그 남자는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만났던 남자중에 가장 적극적이었고 가장 뜨거웠고 가장 에로틱했다. 어휴.. 그만 생각해야지. 이래가지고 어디 일을 하겠어?
어제는 여동생네 식구들이 왔다. 설까지 있다가 돌아간다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엄마한테 '엄마, 나 회사 근처에 호텔 잡고 있다 올게...' 라고 했더랬다. 조카들을 사랑하지만, 그렇지만 퇴근 후에 조카들과 노는 날이 연속된다면... 으음... 피하고 싶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읽었던 최윤필의 《가만한 당신》에서도 '바버라 아몬드'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책을 낼 무렵 아몬드에게는 손주들이 있었다. 2011년 <보스톤글로브> 인터뷰에서 할머니가 되니까 ‘양가감정‘이 덜하냐는 질문에 그는 ˝조부모 노릇Grandparenthood은 부모 노릇과 달리 순수한 기쁨이다. (…) 하루이틀 뒤 조금도 미안한 마음 없이 짐 싸서 집에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바버라 아몬드, p.59)
이모도 마찬가지. 짐 싸서 집에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순수한 기쁨이다...
아니나다를까, 퇴근 후에 집에 돌아갔더니 날 맞이하는 건 사랑스런 조카들과 동시에 깨진 냄비받침이었다.
나는 너무 빵터져서 웃었다. 이거 누가 그랬어? 하고 물으니 팔 살 조카가 자신의 동생과 자기를 가리키며 '우리 둘이!'이러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원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이가 없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옆에서 나의 엄마는 '얘네가 이거 격파했어' 이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째 조카는 요즘 태권도를 배우고 있단 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아- 내가 너무 웃겨서 이거 사진 찍고 있으니 제부가 냄비받침 새로 사주겠다고 한다. 나는 아니라고, 괜찮다고, 이거 너무 웃겨서 사진 찍는 거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셋파크 냄비받침, 안녕.. 잘가..
엄마가 소불고기를 했다고 해서 와인을 꺼내어 고기를 먹는데 조카들이 식탁에서 가지를 않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할머니 너무 좋아 이러면서 껌딱지처럼 할머니 옆에 붙어 있는데, 엄마가 '저리 가서 좀 놀아!!' 했더니 저리 가긴 갔다. 갔는데 한참을 지들끼리 숙덕거리더니, 이런 장면이 연출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카들이 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카들이 왔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회사에서 선물받아온 참치캔 30개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카들이 저러고 갖고 놀고 있더라 ㅋㅋㅋㅋㅋㅋ 박스에서 꺼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이놈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시간이 되어도 아이들이 잘 생각을 안해, 이모는 잘거야, 하고 내 방에 들어왔는데 첫째 조카가 잠깐 내방에 들어왔다 나간다. 그래서 나는 조카에게 잘 자라고 인사했다.
- 잘자!
- 이모 잘자!
- 안녕!
- 이모 사랑해!
- 나도!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완전 사랑해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너무 예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비록 냄비받침을 깨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예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예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렇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우리는 떨어져 사는 게 좋은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처럼 왔다리갔다리 하면서 만나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내가 이모인 게 좋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나저나 억만장자와 결혼이라니, 내가 읽으려고 하는 책은 억만장자랑 결혼하는 로맨스 책과는 거리가 아주 멀지만, 그건 그렇고, 억만장자는..어디있나. 내가 살면서 만날 수나 있나. 나는 그간 연애했던 남자들도 나보다 다 돈이 없었던 남자들이었는데.. 심지어 나보다 돈 잘 버는 남자를 만난 적도 없는데, 내가 돈을 잘 벌어서가 아니라 남자들이 성실했지만, 다 돈을 못벌었다... 그런데 억만장자는... 어디있지??? 억만장자는 어디에 있나요????? 내 친구들도 다 나랑 형편이 비슷한데....... 억만장자는 왜 내 친구의 친구로라도 존재하지 않는가.....어째서 그렇지? 왜죠?
그러므로 나는 억만장자와 결혼할 수가 없다. 로또를 사야 당첨을 기대할 수 있는 것처럼, 억만장자랑 알고 지내야 결혼의 가능성이 싹트지. 이건 뭐, 존재 자체를 알 수가 없으니...
안녕,
잘가요, 억만장자..
온 적도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