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주 먼 데 있는 친구로부터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 반가웠다. 그 친구가 그곳에서 사는 일상이 어쩐지 여유롭게 느껴져서 내가 다 행복했다. 이곳에서 하지 않았던 일을 하고, 이곳에서 하지 않던 공부를 하는 삶. 그러면서 새삼 '아, 나는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고 있는 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생각했다. 정말이지 너무 행복한거다!
평소 우리는 종종 서로의 소식을 전하곤 했었다. 나는 여기에서 친구는 그곳에서, 각자가 마시는 커피, 각자가 읽는 책에 대한 사진을 찍어 툭- 보내다가, 일상에 대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좌르륵 늘어놓기도 했다가, 며칠간 무심한듯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가, 지금 먹고 있는 것을 지금 있는 곳의 풍경을 찍어 또 툭- 보내다가. 그러다가 친구의 변화된 삶에 대한 이야길 들으니 정말 행복해지는 거다. 인간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칭찬을 들으면서 존재 가치를 스스로 극대화시키며 살아가기도 하지만, 이렇듯 애정을 가진 상대가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도 행복하게 지내기도 한다. 이 사실이 새삼 기쁘다.
어제는 자신의 애인과 결별한 친구의 소식을 들었다.
갑작스레 어떤 사건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간 참고 참았던 것들이 더이상 눌러지지 않는 상황에서 온 결별이었다. 친구가 그간 받아온 느낌은 애인의 사랑이나 관심이라기보다는 무관심 혹은 무시였다. 그것을 애써 아닐거야 외면하며 지내다가 마지막에 폭발한 것. 내가 이 사람에게 고작 이정도의 취급을 받으며 지낼 수 없다, 라며 발로 차고 나온 것. 이별을 거친 친구에게 쓸쓸하냐 물으니, 이걸 참고있었던 것에 그의 그런 태도에 화가난다, 라고 답하더라.
친구는 자신의 애인을 좋아했다. 좋아했으므로 사귀었고 좋아했으므로 여태 지탱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수시로 '이건 아니지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의 좋아하는 마음으로 애써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인데, 나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 '음,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그사람을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그런 마음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했었다. 음, 그런 게 아닐거야, 그럴 의도는 아니었겠지, 하면서 애써 스스로 합리화 했달까. 그렇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그간 내가 무시했던 것들이 또렷하게 보이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사실은 이때도, 이때도, 하면서 쑥쑥 치고 올라온달까.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그게 무척 커서, 그래서 좋게만 보려고 하고 좋게만 보고싶고 그런건데, 결국엔 알아채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좋아하는 마음은 힘이 세지만, 그렇다 해서 그 힘이 무한대는 아닌 것이다. 한계점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내가 너를 좋아하고 네가 나를 좋아하고 그래서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마음에 더해서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 관심, 배려, 예의가 필요한 거다.
어차피 삶이란 것은 길게 봤자 백년이다. 내가 아무리 먹어봤자 백년 밖에 못먹고 내가 아무리 이리 뛰고 저리 뛰어봤자 인간관계도 백년이다. 백년 동안 내가 몇 명의 사람을 만나고, 사귀고, 옆에 둘 수 있게 될까. 알 수 없다. 다만 백년 이란 시간은 내게는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그중에서 이미 사십년을 살아오지 않았나. 남은 생을 나는 기쁘게 살고 싶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오늘은 한 친구로부터 '새삼 네가 좋다' 라는 말을 들었다. 아침부터 듣는 이런 말이라니! 친구는 덧붙였다. '너의 화법이 좋고, 너와 이야기하는 게 즐겁다' 고. 어차피 내 남은 인생이 육십년정도라면, 그 얼마 안되는 생을 쓸데없이 탕진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까, 좋지도 않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감정 상하면서 살고 싶지 않단 말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잘 살아내고 있는 친구들과, 너랑 얘기하는 게 즐겁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렇게 살고 싶다. 살다보면 즐거운 일도 있지만 즐겁지 않은 일도 수두룩한데, 적어도 내 주변의 사람들 때문에 즐겁지 않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내가 행복하게 해줄 수 있고 또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과 남은 생을 함께 늙어가고 싶다. 게다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은 별 게 없다. 그냥 자기가 알아서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면 된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걸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사람이니까.
살다보면 또 나는 누군가와 연락이 뜸해지고 멀어지는 일들이 생길텐데, 여러번의 만남과 이별을 겪게 될텐데, 그 과정에서 물론 아프기도 하고 아니기도 할텐데, 그럼에도 주변에 언제나 좋은 사람이 있다면 단단히 서있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물론 이 모든 과정을 통틀어서 누군가는 나에게 '순전한 기쁨'이 되겠지. 순전한 기쁨이 되는 사람이 있다면, 아, 삶은 얼마나 살아볼만한가.
그는 엄마에게 처음이자 유일한, 순전한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내가 태어난 것도 엄마를 기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엄마에게 아빠와 결혼했다는 일종의 증거물이었고, 배운 대로 사는 삶이 낳은 예상된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프라납 삼촌은 달랐다. 삼촌은 엄마의 삶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즐거움이고 기쁨이었다.(p.85)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어차피 내가 아무리아무리 먹어봤자 백 년 밖에 못먹는다. 한끼한끼 소중히 대해야겠다. 나는 그래서 에리카를 사랑한다. 얼음공주의 에리카!
에리카는 한숨을 쉬며, 허리가 고무줄로 처리되어 있는 헐렁한 조깅바지와 간밤에 입고 잔 티셔츠를 그대로 입었다. 그녀는 월요일부터 다시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시작해 봐야 소용이 없었다. 오늘밤에 이미 세 코스짜리 저녁식사를 준비하려고 계획했던 데다, 요리로 남자를 매혹하려면 크림과 버터를 빼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월요일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 안성맞춤인 날이다. 그녀는 월요일부터 운동을 시작하고 웨이트 와처스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따르겠다고 만 번째로 엄숙하게 다짐했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 (p.241)
사!랑!해!요!에!리!카!
아니, 근데 이 좋은 책, '카밀라 레크베리'의 [얼음공주]는 왜때문에 품절이졍? 저 이책 좋아합니다. 제가 소장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중고샵에 내놓지 않을거에요. 왜냐하면 에리카는 제대로 먹는 걸 즐기는 사람이기 때문이졍. 이 좋은 책이 품절이라니, 아니, 우리가 살아봤자 백 년 살고, 읽어봤자 고작 백 년 읽을 뿐인데, 이렇게 품절 막 되고 그러지 말라요... ㅠㅠ
어제 오후에 다른 부서에 갔었는데, 나 주려고 다른 부서 직원이 롤케익을 잘라서 챙겨놓았더라. 그걸 받아들고 오면서 나는 그 직원에게 말했다.
사랑해, 고마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한다는 그 흔한 말, 한 번도 해주지 못하게 될 때도 있지만,
맛있는 걸 주면 사실 또 그 말을 하는 게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