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처에 생긴 아웃도어 매장에서 오늘 조인성의 사인회가 있었다. 점심시간인 12:30~13:30 까지 진행된다고 했는데, 오늘 아침 출근할 때부터(오전 07:40경) 벌써 사람들이 줄을 서 있더라. 중국과 일본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아...이렇게 아침부터 줄을 서는구나....하며 그 앞을 지나쳐 나는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짰다.
조인성 사인회에 가서 줄을 선다 → 내 차례가 되면 조용히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를 내민다. 선물이에요, 지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이죠, 라고 말한 뒤 여유롭게 돌아 나온다. → 사인회가 끝나고 돌아가면서 조인성은 내가 준 책을 챙겨간다 → 집에 가서 씻고 어디, 책이나 읽어볼까, 하며 독서공감을 읽기 시작한다 → 날이 새는 줄 모른채로 책을 다 읽는다. 오, 이것은 ... 감탄에 감탄을 거듭한다 → 며칠 뒤 토크쇼에 출연한 조인성은 '최근에 책을 읽었는데 와 너무 재미있었어요. 저한테 큰 영향을 미쳤죠. 제가 달라진 것 같아요' 라고 말하며 내 책을 언급한다 → 조인성의 한 마디에 판매량 수직상승. 오만부 판매.
크- 아름다운 진행, 해피엔딩이다. 완벽한 스토리.
그래, 한 번 해보자. 부딪혀보는 거야! 나는 책을 한 권 꺼낸다. 그리고 창밖으로 아웃도어 매장을 본다. 사람들이 줄 서있는 걸 본다. 곳곳에 양산을 쓴 사람들도 보인다. 날이 덥다. 햇볕이 뜨겁다. 햇빛이 눈부시다. 내 생각처럼 미치게 긴 줄은 아니지만, 저 뒤에 서있다가 내 차례를 기다리려니 좀 한숨이 난다. 그리고 저기 나가서 줄 서서 내 책 주려면 점심 먹기를 포기해야 해..덥고, 배고프면서..내 책을 줄 것인가?? 주면, 조인성은 읽을 것인가? 읽으면, 토크쇼 가서 언급할 것인가???? 내가 원한 스토리대로 진행될 것인가????
음...
안될거야..
그치만 안될거라며 시도하지 않느니 시도해보는 게 나아. 티끌만큼의 가능성, 뭔가를 시도해야 그 뒤가 진행되지.
그치만...
배고파..
더워..
밥.......
결국 나는 챙겼던 책을 제자리에 두고 밥을 먹으러 갔다. 시원한 냉모밀을 먹었다. 면은 다 먹고나면 허전해, 공기밥도 추가로 시켰다. 시원하게 국물도 몇 번 떠먹고 배부른 채로 사무실로 돌아와, 창밖으로 아웃도어 매장을 살펴봤다. 아까 함성을 질렀던 사람들이, 줄 서 있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끝났구나...
내 책의 오만부 판매는 아주 먼, 머어어어어어어어언 일이 되어버렸다.
곽정은은 오만부 팔았다는데...
조인성,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