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솔린 생활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1월
절판


"그치가 인간이 아니라 자동차였다면 즉각 리콜인데‥‥‥ 왜 그런 인간은 리콜 되지 않는 거야?"
인간에게 차종과 연식은 따로 없으니 리콜이라 해도 그 사람만 회수하는 것이 되겠지만, 어쨌든 자파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는 이해한다. 치명적인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자동차들은 리콜 되지만‥‥‥도가리의 경우는 다른 인간들에게 이미 치명적인 행동을 저지르고 다니는데도 불구하고 멀쩡히 활개치고 있으니, 이런 불합리가 또 있나‥‥‥ -195쪽

"그리고 카메라로 누군가를 찍는 사람은 뭔가 우월감을 느끼는 것 같더라."
"우월감?"
"피사체보다 위에 있는 느낌이라고, 상대를 내려다보는 듯한 기분이 든대. 친구가 기자인데 그 사람이 그랬어."
다마다 겐고? 그가 언제부터 도루의 친구가 됐지?
도루는 두 손으로 사각형을 만들어 보이며 "이렇게 카메라 너머로 관찰하면 상대보다 우위에 선 기분이 들 것도 같아. 상대가 펄펄 뛰며 당장 촬영 그만두라고 화를 내도 그런 모습까지 녹화할 수 있잖아. 찍는 사람은 상대의 움직임을 영원히 자기 것으로 담아 둘 힘이 있는 거야. 그래 맞아, 그 기자도 말했는데 연예인이나 정치가들한테 계속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으면 제 성질이 나온대. 그야 그렇겠지. 누가 계속 나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카메라에 담는다고 생각하면 기분 좋지 않잖아. 그리고 거기서 화를 내면 그게 또 기사가 되고. 카메라는 어찌 보면 피 안 나는 총 같은 존재기도 해."-333-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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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3-31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재미없는 책이라고 하셨는데... 뽑아 놓으신 글이 좋은걸요.

- 인간이 리콜되지 않는 불합리에 대해서...
- 카메라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카메라는 어찌 보면 피 안 나는 총 같은 존재기도 해."

제게 있어 책 읽기는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한두 문장을 찾아내기 위해 애씀을 즐기는 것, 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재미없는 책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

다락방 2014-04-01 15:09   좋아요 0 | URL
저는 딱히 재미있질 않더라고요. 읽으면서 웃을 수 있는 소설이길 바랐는데 그렇질 않았어요. 그렇지만 저렇게 무릎을 탁, 치는 구절들이 나오긴 합니다. 이사카 고타로니까요! 흣.

유부만두 2014-03-31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 키우다가 말 안들으면 애를 리콜하는 ...그런 기괴한 책이 있습니다;;;;
그냥 리콜이 아니라....
<분해되는 아이들>. 신기한건 이 책은 부모들은 싫어하고 애들이 좋아한다는 거...

다락방 2014-04-01 15:10   좋아요 0 | URL
오, 왜일까요. 아이들은 자신들이 리콜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이해가 될듯 안될듯 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