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하는 여자 - 과학이 외면했던 섹스의 진실
대니얼 버그너 지음, 김학영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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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일처제는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규범이자 또 가장 확고하게 자리 잡은 이상적인 문화로 간주된다. 과연 일부일처제가 표준인 걸까, 혹시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닐까 하고 의심하면서 규범을 고수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부일처제를 그저 옳다고 여기며 그것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일부일처제는 우리가 사랑의 목표로 삼아야 할 대상을 지정해줄 뿐만 아니라 이뤄야 할 가족의 형태, 적어도 꿈이라도 꿔야 할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도 정해준다. 좋은 부모란 어떠해야 한다는 우리의 신념도 일부일처제가 만들어준 것이다. 일부일처제는 우리 사회의 이음매가 터지지 않도록 단단히 결속시키는 또는 결속시켜준다고 믿는 매우 촘촘한 바늘땀이다.
흔히 여자는 선천적으로 일부일처제라는 규범에 더 협조적인 지지자이며 생물학적으로도 이 충실함에 더 적합한 성적 자아를 가졌다고 여겨 왔다. 우리는 이 동화 같은 이야기를 여전히 굳게 믿는다.-19쪽

맥클린톡은 수컷을 요리조리 피할 수 있을 만큼 우리가 넓을 경우, 암컷들은 수컷이 삽입한 뒤 펌핑을 하는 중간에도 밀착되었던 몸을 빈번하게 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교미가 너무 빨리 끝나지 않도록 조정한다는 의미였다. 원숭이나 쥐를 비롯한 동물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수컷이 사정할 때까지 밀착과 교미 그리고 분리와 재밀착을 여러 번 반복한다. 따라서 실험이 보여준 것처럼, 교미 과정을 길게 연장하고 싶은 암컷은 다른 방법으로는 수컷의 교미 시간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교미를 중단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모든 행동들, 수컷을 유인하고 교미 시간을 연장하기 위한 행동들은 다음의 두 가지를 의미한다. 바로 암컷의 의지와 성욕이다. -83쪽

하지만 한 개체로서의 동물에게 임신은 교미의 동기가 아니다. 이는 맥클린톡과 파우스뿐만 아니라 붉은털원숭이를 관찰한 월렌도 분명히 확인했다.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실이다. 각각의 동물 종들은 자신의 종을 영속하기 위해 번식하도록 진화를 거듭했지만, 개체로서의 동물은 그런 번식의 압박을 받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쥐가 "새끼를 낳고 싶다"는 생각을 할 리가 만무하다는 뜻이다. 그런 계획은 암컷 쥐의 소관이 아니다. 암컷을 움직이는 충동은 즉각적인 보상, 즉 만족감이다. 게다가 이 만족감은 경쟁자나 포식자로부터 위해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과 만족감을 얻기까지 소모되는 에너지를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아야 한다. 또한 교미에 푹 빠져 있는 동안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덮을 만큼 큰 만족감이어야 한다. 쉽게 말해 섹스의 만족감이 극도로 높아야 한다는 의미이다.-83-84쪽

미나는 무대에서 또 다른 불균형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시버스가 피험자들에게 발기하지 않은 나체의 미소년이 해변에서 돌을 던지는 장면을 보여준 뒤, 혈류측정기를 통해 발견한 것과 일치하는 점을 명료하게 짚어냈다. "여성의 몸은 흥분했을 때나 아닐 때나 똑같이 보이죠. 반면에 발기되지 않은 남근은 곧 성욕이 일지 않았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여성의 몸은 언제나 가능성, 즉 섹스에 대한 의사를 품고 있어요." 그리고 여성이 품고 있는 그 의사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108쪽

미나가 쓰는 기법에도 역시 '분리'의 요령이 들어 있다. 외식을 하기로 했다면 함께 나가는 것이 아니라 약속한 레스토랑에서 만나야 한다. 밤의 데이트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이 바로 데이트의 의미이기도 하다. 배우자 혹은 파트너를 떨어져서 볼 기회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전 커플들에게 할 수만 있다면 서로의 파트너가 자기와 상관 없는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을 관찰하라고 말해요. 저도 남편이 문학 강연을 할 때면 강의실 뒤에서 지켜보곤 합니다. 얼마나 매력적인지 몰라요. 강단 위에 서 있는 남편은 저와는 전혀 무관해 보이죠. 남편을 바라보는 제 시선도 낯선 이의 시선이 됩니다."-195-196쪽

1970년에 이르면서 페미니스트 작가인 수전 라이든Susan Lydon이 클리토리스 선언문을 발표했다. 라이든은 "남성은 언제나 여성의 성취향을 가능한 한 남성 편의적으로 정의한다. 여성의 쾌락이 질을 통해 획득된다면, 여성들은 전적으로 발기한 남성의 페니스에만 의존한다는 의미이고‥‥‥, 남성의 쾌락 추구에 동참해야만 여성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질로 성욕의 표준을 삼는 정의는 달리 말하면 성적,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으로 여성을 종속시키려는 것과 같다." 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클리토리스에 대한 타당한 극찬과 더불어 "여성은 머지않아 자신의 해방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고 자신만의 성취향을 뚜렷이 밝히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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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2-04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부일처제가 모든 면에서 가장 바람직하다고 확신할 순 없지만 자식을 위해선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결혼이란 게 두 사람의 관계만을 위해서가 아닌, 한 가정을 만들어가기 위한 것이라면
일부일처체가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일부일처제가 아니라 다른 제도가 생긴다고 해도 그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일이 많이 일어날 듯합니다.

명절 잘 보내셨나요? ^^

다락방 2014-02-04 08:38   좋아요 0 | URL
음, 자식을 위해서도 일부일처제가 가장 좋은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렇다는 확신이 들진 않아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자식이 부모에게 지나치게 절대적인 존재가 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크거든요. 일부일처제는 남자와 여자를 부부로 묶어놓는 큰 제약이지만 부모와 자식을 묶어놓는 큰 제약이기도 한 것 같아요. 남편만 혹은 아내만 보다가 자식이 태어나면 자식만 바라보고 자식 때문에 살게 되고, 자식은 때로는 지나친 사랑과 기대를 오롯이 받아내야 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자식은 부모로부터 자유롭기 힘들고요. 결국 일부일처제가 가족이란 끈을 너무 단단하게 묵었놓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단단하게 묶어놓은 끈 때문에 우린 때때로 숨이 막히고요. 남자와 여자 그들이 부부의 관계를 지키는 데에서도, 또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그리고 자식을 위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되어지질 않아요. 다른 제도가 생겨도 당연히 완전하지도 완벽하지도 않겠죠. 그것이 이미 '제도'인 이상 말입니다.

어휴, 어제는 연휴 끝나고 출근했더니 하루종일 피곤했어요. 집에 가서도 잠이 안와 계속 뒤척였답니다. 정말로 나 갱년기인건 아닐까, 이런 생각도 했어요. 하아-

페크pek0501 2014-02-04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갱년기는 아닙니다. 제가 보장할 게요. ㅋ
원래 누구나 월요병이 있는 거잖아요. 게다가 명절 후유증이 있기도 하고요.

일부일처제에 대한 님의 생각을 읽으니 저와 반대 의견인데도 긍정의 뜻으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일리 있는 말씀이에요.

아마 저는 우리 딸들에게 절대적인 존재가 되려고 하지도 않고(남에 비해서)
자식을 절대적인 존재로 생각하지도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키우는 편이라(착각일지 모르겠으나...) 그런가 봐요.
그 제도가 깨져서 만약 여러 부모를 두게 된다면 저는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 같아요.
어떤 엄마가 가장 좋은가, 가장 인기가 있는가, 에서 제가 밀려날 것 같고...
또 (아내가 여럿이라면) 어떤 아내가 가장 좋은가, 에서 밀려날 것 같고... 그래서 생기는 스트레스요.

그래도 일부일처제에선 아이들이 엄마를 최고로 알아 주고, 남편도 (착각일지 모르나) 최고로 알아 주는 게
있잖아요. 가족 내에서도 경쟁을 해야 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가족 내에선 경쟁하지 않고도 최고로 알아 주는 게 어떤 안정감을 주거든요.
(아무리 못난 엄마라도 아이들은 엄마를 최고로 치면서 크잖아요. 엄마와 떨어지면 울고요.)

어쨌든 다락방 님 덕분에 좋은 의견을 읽고 갑니다.
오늘 하루 즐거운 하루 되세염. ^^


다락방 2014-02-04 10:11   좋아요 0 | URL
일부일처제가 처음 만들어진 의도 자체가 사람에겐 누구나 '첫번째가 되고 싶은 욕망' 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엄마가 많다면, 아내가 많다면 경쟁체제에 들어갈 수도 있겠죠. '내가 일등'이 되고 싶어서 말예요. 그리고 분명 그들중 누군가는 인기가 제일 많을 것이고 누군가는 인기가 없을 것이고..그런 분위기가 형성 될 수도 있을 거고요. 그걸 방지하기 위해 일부일처제라는 제도가 만들어진 게 아닐까 생각해요. 자, 네 아내고 네 남편이고 네 자식이다, 그러니 경쟁하지 말고 이들을 최고로 알아라, 라고 말이지요. 보호의 명목이고 그래서 대체적으로 그것은 그런대로 잘 지켜져오고 있지만, 그 경계선이 사람을 누르는 부분이 분명히 있고요. 저는 경쟁의 스트레스 말고 다른 부분들도 짐작되어 지거든요. 다양한 어른들과 다양한 아이들이 함께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다양한 의견과 자유스러울 수 있는 면 같은거요. 가족 이라는 단단한 경계선이 그냥 툭- 끊어져 버린다면, 오히려 더 안달하는 마음이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말이지요. 지금은 '내가족' 이란 경계 때문에 오히려 경쟁이 더 심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 경계가 사라진다면 경쟁 자체도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 자체는 아직 제가 비혼이기 때문에 드는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정말..갱년기가 아닐까요? 저 막 온몸이 뜨거워졌는데요? 전 전기요 깔고 자는것도 아닌데 이불도 막 차버렸다가 옷도 벗어봤다가 한참을 뒤척였어요. 너무 뜨거워서 못자겠는거에요. 갱년기가 되면 몸이 막 뜨거워진다는데, 그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지만...정말 갱년기라면...너무 빨리 찾아온....거니까........아니겠죠? 그저 그날 하루의 불면인거겠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