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우주는 오기 풀먼에게 결코 녹녹치 않다. 그런 형벌을 받아도 좋을 만큼 그 어린아이가 얼마나 대단한 짓을 저지르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 부모가? 아니면 올리비아가? 오기가 지닌 증후군들이 일제히 발생해서 다른 사람에게 오기와 똑같은 얼굴이 나올 확률은 4백만 분의 1이라나. 어떤 의사가 올리비아의 부모님에게 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우주는 거대한 복권 뽑기 기계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아닌가? 우리는 태어날 때 표를 구입한다. 좋은 표를 살지, 나쁜 표를 살지는 모두 무작위로 지정된다. 운에 맡길 뿐이다.
이런 생각에 머리가 빙글빙글 돈다. 그때 문득 기분 좋은 생각이 떠올라 마음을 위로해 준다. 아니야, 아니야, 완전히 무작위는 아니야. 진정 완전히 무작위라면 우주가 우리를 완전히 버리는 셈이지만, 그건 아니다. 우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우주의 가장 연약한 창조물들을 보살펴 준다. 맹목적으로 크나큰 사랑을 베푸는 너의 부모님, 평범한 사람이 된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누나. 너의 일로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걸걸한 목소리의 그 녀석. 그리고 심지어 네 사진을 지갑 속에 지니고 다니는 그 분홍 머리 여자애까지.-312-3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