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에 이른 겨울을
느끼는 건 왠지 나도 몰라
잠들면 돼 잠들면 돼
생각 없이 눈을 감으면
이 밤에 별이 너무 많네
그리움이 너무 많네
외로움이 너무 많네
이 밤이 이 밤이 이 밤이 너무 깊네
시간을 제발 돌아간다면
한 번만 안고 싶어
이대로 제발 앞당긴다면
제발 좀
없던 일처럼 가끔 우연히 떠올라
생각하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질까
하지만 저 창밖에 맺힌 저 별 이슬은
밤이 지나도 마를 리가 없겠지
멈추지 않는 니 생각에
너 떠난 자리에 턱하고 앉아
창문 밖을 오 바라보니
저 하늘에 별 이슬이 맺혀
이 밤에 별이 너무 많네
그리움이 너무 많네
외로움이 너무 많네
이 밤이 이 밤이 이 밤이 너무 깊네
시간을 제발 돌아간다면
한 번만 안고 싶어
이대로 제발 앞당긴다면
제발 좀
없던 일처럼 가끔 우연히 떠올라
생각하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질까
하지만 저 창밖에 맺힌 저 별 이슬은
밤이 지나도 마를 리가 없겠지
시간을 제발 돌아간다면
한 번만 안고 싶어
이대로 제발 앞당긴다면
제발 좀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이 노래를 듣는데 아유, 갑자기 그리움이 왈칵 밀려들었다.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잘 지내오고 있었는데. 이게 다 버스커버스커 때문이다. 버스커버스커의 밤 때문이다. 나의 밤이 떠올랐다. 내가 그를 안지 못했던 밤이, 내가 그를 안지 못해 두고두고 후회하던 기억들이 갑자기 확- 들이닥쳤다. 내가 그 날밤 왜 그에게 아니라고 말했을까, 왜 그를 억지로 그냥 돌려보냈을까, 이렇게 후회할 줄 알았다면 그러지 않았을텐데. 어쩌면 내가 그를 안지 못했기 때문에, 그 밤을 아쉽게 넘겼기 때문에 이토록 오랫동안 그를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내게도 그런 생각이 든다. 그가 꿈은 아니었을까, 환상은 아니었을까. 그가 정말 그 순간에 내게 있었을까, 하는. 그토록 강렬한 기억을 주던 그 남자가 과연 정말 존재했던걸까. 아, 나는 그가 내게 짧게 머물렀던 그 순간에 감사한다. 만나서 손을 잡고 있어도 계속 두근대게 만들었던 남자, 만나고 있지 않아도 벅찰 정도로 가슴이 들끓게 만들었던 남자. 나의 연애는 언제나 중심을 잘 잡는 연애라고 늘 생각해왔는데, 나는 강한 여자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앞에서는 내가 이리저리 흔들흔들 갈대보다 더 약한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강한 모습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느라 더 힘들었고.
시간을 돌려서 그 밤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이제 고개를 젓는 대신 끄덕일텐데. 다시는 후회하지 않을 밤으로 만들텐데. 그러나 아무도 내게 그 시간을 돌려주지 않겠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가끔은 내 생각을 할까. 뭐해서 먹고 살까. 혹시 한 여자를 만나 정착했을까. 그는 서른셋의 가을을 보내고 있겠구나. 아니, 그곳은 가을이 아닐지도 모르겠구나.
아침부터 배가 고팠는데,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 뱃속으로 그리움이 꽈악- 꽉- 차오른다. 그렇다고 배가 안고픈 것은 아니지만..그리움은 그리움이고 밥은 밥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