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도 자신만의 문제들이 있었다. 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바로 그러한 유사성, 그 음울한 공통점에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있어 서로가 그 짐들을 견뎌내는 것이 훨씬 덜 힘들어지는 것 같았다. 자기만큼 상처 입고, 자기만큼 망가지고, 자기만큼 막막하고, 자기만큼 짓밟힌 존재를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지 않는가?-43쪽
언제나 내가 로제에게 전화를 걸어야만 했다. 그 녀석은 나에게 전화를 거는 법이 없으니까. "가끔씩 전화라도 좀 하게. 듣고 있나? 새로운 소식이 없어도 연락 좀 해. 그럴 수 있겟지, 응? 제발 나에게 전화해서 새로운 소식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라도 해줘. 알겠나? 한숨을 푹푹 내쉬며 한탄을 늘어놓아도 좋으니까 전화를 좀 해달란 말이야."-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