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랑 일반 DVD 는 무슨 차이가 있는걸까? 모르겠다. 그런데 블루레이는 앞에 블루레이가 꼭 붙는다.) 일요일 밤에는 도무지 잠이 오질 않는다. 아무리 불을 끄고 누워도 잠이 안 와.. 나는 그래서 불 꺼진 방안에서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제각기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남녀가 친구로 만나서 우정을 깨지 않기로 하고 섹스를 나누는데, 그러다 결국은 그들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는 것이 영화 줄거리이고 거기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충분히짐작 가능한 내용이라서 색다를것도 없다. 그러나 이 영화의 처음과 끝은 매우 유쾌하다. 행복해질 정도로. 처음, 남자가 뉴욕에 오게 됐을 때, 여자가 타임 스퀘어로 그를 데려간다. 거기에서 그는 예상하지 못했던 플래시 몹을 만난다. 그로서는 처음 보는것. 와, 이게뭐에요? 플래시몹이요!
동영상을 찾아보았지만, 일단 처음의 이 장면에서는 영화장면이 없다. 아쉬운대로 촬영장면만.
이 플래시몹은 남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잡지 [GQ] 의 아트디렉터로 스카웃되어 뉴욕에 오게 된 남자는 이 플래시몹에서 영감을 얻어 지큐 광고를 만들게 되니까.
남자는 그전까지 블로그로 잡지(혹은 뉴스?)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방문객수가 엄청 많았던 그에게 헤드헌터가 연락을 해오는거다. 지큐에서 너를 쓰고 싶대. 나는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나보구나 했는데 웬걸, 처음부터 방 하나를 따로 주는 아트 디렉터 자리를 주는게 아닌가! 헐.
입맛이 쓰다. 뭐, 처음부터 그가 뛰어난 감각을 보이니 당연한 결과라 볼 수도 있겠지만...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뭐든 노력하면 잘 할 수 있겠지만, 이미 거기에 대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을 이기기는 힘들다고.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노력까지 한다면, 죽어라 코피를 흘리고 노력만 하는 사람이 따라잡기는 힘들거라고. 이건 김연아를 보면서도 한 생각이고 이 영화를 보면서도 한 생각이다. 그러니까 시각적인 감각이란건, 노력으로 되는건 아니지 않을까. 그건 타고나야 되는게 아닐까. 물론 극중의 남자는 시각적인 감각이 대단한 대신 수학적 가능이 너무나 둔해서 180센치의 세 배를 2미터 40이라고 대답하긴 하지만, 남들보다 뛰어난 예술적 감각이 있는데 멍한 수학적 감각쯤이야 어떠랴.
어쨌든 이 영화에서 플래시몹은 마지막에 다시 한 번 나온다.
플래시몹 장면에서 나는 무척 기분이 좋아졌지만, 이 좋은 기분으로도 여전히 일요일 밤 잠들기는 힘들었고, 게다가 영화속의 남자와 여자는 평범과는 지나치게 거리가 멀어 보였다.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