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서 문득 책이 읽고 싶어질 때는 오후의 레스토랑이 최고다. 조용하고, 밝고, 한적하고, 푹신한 의자가 있는 레스토랑을 한 군데 확보해둔다. 와인과 가벼운 전채만 주문해도 점원이 얼굴을 찡그리지 않는 친절한 곳이 좋다. 시내에 나갔다가 시간이 남으면 서점에서 책을 한 권 사들고 그 레스토랑에 들어가 화이트 와인을 홀짝홀짝 마시며 페이지를 넘긴다. 그러면 아주 호사스럽고 한가로운 기분이 든다. 체홉 같은 작가의 책을 읽으면 무척 조화로운 풍경이 될 것 같다. (p.171)
하루키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지금이라도 당장 한적한 레스토랑으로 달려가 조용히 와인을 홀짝이며 책을 읽고 싶어진다. 평일 낮의 레스토랑은 어떤 분위기일까. 그 순간은 얼마나 평화로울까. 하루키가 굳이 한가로운 기분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한가로움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가장 완벽한 방법을 하루키는 말해주고 있다.
혼자 가만히 술을 홀짝이고 싶은 날이다. 그런 밤을 보내고 싶다. 출근길의 버스안에서 이토록 유혹적인 문장들을 읽고, 나는 오늘 하루종일 어서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집에는 아마 좀 늦게 들어가게 되겠지만, 들어가고나서, 씻고, 머그잔 가득 싸구려 와인을 따라서 거실의 텔레비젼 앞에 앉아야지, 코메디에 빠지다를 봐야지. 그리고 키득키득 웃어야지. 아, 그 시간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퇴근을 생각하며 오늘과 내일을 어떻게 보낼것인지 머릿속에 조용히 그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