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되었습니다 - 모든 미해결 사건이 풀리는 세상,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작
박하익 지음 / 노블마인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은 사람이 살아 있을 때 모습 그대로 돌아오는 일이 몇 년 전부터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진홍도 알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살해당해 죽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처벌한 뒤 홀연히 사라지는 현상이었다. 이들은 경찰이 범인을 체포하지 못했거나, 가해자가 사법 기관에 의해 온당한 처벌을 받지 못한 경우에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오직 가해자만 노렸으며, 신속하고 정확하게 자신의 원한을 갚은 다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p.11)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처벌한다는 소재 자체가 흥미롭기 때문일까. 이 책은 대단히 재미있다. 한 번 손에 들고나니 끝장을 보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할것처럼 빨리 뒷장을 넘기고 결말에 이르고 싶다. 현실에서는 도무지 있을 것 같지 않은 이야기를 내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미 죽은 자가 살아돌아와서 자신을 죽인 가해자를 처벌한다니, 오, 나는 이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어서 속으로 바랐다. 정말 이런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윤리적으로 옳든 그르든간에 강간을 저지르고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들에게 그 피해자들이 나타나 같은 고통을 맛보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통쾌해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바람일뿐, 현실이 된다면 아마도 나는 다른 반응을 보였을 것 같다. 그러나 어쨌든, 그러니까 내가 뭘 바랐든 혹은 바라지 않든


이 책은 대단히 재미있다. 근래 읽었던 한국 소설중에서 가장 재미있다. 이야기적으로 완벽하다고 회자되는 다른 많은 한국 소설들에 대해서 나는 감탄을 할지언정 감동은 받을 수 없다고 종종 생각해왔는데, 이 책 안에는 처음부터 감탄이 존재하며 그 사이사이 감정을 건드리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던 죄책감을 모르던 범죄자들에게 가장 가혹한 형벌은 사랑을 알게하는 거라니, 아. 책장을 덮고나면 어쩐지 울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 책에 문학적 기교나 세련됨은 없다. 그러나 이야기의 재미로서는 충분하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더 좋을 결말에 대해서라면 나는 살짝 아쉬워하는 독자이긴 하지만, 그렇다한들 이 책의 결말에 나는 만족했다.



책장에 꽂아두고 간혹 꺼내어 아무데나 펼칠 수 있는 그런 책은 결코 아니지만, 그러나 몰입해서 읽고 재미를 느끼기에는 아주아주아주 충분하다. 대단히 재미있다.



그런데 뭐지, 이 콕콕 찌르는 기분은. 왜이렇게 가슴이 아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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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6-13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표지부터도 그렇고 장르소설 같잖아요. 이런 책에 대해선 편견이 있는 거 같아요. 바로 어제 팟캐스트에서 장르소설, 순수소설 나누는 건 멍청하다고 꾸중들었는데 오늘 이러고 있네요. 표지만 보면, 그거 아세요? <어느날 갑자기> 시리즈. 그거 같아요. 그래서 감탄은 찾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감탄과 감동이 존재하는군요, 이 책에는. 새로운걸요.

다락방 2012-06-14 09:10   좋아요 0 | URL
장르소설 맞아요, 소이진님. sf미스테리 라고 하면 이 책의 장르가 설명이 되려나요. 전 sf 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엄청 재미있어요. 소이진님도 읽으면 엄청 좋아할것 같아요. 결말까지 다 읽고나면 소이진님은 울지 않을까...하는 짐작을 해봅니다. 훗.

레와 2012-06-14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 또 주문해야되는겨?! ㅋㅋㅋㅋ

다락방 2012-06-14 09:43   좋아요 0 | URL
이거 재미있어요, 레와님.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