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my Boss, 

보쓰, 


오늘 일기예보 들었나요?
호우 경보래요.
그 커다란 창 밖으로 비가 얼마나 퍼붓고 있는지 보이죠?
그런데, 

그런데 보쓰,
왜 나를 외근 보내나요?
왜요?
왜? 

이렇게 비가 퍼붓잖아요.
우산을 써도 흠뻑 젖잖아요.
그런데 왜 나를 외근 보내는거에요?
내가 이 비가 오는데도 출근해줬잖아요. 그런데 왜요?
천둥 번개소리 들었어요?
내가 천둥 번개를 얼마나 무서워 하는지 알아요?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천둥번개가 내리쳤어요. 난 정말 무서웠다구요. 

그래요.
젖어버린 샌들은 물기를 닦고 말리면 돼요.
젖어버린 종아리는 네, 물기를 닦아내면 돼죠.
괜찮아요.
그런데 흠뻑 젖은 치마는 어쩌나요? 걸을때마다 두꺼운 허벅지에 철푸덕 달라붙는 치마 말입니다.
앉았다 일어나면 의자에 엉덩이만큼 흔적이 남아요.
이걸 어떡해요? 어떡하냐구요. 

보쓰,
나한테 왜이래요? 
왜 나를 이 비 퍼붓는데 바깥으로 보냈어요?
제정신입니까?
제정신이에요?
내가 .. 일 그만둬요?
원하는게 그겁니까?
잊었어요? 내가 왜 여기서 일하는지? 
나 예쁘다고 보쓰가 같이 일하자고 했잖아요.
하긴, 이건 보쓰의 잘못은 아니네요. 예쁜 나의 죄지..

보쓰. 
한번만 더 이런 비오는 바깥에 날 내보내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거에요.
한번만 더 이런 비오는 바깥에 날 내보내면 때려치겠어요.
그때가서 잘못했다고 울며 매달려도 난 잡히지 않아요.
뒤도 안돌아보고 떠날거에요.
연봉 올려준다고 해도 얄짤없어요. 

보쓰,
똑바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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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1-06-30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저도 어제 가장 하이라이트 순간에 수원에서 서울까지 뚜벅이 외근 나갔다는... 정말 요즘 날씨는 너무해요.

다락방 2011-06-30 19:22   좋아요 0 | URL
오늘은 오후에 잠깐 해 뜨다가 다시 소나기 내리더라구요. 그러더니 지금은 다시 개고 있어요. 비가 퍼부을려면 제가 집에 있을 때 퍼부었으면 좋겠어요. 일하는 중에는 좀 그만오고.. ㅠㅠ

블루데이지 2011-06-30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글 읽고 웃으면 안되는 거죠?
예쁘신 다락방님이 비오는날 외근으로 힘드셔서 보쓰에게
쓰신 편지 이시잖아요~~ ㅋ흑
하지만 너무 재미있어요~~서투른 예술이 아니라 너무 노련한 예술이셔요~~

다락방 2011-06-30 19:23   좋아요 0 | URL
어머. 노련..이라뇨!! 하하하하.
어제 외근 다녀오고 완전 화가 치밀어가지고 썼네요. 화는 예술을 부르는가 봅니다. 자고로 예술가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야 하는 법..

루쉰P 2011-06-30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웃고 가요. 음..웃으면 안 되는 일인가?? 암튼 다락방님의 블랙유머에 비 오는데 상쾌하게 일하고 있어요.
우리 보쓰도 밖에서 일 시키거든요. ㅋ

다락방 2011-06-30 19:24   좋아요 0 | URL
이제 비 멎는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그래도 새벽에 깼을 때 빗소리 들리거나, 아니면 빗소리에 깨거나 할 때는 참 괜찮은 기분이에요. 음, 좀 더 기분이 가라앉긴 하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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