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형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을 처음 발견했으나 당국에 검열당했던 의사 리원량은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었다. 중국의 첼시 매닝이나 에드워드 스노든쯤에 해당하며, 따라서 그의 죽음이 대대적 분노를 유발했던 것은 놀랍지 않다. 중국정부가 감염병에 대처한 방식에 대한 뻔한 반응은 홍콩에 기반을둔 언론인 베르나 유의 논평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중국이 언론의 자유를 숭상했다면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는 없었을 것이다. 중국 인민에게 표현의 자유와 다른 기본권들이 존중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위기들은 언제고 다시 벌어질 것이다. 중국의 인권 문제는 세계의 다른 지역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데, 이번 위기에서 보았듯 중국이 자국 인민들의 자유를 억누를 때 재난이 생겨날 수 있다.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때다." - P23

요즘 나는 때로 바이러스에 걸리고 싶어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렇게 되면 차라리 저 기운 빠지는 불확실성은 끝날 테니까. - P107

케이트 존스가 지적했듯, 야생에서 인간으로 병이 전이되는 일은 "인류의 경제적 발전의 숨겨진 비용이다."


그저 모든 환경에서 우리 인간이 그저 너무나 많이 존재할 따름이다. 우리는 사람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곳에 들어가 [바이러스에] 점점 더 노출되고 있다. 바이러스가 전염되기 훨씬 쉬운 장소에 주거지를 만들며, 그러고 나서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생겼다고 놀라워한다. - P111

환경자원경제학자 마셜 버크는 열악한 대기질과 그 공기를 호흡함으로써 발생하는 조기사망 간의 연관성이 입증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를 고려했을 때 떠오르는 자연스러운-이 표현은 여러모로 이상하지만-의문은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적 혼란으로 인해 공해가 줄어드는 바람에 구하게 된 목숨들이 바이러스 자체로 인한 사망자들을 능가하는지 여부"라고 말한다. "아무리 줄여 추정해보아도 내 생각에 그 대답은 분명 ‘그렇다‘다." 그는 단 두 달 동안의 오염 감소만으로도 중국에서만5세 이하 어린이 4000명의 목숨과 70세 이상 성인 7만3000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 P113

우리는 주식시장과 이윤이라는 좌표들 바깥에서 사유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그야말로 필요한 자원들을 생산하고 조달하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 P114

단지 격리하고 생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 조치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공공서비스가 계속해서 기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 수도, 식량, 의약품 들이 지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곧 우리는, 병에서 회복되어 적어도 당분간 긴급한 공공노동에 동원될 수 있을 정도로 면역이 생긴 사람들의 명단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유토피아적 공산주의의 전망이 아니다.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실행되는 공산주의다. 애석하게도 이 공산주의는 1918년 소비에트연방에서 "전시 공산주의warCommunism"라고 불렀던 것의 변종이다. - P115

게다가 강제된 격리가 정말 탈정치적 생존주의를 뜻할까? 나는 캐서린 말라부의 의견과 훨씬 더 가깝다. 그는 이렇게 썼다. "유보epoché, 중단, 사회성을 괄호에 넣는 것이 때로는 타자성에 이르는 유일한 통로, 지구상에 고립되어 있는 모든 사람과 가깝게 느끼는 한 방법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나는 외로워하며 가능한 한 고독한 상태로 있기 위해 노력한다." - P122

복지국가 해체를 중심축으로 돌아가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거시적으로 볼 때 다음과 같은 면에서 책임이 있다. 즉 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스스로 바이러스보다 가난을 더 큰 위협으로 느낄 만큼 끔찍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둘째, 실제로 "일터로 돌아가게 될 사람들은 빈자들인 반면 부자들은 격리 상태에서 편안히 머물 것이다. 나머지 모두가 자가격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작 본인은 자가격리하지 못하는 사람들, 즉 보건의료 노동자들, 음식을 만들고 배달하는 일을 책임진 사람들, 전기와 수도의 지속적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자가격리를 위해 머물 ‘집‘이라고 부를 만한 거처가 전혀 없는 난민들과 이민자들이 있다.난민 캠프에 발이 묶인 수천 명 속에서 어떻게 우리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집할 수 있겠는가? - P147

하나의 권위주의적 체제가 마지막 위기에 가까워지면,해체는 대체로 두 단계를 밟는다. 실제로 무너지기 전에 종잡을 수 없는 균열이 발생한다. 그리고 한순간 사람들은 게임이 끝났다는 것을 알고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체제가 정당성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권력 행사가 그 자체로 무기력하고 공포에 차나 반응이라는 점을 느끼게 된다. - P149

이 점이 바로 프랑스 파리의 가난한 북부 교외 지역에서 부자들의 삶에 봉사하는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킨 이유다. 이 점이 바로 최근 몇 주 동안 싱가포르의 외국인 노동자 숙소들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들이 극적으로 폭증한 이유다. "싱가포르는 주로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건너 온 140만 명에 달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보금자리다. 가사도우미, 집사, 건설 노동자와 육체 노동자로 일하는 이 이주민들은 싱가포르가 계속 돌아가게 하는 데 필요불가결하다. 그렇지만 또한 그 도시에서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가장 취약한 계급이다.‘ ‘이 새로운 노동계급은 예전부터 여기 쭉존재했고, 감염병이 이들을 들쑤셔 드러나게 만든 것일 뿐이다. - P184

그 누구도 바이러스에서 안전하지 않다. 주판치치가 지적했듯, 나의 안전이 그들의 생존에 달려 있는 시스템, 그들의 노동을 "갈아넣어야만 유지되는 시스템은 무언가 크게 잘못되어 있다. - P191

아감벤의 우려만큼이나 지젝이 새로운 공산주의를 들먹이는 까닭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지젝이 뜻하는 공산주의는 막연한 꿈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실행 가능한 정치 원리다. 개인을 버리고 공동체의 집단성을 내세우는 권위주의의 논리가 아니다. 오히려 "이미 진행되고 있고" 또한 "많은 사람이 필수적이라고 느끼는" 조치, 더러는 이미 "시행되기도 한 조치들을 지칭하는 명칭"으로서의 공산주의다. - P194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장밋빛 미래를 밝혀줄 비전이 아니라 재난 자본주의의 해독제로 쓰일 ‘재난 공산주의‘ 전망에 가깝다. 마스크, 진단키트, 산소호흡기 같은 의료장비부터 곡물 생산과 실업 등 생명과 생존에 관련된 물품의 생산과 공급을 시장 메커니즘에 의탁하지 않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조절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이 책은 코로나19 이후 인류가 맞게 될 상시적 바이러스 사회에서 국가의 공적 기능이 커지고 우리의 생명과 생존이 함께 추구될 수 있는 평등한 공동체를 그리는 일에 많은 논의가 할애되어 있다. 지젝은 방역과 경제가 공존하는 이 사회를 거침없이 공산주의라 명명하고, 이를 현재 중국의 ‘국가자본주의적 사회주의 체제나미국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시스템과 확연히 구분한다. 이 새로운 공산주의는 한 국가의 정치 시스템이 아니라 전 지구적 협력으로 탄생할 초국가적 지구정치의 모델이다. 지젝 말대로 바이러 - P1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