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le 2006-12-07  

언젠가
다락방님이 로맨틱하고 아름다우며 영혼을 울리는 시를 추천해달라고 했던 게 떠오르네요. 오늘 화장실에 가면서 최승자의 <즐거운 일기>를 빼들었다가 아래 시를 읽고 이 시가 어쩌면 다락방님이 찾던 바로 그 시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들어보세요. * 내게 새를 가르쳐 주시겠어요? 그러면 내 심장 속 새집의 열쇠를 빌려드릴께요. 내 몸을 맑은 시냇물 줄기로 휘감아 주시겠어요? 그러면 난 당신 몸 속을 작은 조약돌로 굴러다닐께요. 내 텃밭에 푸른 씨앗이 되어 주시겠어요? 그러면 난 당신 창가로 기어올라 빨간 깨꽃으로 까꿍! 피어날께요. 엄하지만 다정한 내 아빠가 되어 주시겠어요? 그러면 난 너그럽고 순한 당신의 엄마가 되드릴께요. 오늘 밤 내게 단 한 번의 깊은 입맞춤을 주시겠어요? 그러면 내일 아침에 예쁜 아이를 낳아드릴께요. 그리고 어느 저녁 늦은 햇빛에 실려 내가 이 세상을 떠나갈 때에, 저무는 산 그림자보다 기인 눈빛으로 잠시만 나를 바래다 주시겠어요? 그러면 난 뭇별들 사이에 그윽한 눈동자로 누워 밤마다 당신을 지켜봐드릴께요.
 
 
다락방 2006-12-07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건 정말이지. 너무나 너무나 맘에 쏙 드는 시예요.
지난번 쥴님이 말씀하셨던 시인들중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시집을 사볼까 하여 서점에 갔었어요. 그런데 브라우닝의 시집은 없고 브라우닝의 시가 실린 시집은 있더군요. 아쉬워하며 그 시집을 사가지고 왔더랍니다.

올려주신 시는, 정말 너무나 예뻐요. 참말로 좋은걸요.

기다리세요, 쥴님.
제가 답 시가지고 찾아뵐게요. 이미 쥴님께 드리고 싶은 소중한 시가 생각났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