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셋 : 아름다움과 여성혐오 열다 페미니즘 총서 2
쉴라 제프리스 지음, 유혜담 옮김 / 열다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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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티비에서 <오프라 윈프리 쇼>를 보았다. 한 여성이 나와서 가슴 성형수술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가슴을 확대하는 수술을 해서 실리콘을 넣었는데, 그 후부터 엄청 우울했다는 거다. 기분이 쳐지고 너무 우울하고 어떻게도 회복이 안되고 그런데 건강상 이상은 없고 자살 충동이 일었다고. 오래전에 본거라 기억이 희미한데, 그러다 누군가가 '어쩌면 너 가슴에 실리콘을 넣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걸 뻬봐라' 라는 말을 듣고 다시 병원을 찾아가 가슴에 넣은 실리콘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몸 컨디션이 돌아왔고 우울증도 사라졌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도대체 왜그럴까 알 수 없어 답답했는데, 제거하고 나니 원인이 그것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는 거다. 가슴에 넣었던 실리콘을 제거한 지금은 살기가 훨씬 낫다고 했다. 이제 살만하다고.


아주 오래전이지만 이 영상을 보면서 사람 몸에 이물질이 끼어드는 건 그렇게나 나쁘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친구랑 얘기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나는 쉴라 제프리스가 이에 대해 언급한 걸 읽는다.



여자들이 가슴 확대 수술을 받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는 기저에는 우울증이 있을 수 있다.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보형물 삽입 수술을 받은 여자들에게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자살률이 나타났다. 2003년 핀란드 연구에서는 이들의 자살률이 인구 전반과 비교할 때 3배 높았다. 2007년 미국 연구 역시 수술을 받은 여자가 수술을 받지 않은 경우에 비교해 자살 위험이 3배 높다는 결과를 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여자 수술자는 알코올 혹은 약물 사용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3배 높았다. 이들의 자살률이 왜 높은지는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여자들이 수술 전부터 이미 우울증을 겪고 있어 자살 경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하며, 이 경우 가슴 보형물 삽입은 우울증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p.347



쉴라 제프리스는 이 책 《코르셋》을 통해 가부장제와 포르노와 성매매가 여성들의 전반적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준다. 자신의 능력으로 온전하게 돈을 벌지 못했던 여자들은 돈 있는 남자들에게 선택 받아야 했고, 더 좋은 남자들에게 더 잘 선택받기 위해서 자신의 모습을 꾸며야 했다. 포르노를 즐겨 보면서 점점 더 포르노를 '살고' 싶었던 남자들은, 자신의 파트너에게 그걸 요구하고, 포르노 속 여자들처럼 꾸미는 것이 좋은 여자가 되는 길이라고 선전한다. 그렇게 미용업계와 패션업계는 여자를 종속적인 존재로 만들려고 했고, 그러나 그것이 굴욕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그러나 이 꾸밈은 순전히 너네들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선택권이란 단어를 여자들에게 부여한다. 여자들은 그것이 마치 자신의 순수한 선택인것마냥 화장을 하고 옷을 입는다. 이것은 순수하게 우리 자신의 의지야, 우리 자신의 선택이야! 이렇게 입는 건 우리가 좋아서야! 그렇게 활동하기에도 불편한 짧은 치마를, 가슴이 파인 옷을, 높은 힐을 선택한다. 


그러나 남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성매매가 없었다면, 포르노 영상이 없었다면, 우리의 의복과 화장은 어느만큼 달라졌을까. 패션업계와 광고업계에는 남성임을 인정받지 못해 위축되었던, 그래서 여성을 지나치게 혐오했던 자들이 침투해 여성혐오적인 의상들을 쏟아냈고, 그것은 아름다움이라 칭송 받는다. 여자들은 혐오의 대상인 동시에 학대당한다. 쉴라 제프리스가 이 책을 통해 한 얘기는 새로울 게 없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얘기이고 이미 거기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진작 깨달았던 이야기들이다.



내가 기뻐서? 내 선택, 내 자유라고?

만약 세상에 남자들이 없었다면, 그러니까 우리가 '샬롯 퍼킨스 길먼'의 '허랜드'에 살았다면, 모든 주체가 여성이라면, 여성들이 정치를 하고 여성들이 돈을 벌고 여성들이 가사노동을 하고, 여성들이 옷을 만든다면, 그래도 가슴 확대 수술을 하는 여자들이 있을까? 그래도 음모를 제거하는 여자들이 있을까? 마스카라를 칠하고 하이힐을 신고 짧은 치마를 입으면서 이렇게 입는건 내가 좋아서거든~ 하게 될까?



쉴라 제프리스를 싫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해되는 책이면서(그럴 수밖에 없겠지!)

동시에 이 책 한 권 전체에 밑줄을 긋고 싶었다.





페미니즘 학계 및 운동은 성애화를 심각한 사회적 해악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여자 어린이가 성인 여자에게 강요되는 것보다도 심각한 겉치장을 하는 식으로 성애화 관습이 지배되는 건 포르노 산업의 영향이라고 본다. 이런 관습은 여자 어린이를 남자의 성욕 대상으로 밀어 넣으며, ‘조기 성애화‘라는 결과를 낳는다. 이 주장의 골자에는 충분히 동의하지만, 일부 우려스러운 측면도 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애화만 분리해 우려를 표시하는 건 성인 여자가 성애화될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암시하기 때문이다. - P42

포르노는 남자 청소년이 여자 청소년에게 하는 성적 행동과 요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포르노의 섹스 역학은 보통 성폭력의 역학을 그대로 반영"하는데도, 로프노는 이들에게 성을 배우는 교과서였다. - P46

여자들은 성적 대상화를 행하는 남자들의 가치관을 체화하게 된다. 캐서린 매키넌은 이 과정을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자기 물건화thingified‘라고 부른다. - P72

바트키는 남자들이 여자를 몰래 훔쳐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꼭 휘파람 소리를 내어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야 여자들이 "자신이 ‘베이글‘이니 ‘꿀벅지‘니 하는 대상으로 비치고 있음을 모르려야 모를 수 없게 되고, 남자들의 시각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되기"때문이다. 남자들의 이런 행동 통제로 "남성 감식안에 평가당해온 여자들은 자신을 누구보다 먼저, 누구보다 잘 평가하는 법을 베우게 된다." 여자들은 그렇게 자기 자신의 몸에서 소외된다. - P72

(하킴의 책을 언급하며)일단 여자는 전통적으로 결혼 생활과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득이하게 미용 관습에 임했고 특히나 지난 100년간은 확실히 그래왔는데도, 경제·사회·정치적으로 전혀 우위에 서지 못했다. 미용 관습은 힘 가진 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힘없는 자의 유일한 기댈 곳이며, 남자는 전혀 미용 관습을 행할 필요가 없다. 하킴은 "모두"에게(그렇지만 결국은 여자에게) "평생 매력 자본을 개발하고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이는 1930년대에 유행했던 한 노래를 연상시킨다. 1933년 영화 「로마 스캔들Roman Scandals」의 반페미니즘적 주제곡인 「(사랑받고 싶다면)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해라」말이다. 하킴이 던지는 메시지도 대체로 비슷하다. 하킴이 보기에 "매력 자본은 연애 및 결혼 시장에 있어 여자의 으뜸 패다." - P83

본서가 출간된 후 10년 동안 학계 및 대중 페미니즘 내에서 환영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선택권‘에 집착하는 리버럴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이 활발히 이루어진 것이다. 나타샤 월터부터도 『살아있는 인형: 성차별의 귀환 Living Dolls: The Return of Sexism」이라는 새로운 책을 내, "내가 완전히 잘못 생각했다고 인정하려 한다" 라며 이전에 선택론 편에 섰던 것을 반성한다. 월터는 새롭게 쓴 책에서 자신의 딸을 포함한 여자 어린이들이 극도로 성애화된 문화에서 자라나며 여자가 되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것을 우려한다. 그에 따르면, "이런 문화는 선택과 힘 키우기 같은 언어를 끌어들임으로써 그 선택권이 얼마나 제한된것인지를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교묘히 감춘다." - P84

프랑스 페미니즘 학자 꼴레트 기요맹은 여자는 ‘다르다‘라는 문화적 관념이 왜 문제인지 설명한다. 기요맹에 따르면, 여자는 다르다는 말은 여자는 ‘무엇‘과는 다르다는 뜻이 될 수밖에 없고, 그 ‘무엇‘은 남자가 되기 마련이다. 반면 남자는 그 무엇과도 다르지 않고 그 자체로서 존재한다. 다르다는 관점에서 이해되는 건 여자뿐이다. - P94

미용 관습은 여자의 순종을 표시한다. 여기에서 순종은 여자에게 성적으로 복무할 의지, 심지어 성적 복무를 위해 노력을 들일 의지가 있다는 뜻이다. 여자가 단순히 ‘다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굴종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게 미용 관습이라고 나는 주장하고 싶다. 여자가 구현해내야 하는 성적 차이difference 가 바로 굴종deference인 것이다. - P98

여자들이 시행하고, 남자들이 그렇게 좋아죽는 미용 관습이란 정치적 피지배 계층의 행위다. 남성 지배 아래의 사도마조히즘적 로맨스에서 성관계는 여자의 복종과 남자의 지배를 바탕으로 구성되며 여기서 누군가는 여자 역할을 해야만 한다. - P99

미용 관습이 즐겁다고 말하는 여자도 있다는 사실은 미용 관습이 여성 종속에 기여한다는 것과 상충하지 않는다. 여자가 악조건을 어떻게든 좋게 좋게 생각해보려는 것으로 보는 게 맞을 수 있다. (…) 유해 관습 개념은 성인 여자와 여아에게 해를 입히는 문화적 강요가 존재한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기에, 미용 행위가 여자의 행위 주체성이냐 종속 행위냐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에서 유용한 도구가 되리라 생각한다. 유해하다고 판명된 관습에 있어서 ‘선택권‘은 변명이 될 수 없다. - P104

남자가 얻는 유익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여자가 미용 관습을 통해 남자를 ‘보완complement‘하는 존재인 동시에 ‘보상compliment‘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여자는 ‘이성‘이면서 종속된 성으로서 남자를 ‘보완‘한다. 또 남자의 성적 흥분을 위해 언제든 치장할 태세가 되어 있으므로 남자에게 ‘보상‘이 된다. 따라서 남자는 남성성을 확인받을 수 있는 데다가, 여자가 노력을 들였다는 데에서 우쭐함도 느낄 수 있다. 거기에 여자가 하이힐을 신기라도 하면 남자 자신의 기쁨을 위해 여자가 고통을 견딘다는 뿌듯함도 있다. 미용 관습을 거부하는 여자들은 남자를 보완하지도, 남자의 보상이 되지도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며 이런 저항은 지배성 계급의 일원들, 즉 남자들에게 깊은 반감을 살 수 있다. - P114

페미니스트를 못 생기고 다리털이 북슬북슬한 애들, 브라나 태우는 남자 못 만나본 애들이라고 부르곤 하는 것처럼 미용 관습 거부는 분노와 조롱을 부른다. 서구의 미용 관습은 일종의 도덕 같은 성질을 띤다. 미용 관습을 따르지 않는 여자들에게는 ‘자기 관리‘가 안 된다,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 어설프다는 말이 따라다니고, 이들은 사회 구조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진다. - P115

젠더를 바꾼다는 생각 자체가 여성성과 남성성의 필요를 강화해 젠더를 본질화한다. - P143

남자로 살아온 경험은 이런 남자들의 ‘여성적‘ 행동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남자로 살아온 경험이 이들을 ‘여성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 P146

남성 지배 아래 여자의 역할은 한 종류가 아니다. 여자는 가사 노동, 육아 노동, 감정 노동, 성적 복무뿐 아니라 남자를 흥분시키는 여성성 수행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남자에게 복무한다. 크로스드레서는 이 중 ‘여성성‘만을 취사선택하려 하며 여자의 기쁨을 위해서이기는 커녕 그 반대에 가깝다. 자기는 평소처럼 집안일을 하는 동안 남편들은 몇 시간을 들여 몸치장한다는 것이 아내들의 불평이다. 러드는 아내들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재구성해서 들려준다.

"남편은 여성적이고 아름다워지고 싶다면서, 내가 집 안을 청소하는 동안 거울 앞에서 치장하죠. 남편은 미스 아메리카처럼 꾸미고 침실 화장대에서 일어서는데 저는 세제 광고에 나오는 여자처럼 보여요." - P173

마돈나를 옹호하는 많은 수의 팬들은 마돈나가 ‘여창‘ 컨셉이라는 공격에 반발하지만, 파글리아는 마돈나는 ‘여창‘ 컨셉이 맞으며 그 컨셉이 마돈나에게 힘을 부여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여창‘이 남자를 지배한다는 게 파글리아의 시각이다. 국제적인 성 산업의 굴레에서 고통받으며, 상당수가 탈출하고 싶어도 탈출할 수 없는 수백만 명의 여자들에겐 듣도 보도 못한 얘기일 것이다. - P197

남자들의 여자의 털을 탐탁지 않아 하는 다른 이유도 있다. 털은 여자를 어른으로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많은 남자는 여자가 사춘기를 거치기전인 것처럼 보였으면 하며, 이에 따라 털이 없는 쪽을 선호한다. 남자는 포르노를 보며 털 없는 여자를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여자친구의 털을 역겹거나 부담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훈련된다. - P203

(소음순 수술을 받은)론다라는 가명의 여자는 "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자존감 때문이다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수술을 받는 건 결국 남자들을 위해서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 P210

게이 남자가 취하게 되는 ‘여성성‘이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게이들이 개발해낸 복종적 행동 양태일 뿐이다. 남성 지배 아래 복종하는 길은 여성성 하나뿐이기에, 그 행동에 여성적이란 딱지를 붙이는 것이다. 게이 남자는 ‘진짜‘ 남성 대비 열등한 위치를 받아들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나, 이런 여성성은 실제 여자의 삶과는 큰 관련이 없다. 나는 게이 디자이너들이 여자에게 투사하는 여성성이란 바로 게이가 이런 식으로 디자인한 여성성의 이미지라고 주장하고자 한다. 이들은 여성성만 투사하지 않는다. 자신한테 있는 여성성에 대한 혐오와 공포도 투사한다. 자라나면서 남성적이지 않다고 괴롭힘과 공격을 받는 과정에서 배운 혐오와 공포다. 여성성은 게이들이 높이 평가하고 아끼는 특성이 아니다. 게이에게 여성성은 남성적인 남자를 욕망한다는 이유로 쫓겨나 맞이한 성 위계의 밑바닥을 상징한다. - P233

알렉산더 맥퀸은 여기서 본인의 ‘패션‘과 포르노가 맺는 밀접한 연관 관계를 숨기지도 않고 내비치고 있다. 모우어는 한 모델이 관통당한 듯한 연출에는 반감을 느낀 듯하지만, 컬렉션 전반에는 만족을 표하고 있다. "한 모델이 투우사의 장대 두 개에 궤뚫린 듯한 옷을 입고 나오는 잔인한 장면이 하나 있긴 했지만, 맥퀸의 특징인 훌륭한 검은 팬츠슈트를 상당수 선보여 컬렉션 전반적으로는 실제 옷에 관심이 집중되기를 바란 맥퀸의 목표가 달성되었다." 이 의상이 강인하고 성적으로 적극적인 여자를 쵸현한다는 맥퀸의 철학에 어떻게 들어맞는지는 모를 일이다. 장대 두 개에 궤뚫리면 죽어있기 바쁘지 성적으로 어떻게 할 생각을 하긴 힘들다. 맥퀸은 1996년부터 3년 연속 올해의 영국 디자이너로 선정되었으며, 2001년에는 올해의 세계 디자이너로 뽑히고 영국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CBE)을 받기도 했다. - P239

(디자이너)뮈글러는 "나는 힘을 가진 여자만 좋아한다. 난 여자를 세상의 정상으로 올려놓는다."라면서 작업을 통해 여자에게 권력을 부여하려 한다고 말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맥퀸과 유사한 정서로 보인다. 그러나 도미나트릭스로 성매매 되는 여자가 실제 세상에서 권력을 쥐고 있다고 믿지 않고서야 인정하기 힘든 생각이다. 정말 권력을 쥐려는 여자들은 경제적 생존에 급급해 업소에서 남자의 체액을 받아내는 대신 언론계나 IT분야 가은 산업계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뮈글러는 자신의 모델들이 "자신의 외모와 인생을 완벽히 통제하는 정복자"라며 "자유롭고, 자신 넘치며, 상황을 즐긴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검은 라텍스 속에 갇혀 곤충 탈을 쓴 여자들은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 P243

성적 차이가 여자의 몸에 새겨져 있지 않다면(예를 들어 옷이 젠더화 되어 있지 안다면)남자들은 길거리나 직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성적 지위를 판명하기 힘들 것이다. 남자들은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여자가 종속을 수행하는 데서 느끼는 성적 쾌락을 단념해야만 할 것이다. - P256

여자들은 화장하면 힘이 솟는 느낌이라 말할지 모르겠지만, 그건 화장이라는 가면을 쓰지 않았을 때는 힘을 뺏기는 느낌이라는 뜻이 된다. - P272

(발 페티시스트) 로시는 ‘무성적 신발‘을 설명하며 철저한 증오심을 숨기지 않는데, ‘실용적인 신발‘에 대한 남성 지배 문화적 혐오가 여자를 보행 장애로 밀어넣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무성적 신발‘이란 "‘실용적‘인 신발, ‘컴포트 화‘, ‘기능성‘ 신발 등으로 알려져 있고, 업계 용어로는 ‘노처녀용 런닝화‘로 불린다"라는 게 로시의 묘사다. - P311

(로시의)이 책에서 ‘무성적 신발‘을 신은 인물로 거론된 건 엘리너 루스벨트 하나다. 미국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과 결혼했던 엘리너 루스벨트는 강력한 페미니스트로, 1948년 채택된 UN 세계인권선언에 여성 평등을 포함하는 등 여러 가지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 다른 여자와 장기적인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편안함을 중요시해 기능성 신발 제작사에 특별 주문한 신발을 신었다. 루스벨트는 훌륭한 여성 롤모델이었고, 실용적인 신발을 아꼈던 건 그에게 본받을 만한 점 중 하나다. 할 일이 많았던 그는 고작 남자들에게 성적 흥분을 제공하는 데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 P313

로시는 하이힐로 인한 부상이 "현실적으로 여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기분 좋은 상처나 성관계 중 생긴 흉터에 가깝게 느껴질 것"이라고 한다. ‘여자들의 관점‘에서, 여자들이 남자들과 본인의 성적 만족을 위해 기꺼이 발 변형을 감수한다는 점을 알아내다니 실로 대단한 사나이가 아닐까 싶다. - P313

여성성기훼손처럼 아이들에게 시행되는 관습은 동의를 얻었다고 볼 수 없음이 분명하다. 6~7세 여자 어린이는 달리 갈 데도 없다. 신체 훼손을 강요하는 자들에게 의존해서 살아가야 한다. - P330

포르노 관습은 그 자체로도 성폭력을 구성한다. 모든 여자의 지위에 타격을 입히고, 여남 간 관계가 평등할 수 없도록 막는 것도 포르노의 또 다른 폐해다. 다시 미용 관습으로 돌아가자면 포르노 산업과 국제적인 성 산업 전반은 동시대 문화가 강요하는 여자의 얼굴, 가슴, 몸, 외음부, 복장, 신발의 조건을 규정한다. 이는 여자의 정신 및 육체 건강과 평등 가능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여성 평등을 중시하는 국가라면 여자를 상업적으러 성착취하는 포르노와 성매매 산업을 규제하고 철폐 노력을 펴기로 선택할 수 있다. -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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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04-13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체에 밑줄!!! 동감입니다.

다락방 2021-04-13 17:04   좋아요 0 | URL
저에겐 쉴라 제프리스의 책이 두 권 더 있답니다?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