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콜라보에디션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그녀는 '우리'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자기 대신 싸워달라고 남자 형제에게 부탁할 이유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할 겁니다. "우리 나라는 온 역사를 통틀어 나를 노예로 취급해 왔다. 우리 나라는 나를 교육시켜 주지 않았고, 그 자산의 조그마한 몫도 허용하지 않았다. '우리' 나라는 내가 외국인과 결혼하면 더 이상 '우리' 나라가 아니다. '우리' 나라는 나 스스로를 보호할 수단을 나에게 허용하지 않으며, 나를 보호하도록 매년 막대한 금액을 다른 사람에게 지급하도록 강요하고, 그러면서도 나를 보호할 능력이 없어서 벽 위에 공습경보를 써놓는다. 그러므로 당신이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또는 '우리'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싸운다고 주장한다면, 이성적으로 진지하게 이 점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당신은 내가 공감할 수 없는 성적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내가 공유하지 못했고 아마도 공유하지 못할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지, 나의 본능을 충족시키거나 나 자신 또는 나의 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아웃사이더는 이렇게 말하겠지요. "사실, 여성으로서 나에게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여성으로서 나는 어떤 나라도 원하지 않는다. 여성으로서 나의 나라는 전 세계이다." -<3기니> P.348




20여년 전쯤에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오랜시간에 걸쳐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책의 내용은 너무 오래되어 기억나지 않지만 어렴풋하게 동성애 코드에 대한 느낌이 남아있다. 그리고 매우 지루하게 읽었던 기억. 그 기억 때문에 <자기만의 방>으로 너무나 유명한 '버지니아 울프'를 여태 읽지 않고 미뤄두었다.


그렇게 뒤늦게 만난 버지니아 울프는, 익히 듣고 보아 알고 있는 유명한 문장, '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를 <자기만의 방>에서 피력하는데, 자신이 아버지나 남편에게 혹은 다른 누구에게도 돈을 구걸하지 않을 수 있는 건, 자기에게 꼬박꼬박 정기적인 수입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밝힌다. 숙모님의 유산으로 고정된 수입이 들어오기 때문에, 아부하거나 아양을 떨며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리하여 자신이 원하는 글을 쓸 수 있다고 하는 거다.


이 명징하고 놀라운 통찰은, 이 책의 바로 뒤에 실린 <3기니>에서 더 날카로워지고, 더 분석적이 되고, 더 뚜렷해지며, 더 강해진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고 있고,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글을 썼다. '교육받은 남성의 딸'이 가질 수 없었던 것, 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해 충분한 자료를 조사해 근거를 댄다. 그녀들에게는 교육의 기회가 박탈되어 있었다는 것, 이제야 비로소 '조금' 열렸다는 것, 그러나 그것조차도 학위로 인정해주는 건 모두의 반대로 인해 무산되고, 그래서 전문직을 가질 수 없다는 것까지. 교육받은 남성의 아들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일해서 돈을 쌓아갈 때 여자들은 딸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살아갈 뿐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일절 임금이 주어지질 않는다. 결혼해서 남편이 버는 돈은 어차피 아내랑 같이 쓰는 돈이다, 남편의 돈이 아내의 돈이다, 라는 허울좋은 명목은 그 현금의 실체를 누가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무가치한 것이 된다. 만약 그 절반이 정말 아내의 돈이라면, 정확히 반으로 나누어 아내의 손에 쥐어줘야 할 것이다.



남자들이 신문기자가 될 때, 법관이 될 때, 종교인이 될 때, 증권거래인이 될 때, 그래서 계속해서 돈을 벌어들이고 쌓고 죽을 때까지 돈을 남길 때, 여자들은 가난하다가 가난하다가 가난하다가, 돈 한푼 없이 죽음을 맞는다. 이에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똑같이 주어야 하고, 직업의 기회 역시 똑같이 주어야 하며, 그 임금 역시 똑같이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금없는 노동인 아내와 엄마 그리고 딸에 머물러 있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어차피 죽을 때 돈을 남기는 것이 이미 죽은 자신에게 무슨 소용이겠느냐마는, 내가 돈을 남길 수 있다는 것과 남길 돈이 없다는 것은 아주 다른 문제다.



자, 여자들의 교육을 얼마나 반대해왔는지, 여자들에게 허락한 교육비는 남자들에게 허락된 것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내가 보여줄게 잘 봐봐. 종교가 여자를 얼마나 박해했는지, 여자가 들어오기를 얼마나 막고 있는지, 그러면서 자기들은 얼마나 많을 가져가고 있는지 잘 봐. 여자들이 직업을 좀 가지려고 하면 남자들이 어떻게 반대했는지 잘 봐, 내가 알려줄게. 니네가 여자들을 얼마나 억압했는지 자 봐, 내가 알려줄게. 버지니아 울프는 전기문을 비롯한 숱한 책들과 신문기사들을 가져오면서 자신의 주장에 근거를 댄다. 도대체 이 책들을 언제 다 읽은걸까, 그리고 얼마나 읽은 걸까. 그녀가 <3기니>를 쓰기 위해 벼르고 찾은 것일까, 아니면 책을 읽을 때마다 밑줄 긋고 메모했던 것일까. 이 논리적인 글을 읽노라니 당연히 갖게 되는 의문인데, 책 말미의 <작품해설>을 보면 3기니를 쓰기 위해 책을 읽고 준비한 시간이 10년이라고 되어 있었다.



『3기니』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텍스트이고 이 에세이에서 표명된 급진적인 정치적 입장 때문에 페미니스트 비평가들도 불편함을 드러내곤 했지만, 울프에게는 진지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여성의 사회적 ·문화적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 십여 년간 울프는 역사, 회상록, 전기, 이론서, 보고서, 일간신문 등을 광범위하게 읽으며 부단히 탐구했고, 그 연구의 결과가 바로 이 에세이로 집약된 것이다. -이미애, <작품해설> 中




버지니아 울프, 하면 <자기만의 방>으로 알려져 있지만, 나는 이 책 한권에 실린 <자기만의 방>과 <3기니>를 연달아 읽으니, <3기니>가 훨씬 좋았다. 왜 다들 자기만의 방 얘기를 하지, 여기 이렇게 놀라운 3기니가 있는데? 게다가 위에 인용한 문장에 있는, '여성으로서 나에게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를 읽을 때는 정말이지 소름이 쫙 돋았다.


아, 정말 놀랍지 않은가. 1882년에 태어난 여성이, 여성에게 교육이 허락된지 20년도 안된 즈음에 이런 글을 써냈다는 것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고, 고전이 되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앞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책장도 따로 한 칸 마련해야겠다. 버지니아 울프의 책들도 하나씩 하나씩 다 읽어보겠어. <3기니>를 읽는 건 매우 짜릿하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3기니>는 정말이지, 강력하게 추천한다.



마침 <자기만의 방>으로 센스있는 사진을 찍어보았기에 거침없이 올려본다.


(자기만의 방 &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방 & 쓰리 에이스)






덧. 아래 인용문은 모두 <3기니>에서.



삼 년의 세월이란 편지에 답장하지 않은 채 내버려두기에는 긴 시간입니다. - P175

우선, 편지를 쓰는 사람들이 누구나 본능적으로 그리듯이, 편지를 받을 사람의 스케치를 그려보도록 합시다. 편지의 저편에서 숨 쉬고 있는 따뜻한 사람이 없다면 편지란 무가치한 것이니까요. - P176

언제부터 교육받은 남성이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여성의 견해를 물어보았습니까? - P176

양성은 여러 가지 본능들을 다소 공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쟁은 언제나 여성이 아닌 남성의 습관이었다는 것입니다. 타고난 습성이든 우연히 습득된 것이든 이러한 차이는 법과 관행으로 더욱 발전되어 왔습니다. 역사상 인간이 여성의 소총에 맞아 쓰러진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새와 짐승을 살해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당신들이었지요. 우리가 공유하지 않은 것을 판단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 P181

이제 교육받은 남성의 딸은 이전에 지녔던 영향력과는 다른 영향력을 수중에 넣게 되었습니다. 그것으 ㄴ위대한 레이데 세이렌의 영향력이 아닙니다. 교육받은 남성의 딸들이 투표권이 없었을 때 발휘했던 영향력도 아니지요. 또한 투표권은 있었지만 생계비를 벌 수 있는 권리가 없었을 때 발휘했던 영향력도 아닙니다. 그것은 다릅니다. 매력이라는 요소가 배제된 영향력이기 때문입니다. 돈이라는 요소가 배제된 영향력이기 때문이지요. 여성은 더 이상 아버지나 남자 형제에게서 돈을 얻기 위해 애교를 부릴 필요가 없습니다. 가족이 그녀에게 재정적으로 압박을 가할 수 없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견해를 표할 수 있습니다. 전에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종종 무의식적으로 상황에 따라 경탄과 혐오감을 표현했지만, 이제는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말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그녀는 순응할 필요가 없습니다. 비판할 수 있지요. 마침내 그녀는 공평무사한 영향력을 소유하게 된 것입니다. - P198

여성에게 의복의 용도는 비교적 단순한 것이지요. 몸을 감싸주는 기본적인 기능 이외에 의복은 다른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합니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을 만들어줄 뿐 아니라 당신의 성에게서 찬사를 이끌어내는 것이지요. 1919년-채 이십 년도 지나지 않은-까지 여성에게 개방된 유일한 직업이 결혼이었기에, 여성에게 의상의 중요성이란 두말할 필요가 없지요. 의상과 여성의 관계는 소송 의뢰인과 당신의 관계와 같습니다. - P203

그러나 고도로 정교한 당신의 의상은 분명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벌거숭이를 감싸고 허영심을 충족시켜 주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그 의상을 입는 사람의 사회적, 직업적, 지적 지위를 선전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초라한 비유를 너그러이 봐주신다면, 당신의 의상은 식료품 가게의 꼬리표와 같은 기능을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건 마가린이다, 이건 순수한 버터다, 이건 시장에서 제일 좋은 최고 품질의 버터다."라고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은 똑똑한 사람이다-그는 석사다. 이 사람은 대단히 똑똑한 사람이다-그는 박사다. 이 사람은 가장 똑똑한 사람이다-그는 메리트 훈장을 받은 사람이다"라고 말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기묘하게 여겨지는 것은 당신 의상의 이러한 기능, 즉 선전 기능입니다. 성 바울로의 견해에 따르면, 그러한 선전 행위는 적어도 우리 성에게는 어울리지 않고 정숙하지 않은 행위입니다. - P204

법 또는 사업, 종교 또는 정치와 관련하여 어떻게 우리가 진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겠습니까? 우리에게는 아직도 많은 문들이 닫혀 있고 아니면 기껐해야 조금 열려 있으며, 우리의 배경에는 자본도 세력도 없는데 말입니다. 우리의 영향력이란 표면에서 그치고 말 듯합니다. - P209

버닛 주교는 교육받은 남성의 누이들이 교육을 받으면 그릇된 기독교 종파 즉 로마 가톨릭이 부흥할 거라는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그 돈은 다른 곳으로 흘러갔고, 그 대학은 결코 설립되지 않았지요.
그러나 사실들이 종종 그러하듯이, 이러한 사실들은 양면성을 입증합니다. 즉 교육의 가치를 입증하지만 또한 교육이 결코 절대적인 가치가 아님을 증명합니다. 교육은 모든 상황에서 좋은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것도 아니지요. 그것은 어떤 사람들에게만, 그리고 어떤 목적을 위해서만 좋은 것입니다. 그것이 영국 국교에 대한 믿음을 낳는다면 좋은 것이고, 로마 교회에 대한 믿음을 낳는다면 나쁜 것이지요. 그것은 한 성에 그리고 어떤 직업에는 좋은 것이고, 다른 성에 그리고 다른 직업에는 나쁜 것이지요. - P215

시험에 통과한 여성이 스스로를 B.A.(학사)라고 부를 수 있어야 한다는 제안은 "더없이 확고한 반대에 맞닥뜨렸다. ……투표 당일에 학내에 거주하지 않는 학자들이 대거 몰려들었고 1,707대 661의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되었다. 투표 참여자 수가 이에 버금간 적은 한번도 없었다. …… 평의원회는 투표가 끝난 후 일부 학부생들의 행동이 유례없이 유감스럽고 불명예스러웠다고 발표했다. 많은 학생들이 평의원 회관을 나와 뉴넘으로 가서 초대 학장인 클러프양을 기념하여 세워진 청동 문을 부서뜨렸다. - P221

한 세계에서 교육받은 남성의 아들들은 공무원, 판사, 군인으로 일하고 그 일에 대한 보수를 받습니다. 다른 세계에서 교육받은 남성의 딸들은 아내, 어머니, 딸로 일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일에 대한 보수를 받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어머니, 아내, 딸의 노동은 화폐로 환산해 볼때 국가에 아무런 가치도 없는 걸까요? 이 사실은,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너무 놀라운 것이라서 우리는 그 완벽한 휘터커에게 다시 한 번 문의하여 확인해야 합니다. 그의 책을 다시 찾아보기로 합시다. 그 책장들을 모두 넘기고 다시 넘겨봅니다. 믿을 수 없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듯합니다. 이 모든 직업들 가운데 어머니의 직위 같은 것은 없습니다. 이 모든 급료들 가운데 어머니의 급료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주교의 업무는 국가에 연간 만 5000파운드의 가치가 있습니다. 판사의 업무는 연간 5,000파운드의 가치가 있지요. 사무차관의 업무는 연간 3,000파운드의 가치가 있습니다. - P261

육군 대위, 해군 대위, 기병, 하사관, 경찰, 우편집배원- 이 모든 직무는 세금에서 나오는 급료를 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온종일 일하는 아내, 어머니, 딸 들의 노동은 전혀 보수를 받지 못합니다. 그들의 노동이 없다면 국가는 붕괴하여 해체되고, 그 노동이 없다면 당신의 아들도 존재 하지 않을 텐데요.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 P261

대의명분과 유흥과 자선 행위에 그녀가 지출하는 비용은 매년 수백만 파운드에 이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금액의 대부분은 그녀가 누리지 못하는 즐거움에 지출 되었지요. 그녀는 자신의 성이 출입 금지된 클럽에, 자신이 말을 타지 않는 경마장에, 자신의 성이 배제된 대학에, 수천 파운드에 수천 파운드를 내놓습니다. 그녀는 자기가 마시지 않은 포도주와 자기가 피우지 않은 시가의 청구서에 매년 막대한 돈을 지불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교육받은 남성의 아내에 대하여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오직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그녀가 더없이 이타적인 존재라서 공동 자금의 자기 몫을 남편의 오락과 명분에 쓰기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그보다는 감탄스럽지 못하지만 더욱 가능성이 높은 두 번째 결론은 그녀가 더없이 이타적인 존재가 아니라, 남편 수입의 절반의 몫에 대한 그녀의 정신적 권리가 점차적으로 소멸하여 실제로는 식사, 잠자리 및 용돈과 옷을 사기 위해 매년 받는 푼돈으로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 P264

첫 번째 사실은 교육받은 남성의 딸들이 그들의 공적 봉사에 대해 공공 기금에서 받는 보수가 대단히 적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그들이 사적인 봉사에 대해서는 공공기금에서 전혀 보수를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그리고 세번재는 남편의 수입에서 그들의 몫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혹은 명목상의 몫이며, 아내와 남편 둘 다 옷을 차려입고 음식을 먹은 다음 명분과 유흥과 자선 행위에 쓸 수 있는 잉여 자금은 기이하게도 남편이 즐기고 인정하는 명분과 유흥과 자선 행위 쪽으로 명백히 이끌려 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급료를 받는 사람이 그 급료를 쓸 용도를 결정할 실제적 권리를 가진 듯합니다. - P266

우선, 우리의 잠재적 원조자 범주에서 결혼이 직업인 대규모의 집단을 배제해야 한다는 점이 명확해집니다. 그것은 보수를 받지 못하는 직업이고, 남편 급료의 절반에 대한 정신적 몫은 실제적 몫이 아님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독자적 수입에 입각한 공평무사한 영향력은 제로입니다. - P266

어느 신문의 어느 호에 교육받는 남성 셋이 죽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한 사람은 119만 3251파운드를 남겼고, 다른 사람은 101만 288파운드를 남겼으며, 다른 사람은 140만 4132파운드를 남겼습니다. 당신도 인정 하시겠지만 이것은 민간인이 모으기에는 막대한 금액입니다. 세월이 흐른 뒤 우리도 그들처럼 그 금액을 모아서는 안 될 이유가 있을까요? - P281

공직이 우리에게 개방되었으므로, 우리도 연간 1,000파운드에서 3,000파운드를 버는 것은 무리가 아닙니다. 법조계가 우리에게 개방되었으므로, 우리도 판사로서 연간 5,000파운드를 벌 수 있으며 법정 변호사로서 연간 4만 또는 5만 파운드를 버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교회가 우리에게 개방되면, 우리는 매년 만 5000, 5,000, 3,000파운드의 급료를 받고 그와 더불어 관저와 지방 부감독 관구를 받을 것입니다. 증권거래서가 우리에게 개방될 때 우리는 피어폰트 모건이나 록펠러처럼 수백만 파운드를 소유한 백만장자로 죽을 것입니다. - P282

우리가 전문직에 종사하기만 하면 이 모든 부는 시간이 흐르면 우리의 길로 모여들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는 연간 30파운드 내지 40파운드를 현금으로 받고 덤으로 식사와 잠자리를 현물로 제공받는 가부장제의 희생자에서 연간 수천 파운드의 소득을 올리는 자본주의 체제의 챔피언으로 우리의 지위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현명하게 투자하면 우리가 죽을 때쯤 수백만 파운드라는 셀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금액을 소유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이것은 가히 매혹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생각입니다. - P282

만약 남성이 외국의 지배로부터 영국을 보호하기 위해서 싸우고 있다고 말한다면, 그녀는 자신에게 ‘외국인‘이란 없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녀가 외국인과 결혼하면 법적으로 그녀는 외국인이 되니까요. 그러면 그녀는 강요된 우애가 아니라 인간적 공감에 의해서 명실공히 외국인이 되려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 모든 사실들은 그녀의 이성에 다음을 확인시켜 줄 것입니다. 아주 간결하게 표현하자면, 그녀의 성과 계급은 과거 영국에 대해 고마워할 것이 거의 없었고, 현재에도 고마워할 것이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이지요. 또 한편으로는 미래의 그녀 일신의 안전 또한 상당히 의심스럽지요. - P347

그렇다면 유아 집착증은 어디에서 이 놀라운 힘을 얻은 것일까요? 이 사례들에서 분명히 드러나듯이, 부분적으로는 이 유아 집착증이 사회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됩니다. 자연, 법, 자산 모두가 그것을 변호하고 숨겨줄 준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렛 씨, 젝스블레이크 씨와 패트릭 브론테 목사는 그들 감정의 본질을 스스로에게 쉽게 숨길 수 있었습니다. 만약 딸이 집에 머물러 있기를 그들이 바랐다면, 사회는 그들이 옳다고 동조했습니다. 만약 딸이 항의하면, 자연이 그들을 도와주었지요. 아버지를 버린 딸은 자연법칙에 반하는 딸이고 여성성이 의심스러운 존재니까요. 혹시라도 그녀가 더 고집을 부린다면, 그때는 법이 그를 도와주었습니다. 아버지를 버린 딸은 스스로를 부양할 수단이 없었지요. 합법적인 전문직은 그녀에게 차단되어 있었습니다. - P389

마지막으로, 만약 그녀가 여성에게 개방된 유일한 전문직, 무엇보다도 오랜 역사를 지닌 전문직에서 돈을 번다면, 그녀는 여성성이 박탈된 것이지요. 의심할 바 없이 그 유아 집착증은 어머니가 감염될 때에도 강력한 영향을 발휘합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감염되면 그것은 세 배나 강력해집니다. 그에게는 그를 보호할 자연, 그를 보호할 법, 그를 보호할 자산이 있으니까요. 그러한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패트릭 브론테 목사는 그의 딸 샬럿에게 여러 달 동안 ‘극심한 고통‘을 겪게 하고 그녀의 짧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몇 달 훔쳐도, 그가 목사로서 성직을 수행하는 영국 국교회로부터 어떤 책망도 듣지 않는 일이 전적으로 가능합니다. 그가 개 한 마리를 고문했다든가 시계를 훔쳤다면, 그 동일한 사회는 그에게서 성직을 박탈하고 그를 쫓아냈겠지요. 사회는 아버지이고, 역시 유아 집착증을 앓고 있는 듯합니다. - P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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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3-17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3기니>가 더 좋다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다른 글에 비해 너무 안 알려져서 안타깝지요.

다락방 2020-03-18 08:03   좋아요 0 | URL
<자기만의 방>에 대해서라면 이미 유명하고 얘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막 뭔가 강타하는 건 없었거든요. 그런데 <3기니>는 내용을 전혀 모른채로 읽기 시작했다가 정말 강타당한 느낌이었어요. 너무 좋아요, 너무!!

Jeanne_Hebuterne 2020-03-18 0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교 1학년 때 제게 몇 권의 버지니아 울프 책을 권해준 남자는 ‘버지니아 울프는 혁명이야‘라고 덧붙였어요.

다락방 2020-03-18 08:04   좋아요 1 | URL
세상에, 대학1학년 때 버지니아 울프를 권해주는 남자가 주변에 있었단 말입니까? 도대체 어떤 아름다운 인생을 사신겁니까, 쟌님. 저는 이 나이가 되도록 저에게 울프를 권해주는 남자는 하나도 없었는데요.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 같고요. 진정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계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