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매일 피곤하다. 피로를 잘 느낀다. 지난 주에 친구를 만나 내 증상을 얘기했더니 '어, 그거 갑상선 항진증 증상같은데' 했다. 이미 갑상선 치료약을 먹고 있던 친구인데 아마도 내가 느끼는 증상과 비슷했는가 보았다. 마침 오전에 방문한 한의원에서도 갑상선이 안좋단 얘기를 했다. 6월의 수술 때문에 피검사라면 질리도록 많이했고, 그 때 갑상선 이상에 대한 얘기는 없었는데.. 하는수없이 주말에 갑상선 수치 검사를 해봐야겠구나, 생각하는 참이었다. 그러던 어제 오후, 아빠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응 아빠."

"밥 먹었어?"

"응."

"오늘 일찍 올거야?"

"아마도?"

"내가 생각해봤는데, 너 요즘 예전의 너같지가 않아."

"응."

"그래서 얘가 요즘 왜이러나, 왜이렇게 기운이 없나, 비염 때문인가..했는데 그렇다고 이런가 싶어서. 생각해보니까 너 수술하고 나서 그런 것 같아."

"응, 그것도 일리가 있네. 그럴 수 있겠다."

"야, 니가 장기 하나를 떼냈잖아. 그래서 맥을 못추는 것 같아. 넌 돼지처럼 돌진하는 애였는데.."

"응.....응? 뭐라고? 돼지?"



그러나 더 따지지는 않고 그래 그럴 수 있겠다, 그렇지만 갑상선 검사는 해봐야겠다, 하면서 아빠랑 전화를 끊었다.


돼지라니.

돼지라니.

아니 돼지라니.

무슨 .. 돼지람?

아니, 돌진..하는게 무슨 돼지야. 돼지가 돌진해? 불도저지, 불도저, 불도저가 돌진하지. 돼지가 왜 돌진해. 돌진도 넣고 싶고 돼지도 넣고 싶어서 돌진하는 돼지 만들어버린것인가, 아빠여...



하아-



















'라이오넬 슈라이버'는 자신의 책 《빅 브러더》에서 고도비만인 남자에 대한 얘기를 한다. 그리고 조금 비만인 여성의 얘기와.



'판도라'는 4년만에 만나는 오빠를 마중하기 위해 공항엘 갔다. 오빠는 어린시절 잘생겼고 인기가 많아 사람들이 지나가다 뒤를 돌아보는 타입이었다. 그런 오빠의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너의 오빠가 내 집에 머물고 있지만 빡치니 데려가라' 했던 것. 재즈 음악 연주자인 오빠한테 무슨 일이 있는걸까?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마음으로, 다음 공연 스케쥴이 있다는 때까지 약 두 달간 판도라는 오빠랑 함께 살기로 한다.

판도라의 남편은 다른 누군가 이 집에 와 가족과 함께 산다는 게 달갑지 않지만, 어쨌든 그에게 손님방을 내어주기로 한다.

공항에 가 기다리는 판도라. 드디어 오빠가 탔을 비행기가 착륙했다. 사람들이 하나둘 빠져나오는 가운데, 그 비행기에 탑승했던 것 같은 사람들이 누군가 험담하는 얘기를 듣게 됐다. 너무 뚱뚱해서 불편했다 좌석을 따로 줘야 하지 않느냐, 냄새도 지독했다, 하는 것.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흘려지나가는 것일뿐, 판도라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 그나저나 오빠는 언제 나오지, 하고 있는데, 자신의 앞에서 오빠도 못알아보냐며 휠체어에 탄 신사가 말을 건다. 응?




공항이 가까워지자 오빠를 다시 본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드디어 '식욕'을 가진 식구가 생기는 셈이었다. 오빠는 내가 갖지 못한 재치와 재능, 정력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키가 크고 늘씬하며 대담했고, 제프 브리지스처럼 잘생긴 아버지의 얼굴을 빼닮았지만 우리 아버지 트래비스 씨의 흠이었던 느끼함은 닮지 않았다. 더 젊었을 때는 곱다고 할 수도 있을 만큼 아름다웠고,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마흔 살이 되면서 얼굴이 조금 넓적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광대뼈는 여전히 튀어나와 있었다. 짙은 금발 머리를 늘 조금 길다 싶게 잘라서 정수리 부분으 헝클어진 머리칼이 마치 광환처럼 너울거렸다. 건반을 연상시키는 활짝 핀 미소는 먹잇감을 노리는 커다란 고양이처럼 조금은 사악해 보였다. 내가 10대 초반일 때 학교에서 별 볼일 없었던 내 친구들은 늘 오빠 때문에 남몰래 속앓이를 했다. (p.43-44)




오빠 에디슨은 보지 못했던 4년간 100킬로그램이 더 쪘다. 원래 몸무게가 75킬로그램이었으니 지금 175킬로그램인거다. 걷는 속도며 행동이 느릴 수밖에 없는데, 비행기에서 내려 출구로 가는 속도가 너무 더뎌 공항 직원들이 휠체어를 대여해줬던 것.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오빠가 몰라볼 정도로 살찐 걸 보고 판도라는 심란해진다. 집에 가기 위해 차를 탔는데, 주머니에서 도넛을 꺼내먹는다. 아, 오빠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



이 책의 1부는 <up> 이란 소제목을 달고 있다.

에디슨은 여동생의 집에 얹혀 지내면서 여동생네 집의 식재료를 금세 탕진한다. 판도라의 남편은 식이생활을 극도로 제한하는 사람이었기에 에디슨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고 에디슨을 보며 터져나오는 화를 억눌러야만 한다. 에디슨은 다른 식구들에게도 고칼로리의 음식을 잔뜩 만들어주지만, 혼자 있을 때면 숫제 크림을 퍼먹는 지경에 이른다. 입가나 옷이 다 지저분할 정도로.



이 책의 2부는 <down>이다. 짐작하는 것처럼, 판도라는 오빠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되겠다 생각한다. 오빠는 죽음으로 가고 있는 거라고. 마침 자신도 결혼전보다 10키로이상이 더 쪄서 살집있는 몸매가 된 터라 함께 다이어트를 하기로 한다. 그러나 이 집이 아닌 다른 집에서, 남편과 떨어져서. 2개월이상 함께 사는 것도 식구들이 간신히 참아줬는데, 장장 1년을 목표로 하는 이 다이어트를 가족들이 모두 있는 집에서 할 순 없다. 마침 사업도 잘 되고 있던 터였으니 판도라는 집을 얻어 오빠랑 함께 살면서 막강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단백질 쉐이크와 박하사탕만 먹으며 지내다가 차츰 음식 먹기를 시도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렇게 해서 살을 뺐지만 둘 모두 섭식장애에 걸린다. 힘겹게 다른 음식을 먹지 않고 단백질 쉐이크로 버티기를 오래하니, 수프를 앞에 두고는 냄새도 싫고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던 것. 그러나 그들은 살아야했고 몸 속에 영양을 공급해야 했기에 반드시 그 음식을 먹어야 했다.




책에서는 비만에 대한 개인적인 이유와 사회적 환경에 대해서 언급한다. 물론, 비만인에 대한 혐오까지도.

인종차별은 부끄러운 것이라 생각해서 조심하려 하면서도 비만인 앞에서는 혐오를 당당히 드러낸다는 것도 보여준다. 그리고 비만을 마치 악처럼 취급한다는 것도. 상대적으로 날씬한 것은 선인것처럼.

나 역시 내 안의 비만인 혐오를 본다. 너무 부끄러웠다.

오래전에 누가 싫은 남자에 대해 물었을 때 뚱뚱한 남자란 답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가 떠오른거다.

이 책에서 비만인 혐오에 대해 지적할 때 아아, 나였구나, 나였어..나였다... 했다. 내가 나를 돌아보지 못하고 대체 무슨 짓을 한거람. 하아-

여태껏 살아오면서 나는 점점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내 안에 있는 줄도 몰랐던 혐오와 맞닥뜨린다. 내 안에 비만에 대한 혐오가 있었어... 

남자들이 뚱뚱한 여자 싫다고 하면서 '그건 자기 관리 못하는거라 싫어'하는 것과 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도 뚱뚱함은 게으름의 상징인듯 여겨졌으니까.

사람이 다른 사람 욕을 함부로 하면 안된다. 내가 어떻게 될지 몰라, 내가 어떤 사람일지 모르는거야. 혐오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안에 혐오가 있었어... 내 안에 혐오가 있다니..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너무 고통스러웠다.

아빠한테 '돼지같이 밀고나간다'는 말을 듣는 나인데, 비만 혐오를 가졌다니... 아아, 인간이란 무엇인가. 나의 모순, 나의 고통, 내 영혼의 슬픈 눈...




"하지만 오빠 말도 일리가 있어. 당신을 보면 자기가 도덕 개혁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 살이 찌면 사회적으로 따돌림을 당할 수는 있지. 재혼할 가능성도 낮아질 거고, 건강도 크게 영향을 받을 거야. 하지만 살찐 게 '악'은 아니잖아. 마찬가지로 당신이 운동하는 것도 '선'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 그런데 당신은 그게 선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거든. 운동을 하면 기분은 좋겠지. '뿌듯'하기도 하고 하루 종일 뒹굴거리는 사람보다 우월한 느낌이 들 거야. 하지만 그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시간 낭비에 불과해." (p.168-169)




좋을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좋은 책이었다. 2부 다운 편을 읽을 때는 이 책을 나의 다이어트 바이블로 삼자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들의 다이어트 방법을 따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책이 하는 비만에 대한 얘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비만이라는 것이 한 개인의 '그저 게으름'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비만하면 실제 생활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잘 얘기해주어서. 판도라는 예상치 못한 비만인 오빠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상황에 몇 번이나 맞닥뜨린다. 게다가 가족 중에 그토록이나 고도비만인 사람이 있을 때 가족 관계도 어떻게 미묘하게 달라지는지도. 판도라의 남편은 식이 조절을 하고 운동도 해 군살 없는 몸을 유지하는 사람이었고 판도라의 오빠는 크림과 설탕을 퍼먹고 고도 비만인 사람이었다. 판도라는 그 사이에서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좀 통통해진 사람이었고. 함께 사는 사람이 비슷한 식욕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모로 스트레스가 아닌가. 이 모든 이야기들이 너무 좋아서 뭔가 내가 '더'비만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 책이 내게 필요할 것 같은 거다.




그렇다면 이 책이 다운 편에서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즐겁게 끝맺었을까?

놀랍게도 이 책에는 3부가 있다.




나는 이 책에 나온 다이어트 방법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없는 방법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돈을 쓰는 일은 이제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전에도 말했지만 나 역시 지방을 분해해준다는 '먹으면서도 살빠지는' 다이어트 보조제를 사먹어본 경험이 있다. 물론 그걸 먹었지만 나는 여전히 돌진하는 돼지다. 내 주변에도 다이어트에 도움된다는 보조제나 프로그램을 사는 사람이 매우 많다. 인스타에 들어가면 다이어트에 대한 광고가 얼마나 많은지, 보노라면 '이건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또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고 싶어지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보다 체중을 줄이고 싶다면, 살을 빼고 싶다면, 덜 먹고 더 운동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 다이어트 한답시고 엉뚱한 사람들에게 돈을 쥐어주지는 말자.



인터넷의 미로를 항해하는 것은 위험했다. 이런 웹페이지의 대다수가 상업적인 미끼였고 그 안에는 초콜릿칩을 넣지 않은 쿠키 등이 매설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거대한 산업을 잠시 건드려 보고 정말 기가 막혔던 것은, 이 모든 방안들과 프로그램들, 보조물들, 약품들이, 우리 미국 소비자들이 절실하게 원하지만 결코 살 수 없는 하나의 제품을 팔고 있다는 점이었다. 바로, 해당 프로그램을 충실히 따르겠다는 한 봉지의 결단력이었다. 그들은 그것을 마치 1회용 저지방 샐러드드레싱처럼 팔고 있었다. 지방 흡입술처럼 값비싼 시술을 받아도 관절경자국이 없어지곧 전에 다시 무분별하게 먹어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것은 의사들이 침대 옆 양동이에 뽑아낸 그 노랗고 질퍽한 덩어리를 다시 흡입하는 셈이었다. 비싼 돈을 내고 전문가에게 식단에 대한 조언을 받아도 그 사람이 나를 대신해 컵케이크를 먹어 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토록 기만적으로 포장된 상품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데도 실제로 진열대에 늘씬한 사람은 놓여 있지 않았다. 내가 방금 마주한 것은 4,300만 개의 돌멩이 애완동물이 전시된 자갈 채취장이었다. (p.237)







이 소설이 참 좋은데, 작가들은 진짜 짱인 것 같다. 어떻게 비만과 비만혐오로 소설 한 권을 써냈을까? 어떻게 이런 소재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진짜 짱인 것 같다.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케빈에 대하여와 이 책 두권을 읽어봤는데, 이 작가의 책 더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아니 어떻게 이런 얘기를 이렇게 날카롭게 잘하지? 소설 진짜 대박 만세야..





음.. 생각해보니 돼지 돌진하는 거 맞는 것 같다.

멧돼지..돌진하잖아?



내가 근면의 가치를 지나치게 강조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조금 느긋하게 사는 법을 배워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특히 미디어 장치들 덕분에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끝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못마땅했다. 나는 나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후를 통째로 보낼 수는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아마 내가 괴로웠던 것은 나 역시 그럴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누구든 쉽게 익힐 수 있는 재주인 듯했고, 마치 감기 바이러스처럼 집 안에 숨어서 내가 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P106

"체중이 얼마나 나가는지 말씀해 주세요."
내가 말했다.
의사는 허락을 구하는 의미로 환자 쪽을 흘끗 보았다.
"국가 기밀도 아닌데요, 쳇."
에디슨 오빠가 말했다.
"175킬로그램입니다."
그러자 오빠가 얼른 덧붙였다.
"팬티 입고 잰 거야." - P243

태너는 자신이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문학적 재능을 보태 주기만 하면 곧바로 인정을 받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이런 무지한 오만을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은 10년 동안 커피를 나르면서 지금은 아무도 자신의 대본을 읽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밤을 새워 대본 쓰는 연습을 하는 것뿐이었다. 자기가 꿈꾸던 직업이 생각보다 더 힘든 일이라는 사실, 눈에 뭔가가 씐 젊은이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온다는 사실, 그중에서 자신은 생각만큼 특출한 재능을 가진 게 아니라는 사실은 단번에 아는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깨닫는 것이다. 확실히 감정적으로 꽤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껍데기뿐인 오만에 물을 끼얹되 그로 인해 열정이 완전히 꺼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니까. 이것을 해낸 아이들은 자신의 직업군에서 대단한 인물이 되는 동시에 인간적으로도 참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 - P269

어릴 때 너무도 쉽게 기적을 맛본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실이 있었으니, 재능을 가진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 P271

오빠는 차라리 중간에 완전히 참패하여 어쩔 수 없이 전업을 시도했더라면 더 나았을 것이다. 그는 4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재즈 피아노 연주 외의 다른 일을 찾는 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수년 동안 근근이나마 일거리가 있어서 아예 발을 빼지 못한 것이다. 그게 함정이었다. 나는 LA연예게에서도 딱 그 정도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을 여럿 보았다. 근근이 입에 풀칠을 하면서 진짜 할리우드 영화를 연출하거나 브로드웨이 연극에 출연하는 사람들에 대해 분개하는 사람들. 이런 지근탄(至近彈) 유형은 여기저기서 소소하게 보상을 받아 끝내 그 일을 포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렇게 가끔씩 작은 성공을 이루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예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편이 어떤 면에서는 더 낫다. 실패는 해방을 안겨주는 법이다. - P271

흥미롭게도 내 자원을 쓸 수 없다는 그 자존심은 이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 사실은 전날 그가 65인치 플라즈마 평면TV 를 사자고 졸랐을 때 이미 분명해졌다. 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나 역시 수익에 한계가 있었고(돈은 언제나 한계가 있다.) 그중 상당 부분이 다시 사업 자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일단 사람들이 부자로 분류하고 나면 그 순간부터 사악한 일이 벌어진다. 그 사람의 돈은 마르지 않으므로 진짜 돈이 아니며 따라서 그 사람의 관용도 진짜 관용이 아닌 것처럼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 P279

"그럼 ‘전부‘ 다 잃은 거야?"
그는 두 손을 펼쳐 보였다.
"지금 네 눈에 보이는 게 내가 가진 전부야."
나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구제불능의 물질주의자가 아닌데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때때로 우리는 자신의 실체를,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알기가 어렵다. 자신에 대한 지각은 너무도 위태롭고 너무도 불확실하다. 그럴 때 이런 물리적인 상징물들은 일종의 지침이 되어 준다. 그의 포스터는 그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상징물이었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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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8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18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9-10-18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만을 마치 개인의 나태처럼 생각하는 사회의 시선이 바뀌지 않는한 비만인에 대한 싸늘한 눈초리는 사라지지 않을것 같습니다ㅜ.ㅜ

2019-10-19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20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21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