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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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브리얼 제빈'은 젊은 시절 '모니카 르윈스키' 를 '젊고 야망있고 이기적인 여자'로 생각했다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나니, 르윈스키가 아닌, 그들 사이의 권력 관계에 집중해야 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그것이 이 책, [비바, 제인]을 쓰게된 동기이자 이유였다.


' 르윈스키가 내 딸이라면.. ' (기사링크)



스무살 '아비바'는 정치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유명 정치인의 선거캠프에 들어가게 되는데, 잘생기고 젠틀한 유명 정치인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니, 그것이 '사랑에 빠진 건 아니'라는 건, 사실 아비바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엄마에게 말할 때 그것은 반드시 '사랑이어야만' 했다. 아버지뻘의 나이에 유부남인 정치인이 스무살 인턴과 섹스를 하는데, 하아- 그 섹스에는 한 번도 성기 삽입이 없었다. 그러니까 아비바와 정치인의 이 관계는 정치인의 쾌락을 위한 것이었다.


이 일이 영원히 밝혀지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그랬다면 그녀는 자신의 길을 가고 '자신의 어리석은 과거에 있었던 일' 쯤으로 여길 수 있었겠지만, 그러나 이 일은 스캔들이 되어 세상에 터지고 만다. 이 일이 바깥으로 터지기 직전, 정치인이 무엇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알고' 그녀를 '이용'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스무살 그녀에게, '미안해'라고 말한다. 그렇게 아비바에게는 평생을 따라다닐 낙인이 찍힌다. 다른 곳에 취직을 할 수도 없고 학교에 갈 수도 없다. 덩달아 아비바의 엄마 까지도 교장으로 근무하던 학교에서 쫓겨나야 했다. 아비바, 그 이름만 구글에 넣으면 그녀가 어떤 여자였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



그런 그녀가 어떻게 살 수 잇었을까. 고작 이십대 초반인데, 앞으로 먹고 사는 일을 대체 어떻게 이어나갈 수 있을까? 왜 남자 정치인과 여자 비서와의 스캔들에서 낙인은 여자 비서에게만 찍힐까. 왜 섹스동영상은 여자에겐 협박이 되고 남자에겐 무기가 될까? 왜 둘이었는데 한 쪽에게는 앞으로의 삶을 끝장내고 한 쪽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될까? 이미 끝장나버린 것 같은 이 삶을, 아비바는 어떻게 견뎌나가야 할까? 먼 데로 가서 이름을 바꾸고 살아도 어떻게든 누군가는 알아낼텐데. 남은 삶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채 길기만 한 건 아닐까. 




그러나 아비바는 '살아간다'. 

'수치스러워하기를 거부하기'

아비바가 내게 알려주었다.



당신은 그녀에게 다가가 조언을 구했다. "하나만 물어도 될까?" 당신이 말했다. "어떻게 그 스캔들을 극복했어?"

그녀가 말했다. "수치스러워하기를 거부했어."

"어떻게?" 당신이 물었다.

"사람들이 덤벼들어도 난 가던 길을 계속 갔지." 그녀가 말했다. (p.395)




그리고 아비바 곁에는 그것이 아비바 잘못이 아님을 아는, 아비바의 싸움을 응원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있다.



엠베스는 부엌으로 가서 커피를 따랐다. 끊어야 했지만, 커피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나? 그녀가 보기에, 살아가는 것은 나쁜 습관을 들이는 과정이다. 죽어가는 것은 그것들을 없애는 과정이다. 죽음은 습관이 없는 땅이었다. 커피도 없고.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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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10-09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작가가 처음인데 링크해 주신곳에서 사진 보고 놀랐어요. 한국계 작가군요.
영어는 할 줄 아니?라는 말을 숱하게 들었을 작가의 어린시절도 생각해보고요.
한국에서는 항상 현재 진행중인 섹스동영상 사건도 생각났어요.
잘못했던 남자들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데 낙인 찍인 여자들은 설 곳이 없는 이 비정상을,
아비바는 이겨내네요. 멋지네요, 진심이요....

다락방 2018-10-10 07:59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작가의 책이 세 번째거든요. 그런데 이 작가가 한국계라는 것은 저도 이번에 이 기사 읽고 처음 알았어요. 먼저 읽었던 작가의 책, [섬에 있는 서점]도 따뜻하게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번 책도 읽다보니 작가가 참 따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게다가 작가도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르윈스키를 이기적인 여자로 생각했다가 이제는 그것이 권력관계에서 시작된거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지점, 그리고 그것을 글로 써냈다는 것도 그렇고요.

아비바처럼 잘 이겨내기를 바라지만, 그렇지만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을 거예요. 어린 딸이 그 사실을 알게 됐을 때에는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정말이지 더 단단해졌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