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이 책이 내 책장에 꽂혀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지간에 분량이 얇은 걸 읽고 싶어서 '어라, 이런 책이 내 책장에 있군' 하고는 빼내었는데, 책장에 꽂힌 그 순간부터 존재가 잊혀졌던 이 책은 대체 얼마만에 내가 펼쳐본 것인지, 색이 바래있었다. 오래된 책이긴 하지만 읽지 않아도 바랬다면... 내가 책 보관을 잘못한 것일까.

그렇다면 얼른 읽고 내보내자, 바래서 제값으로 중고 판매가 안된다면 그저 방출하여 읽고 싶은 누군가에게 주자, 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아아, 이 책만 펼치면 잠이 쏟아진다. '볼라뇨' 라니, 그 이름도 유명하여 내가 기필코 그의 책을 읽어보려 했건만, 나는 도무지 이 얇은 책 한 권을 들고 며칠을 낑낑. 결국 힘겹게 절반쯤 읽어내고는 읽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다 읽으면 끝에 결국은 '아아 이것은 문학이구나, 문학인 것이야, 이런 게 문학이다!'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계속 잡고 있었던건데, 다른 책에서 느껴보는 걸로...


안녕..너에게 세이 굿바이...






피츠제럴드의 이 책이 문학동네에서 새로나왔다는 소식을 북플을 통해 접하고는 흥분하고 말았다. 아 어쩌지. 그러니까 나는 이걸 다른 출판사의 것으로 아주아주 오만년전에 읽었더랬다. 나는 피츠제럴드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몇 년 후에 이 책의 줄거리가 하나도 생각이 나질 않는 거다. 이미 내가 읽은 책은 팔아버린 상황. 그래서 나는 다른 출판사의 이 책으로 또 사두었다. '다시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사두었는데, 그 책 역시 사두고 책장에 꽂아둔 뒤로는 한 번도 펼쳐보질 않았어..그런 참에 문동에서 새로 나온 소식을 듣게 된것이야...나는 집에 문동책 많고...이 세계문학전집 꽂혀있는 곳에 이 책을 새로 장만해 꽂아두면 넘나 아름답겠지..그리고 가독성도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아아 몰라몰라 이 책을 사자...하게된 것이다. 인간, 뭐죠? 아니, 인간이라고 퉁칠 순 없다. 나의 문제다.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문제, 나의 취향..

나.. 뭐죠?

어쩌면 사두고 책장에 꽂아둔 다른 출판사의 밤은 부드러워는.... 저혼자 색이 바랜 채로 내가 펼쳐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몰라. 아, 어떤 사랑은 어떤 기다림은 하염없으며 부질없어라.







강준만의 이 책을 읽고 있다. 이 책 역시 사둔 지 오래라 색이 바랬어. 책들이 색이 바래는 건 제 탓입니까?

아무튼지간에 열받아가며 읽고 있다. 대한민국, 이 나라의 성별은 남성이다. 한국남성이다. 박정희 정권 때도 그리고 전두환 정권 때도, 나라는 여자를 외화벌이로 팔아넘겼다. 그리고 그 때도 그것에 여성단체와 이화여대를 비롯한 여성들은 반대했었다. 도무지 이 말이 안되는 상황에 대해서..


이건 지금 절반쯤 읽었는데, 다 읽고나면 분노의 밑줄긋기가 나올 것이다. 우리, 분노는 함께해야 하는 것...


그런데 책의 처음, 강준만이 한국 사회에 대해 쓴 책의 목록을 보노라니, 이 매매춘에 대한 것도 있지만 룸살롱에 대한 것도 있다더라. 이 책을 얼른 읽고 그 책도 읽어봐야겠다.





오늘 한겨레에 실린 강준만의 칼럼을 읽다보니, 지금 일어나고 있는 페미니즘과 백래쉬에 대한 모든 것들을 다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어쩌면 지금의 일에 대해 언젠가 강준만의 이름으로 책이 나오겠구나, 생각했다.


http://v.media.daum.net/v/20180603193605087


누군가는 부지런히 기록하고 누군가는 부지런히 운동하고 누군가는 부지런히 읽는다. 그런 식으로 세상은 다음세대로 또 다음세대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기록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매매춘 관련에 관한 책을 읽고 있노라니 자연스레 이런 책도 눈에 띈다. 성매매를 하지 않는 남성들의 이야기라는데, 어떤 이야기들일지 궁금하다. 룸살롱 공화국도 그리고 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에 대한 책도 다 읽어보자.


아, 그렇지만 잠깐씩 그 사이사이 텀을 줘야지. 안그러면 내가 홧병으로 쓰러질지도 모르니까.









'수요'의 차원에서 성매매를 이야기하는 남성 모임 〈수요자 포럼〉의 첫 번째 책. '내부자'인 남자의 눈으로 본 남성문화에 관한 열일곱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이 책의 남성 필자들에게는 성매매 경험이 없다. 그럼에도 성매매를 이야기하는 것은, 일상의 순간마다 성매매와 분리되지 않는 남성문화의 면면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학자도 활동가도 아닌 그들의 글은 정교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성매매 안 하는 남자'의 시선을 담고 있다. 그 시선은 성매매 호객을 하는 여성과 퇴락한 성매매 집결지를 향하고, 욕망을 죄악시하는 교회와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만화책을 오간다. 오랜 시간 둔감했던 성폭력 문제 그리고 자신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향하기도 한다. 필자들은 남성들이 오랜 시간 쉬쉬해 온 성매매 문제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 온 남성문화에 관해 말하기를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남성에게 그리고 여성에게 성매매는 과연 무엇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섣부른 결론보다는 더 많은 질문과 상상력인지도 모른다. -알라딘 책소개 中에서




나는 잊지 않을 것이고 나는 놓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사소한 모든 일들을 유지할 것이고, 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하려고 할 것이다. 친구들과 6/9 시위에 나가기로 했다. 지난 번 시위에는 나랑 친구랑 둘이었지만, 이제는 거기에 둘이 더해졌다. 트윗을 보니 이번 시위엔 윤김쌤도 나온다고 하셨어. 어쩌면 그 곳에서 나는 쌤을 마주칠지도 모르겠다. 나는 윤김쌤 너무 좋아.



계속 읽고 계속 쓰고 계속 나대야겠다. 시건방지게.



이 모든 분노와는 별개로,

나는 여름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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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5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05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05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6-05 16:15   좋아요 0 | URL
그렇지만 언제 사서 또 언제 읽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