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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배달받은 책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흐믓하게 바라보는데 문득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앗! 저 표지는 뭐지? 피로 칠갑한 손으로 잡고 있는 저 사람은 뭐야? 으아악~!
그제서야 뒷표지를 살폈는데, 이러저러해서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 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한참동안 더글라스 케네디에 대한 찬사를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사지 않았던 이유가 이거였구나.
이 사람 책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고 잘 알려진 이 책 대신에
굳이 The special redationship을 원서로 산 이유가 이거였구나.
스릴러물, 공포물은 고사하고 살인 이야기만 나와도 안 읽는데 내 손으로 그걸 샀구나.
잠시간 중고로 다시 팔아버릴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왕 산 거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그 난리들이까 싶은 맘에 펼쳤는데 하루 반만에 다 읽어버렸다. '손을 놓지 못하는'.' 눈을 뗄 수 없는'그런 소설이었던 것이다.
살인자임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주인공을 응원하고 있더라는.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그 꿈을 접고 변호사가 된 밴은 하고픈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연민에 빠져 현실이 불만족스럽다. 밴이 충분히 이해된다.
소설가의 꿈을 가졌던 아내는 그런 남편과 아이들로 인해서 자신의 꿈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을, 남편을 탓한다. 그런 베스도 이해된다.
유산 연금으로 살아가며 사진이라는 자신의 꿈을 버리진 않았으나 그만큼의 재능은 없고, 그런 사실을 들키고 싶지않아 자기방어적으로 비웃음과 허풍을 몸의 일부처럼 달고 사는 게리. 그 사람도 이해된다.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이러저러한 이유로 나는 다 공감했다. 그들의 부분부분, 조각조각들을 나도 가지고 있으니까. 아, 마음 아파라.
어쩌다보니 요즘 보는 영화나 소설의 주인공들이 대략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이야기들이다.
진정 40은 '불혹'이 아니라 제 2의 '질풍노도의 시기'임이 틀림없다.
날 보더라도.
공간을 채우고, 시간을 채울 것을 계속 찾아가는 과정이 축적되면 인생이 되는 게 아닐까?
'물질적 안정'이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그저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 생각하지만, 그 생각을 가짜일 뿐이고, 언젠가 새롭게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신의 등에 짊어진 건 그 물질적 안정의 누더기때문이라는 걸.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소멸을 눈가림하기 위해 물질을 축적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축적해놓은게 안정되고 영원하다고 믿도록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 결국 인생의 문은 닫힌다. 언젠가는 그 모든 걸 두고 홀연히 떠나야 한다.
내 말 잘들어, 친구. 인생은 지금 이대로가 전부야. 자네가 현재 처지를 싫어하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돼. 내가 장담하는데 자네가 지금 가진 걸 모두 잃게 된다면 아마도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을 거야. 세상이란게 늘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