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증보판 리라이팅 클래식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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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큼 유쾌하게 푹 빠져 즐기진 못했다. 나보다 저자가 더 들뜨고 신나 어쩔 줄 몰라하는 것 같으니 나는 더 뒷걸음질을 치게 됐다. 그냥 묵묵히 보여주기만 해도 박지원의,열하일기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 수 있었을텐데, 남발하는 느낌표와 감탄문은 나의 감정까지도 윽박지르는 것 같아 거북했다. '노마디즘'을 읽던 때, 이러저러 관련 책들에서 고미숙이란 이름을 많이 봐왔었기에 기대감이 있었는데, 아쉽다.  

박지원이야말로 진정한 노마드였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마저도 증명하듯 들이대는 통에 살짝 피곤해졌다. 이것 봐, 박지원은 이렇게 것들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고, 매끄러운 공간을 질주해서 자유로운 '-되기'를 실천하잖아. 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지원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고, 열하일기를 읽어 보고 싶어졌다면 잘 읽은 것인가? 더불어 문체반정 때문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정조>편도 들쳐보고, 이옥의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 정민의 <비슷한 것은 가짜다>를 다음 독서목록에 올려둔 것도 큰 수확이다.  

같이 보고 있던 정민의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보니, 박지원과 정약용의 차이가 훨씬 두드러지는 듯하다. 두 저자의 글도 아주 대조적이다.   

어쩌다보니 조선 후기에 낚였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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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미숙, 몸과 우주의 유쾌한 시공간 '동의보감'을 만나다
    from 그린비출판사 2011-10-20 16:45 
    리라이팅 클래식 15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출간!!! 병처럼 낯설고 병처럼 친숙한 존재가 있을까. 병이 없는 일상은 생각하기 어렵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나 역시 살아오면서 수많은 병들을 앓았다. 봄가을로 찾아오는 심한 몸살, 알레르기 비염, 복숭아 알러지로 인한 토사곽란, 임파선 결핵 등등. 하지만 한번도 병에 대해 궁금한 적이 없었다. 다만 얼른 떠나보내기에만 급급해했을 뿐. 마치 어느 먼 곳에서 실수로 들이닥친 불...
 
 
차트랑 2012-01-26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미숙께서 열하일기에서 보여준 오버액션스타일이
북극곰님을 심적으로 부담스럽게 해드렸나봅니다.

저도 고미숙의 열하일기..를 읽고 리뷰를 쓴 적이 있는데
말씀을 듣고보니 또 상당히 일리가 있습니다요 ㅠ.ㅠ
(이런 줏대없는 사람(저) 같으니라고^^)

그리고 저의 서재를 방문해주셔 고맙습니다 북극곰님
댓글들을 보니 제게도 익숙한 알라디너들의 닉네임이 보이더군요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차트랑공드림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 - 생태주의 작가 최성각의 독서잡설
최성각 지음 / 동녘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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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군데 게재한 글들을 묶어서 낸 글이다. 그래서인지 <달려라 냇물>에 실렸던 것들과 겹치는 부분도 더러 있다. 환경운동하는 사람답게 환경에 관한 책들이 많고, 그래서 지금 시대에 대한 안타까운 우려들도 많이 담겨있다. 특히, MB정부의 4대강에 대한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오죽할까!!   

그렇다고 환경에 대한 책의 서평만으로 꾸려져 있진 않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삶의 자세에 관한 책들도 많이 보인다. 그 스스로 책은 자신의 담요고 모닥불이고 때로는 몽둥이였다고 했듯, 위로도 되고 가슴을 따뜻하게도 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바르게 살도록 끊임없이 자극하는 책들에 관한 얘기들도 많다.  

환경운동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작가는 책을 사랑한다는 것이 삶을 사랑한다는 말에 다름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은 후나 읽기 전이나 달라짐이 없다면 읽지 않느니만 못하다'를 말처럼 책이 내 삶과 어떻게든 이어지길 나도 바란다. 책 한 권에 내 인생이 송두리째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드라마틱한 삶을 사는 위인이 못되는 관계로, 이렇게 짬짬히 읽는 독서를 통해서라도 내 삶이 조금씩을 달라지길 기원한다.  

몇몇 읽고 싶은 책들에 책장을 접어두긴 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나를 운디드 니에 묻어주오>라는 책은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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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롭고 예민한 내 아이, 어떻게 키울까? - 민감한 아이를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아주 특별한 자녀교육법
일레인 아론 지음, 안진희 옮김, 김한규 감수 / 이마고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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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자마자 관심이 갔다. 내가 고민하는 지점과 닿아있는 부분이어서였을 것이다. 작년에 놀이치료를 하면서 우리 아들이 민감한 아이라는 걸 알게 됐고, 목차를 보니 빡빡하게 들어차 있는 소제목들이 굉장히 실용적이면서 현실적인 제안일 것 같았다. 예상대로다. 저자도 민감한 사람이면서 민감한 아이들 두고 있기 때문에 끝없이 절절이 조언해주고 싶었을 것 같다. 500여 페이지가 되는 책을 보고 있자면 그 진심이 느껴질 정도다.   

민감성이라는 기질에 대해 이해하게 되면서 어느 정도 아이의 행동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고, 그 때 내가 어떻게 해줘야 할지에 대한 그림이 그려진다. 작년에 받았던 놀이치료 선생님이 한 말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나는 더 확신이 생겼고 유용했다.  

올해로 호군은 어린이집 생활이 벌써 6년차. 4, 5세 경부터 선생님이 "제호는 여리고 좀 예민한 것 같아요" 라고 얘기할 때만해도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 기질의 차이를 고려해서 양육도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는 깊게 고민해보지 못하고 지나쳤다. 심지어 당시에 유행하던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식의 '생각하기 의자'나 '타임아웃제'같은 것들도 해보곤 했는데 그 때만해도 나는 내가 감정적이지 않게 이성적으로  꽤 잘 양육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TV에서 보여준대로 단호하게 말하고, 그 뒤에는 애정어린 포옹과 사랑의 표현.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그런 방식이 여린 우리 아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 책에서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잘못된 예로. ^^ 

나랑 우리 호군는 약간 민감한 기질을 갖고 있는 것 같고, 아빠랑 둘째는 좀 덜한 듯 하다. 나도 호군도 작은 변화나 차이를 쉽게 알아채고, 영화나 음악이나 주변의 일들을 감정적으로 매우 깊이 느낀다. 이런 특성들은 공유하지만 내가 자신감에 차 있는 편이고,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편이고, 새로운 것들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면 호는 음악발표회같은 무대에서 울거나(2-4세), 놀란 표정으로 청중석을 보며 눈동자만 굴리고 서 있거나(5세), 심하게 긴장해있는 모습들(6세)을 보였다. 연습할 때는 제일 잘해서 중간에 떡 하니 세워줬다는데도 무대에만 올라가면 그랬다. 장난감이나 과자를 고르래도 한참을 고민한다. 결국 내 입에서 "그냥 니가 좋아하는 거 고르면 되잖아. 빨리 좀 골라!"라고 소리지르게 만들만큼 한참 시간을 보낸다. 새로운 환경이나 새로운 것들에는 무척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처음 보는 음식을 덥석 맛보는 일은 좀처럼 없다. 이런 모습들은 날 답답하게 했고, 인내를 요구했는데 이런 특징들이 민감한 아이들의 전형적인 특성들이란다. 이런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다른 사람들보다 처리하고 고려해야 할 정보의 내용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한다.  

아이가 이런 기질을 가지고 있어서 엄마가 너무 힘들다면 이 책이 조금은 위로가 될 거고 또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방법도 가르쳐 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 책의 모토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거다. "평범함을 뛰어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기꺼이 평범함을 뛰어넘어야한다." 순간순간 참기 힘들고 답답하겠지만 힘들게 여기지 않으련다. 사실, 민감하지 않다고해서 어찌 아이를 키우는게 쉽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반대로, 우리 아이를 민감하기만 한 아이라고 라벨붙이지도 않으련다. 그런 면에서도 이 책은 민감한 아이를 가진 부모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한번 읽어봄직하다.(이럴 경우엔 빌려서?^^)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아이에게 다가가려는 노력만으로도 나는 나 스스로를 대견하다고 칭찬하는 중이다. 나도 민감한 편이라 쉬이 피로해지기 때문에 내게 해주는 이런 다독임도 아주 중요하다.   

*근데 본문에서는 내내 senstive, senstivity를 민감한, 민감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해놓곤, 정작 제목에선 '예민한'이라고 번역한 이유는 멀까?   

예민하다: (형용사) 무엇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민감하다 : (형용사) 느낌이나 반응이 날카롭고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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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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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주문을 한 책이었다. 책을 같이 짓고 엮은 이에 대한 대한 믿음과 기대가 있기도 했지만, 그만큼 '진보집권'에 대해서 절실한 마음이었고 희망을 찾고 싶었다. 지난 2년은 정말 그지같아서 일상적인 짜증마저도 무감각해 질 지경이었으니까.  

사실 나는 두 개의 정당에 당원으로 소속되어 있다. 원래는 민노당원이었는데, 진보신당으로 쪼개겨나갈때 그냥 주저앉아 있었다. 당강령을 보면 진보신당 쪽으로 내 성향이 조금 더 기울긴 하지만, 사실 탈퇴하고 재가입하고 할 정도로 의욕적이진 않았다고나 할까. 그렇게 지지부진한 상태로 몇 년을 지내다가 작년에 지방선거를 하고 나서는 민노당을 탈퇴하고 진보신당에 가입하려고 했다. 노회찬을 지지하고 싶었달까, 미안함을 이렇게라도 갚아보려는 맘에서였을까. 아무튼 탈퇴든 가입이든 일단 인터넷으로 신청을 하더라도 팩스를 보내야 처리가 된다고 했다. 근데, 게을러터진 내가 탈퇴&가입 신청서를 인쇄해서는 그 즉시로 팩스로 처리했을리는 만무하고, 역시나 책상에 일 주일, 이 주일 뒹굴어 다니다가 그냥 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웃긴 건 팩스를 안 보내니 탈퇴는 안 되던데, 가입은 되더라는 것. ^^ 그래서 어쩌다보니 두 정당에 가입해 있는 꼴이 됐다. 이런 모습이 왠지 줏대없는 사람처럼 보여 스스로도 좀 민망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렇게 나같은 사람에게는 민노당이든 진보신당이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다. 그들에겐 하나로 갈 수 없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지언정 나에겐 그렇게 큰 의미로 다가오진 않는다는 거다. 아니 그것보다는 연대해서 풀어야 할 숙제들이 훨씬 많이 보인거다. 비록 당원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한 달에 한 번 당비 내는 것으로 땡!인 그런 소극적인 당원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진보 쪽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었다. 그러니 당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바라볼 이유가 있는 거다. 차이가 아닌 같은 점에 집중하기.  

오늘 '오마이뉴스'를 보니 책에서 했던 이야기들이 실제적으로도 활발하게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부디 좋은 결실을 맺기를.  

물론, '집권'만이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렇게 또 다시 허무하게 뺏기지 않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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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46
미야니시 타츠야 글 그림,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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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녀석, 맛있겟다>의 작가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누스와 빨간 꼬맹이 초식공룡 안킬로사우루스와의 우정을 너무 따뜻하게 그리고 있었다. 물론 현실적으론 당치도 않은 일이지만. 그런 당치도 않게 먹이사슬을 무시한 우정은 이 책에서도 펼쳐진다.  

이번에는 아기 돼지들과 늑대 이야기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파티 준비로 항창 들떠있는 돼지를 발견한 늑대가 돼지들을 덮친다. 하지만, 의기양양 달려가다 그만 넘어려버리는 바람에 큰 부상을 당하게 되고 붕대로 입까지 봉하게 된 늑대는 무슨 말을 해도 아기 돼지 귀에는 계속 우우... 거리기는 소리로만 들린다. 우우... 거리는 말을 미안해서 사과하는 말이라고 자기식대로 해석하는 아기 돼지들은 괜찮다며 정성껏 늑대를 보살펴준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빨간 손장갑을 놓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가는 아기 돼지, 그 당당하고도 순진한 뒷모습에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결국 빨간 손장갑을 끼고 붕대를 풀면서 돼지집을 나서는 늑대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을리라. 어디서든 진심은 통하니깐.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가슴은 따뜻해지고 입가엔 미소가 잔잔히 번진다는게 이 작가의 좋은 점이다.  

*작년에 크리스마스라고 애들 책 주문하면서, 옆에 있는 부장님 아들래미 주라고 사줬더니, 여적 회사 책꽃이에 꽃혀있는 그 분의 무심함이라니. 아. 빈정상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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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1-02-17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녀석, 맛있겠다>를 오늘에서야 봤거든요. 정말 좋더라구요. 우리 아들도 무척 좋아하구요. 그런데 이 책도 참 재밌겠네요.^^

북극곰 2011-02-24 09:06   좋아요 0 | URL
크리스마스 시즌에 읽어야 제 맛일텐데.요렇게 짦은 글에도 제가 게을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