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힙합플레이아)

Q: 'Verbal Jint' 라는 예명의 뜻...

Verbal 은 '말에 관한, 말을 하는, 말의..' 등등의 뜻을 가진 형용사이구요, Jint 는 제 본명에서 비롯된 별명입니다. 나중에 영화 'Usual Suspect' 에 나오는 멋쟁이 카이저 소제가 Verbal Kint 라는 사실을 알고나서 이 이름이 더 마음에 들게 되었습니다.

Q: 음악생활외에는 주로 뭘하시는지 ...

음악생활 외에는 여자친구나 그냥 친구들과 함께 게임하고, 만화책 읽고 영화 보고, 연습장에 낙서처럼 일지 기록하면서 맛있는 것 먹으러 다녔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음악생활을 제외하고는 남는게 없네요.

Q: 처음, 음악을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계기 혹은 동기 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냥 사춘기 쯤부터 항상 몰두해 있던 것이 멋진 음악과 멋진 뮤지션들이었거든요. 그래서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수많은 방법 중에서 그들이 택한 방법이 저에게 가장 친숙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중학교 2학년 쯤 되었을 때는 이렇게저렇게 알고 있던 건반과 기타 연주 방법을 총동원해서 어설프게나마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도 라디오를 통해 접했던 Digable Planets, Warren G, Arrested Development, Dr.Dre, Snow 등을 들으면서 '아.. 랩이란게 이런 거구나, 진짜 재미있다' 이런 식으로 힙합 음악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가장 많이 듣고 따라하려고 했던 음악은 예민한 90년대 rock 뮤지션들의 음악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어렴풋이나마 외국 노래들의 가사에 담긴 rhyme 을 한글로 따라해보려고 가사의 언어유희적인 요소들에 대해 고민을 했던 게 기억나네요.

Q: 어떤 식으로 고민했는지 예를 들어보자면-_-

당시에 만든 노래 가사 중 하나가 이런 게 있었습니다.
'나른한 음악이 나를 감싸주지'
'늘 그래왔듯이 늙은 듯 자리에 눕지'
고2 때 쯤 뻣뻣한 발음의 이상한 가사를 가지고 rhyme 을 맞췄다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걸 보자 대충만 가지고 있던 한국말 rhyme 이라는 것에 대한 욕심이 증폭되었습니다. 멜로디 있는 노래에서의 언어유희가 아니라 rap 에서의 한국말 rhyming 을 처음으로 노력해서 만들어 본 것이 'How High School' 이었습니다. 이 때는 고 3이었구요, 1999년에 대학교 입학한 후에 통신이란 걸 처음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SNP에 가입을 했고 모임의 사람들과 음악과 분위기에 반해서 음악 만들기에 엄청나게 몰입하게 되었구요, 지금까지 왔습니다.

Q: 국내외로 존경하는 뮤지션 ?

좋아하는 뮤지션이 다 존경하는 뮤지션인데요, 힙합의 범주 내에서만 얘기할께요. (너무 많아서 -_-)
Common, Q-Tip, Mos Def, Jay Dee, Outkast, DJ Premier, Black Eyed Peas, Erykah Badu, Meshell Ndegeocello, Big Punisher, Jadakiss, Beanie Sigel 등등등등... 한국에선 SNP 분을 포함해서 열심히 제대로 하는 분들 다 좋아합니다.

Q: 요즘 즐겨듣는 음반은 무엇인지 ...

Lou Reed 의 "Transformer", Echobelly 1집, Gladys Knight & The Pips 베스트 앨범,,..

Q: 공연 모습을 쉽게 접할수가 없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

특별한 이유는 없구요,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해서입니다. 여러 크고작은 공연에 참여하긴 했지만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Verbal Jint 공연의 모습을 갖추려면 밴드도 있어야되고..뭐도 있어야되고.. 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요.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는 살살녹게 만드는 공연을 보여드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Q: snp 분들 외에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이 있는지 ...

있습니다. 구체적인 이름들은 지금 밝힐 수가 없습니다.

Q: 평소 가지고 계신 Diss 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Diss 에 대한 생각이라.. 역사적으로 볼 때 rap 의 단골 주제 아닌가요? Diss rap 은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우위를 드러내는 것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MCing 의 경쟁적인 부분, 기술적인 정교함이 생동감 있게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Verbal Jint가 추구하는 혹은 하고 싶은 음악은..?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처럼.. 독특한 정서를 지니고 따뜻한 음악이요. 'Verbal Jint 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걸 보고 어느 정도는 그 사람의 취향이나 감수성에 대해서 짐작이 가능할 만큼의 개성을 지닌 음악이요. 스타일 상으로는... 꼭 Hip-Hop 형태의 음악만을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Urban 한 분위기에 흑인 대중 음악의 다양한 매력을 담고 싶습니다.

Q: 진트님이 생각하시는 라임(Rhyme)은 무엇인가요 ?

Rap 에서 말하는 rhyme 만을 얘기하자면.. 한 개 또는 그 이상의 음절 덩어리를 비슷한 발음으로 반복되게 함으로써 rap 을 할 때나 들을 때 운율감이 생기게 하는 것이 rhyme 입니다.
How could I move the crowd First of all, ain't no mistakes allowed ( Rakim 의 'Move The Crowd' 중에서 ) 이같은 기본적인 라이밍 에서부터
Can't knock the hustle, but I've seen street dreams deferred Dark spots in my mind where the scene occured In front of two-inch glass and Arabs I order fries Inspiration when I write, I see my daughter's eyes ( Common 의 'The 6th Sense' 중에서) 요새 많이들 쓰고 있는 적절한 다음절 라임,
Dead in the middle of Little Italy little did we know that we riddled some middleman who didn't do diddily ( Big Punisher 과 Fat Joe 가 함께한 'Twinz' 중에서 ) 언어유희의 극한을 추구하는 곡예에 가까운 기교까지 그 형태와 사용 패턴은 엄청나게 다양합니다만 한 가지 확실한건 rap 의 기본적인 즐거움이란 것입니다. ( 뒤로 갈수록 rap 이기 때문에, 오직 rap 에서만 존재할법한 rhyme 들이지요.. ) 미국을 비롯한 서양 여러 나라에서는 rap 이 있기 훨씬 이전부터 운문체의 글에 널리 사용되던 것이었으나, 한국의 경우에는 시도된 적이 거의 없는 언어유희를 Hip-Hop 음악, Rap 음악을 그럴듯하게 구사하기 위해서 도입하려다보니 온갖 거부반응과 부작용들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Q: 그렇다면 좋은 라임이란 ?

우리말로 rhyme 을 쓸 때 좋은 rhyme 과 좋지 않은 rhyme 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아주 민감한 문제이고 사람들의 주장을 깊이 파고 들면 Hip-Hop 이란 문화 자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연관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추구하고픈 한글 rhyme 은 영어 사용 국가의 대중들이 영어로 된 rap 을 듣고 느꼈던 즐거움을 한국의 리스너들에게도 똑같이 제공할 수 있는 rhyme 입니다. 구체적인 것들은 제 음악으로 직접 보여드려왔구요,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Q: 어느정도의 자신의 라임체계를 잡기까지 어떤 노력이나, 도움등이 있었는지 ?

물론 영어 rap 을 들을 때와 따라할 때의 즐거움을 한국말 rap 으로 구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근데 추상적인 노력이라.. 뭐라고 설명드릴 수가 없네요-_- SNP 에 가입하고서 접하게 된 SNP 분들의 rap 에서도 많은 힌트를 얻으며 나름대로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려 했습니다.

Q: 싱글 앨범 이후, 두번째 앨범(비정규) 이신데 ...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두번째 앨범이란 말이 엄청 어색한데요. 첫 EP 라고 하는게 어떨까요^^; EP 작업을 하는 동안 음악 작업과 인간 관계가 복잡하기 얽혀서 나름대로 고통이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음악적인 야심(?)으로 엄청난 분량의 일을 하려고 했다가 몇 가지 멀미나는 부작용들을 겪고 포기해버린 부분도 있었고, (정규앨범 내려다 EP 로 선회했다는 뜻이 절대 아님-_-) 믹싱을 비롯한 음향적 측면에 대한 저의 미숙함을 메꿔줄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지만 음악내적, 외적으로 중요한 것들을 많이 배웠고 보람있는 작업이었습니다.

Q: 앨범타이틀 Modern Rhymes 의 의미는?

'Rhymes' 는 그냥 rap 의 동의어구요, 'Modern' 은 EP 의 곡들이 담고 있는 내용, 감수성, 이야기 방식을 표현하고자 갖다붙인 말입니다.

Q: 앨범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Verbal Jint 의 "Modern Rhymes" EP 입니다. 2001도에 1980년생의 Verbal Jint 라는 한국인 뮤지션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내놓은 두 번째 작품으로써 마치 어떤 싱어/송라이터의 앨범을 접하듯이 들으셔도 좋구요, 한국말 rap, 곧 한국말 rhyming 의 발전사 연구를 위한 모범 자료로써 들으셔도 좋구요, 힙합 음악도 예술 형식의 하나입니다. 힙합 음악이 허술한 음악이고 좀만 하면 누구나 하는 건 줄 알았던 사람들 당황스럽게 만들기에도 좋은 앨범이겠네요.

Q: 이번 앨범에 참여해주신 분들에 대한 소개...

P-Type 형은 절정신운 한아형의 데모앨범과 다양한 피쳐링, 솔로 작업들을 통해 널리 실력을 알리고 명성을 떨친 바 있는 헤비급(존재감이) MC 이구요, 현재 자신의 작품을 준비중입니다.
The Illest I.L.L.S. 형은 리리시즘에 있어서는 누구와도 비교를 불허할만큼 유려하고 깊이 있는 rap 을 구사합니다. 좀처럼 세상에 노출되지 않았던 I.L.L.S 의 rap 이 제 앨범에 실리게 되어서 기분 좋습니다.
휘성이는 엄청난 열정과 뚜렷한 음악관을 가진 singer 이구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기대주입니다. 그 역시 자신의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Hezole 은 개인적인 친분으로 참여를 부탁하게 되었구요, 원래 뮤지션..은 아닙니다.
잠시 목소리가 삽입된 Defconn 형은 저와 같은 시기에 'Straight From The Streetz' EP 를 발표하신 또다른 굵직한 솔로 아티스트이구요, rap 이면 rap, beat 면 beat 둘다 거칠고 강한 개성과 매력을 지니고 있지요.
자켓을 디자인해준 B-Soap 형은 저와 Kricc 과 함께 Dien Michel 이라는 3인조 프로젝트의 멤버이기도 하며, 역시 아주 독특한 개성을 지닌 분입니다. 알게모르게 옛날부터 저랑 정말 많은 작업을 같이 했습니다. 'Sex Drive' 싱글의 자켓도 B-Soap 형 작품이구요, 'Big Pie', 'Movin'It', 'Just The Memories' 등을 통해서 접해보셨던 분이 많은 걸로 압니다.
로고를 디자인해준 Scythe Tha Reapah 형은 현재 게임 회사에서 근무하고 계시며 만화적인 독특한 감각으로 SNP에서 시각적인 부분의 일들을 많이 맡아왔습니다.
154 에 대해선 비밀입니다.

Q: 학교생할과 음악생활을 병행중이신데, 힘드시지 않으신지 ...

최근에는 한 학기를 휴학했기 때문에 학교 생활이 없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학교 생활에 신경을 별로 못 썼습니다.

Q: 평소 가지고 계신 MP3 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어떤 아티스트의 음악이 자기 취향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시식' 하듯이 사용하는 것에는 대찬성입니다. 음반을 구입하고 후회하는 일은 없을 수록 좋으니까요.. 그 밖의 경우는.. 부정적인 생각입니다.

Q: Snp 분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Krucifix Kricc: 대단한 비트메이커이구요, 여러 MC들과 함께한 컴필레이션 형식의 "Untouchable Rebellion" 이란 앨범을 2000년도 초에 발표한 바 있으며, 저와 B-Soap 과 함께 프로젝트 Dien Michel 을 조직하기도 했고, 현재에도 개성있고 탄탄한 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12_Life, 결정, Da Real G: 대략 Kricc 의 "Untouchable Rebellion" 이 발매되던 시기 이후로 활동을 접할 수 없던 MC 들인데요, 조만간에 새로운 모습으로 활동을 보여드릴 것 같습니다.

C.Posse (Consciousnesse Posse): 2000년 여름에 'Move Ya Soul' 이란 곡으로 시작을 알린 81년생 크루인데요, DJ Rugged D, Lyrikwalitie, 2Dirty 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비밀 멤버 한 명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신선한 기대주입니다.

4WD: 저도 한 verse 참여했던 '노자' 란 곡으로 첫 모습을 보인 4WD 형은 이젠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름이지요.. 넘쳐나는 느낌의 기교적인 rhyming 과 해학적인 가사 내용으로 지금까지 딱 두 곡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Hip-Hop fan 들에게 대단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Sentimental Wolf: SNP 의 초창기부터 꾸준한 활동을 보여준 MC/Producer 입니다. 공연을 통해서만 그의 곡들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Aquinaz, Dadaist 와 함께 조직한 Phat Assembler 라는 팀을 통해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Mazik: 이전에는 Tragic Temple 의 멤버였는데요.. 상당히 개성있는 스타일을 구사하는 MC 입니다. 최근에 공개된 'Keep It Real' 에서도 접하실 수 있습니다.

TAFKA Buddah & Tragic Temple: TAFKA Buddah 형은 Hip-Hop 이란 장르의 울타리 자체를 넘나들면서 아주 독특한 음악을 보여주는 뮤지션입니다. 얼마전까지는 Hustla, Mark1, A.U, Mazik, B-Soap 과 함께 Tragic Temple 이라는 팀을 이끌었구요, 현재는 6AM 이라는 새로운 유닛을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G-Ball & Westylez: Westylez 는 Hustla 와 G-Ball 로 구성되어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미국 서부 G-Funk 류의 스타일을 구사하는 rap group 이었는데요.. 'Movin'It' 에서 보여준 팀웍을 마지막으로 해체되었습니다.

Heroin: 최근에 'Keep It Real' 이란 첫 작품을 내보인 여성 Producer 입니다.

절정신운 한아: 설명 안 해도 다 아실만큼 유명한 분이죠. 1999 년 데모앨범 "정검진명" 을 통해 널리 실력을 인정받고 현재는 신중하게 정규 작업을 하고 있는 Producer/MC 입니다.

이 밖에도 또 많은데.. 다음 기회에 또 소개해드리도록 하지요-_- 본래 SNP 는 말그대로 흑인음악 창작/감상 "동호회"이지 음악적인 팀이나 크루의 개념은 아니기 때문에 'SNP 뮤지션' 과 그렇지 않은 분들 간의 경계가 모호한 점이 있습니다.

Q: Snp 분들외에 친한 뮤지션이 있으신지 ...

있습니다. 힙합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아닌 분들도 계십니다.

Q: 한국 힙합씬에 대한 생각은 ?

아주아주아주 조금씩 멋있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멋있는 사람이 많아져야 씬이 멋있어지는데..

Q: 힙합음악을 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음악을 먼저 시작한 선배의 입장으로서 조언 혹은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뭐.. 다들 알아서 잘 하겠지만요.. 힙합 음악은 어느 음악 못지 않게 기술적인 음악입니다. 자신이 음악을 통해 추구하려는 것이나 전하고픈 message 가 있다면 그에 맞는 기술을 갖추기 위해 연습하고 노력하십시오. 그러기 위해선 '음악' 자체에 대한 사랑이 깊어야겠지요.

Q: 정식앨범 발매등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얼마동안은 주변의 뮤지션들 또는 새로이 알게된 분들과 이런저런 collaboration 들에 집중하려구요. 정규 앨범은 주옥같은 곡들로 트랙수 빵빵하게 채워서 내야죠.. 적절한 시기에 ^^..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

감사합니다. 엄청난 싸이트 www.hiphopplaya.com 앞으로도 많은 발전하길 바랍니다. 좋은 음악 많이 들으시고 가족들에게 잘 하시고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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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힙합플레이아)

Q. 안녕하세요, HiphopPlaya.Com 입니다. 회원 분들과, 리스너 분들께 인사를!

안녕하세요. 소울컴퍼니 최적화의 화나입니다. 얼마 전 Brainstorming이란 타이틀의 EP를 발매했죠.

Q. 저희 힙플에는 자주 접속하시는지?

빈번히 접속하는 편입니다. 요즘은 주로 제 EP 앨범에 대한 반응을 보고 있구요. 라디오 출연을 계기로 최근에는 HP라디오 재방송들도 다운받아 듣고 있습니다.

Q. 정말, 독특한 이름 '화나'에서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중학교 친구들이 부르던 별명틱한 애칭입니다. 친구들이 어느 순간부터 절 '화나'라고 부르기 시작하더군요. 제 본명인 김경환에서 파생된 별칭이라고 저 자신도 추측만 할 뿐이죠.
그러다가 PC통신 및 인터넷 아이디로 쓰기 시작한 게 굳어져서 지금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따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는데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이젠 따로 뜻을 붙이고 싶은 생각까지 사라졌습니다.
'화나'를 한글로 표기해야 하는 당위성을 부여하고는 있습니다만, 굳이 영문표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는 Fana로 쓰고 있습니다. 재작년인 2003년 까지는 Hwana로 썼었는데 뭔가 스스로에게 와 닿는 느낌이 없더군요. 그래서 작년부터는 Fana를 쓰죠.

Q. 솔로이시기전에, 칼날과 함께하는 팀, '최적화' 의 멤버이신데, 두 분이 만나 팀을 이루기까지에 대해서 소개해주신다면요?

처음 칼날을 만났던 건 2003년, 메타형이 맡고 계셨던 하자센터 힙합강좌에서였습니다. 그 때까지 저는 따로 독자적인 활로를 찾고 있었고, 칼날은 The Anthem People에서 I.P.O.M.이라는 팀으로 활동했었다가 팀메이트 Painkillah의 군 입대로 한 2년 놀고 있었죠. 그 해 여름에 모 대회를 계기로 서로 말을 트게 되었고,'Teenfest(The Q의 소중한 만남 Verse3 앞부분에 나오죠)'라는 캠프에서 같이 놀다보니 죽이 맞아서 같이 프로젝트 팀을 해보자고 결의했습니다. '최적화'라는 이름은 칼날이 지었습니다. 랩음악으로서의 완성형을 찾아가고자 하는 굳은 결심을 내포하고 있지요. 이후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식적인 팀이 되었고, The Bangerz 앨범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죠.

Q. 화나씨의 첫 번째 정규앨범은 구상까지 마치신 것으로 압니다만, 최적화의 앨범계획은 없으신지?

현재 칼날이 편입 준비 중이므로 2006년 2월까지는 저 혼자 활동할 거 같구요. 제 첫 정규 앨범은 일단의 구상이 끝난 상황입니다. 앨범의 참여진도 어느 정도 생각해놓은 상태구요. 하지만 발매시기에 대해서는 확답을 못 드릴 거 같네요. Brainstorming EP 나온 지도 얼마 안 되었고, 소울컴퍼니에서 계획 중인 앨범들이 너무 많아서 조율을 해야 하거든요. 최적화 앨범에 힘을 쏟고 싶은 생각도 있구요. 뭐 천천히 작업해보렵니다. 참고로, 앞으로 나올 소울컴퍼니 앨범들 전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잠깐 말했듯이 최적화의 앨범역시 열심히 구상중입니다. 예정대로라면 아마 2006년 3월부터는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거 같습니다. 물론 칼날의 편입 성공 여부가 최적화 앨범 작업에 상당한 영향을 주겠죠. 서로 바쁜 와중에도 가끔 메신저로 의견 교환을 하고 있구요. 저나 칼날 모두, 기존의 것들과는 다르게 해볼 생각으로 Brainstorming 중입니다. 그 고민의 결과로 어떤 게 튀어나올 지는 저희로서도 예상이 불가능합니다. 시간이 말해주겠죠.

Q. 최적화가 SoulCompany 와 함께 하게 된 계기라면요?

소울컴퍼니를 결성할 때 그 자리에 있어서... 라는 건 반농담조이지만, 어찌 보면 가장 확실한 대답이기도 합니다. 소울컴퍼니가 애초에 음악적 방향성과 친분의 교집합을 충분조건으로 하여 결성되었고, 최적화는 그로 인해 만들어진 교집합 소울컴퍼니의 부분집합이죠. 이후 The Bangerz를 통해 소울컴퍼니의 구성원임을 확고히 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보면 최적화가 소울컴퍼니에 소속되어 있는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구요.

Q. EP 앨범, show case 를 매우 성황리에 마치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예 10월 15일이었죠. 제가 지금껏 해온 공연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이었습니다. 최초로 제 이름을 걸고 한 공연이기도 했고, 관객 분들도 유료입장객만 150명 가까이 와주셔서 저 개인적으로도 감동이었죠. 간만에 최적화로서 공연했던 것도 좋았습니다. 자리를 빛내주신 게스트 분들께도 감사드리구요. 특히 공연 전체적으로 가장 수고한 DJ Silent, 편입 공부 중인데도 함께 공연해준 칼날, 그리고 아프신 와중에도 공연해주신 '있다' 누님에게 가장 감사하고 있어요. 공연 내용에 관해서도 만족합니다. 곡에서의 애드립이나 당일에 즉흥적으로 떠올린 퍼포먼스 등을 좋게 봐주신 거 같아서 기분 좋았구요. 지금까지의 공연 중 가장 많은 수의 곡을 불렀는데 대부분의 곡을 만족스럽게 소화해서 기뻤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나니 스스로가 자랑스럽더라구요. 뭐랄까. 뭔가 대단한 걸 해냈다는 쾌감? 안도감? 만족감? 아무튼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느껴봤고 집에 돌아와서는 바로 쓰러져 잠들어버렸습니다.

Q. 가사받아쓰기 이벤트는 어떻게 됐나요?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전례가 없는 이벤트라 어느 정도 간과했던 부분에 있어서는 반성하고 있습니다. 채점을 저 혼자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셔서 기쁨 반 시름 반이었죠. 채점과정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학기 중이라 학교 갔다 돌아와서 채점하다 자고 학교 가고...한곡한곡 맞춤법과 띄어쓰기까지 보다보니 예상보다 엄청난 시간이 걸리더라구요. 발표도 공지했던 날보다 일주일가량 늦춰졌습니다. 그래도 끝내놓고 보니 보람이 있더라구요. 재밌기도 했고. 또 한 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가장 잘 해주신 세 분을 뽑았고, 곧 발매될 The Bangerz Instrumental 씨디를 드릴 계획입니다. Soulcompany.net에 '가사 받아쓰기 이벤트 총평 및 오답경향 분석'이 있습니다. 심심할 때 보시면 재밌을 거예요.

Q. 팀으로서의 앨범보다, 솔로앨범이 먼저 나온 드문 경우인데, Brainstorming EP 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솔로 앨범은 예전부터 생각해왔었습니다. 다만 최적화 활동을 하게 되면서 딱히 계기가 없어 특별히 기획은 하지 않고 있었는데 칼날의 편입 준비가 제 솔로 앨범 작업에 불을 댕겼죠. 주변 뮤지션들이 해보라고 권장하기도 했구요. OB-1에 수록된 '최적화(NBT2)'라는 곡으로 솔로 활동의 시작을 알렸고, 그와 동시에 솔로 앨범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처음엔 정규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4월 즈음해서 갑자기 색다른 게 하고싶더라구요. 그러면서 착안한 게 시문학의 자동기술법인 Brainstorming이었고, 그걸 랩 작법에 차용하여 Brainstorming EP를 작업하게 되었죠. 대부분의 작업은 6월 정도에 마쳤는데, 마침 그 때 The Quiett의 앨범 "Music"이 작업 중이라 발매가 3개월가량 미뤄졌습니다. 뭐 그런 과정에서 더 좋아진 부분도 있고, 잃어버린 부분도 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Q. 타이틀, Brainstorming 에 담긴 뜻이 있다면?

Brainstorming.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제가 사용한 의미는 시문학에서 말하는 '자동기술법'입니다. 자켓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 자켓 메인에는 사람 얼굴측면이 콜라주로 표현되어있죠. "시청각적인 정보를 수집하여 뇌로 보내고 다시 그 것을 입으로 뱉는다."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말 그대로 Brainstorming. 혹은 랩이죠. 이러한 자켓의 전체 컨셉에 대해서는 제가 생각했고, Brown Beat의 조대흠씨가 그걸 구현해주셨습니다. 백커버는 대흠형 아이디어인데 이번 자켓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고, 콜라주 형식을 사용하는 것도 그분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어찌 보면 샘플링 개념과 비슷하달까요. 자켓은 대체로 만족합니다. 대흠형께도 감사드리고요.

Q. 발매되자마자, 여러 이슈들을 만들어내며 관심이 집중됐었는데 그 일련의 반응들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글쎄요. 뭐 이슈까진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발매 초엔 앨범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이시는 분들이 많았죠. 보도 자료에서도 쓴 바 있지만, 사실 제 앨범이 내포하는 몇 가지 요소들에 대해 청자 입장에선 다소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고 예상을 했었습니다. 전반적인 곡들에서 보이는 훅의 부재라거나, 64마디 마라톤 벌스라거나, 슬램과 브레잌 비트의 만남이라거나, 연기... 일종의 형식 탈피나 새롭고 다각적인 주제의식, 자동기술방식의 가사작법 등등등. BSEP를 작업하면서 저 스스로가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것을 원했거든요. 라이밍이건 가사작법이건 음악적 성격이건 말이죠. 이 앨범 모든 곡에 걸쳐 나름대로 많은 실험을 시도했고, 그 결과물에 대해 저 스스로는 꽤나 만족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불만이 있다면 더 많은 시도를 못해서 아쉬울 따름이죠. 만약 제 앨범에 거부감이 드신다면, 아마도 익숙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상 사람들 반응을 보니, 다소 과장된 면도 있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더라구요. 공개곡 'Rhythm Therapy' 한 곡만 듣고 앨범 전체를 가볍게 판단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제 랩과 라이밍 체계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부정하는 분들도 있었죠. 어이없는 논리와 고정관념으로 인해 저와 제 앨범이 평가절하 되는 면도 있었구요. 저, 그리고 제 라이밍 스타일 등이 쓸데없는 논쟁의 싹이 되는 게 싫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좀 지나니까 대부분 좋은 평가를 해주시더군요. 앨범을 듣고 사람들 생각이 바뀌었거나, 아니면 제가 아예 관심 밖으로 밀려났거나 두 가지겠죠 뭐. 여전히 악평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이젠 그런 반응들조차도 만족합니다. BSEP를 통해 여러 가지를 배웠고, 앞으로 더 잘할 자신이 있거든요. 아 그리고 제 'F' 발음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딱히 발음 신경 쓰지 않고 녹음했던 것이 그렇게까지 입에 오르내릴 줄은 몰랐습니다.

Q. 그 이슈들 중, 어쩌면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자동기술법'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자동기술법, 또는 자유연상법이랄까요. 시문학에서의 Brainstorming입니다. 저는 그 것을 랩 작법으로 차용한 거죠. 가사를 의식의 흐름대로, 연상 작용에 의해 주욱 써내려가는 겁니다. 어휘에서 어휘로 카테고리를 이어가며 끝없이 가사적인 마인드맵을 펼쳐나가는 과정이죠. 자동기술법은 즉흥성을 최대로 살리는 작업입니다. 순간 집중에 의해 '즉시' 가사를 완성 짓는 방식이므로, 자기 안의 언어를 가장 솔직하고 여과 없이 뽑아낼 수 있는 작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Brainstorming은 자신의 가사 작법 체계가 얼마나 자기 자신에게 내면화 되었나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아닐까합니다.

Q. 즉흥성을 강조했다면, 각 트랙의 작업을 쉽게 말해서 한방에 이루어졌다는 말씀이신지?

대체로 그렇죠. 지체할 필요가 없는 작업이므로 보통 그 자리에서 바로 쓰고 완성시킵니다. 물론 몇 부분에서는 필요에 의해 작업을 딜레이하거나 살짝 수정을 가하기도 했습니다만 전체적인 가사를 퇴고함에 있어서도 상당히 관대하게 작업했습니다. 즉흥적인 감각의 결과물이 Brainstorming의 참맛이니까요. 가사 이외에도 앨범이 전체적으로 즉흥성에 의지해 작업되었습니다. 곡 작업상의 에피소드를 말씀드리자면 HP 라디오에서도 밝혔다시피, '시간의 돛단배'는 원래 있다누나의 보컬 파트가 없었죠. 랩 녹음물을 듣다 갑자기 각 Verse 사이에 여성 보컬이 들어가면 좋겠다 싶어서 얼른 섭외했구요. '악당수업'은 'Verse1 Hook Verse2 Hook Verse3'의 가장 일반적인 구성이었는데, 녹음하기 직전에 Verse1, 2를 합쳐 하나로 만들고 중간에 Bridge를 하나 넣는 형식으로 바꿨죠. 그게 좋을 거 같더라구요. 'When I Flow'는 어느 날 새벽에 컴퓨터 하다가 "When I Flow"라는 한 문장이 떠올라서 Brainstorming을 했죠. 그 자리에서 갑자기 64마디가 튀어나와서 앨범에 수록하게 되었습니다. 'Game'은 The Quiett과 같이 있다가 그냥 써본, 이른바 '번개송'이었습니다. 번개송치고 나름대로 퀄리티가 있어서 앨범에 수록하게 되었죠. '잉여인간'은 따로 그러한 Flow를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니었는데 녹음할 때 그저 느낌 닿는 대로 부른 것이 마음에 들게 나와서 그대로 갔습니다. 스킬보다 느낌에 의존한 Flow라 더욱 마음에 들더군요. 녹음을 굉장히 빨리 마쳤는데 더 손댈 게 없더라구요. 여러 모로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Q. 즉흥적인 작업으로 인해, 메시지 적인 측면 등 아쉬운 점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물론 앨범에 대해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앞서 누차 강조한 바, 즉흥적인 감각과 창의성이 Brainstorming의 약점인 동시에 가장 큰 강점이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Brainstorming 취지에 맞게 즉흥성을 최대로 살려 나오는 느낌을 잘 담아낸 거 같아 마음에 듭니다. 앨범 내에 여러 가지 시도도 많이 했구요.

Q. 앨범의 포문을 열어주는 트랙, Brainstorming 에 대하여, 실제로 비트가 없이 녹음하셨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물론 비트 없이 했습니다. 비트를 틀고 녹음했으면 또 너무 기계적이었겠죠. 애초에 슬램을 의도했었는데, 저 스스로가 슬램을 녹음해본 적이 없어서 랩의 느낌이 더 강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라이브에서는 의도한 느낌을 충분히 보여드리려 하고 있습니다. 다른 앨범을 통해서도 슬램 트랙을 많이 선보일 생각입니다.

Q. 슬램에 대해서 소개해주신다면?

슬램이란 랩과 시의 혼성 장르를 일컫는 겁니다. 가장 쉽게 설명하자면 '비트 없는 랩'입니다만 랩보다는 낭송에 더 가까운 편이죠. 아마 'Slam'이라는 영화를 보시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할 겁니다. 한국에는 아직 생소한 문화죠. 한국에도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소울컴퍼니가 'Poet-Hop'이라는 슬램 관련 행사를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구요. 시와 힙합, 슬램과 프리스타일 랩이 어우러지는 모임이죠. 지난 9월 16일에 제 1회 Poet-Hop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올해 수능이 끝나면 한 번 더 개최할 생각이 있습니다.

Q. 이번앨범의 영향을 많이 주었다는, Saul Williams 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엄밀히 말하자면 이번 앨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건 아닙니다만, 앨범 작업하면서 그의 앨범들을 참 많이 들었죠. 그의 간접적인 영향력이 제게 미치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가 출연한 영화 Slam을 보고 처음으로 슬램이란 걸 알았거든요. 바이오그래피에 관해서라면 따로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인터넷에서 관심 갖고 찾아보시면 얼마든지 나오니까요. 세 장의 개인앨범을 낸 걸로 알고 있습니다. Not In My Name이라는 EP를 하나 냈구요, 다른 두 장은 정규반입니다. 듣기 쉬운 음악 좋아하시는 분들의 귀엔 다소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난해하거든요. 하지만 또 한번 맛들이고 나면 헤어날 수가 없습니다. 세 장 다 괜찮은데 그래도 꼽자면 2004년에 나온 'Saul Williams'라는 앨범을 추천합니다. 제가 HP Radio에서 올해 나온 음반이라고 소개했었는데 다시 찾아보니 2004년이더군요. 정정하겠습니다.

Q. 타이틀곡 격인 화나씨의 실화, '시간의 돛단배'에 대해서...

예, 시간의 돛단배는 작년에 있었던 저의 실화입니다. 이 곡과 관련해 여러 군데에서 이야기를 했고, 가사에서 대부분의 내용이 드러나므로 곡의 배경보다는 작업 과정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일단 올해 4월 18일 새벽에 가사를 썼습니다. 그 당시에는 지금의 비트가 아니었죠. 어느 날 The Quiett이 보내준 지금의 비트 루프를 들었는데, "아 시간의 돛단배엔 이 비트가 딱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교체를 부탁했습니다. 비트도 바꿨겠다,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세 번째 Verse를 완전히 다시 썼습니다. 이전의 Verse3가 마음에 안 들었거든요. 그렇게 새로 쓴 Verse에서 친구와의 통화 장면을 구현해봤죠. 가사와 내용전개 면에서 전체적으로 만족합니다. 처음에는 훅 없이 Verse 사이사이에 Break만 있는 구조였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있다 누나는 갑자기 섭외되었죠. 8월 9일에 녹음을 했는데 며칠 뒤에 들어보니 여성 보컬이 들어가면 좋을 거 같더라구요. 당시 생각으로는 스캣 정도만 넣어도 좋겠다 싶었는데 작업하다보니 지금의 구조가 되었네요. 있다 누나가 이 곡의 마침표를 잘 찍어준 느낌입니다. 뭐 딱히 이곡이 타이틀곡은 아닌데, 그래도 가장 친대중적이다 보니 그렇게 여겨지는 거 같습니다. 실제로 들으시는 분들 사이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곡이기도 하구요. 덧붙여 말하자면 시간의 돛단배는 리스너분들의 반응이 좋고, 주변 뮤지션 분들은 잉여인간을 가장 좋게 들으시더라구요.

Q. 앞서 언급된, 악당수업을 포함하여 RHYME-A-, Minos와 함께한 엄마지갑 등 각각의 곡들의 심상이랄까요?

악당수업은 '악당'이라는 단어를 놓고 Brainstorming한 곡입니다. 다들 한번쯤은 생각해보셨을 법한 부분 같아요. 어째서 악당은 항상 추악하게 표현되고 언제나 당하기만 할까? 악당에 대한 무조건적인 폭력이 정의라는 이름 아래 미화되고 있는 걸 어느 순간부터 느껴왔죠. 언젠가 모 특전사물을 봤습니다. 우주에서 온 악당이 지구인들을 공격하는데, 그 이유가 지구의 아름다운 환경을 지구인들이 너무 더럽혔기 때문이라더군요. 참 웃기잖아요. '악당 = 나쁜 놈'이라는 인식 자체를 흔들어버렸죠. 그래서 저도 악당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 지금의 악당수업이 탄생했습니다. 천사와 악마로 대변되는 선과 악, 그 둘 사이의 대립이라는 큰 틀을 제가 떠올렸고 오락실이라는 소재는 RHYME-A-형이 생각했죠. 천사와 악마의 이미지를 뒤바꾸자는 의견은 Minos형의 의견이었습니다. 제목은 The Quiett형이 지었구요. 이렇게 보니 은근히 분업을 했군요. 오락실 전성시대를 살아온 분들이라면 크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는 랩을 한다는 생각보다, 연기에 랩을 가미한다는 느낌으로 했구요. 가볍고 재미있는 곡이 나온 것 같습니다.

Q. The Bangerz 에 참여하실 때부터, 많은 분들이 화나씨의 '라임'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데, 라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Rhyme이란 "비슷한 자모음구조나 발음형태를 가진 어휘들을 문장 위에 연달아 배치하여, 발성에 의한 운율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저 스스로는 정의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두운, 각운 등으로 구분지어 말씀하시는데, 최근의 랩에 있어서는 그러한 구분이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문장의 모든 어휘적 구성요소에 대해 동일 자모음구조를 최대한으로 적용하려 하고 있죠. 그 모든 Rhyme에 나름의 가치와 연계성을 부여하려고 노력하고요. 하나의 완전한 문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건 말할 것도 없지요. Rhyme은 사용하기에 따라, 또 접근하기에 따라서 그 용도가 무한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그 사용에 대해 옳고 그름을 정의할 수는 없는 거겠죠. Rhyme에 대한 논쟁이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잘못되거나 틀에 박힌 시각을 가진 분들이 더러 계셔서 안타깝습니다.

Q. 라임이 너무 많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 개인의 라이밍 스타일입니다. 방금 말했듯이 저는 문장의 모든 어휘적 구성요소에 대해 동일 자모음구조를 적용하고자 노력합니다. 일정한 위치에 들어가 적당한 운율감을 주는 기존의 라이밍 체계에 빗대자면 확실히 익숙지 않은 방식이긴 하죠. 하지만 Rhyme의 많고 적음이 판단의 기준이 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개인의 라이밍 방식에 대해선 타인이 자기 기준만을 놓고서 판가름할 순 없는 거니까요. 저는 제가 갈 길, 가야할 길을 가고 싶은 대로 가고 있을 뿐이죠. 뭐 저를 이단아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막말로 UMC나 박명호같은 분들이 있다면 그 반대쪽엔 화나가 있는 거죠 뭐. 지금껏 제 라이밍 체계에 대해 저 스스로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만, 이번 BSEP 작업을 통해 어느 정도 확실한 실마리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When I Flow 등의 곡에서 라이밍에 대해 약간의 실험을 해보기도 했죠. 아, 제가 또 이런 말 했다고 When I Flow 한 곡만으로 제 라이밍을 성급히 판단하는 분 없었으면 좋겠구요. 앞으로의 작업물들을 통해 제 라이밍 스타일의 심화단계를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걸음마단계에 불과합니다. 일단은 지켜봐주세요. 궁극적으로는 랩의 완성형에 도달하고 싶습니다.

Q. 화나씨만의 작업방식이 있다면요?

음, 글쎄요. 질문의 확실한 요지를 잘 파악하지 못했는데...일단 비트 작업과 작사 작업간의 이야기라면, 저는 가사를 먼저 쓰고 비트의 느낌을 주문하기도 하고, 비트를 듣고 나서 가사를 쓰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비트 없이 가사를 쓰는 타입이 있고, 비트를 틀어놓고 들으면서 가사를 쓰는 타입이 있죠. 저는 가사 쓸 때 비트 유무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편이구요. 가사 작업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일반적인 방식과 자동기술방식 두 가지 형태로 작업합니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쓸 때는 '개요 짜기 Pre-Write 가사쓰기 수정 및 퇴고'의 4단계를 거쳐 작업하죠. 자동기술법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가사쓰기 수정 및 퇴고'의 2단계를 거칩니다. 처음부터 Rhyme을 생각하면서 가사를 쓰느냐고 묻는 분들도 계신데, 예. 저는 그렇습니다. 앞서 언급한 제 작업단계로 말씀드리자면 Pre-Write 및 가사쓰기 단계에서 다 라이밍을 하는 거죠. 그리고 수정하면서 놓치고 지나간 부분이 있다면 보강합니다.

Q. 어휘량을 늘리기 위해, 국어사전을 독파하셨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사실 어휘량을 늘리려던 의도는 아니었고, 랩퍼라면 국어사전 정도는 읽어봐야지 하는 쓸데없는 관념에 사로잡혀 두어 번 읽었었죠. 말하자면 그냥 한 때의 객기였습니다. 확실히 어휘력 함량에 도움은 됩니다만 딱히 추천하고 싶진 않네요.

Q. 모든 곡을 써준, The Quiett 과 소개해주신 분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개인적으로 The Quiett이 가장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프로듀서였고 실력 면에서의 신뢰도 있었기에 전곡을 맡길 수 있었습니다. 전 대체로 심플하고 간결한 비트를 좋아하는데 제 취향과 요구에 많이 맞춰줘서 고맙고 또 만족스럽습니다. BSEP엔 군대간 멤버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 남아있는 소울컴퍼니 멤버들은 모두 참여시키고 싶었습니다. 결국 Kebee형과의 첫 작업도 하게 되고, 무엇보다 최적화의 트랙을 꼭 수록하고 싶었기에 편입공부 중인 칼날을 꾀어내 Rhythm Therapy를 작업했죠. RHYME-A-, Minos 두 형들과는 The Quiett의 권유에 의해 작업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많이 친해졌습니다. 있다 누나는 말 했듯이 갑자기... DJ Silent는 BSEP 작업을 같이 하면서 공식적으로 소울컴퍼니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장래가 촉망되는 DJ입니다.

Q. 리스너분들이 놓치지 말고, 들어주셨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요?

한곡한곡, 비트와 가사 한구절한구절 곱씹어가며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냥 듣고 넘기는 음악 이상으로, 얘들이 이런 의도로 이렇게 했구나 하는. 뭐랄까, 나름의 분석을 하시면서 들으시면 재미있을 거 같네요. 사람들이 듣기 좋게 만드는, 음악 자체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빛내기 위해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가하면, 저와 같은 경우는, 음악을 함에 있어서 새로운 방식을 만들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며 스스로 발전하는 것을 느끼는 데서 보람을 찾는, 그리고 결국 개인적인 궁극적 추구점에 다가서기 위한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거죠.

Q. 뮤지션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신 계기나, 동기에 대해서..

99년 3월, 한 친구를 따라서 클럽 MP에 처음으로 갔을 때였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네요. 발을 들이자마자 드럼과 베이스라인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둥둥 울리게 만들더라구요. 그렇게 온몸으로 힙합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당시 저에겐 그 경험이 충격 그 자체였죠. 전혀 거슬림도 없었구요. 다소 진부한 표현이지만 음악과 하나 되는 느낌이었달까. 공연장은 처음이라 귀가 좀 아프긴 했지만요. 공연 시작하기 전에 틀어주는 힙합 뮤직비디오부터, (그 당시에는)이름 모를 언더그라운드 MC들의 공연까지 모두 인상 깊었습니다. 그 때 바로 "난 이걸 꼭 해봐야겠다."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이후 클럽이 문 닫기까지 일주일에 한두 번 꼴로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말하자면 속칭 죽돌이였달까. 당시에는 PC통신으로 힙합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었고, Rhyme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욱 랩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 때 생각해낸 랩스타일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방식이구요.

Q. 앨범까지 발매하신 현 시점에 오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것이 있다면?

지금의 소울컴퍼니 멤버들을 만나기 전까진 혼자 적수공권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아마추어 뮤지션들에게는 많은 기회가 할당되지 않으니까요. 혼자 PC통신 동호회나 Daum 카페 등을 전전하며 공연 기회를 잡으려고 무진 애를 썼죠. 아마 제 짧은 음악 인생에 있어 가장 뜨겁게 타오르던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당시의 제 목표는 클럽 MP 무대에 서는 거였는데, 제가 고1이던 2001년 말에 문을 닫아버리더군요. 꿈꾸던 목표를 잃고 잠깐 슬럼프에 빠졌던 기억도 나네요. 근데 그 자리에 계속 클럽이 들어서더군요. 2004년 3월 14일에 비로소 꿈을 이뤘죠. The Show에서 공연했었는데 그 때는 정말 기뻤습니다.

Q. 지금까지 활동해오시면서 느끼신, '힙합씬'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한국의 힙합씬은 분명히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생산자나 소비자 둘 다요. 최근 여러 힙합 커뮤니티들에서 오가는 논쟁들을 보면 이전에 비해 수준이 꽤 높아졌다는 걸 느낍니다. 물론 '논쟁의 자체의 수준'보다는 '논쟁의 대상'에 대한 수준 말이죠. 그 엄청난 발전 속도 때문인지, 문화적인 아노미나 정체 현상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게 안타깝습니다. 의식 있는 분들도 많아졌지만, 겉만 핥아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는 분들도 그만큼 많아졌죠. 어느 순간부터 힙합의 모든 것이 정의되기 시작했습니다. '몇 차원 Rhyme'이니 'AABA 구조'가 일반적이니 하는 괴상한 용어들이 만들어지고, 별의별 이상한 이론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죠. 그리고 그렇게 정리된 기준과 개념에서 벗어나면 무조건 가치 없는 것으로 낙인찍습니다. 옳고 그름을 근거도 알 수 없는 잣대로 판가름해버리고, 생각의 틀에서 조금만 엇나가면 매도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말죠. 비판의 이름 뒤에 숨어서 모든 것에 칼부터 들이대는 이들이 대다수고, 또 그것이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시대가 와버렸습니다. When I Flow의 "한쪽 귀를 완전히 틀어막고서 딴소리만 하고 있는 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들은 자존심만 가득 찬 논리로 진실의 값어치를 바보취급하며 깔보지." 라는 구절은 이러한 현 상황을 빗대어 쓴 겁니다. 요즘엔 좀 인기 있는 뮤지션에 대한 반감을 나타내면 그 뮤지션의 지지 세력들이 전부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더라구요. 이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라는 한 마디가 없으면 글도 못쓰게 되버렸구요. 보니까 한국 힙합문화 향유자분들이 유독 자존심이 세더라구요. 무의식적인 틀 속에 갇혀있는 느낌을 항상 받습니다. 그러면서 대체 뭐가 힙합이 자유의 문화란 말입니까? 정작 문화 구성원들이 이토록 틀에 갇혀있는데 과연 어디가 자유의 문화로 보입니까? 양적으로 성장했다면 그만큼 질적으로도 성장해야죠. 정말 중요한 게 무언가를 알아야 할 거 같습니다. 말하다보니 문제점만 짚은 거 같네요. 제가 요즘 크게 느끼고 있는 문제점들이라 그런가봅니다.

Q. 최근 가요시장전체의 분위기는 힙합(or 흑인음악)이 대세인데, 이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고, 당연히 기쁩니다. 저 역시 최근 들어서 많이 생각하는 부분이구요. 최근의 음반 판매량 차트라거나, 힙합그룹의 가요프로그램 1위 소식 등 요즘은 힙합이 대중과의 접근에 가장 용이한 시기라고 볼 수 있죠. 이런 현상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좀 더 다양성이 존중받을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다들 노력하면 앞으로 더 좋아지겠죠.

Q. 힙합씬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총명함. 넓고 올바르며 날카롭되 편협하지 않은 시야. 상호존중. 더 많지만 일단 필요한 건 저 정도 같네요.

Q. MP3 에 대해서는?

MP3. 편리하죠.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포맷이기도 하고, MP3 재생 프로그램들도 사용하기 쉬운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구요. 언젠가는 또 다른 포맷으로 교체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라고 생각되네요. 가끔 보면 MP3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MP3의 문제가 아니라 저작권이 있는 MP3의 불법적 공유가 문제가 되는 거죠. 뭐 듣기론 소울컴퍼니의 앨범들도 공유되고 있다던데 실제로 앨범을 낸 입장에선 무척 안타깝습니다. 딱히 제제가 불가능한 상황이고, 개인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보니 일파만파로 퍼져나가는 거 같네요. 앨범 한번씩들 내보시면 안 그러시려나.

Q. 최근 발매된 국내음반 중, 인상 깊게 들은 음반이 있으시다면요?

가리온 '무투'. 참 오래도록 음악을 해오셨음에도 불구, 도태됨 없이 계속해서 발전하시는 모습이 참 대단한 거 같습니다. 얼마 전에도 개인적으로 뵈었습니다만, 씬을 읽는 시야도 남다르시구요. 권위적이라거나 교만함 하나 없이 여전히 퓨어하고 하드코어한 음악을 하시는 것도 존경스럽죠. 그리고 개인적으론 제 앨범도 꽤나 인상 깊었습니다만. 하하.

Q. 정말 함께 작업 해보고픈, 국내 뮤지션이 있다면?

글쎄요. 최적화 앨범이나 제 솔로 정규 앨범에서는 더 다양한 프로듀서들과 작업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구요. 소울컴퍼니 내에서도 그걸 권장하고 있죠. 뭐 제 위치로 볼 때 지금으로서는 누구누구 딱딱 집어서 말할 단계가 아닌 거 같네요. 그래도 기회만 닿는다면 더 많은 콜라보(Collaboration, 공동작업)를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그 대상이 누구건 모든 합작은 다 즐겁고 신나는 거니까요. 꼭 힙합 뮤지션이 아니라도 말이죠. 실력과 바른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면 전 정말 대환영입니다. 원하신다면 불러주셔요. 몸이 근질근질하거든요.

Q. 앞으로의 계획과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지금까지 몇몇 인터넷 및 DMB 라디오에 출연하면서도 여러 사정상 차마 못했던 말이 많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하고 싶은 말 많이 털어놔서 시원합니다. 인터뷰 불러주신 HiphopPlaya.Com에 감사드립니다. 이번 학기가 끝나고 여유가 생기는 대로 최적화 앨범과 제 솔로 앨범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기존의 앨범들보다 진보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앞으로 계속 저 개인의 궁극적 추구점을 향해 뻗어나갈 겁니다. 주목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인터뷰 / 김대형 (811kim@paran.com)
인터뷰에 도움주신 분들 / sky800510, gunfoong, urya99, nary318, gud2wn, hipmaster, lshs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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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0629 2014-11-27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언 7년전.......

ㄴㅇㄱ 2021-01-03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언 14년전..
 

(출처: 김다슬 고려대학교 법학과 4년 나우누리 힙합동아리 Dope Soundz 활동)

1.힙합의 개요

I. 힙합의 개요

[1] 글쓰기에 들어가며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아직 생소했던 "힙합"이란 단어가 이제는 음악 그리고 패션을 선두로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많은 가수들이 소위 "정통 힙합"을 표방하며 앨범들을 내놓고 있고, 거리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힙합패션"의 물결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나라에도 힙합이 일개의 문화적 주류로서 정착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불행히도 위의 질문에는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아직 힙합이라면 현란한 춤동작만을, 혹은 청소년들의 헐렁한 차림새만을 떠올리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힙합은 하나의 독립된 문화로 인정받기 보다는, 특정 연령층의 사회저항적이고 counter-culture적인 성향을 대변하는 청소년기의 문화적 외도 내지는 유행으로 밖에 인식되지 못한다. 기성세대 속에서 힙합은 그 문화적 가치를 부정당하며, 설사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도 힙합의 어느 한면만을 바라보고 편협된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현상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 힙합 음악의 잘못된 유입과정을 그 첫번째 원인으로 들 수 있겠다.

처음 힙합이란 장르가 대중들에게 소개될 때, 그 방법은 간접적일 수 밖에 없었다. 즉, 라이센스된 힙합음반이 정식으로 유통되지 않던 상태에서 외국(미국)의 힙합음반을 구하는 방법은 몇 않되는 레코드점에서 직접 수입해 들여온 고가의 시디를 구입하는 수밖에 없었으나, 이는 일반인들에게 손쉽지도 널리 알려져 있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대중은 일부 국내가수들이 배워온 후 이를 한국적으로 변형시켜 내놓은 소위 "힙합"을 진짜 "힙합"으로알고 들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왜곡된 힙합을 듣고 잘못 끼운 첫 단추는 계속하여 옷모양새를 흐트려 놓았고, 이를 유행시켜 상업적으로 이용 하려는 대중매체가 가세함으로서 이러한 현상을 부추겼다.

그 후 한국에서의 힙합은 본토의 힙합과는 어느정도 거리가 있는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로 발전해 갔다. 그러나, 한국적으로 변형된 힙합은 이미 그 순수한 의미의 힙합일 수 없다. 주체적 수용이 반드시 무조건적 변형을 의미할 수는 없듯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제라도 힙합의 진정한 의미를 올바르게 파악하는 것이다. 한국화 작업은 그 본질을 이해하고 파악한 후의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이 네티즌들이 힙합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미 이러한 작업은 가요계에서도 많은 부분에서 그 성과를 드러내고 있기에 한국에서의 힙합은 그 미래가 어둡지 않다.

[2] 문화로서의 힙합

힙합은 음악만도 춤만도, 그리고 패션만도 아닌 이들 모든 요소를 포괄하는 문화로서의 개념이다. 힙합을 춤으로만, 음악으로만, 또는 패션취향으로만 이해하는 사람은 힙합의 어느 일면만을 바라보는 것이다. 철학가이자 DJ, 또 MC이기도 한 KRS-One은 힙합을 "미국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유일한 문화"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렇듯, 힙합은 하나의 문화 로서, 그 요소를 모두 나열하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나, 일반적으로 MCing, DJing, Tagging, 그리고 B-boying을 그 대표적 네 요소로 든다. MC는 Mic Checker 또는 Mic Controller의 약자로 말 그대로 관중들 앞에서 랩을 하는 사람을 가르킨다. 그러나 MC는 단순히 랩을 하는 사람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자신이 직접 가사를 쓰고, 그것을 관중들에게 선보이며, 이로써 평가받는 사람을 MC라고 한다. 그래서 유명한 MC인 Rakim은 MC를 "Move the Crowd(관중을 감동시키는 -자-)"라고 하기도 했다. 이 MCing의 요소가 바로 힙합음악에서 가장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DJ는 Disc Jockey의 약자로 MC에게 음악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과거에는 요즘과 같이 디지털음악재생기구가 발달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행사가 있으면 DJ들이 두 대의 턴테이블과 믹서로 음악을 틀어주었고 중간중간에 MC가 랩을 함으로서 힙합음악이 발달하게 되었다. 그래서 80년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MC들은 DJ와 함께 팀을 이루곤 했다(Eric B. & Rakim, Salt'n Pepa, RunDMC, GangStarr등). 물론 DAT와 같은 매체의 발달로 최근 DJ의 중요성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 많은 DJ들은 프로듀서로 활동하거나 DJing을 하나의 음악적 장르로 발전시켜 Turntablist란 명칭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Tagging은 Graffiti Artist들이 작품을 완성하고 자신들의 이름이나 별칭(initial)을 그리는 것을 말하며, 이들을 tagger라고 부르기도 한다. Graffiti Art는 벽이나 전철 또는 다리교각 같은 곳에 에어스프레이 페인트로 독특한 모양의 글자라던가 그림, 또는 문구를 그려 넣는 것을 가르키며, "범죄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의 형태이다. 오늘날에 와서는 Graffiti Artist가 더 이상 범죄자가 아닌 예술가로서 명성을 떨치기도 한다. 실제 미국에서는 각 도시마다 대표적인 Graffiti Artist들이 작품전을 열기도 한다.

B-boy(B-girl)에서의 "B"는 breaking (break dance)를 가르키며, 곧 B-boy는 Break Dance를 전문적으로 추는 사람을 일컫는다. DJ들은 간혹 음악을 틀다가 break(노래 중간에 비트만 나오는 구간)부분을 계속하여 들려주는데, b-boying은 이 때 이 break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원래 그 기반은 디스코 댄스이며, 차츰 독자적인 breakin 만의 기술 개발로 80년대 그 전성기를 이루었다. 미국에는 'breakin'을 전문으로 하는 댄스팀(Rock Steady Crew등) 이 구성되어 있으며 매년 패스티발을 열어 서로의 실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90년대 들어서는 힙합스타일이라고 하여, 보다 자유스럽고 즉흥적인 형태의 춤을 선보이기도 한다.

위에서 힙합의 대표적인 네가지 요소를 살펴보았지만, 이 외에도 패션이라든가 언어와 같은 많은 부문이 모두 힙합문화를 구성한다. 그러나 역시 이들 모든 요소를 일축하는 것은 바로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DJing과 MCing 모두 힙합음악을 그 대상으로 하고, B-Boying도 음악을 기초로 할 뿐 아니라, 패션등도 모두 음악을 기반으로 발전하였다.

다음 회부터는 힙합음악의 간략한 역사와 분류, 그리고 그 특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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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를범 딴따라분석 전문기자, 딴지일보)

"어떤게 진짜 힙합이냐?"
이 질문은 듀스가 무지막지한 춤을 추며 원류에 가까운 힙합을 처음 선보였던 92년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는 논쟁의 화두다. 간단명료하게 말하면 이런거다.

"흑인음악인 힙합을 그 스타일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옳은 거냐, 아님 한국식으로 소화하는 게 옳은 거냐?"

이 쌈은 업타운과 드렁큰 타이거가 본토 출신임을 강조하며 가요계에 등장하면서부터 더욱 가속화 되었다.지금은 걔들이 약 때문에 콩밥을 먹는 관계로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그래도 짚고 넘어갈 건 짚고 넘어 가야 한다. 큰데, 감방에서도 인터넷 되나? 걔들도 같이 함 봐봤으면 좋겠는데..

암튼, 업타운을 비롯한 교포 출신들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힙합은 미국 뒷골목 흑인들이 지네들끼리 주저리주저리 마음 속에 담은 얘기들을 지껄이면서 시작된 음악이다. 그 속엔 흑인들의 리듬감각과 분노와 모든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고로, 그 음악을 제대로 하려면 미국 뒷골목에서 흑인들이랑 뒤엉켜서 빠구리도 해보고 약도 해본 우리 같은 인간들이다…."

반대로 이현도부터 시작해 김진표, 허인창, 조pd, 거리의 시인들을 아우르는 국내파들의 주장은 이런거다.

"어느 민족의 문화건 다른 토양으로 옮겨졌을 때는 다른 모습의 - 그러나 근본은 같은 - 꽃을 피우게 마련이다. 힙합이 비록 흑인음악이나 우리에겐 우리만의 정서가 있고, 우리만의 표현방식이 있다. 고로, 한국에서 자라 한국인들의 고민과 문제를 잘 이해하는 우리가 하는 힙합이야말로 제대로다…."

다른 민족이 시작한 음악을 고대로 똑같이 따라 해야 할까, 아니면 우리식으로 변형해서 해야 될까… 어떻게 보믄 유치한 질문인데, 해답을 찾기는 의외로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럼 이렇게 함 질문을 바꿔 보면 어떨까? 로버트 할리와 DMX 중 판소리를 가르치면 누가 더 잘할까? 이다도시와 휘트니 휴스턴 중에 창을 배우면 더 잘 할만한 사람은? 업타운이나 드렁큰 타이거 관점이라면 식으로라면 당연히 로버트 할리와 이다도시일 거다. 한국에서 한국인들과 뒤엉켜 살면서 한국인들의 리듬감각과 분노와 모든 희로애락을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반대로 국내파들의 주장대로라면 판소리의 음악적 요소를 자신들 민족의 정서에 접목 시킬 수 있는 DMX와 휘트니 휴스턴 쪽이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되는거다.

아직 잘 이해를 못하겠다구? 이제 좀 더 실증적으로 설명해 보자. 일단 힙합음악이 갖춰야 할 요소가 무엇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야할 필요가 있겠다. 힙합의 음악성을 가름하는 요인은 랩퍼들이 발휘하는 Rhyme과 flow와 skill의 조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Rhyme... 요즘은 태사자나 엔알지 따위 그룹도 다 라임 정도는 맞춰가며 랩을 하고 있는 형편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고, 꼭 100% 지킬 필요는 없지만 점차 당연시되어가고 있으니 필수요소로 취급해도 별 무리는 없을 듯 하다.

그리고 Flow. 그렇게 정신없이 라임을 맞춰가면서도 전체 메시지가 분명하고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즉,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한다. 라임은 잘 맞는데 뭘 말하려고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랩이 된다면 낙제점이란 얘기다.

그리고 Skill. 숨을 쉬는 타이밍, 소리를 크게 내지르는 강약의 조절, 랩을 하는 톤의 분방함 등 랩을 듣는 이가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그에 대한 전달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드는 테크닉을 의미한다.

근데 이런것들보다 더 중요한 건 랩을 하는 인간의 사상 전달인데, 라임이나 스킬이나 플로우가 아무리 훌륭해도 이게 미달된다면 랩퍼로서는 낙제다. 말하자면, 듣는 이가 공감할 수 있고 함께 분노할 수 있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랩으로서 풀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랩퍼의 사상이나 사회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얘기.

이건 미국 랩퍼들만 봐도 대충 짐작 가능한 부분인데, 에미넴 처럼 동료 연예인을 찢어 밟는다거나, DMX처럼 세상에 피범벅을 한다거나, Dr. dre처럼 빠구리와 약물 얘기로 도배를 하는 등 자기의 주관적인 생각을 강하게 밝혀야 한다.

다른 이들에게 공감 내지는 반발을 살 수 있는 무게중심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윌 스미스 마냥 흔해빠진 사랑타령이나 시시껄렁한 내일의 희망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말이다. 자... 그럼 이런 관점을 정리해놓고 지금부터는 힙합음악의 본질에 어느 인간들이 더 가깝게 접근해 있는지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먼저 기술적 측면. 물론 미국에서 살면서 걔들이랑 빠구리도 많이 해보고 약도 해본 교포파 애들이 테크닉에선 약간 앞서는 면도 있을거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어로 랩을 할 때의 얘기다. 미국에서 온 애들은, 그 중요한 한국어 발음이 기초조차도 안 된다. 김인문 아저씨가 고함지르는 소리처럼 들릴 정도다. 이러니 당연히 가사를 직접 써서 라임과 플로우를 살리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얘네들은 아예 한국어가 안되는거다...

드렁큰 타이거 1집 가사는 김진표가 쓴거다. 물론 2집 가사는 지네가 썼다고 하지만 '카마카마' 내지는 '라샬락붐'과 같은 자아도취식 라임운용에 '가나다' 순차식 랩에서 '카'와 '타'의 순서를 뒤바꾸는 엄청난 실수(타오르는 열망으로 취한 나의 타령 카마카마카마카마 make a million.. 분명 '타'와 '카'가 바뀌었다.)를 저지르는 등 수준면에서 낙제점이다. 기성체제에 대한 반발의식의 표현으로 가나다 순서를 바꿨다고 하던데 그런 개소리는 앨범 속지에 적던가 발매 초기부터 미리 말했어야지 않겠나.

여하튼, 영어 랩을 하면 히어링 안되는 한국애들이 못 알아듣고, 한국어 랩을 해도 발음이 안 좋으니 알아듣기 힘든, 그런 비극적 상황을 연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국내파 랩퍼들의 경우 간혹 감각이 다소 처지는 측면도 있지만 한국어 라임에 있어서는 이미 경지에 도달했고(이현도가 보여준 '삐에로'의 ㄱㄴㄷ 라임을 떠올려 보라. ~겼어, ~녔어, ~됐어, ~라서... 예술의 경지다), 한국말을 잘하니 플로우도 큰 문제가 없으며 기술의 측면에서는 나날이 발전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 이번엔 음악에 담긴 메시지의 측면. 과연 업타운이나 드렁큰 타이거는 특출난 비판적 메시지를 음악 속에 담아 왔는가? 그들의 역대 대표곡들을 살펴보자. 업타운 1집 타이틀 곡 '다시 만나 줘' …후속곡 '서두르지 말아요'… 2집 타이틀곡 '내 안의 그대' … 죄다 사랑타령이다. 게다가 음악적으로도 베이직한 힙합이 아닌 뉴잭스윙 내지는 R&B 계열의 음악들이다. 간혹 '내일을 위해'가 사회비판적이라고 우기는 인간들도 있는데 그런 인간들을 위해 여기 특별히 그 가사를 준비해 봤다.

KOREA에는 여자rapper가 별로 없어 그래서 내가 왔다 그래서 미래가 여기 왔다. 모두 나를 따라 해봐 (하) 나의'rap'을 들어봐. (yeah...) 'rapper'라면 'beat box'도 할줄 알아야지. 잘 하지도 못하면서 잘난척하는 모든 'rapper'들은 이제 사라져.. 그런 사람들은 다 사라져. 쓸데없는 걱정은 모두 꺼져버려 사기치며 사는 놈들은 모두 사라져 버려 'back'도 필요 없고 법도 필요 없는 제대로 된 세상은 찾아온다 돈 없는 사람들도 힘 없는 사람도 다 같이 대접받는 행복하게 살수 있는 그런 세상이 찾아오는 그날까지 우린 노래한다 original gangsta rap 이 여기 있다.. 나는 가짜 rapper가 아니야 나는 studio gangsta rapper 가 아니야 나는 UPTOWN에 gangsta rapper-hectic 이다...

봐라... 먼저 비판하려는 대상이 뭔지 알 수가 없다. 한국힙합인지, 사회인지, 왔다리갔다리 한다. '사기치며 사는 놈들은 모두 사라져 버려' 같은 소리는 지나가는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거다. 세상에 사기치는 놈이 한둘이냐?? '힘없는 사람도 다 같이 대접받는 세상'이라고? 공익광고나 찍어라 임마들아...

이번엔, 비슷한 넘들인 드렁큰 타이거의 가사를 함 봐보자.

다같이 외쳐봐 사고 팔고 떠도는 너의 영혼을 그들은 아 그 귀신처럼 덤벼 보고 되고있어 자존심까지 화장으로 지워버려 차별과 가식으로 너를 묻어버려 타오르는 열망으로 취한 나의 타령 카마카마카마카마 make a million 파란 하늘향해 겨뤄 babylon 하늘을 향해 주먹을 질러봐 가위 눌리는 현실에서 깨어나고 싶어 나는 나 너는 너 그들을 따라가기 싫어 모두 다 의지를 버리지 말고 앞으로 밀고 나가봐 라일락 향기보다 달콤한 독을 알아봐 마구 입을 놀리는 내 주먹의 맛을봐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있는 우리인생들 사슬에 묶여 함께 끌려가는 인생들 아무리 외쳐봐도 듣지않는 그이들 자신의 노예 속박에서 뛰어나와서 차가워진 마음 녹여 모두다 다가와 더 타오르는 열망으로 취한 나의 타령 카마카마카마카마 make a million 파란 하늘향해 겨뤄 babylon 하늘을 향해 주먹을 질러봐

사회체제 전복을 시도하는 가사로다. 이런 식이라면 '요즘 애들 버릇없어' 를 부른 공일오비는 감옥 가야겠다. 글고 역시 업타운이나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비판하는지, 아님 인생사를 비판하는지... 알 도리가 없다. '의지를 버리지 말고 앞으로 밀고 나가봐' 따위 구절은 초등학생 웅변대회나 가져가면 딱 아닌가. 이 가사들에서 종합적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은, 교포출신들은 사회의 어떤 특정한 대상에 대한 직접적인 얘기는 입도 뻥긋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사 사회 이야기를 하더라도 간접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 애매모호한 이야기밖에는 하지 못한다. 날카롭게 확 도려내듯 사회의 문제와 사람들의 고민을 말하지 못하고 있는거다.

이들이 제대로 메세지를 전달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아마 걔들한테 미국을 비판해 보라면 2시간은 떠들어 댈 지도 모른다. 하지만 걔들은 한국을 모른다. 설사 한국을 알아도 한국어를 잘 못한다. 미국 사람이 한국에 대한 불쾌감을 한국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 자연히 노래가사는 사랑타령 내지는 애매모호한 희망과 미래의 이야기 투성이일 수밖에 없다. 게 너희가 말하던 '정통힙합'이냐...

조PD. 반면 국내파들의 메시지는 지극히 시기적절하면서도 현실적이다. 조피디의 1집에서 '용의 눈물 '의 가사를 보자.

아시아가 지배했으면 좋겠어 생각해봐 아시아가 지배했다고 생각해봐 지금쯤 모두들 온돌에 앉아 있겠지 땅에 눕겠지 생각해봐 빵보다 밥이 많겠지 중도 많겠지 아시아에 유학 오는 이도 많겠지 틀림없겠지 잘 사는 나라 하 하 한국 차가 포르쉐보다 후까시 더 잡아 옆에 서면 기죽어서 쫄기까지해 레이스 못해 (아시아가 지배했으면 좋겠어)그러면 좀더 편하게 살지 우리식 대로라면 쟤넨 꼼짝 못하지 뭐가 뭔지 모르지 그래야 덜 좆같이 살지 하루 이틀 아니고 이러다 게임 끝나겠어 이 모든게 아메리칸 컬쳐 모든 게 미국을 거쳐 그렇게 찾아대던 세계화 다시 고쳐 말하자면 미국 문화 그렇게 되는 시대가 와 그러면 지금 우리 문화를 고쳐, 말어?

직접적이면서도 구체적이다. 절대 업타운이나 드렁큰 타이거가 하듯 모호한 소리는 하지 않는다. 비판하려는 대상 설정이 분명하고, 그 대상의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그 대상의 앞에서 쫄거나 몸사리지 않고 맘에 있는대로 다 내뱉는다.

거리의 시인들의 과격함은 또 어떤가?

야! 너 이리와봐! (왜요?) 돈있냐? (없어요.) 야! 너 까불래? (아니요.) 맞을래? (싫어요!) 거리의 시인들 어제 밤도 나는 애들과 술 마시고 놀다가 춤추고 여자 꼬시다보니까 시간이 금방 흘러가 해가 뜨는걸 감상하면서 담배 한대 피다가 애들하고 쭈그려 앉아서 폼 좀 잡고 있는데.. 저 멀리 새벽안개와 담배연기 사이로 중학생인가 고등학생인가 어색해 보이는 꼬마가 지가 뭔데 교복바지를 힙합으로 꽈악 걸치고 겁도 없이 우리구역을 지나가는 거잖아..? 요즘 우리 학원가 주위에 자칭 " 거리의 시인들 " 이라 불리는 불량집단 출몰한단 소문 도는데 이것들 오늘 겁도 없이 멍청한 놈 돈 뺏었다나? 내 교무주임 28년 경력 이런 놈들 놔둘 수 없다! (맞아) 자! 정의봉 나간다. 받아라! 반항 할 생각 말아라. 요즘 애들 영악해 손찌검 제대로 못하는데(망할 놈들!) 몸 좀 풀어볼까? 내가 사실 이 아이를 때릴려고 때린게 아니라, 이 녀석이 건방지게 침을 뱉고 가길래 그냥 충고 몇마디 할려고 했었던 것 뿐인데 아, 얘가 자꾸자꾸 불러도 안오더라… 이게 지혼자 겁먹고 도망을 가다가 자빠진걸 가지고 내가 때렸다 했나본데 그러면 내가 조금 곤란하지… 당신 자꾸 이런 식으로 일 처리를 하면 안돼지. 내가 당신 누구 누군지 알고나 있는거요? 내가 이래뵈도…아, 이거 참… 여기서 내 입으로 해야 되나? 내가 아는 분이 금뺏지 달고있소. 금뺏지.

어떤 대상과 현상을 비꼬고 있는지는 옆집 알츠하이머로 고생하시는 할머니도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군데군데 해학적이기까지 하며, 통쾌함마저도 자아내고 있는 가사다. 아무튼 국내래퍼들의 경우 대부분의 나날을 한국에서 보낸 관계로 한국의 실정과 그 뿌리깊은 문제들에 대해서는 교포들보다 107.4배 더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듣는 이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이야기하는 능력에서 현격한 우위에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힙합의 본래 취지가 그런 것이 아니던가?

결론적으로, 힙합의 본래적 의미에서 볼 때 국내파들의 그것이 해외파들의 거시기보다 훨씬 본질에 근접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놀랍게도 우리 고유의 음악인 판소리와 힙합 사이에는 신기하리만큼 닮은 요소가 많이 있다. 사회적 하층민들이 자신들의 생활과 감정을 '사운드'가 아닌 '언어'의 형태로 풀어놓았다는 것, 그 공격 대상이 사회체제와 기득권 세력이라는 점이 흡사한거다. 또 구성방식에 있어서도 경이적인 유사함을 보이고 있다. 이건 담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기둘리시라...!

여하튼, 별 상관 없어 보이는 흑인의 문화가 우리의 옛 것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은, 외국의 문화를 고대로 판박이처럼 긁어다가 소화하는 태도에 대해 자성의 파동권을 날리는 충격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업타운이건 허인창이건 누구건 간에 결국 그들은 흑인이 아니며, 따라서 흑인이 하는 것을 아무리 따라해 봤자 유도지가 허준 따라잡는 것과 마찬가지란 사실이다. 한국사람은 흑인이 될 수 없다. 이현도의 말처럼, 한국에서 가능한 '완전힙합'이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리지널을 무작정 흉내낼 것이 아니라, 우리 식으로 발전시켜 나가려고 노력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로버트 할리가 10년을 연습한다고 조통달 선생만큼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깨닫게 되는 사실은, 어떤 문화의 형태도 다른 민족과 지역에게로 옮겨갔을때는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새롭게 표현될 수 있으며, 그것이 당연하기조차 하다는 사실이다. 또한 우리가 갖고 있는 문화와 다른 민족의 문화 사이에는 분명 어디엔가 겹쳐지는 부분이 생기게 마련이다. 모든 문화는, 또한 모든 음악은 하나로 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힙합이건 어떤 음악이건, 본토의 것을 그대로 따라하려고 발버둥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스타일에 맞게 재창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우리 문화와의 유사성을 찾아내어 그 만나는 접점에서의 발전가능성을 도모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에겐 우리식의 힙합 표현법이 있고, 그것을 발전시켜 나가면 된다는 게 오늘의 교훈이다. 아무쪼록 부디 감방 안에서라도 업타운이 그 닫힌 사고방식을 털고 새인생을 시작하기 바란다. 영어랩을 하고 싶으면 미국에서 활동하란 말이다… 근데, 콩밥이 걔들 입맛에 맞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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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프레시안)

"조중동이 <시사저널> 사태에 침묵하는 이유는?"
[방담]전·현직 기자ㆍ언론운동가가 본 <시사저널> 사태

어찌보면 한 주간지의 내부 홍역으로 치부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지난해 6월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이 삼성 기사를 일방적으로 삭제하며 불거졌던 금 사장과 기자들 간의 갈등은 이윤삼 편집국장의 사표, 이 사태에 반발하는 기자들에 대한 잇따른 징계로 이어졌다. 기자들이 '편집권 독립'을 주장하며 제기했던 단체협상은 결렬됐다. 지난 5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기자들은 금창태 사장 퇴진과 심상기 회장의 사태 해결 노력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사저널> 사태는 지난 9일 기자들이 빠진 채 잡지가 발행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있는 금창태 사장의 지휘 아래 편집위원 및 외부 필자들의 기고로 채워진 잡지가 지난 9일 899호에 이어 지난 16일에는 900호로 발행됐다.

기자들과 독자들은 이를 '짝퉁 <시사저널>'이라고 부르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금창태 사장은 편집인인 자신이 지휘하는 이상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며 '짝퉁'이란 용어를 쓴 필자들과 언론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독자 및 일반 시민들이 '나를 고소하라'며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19일 저녁 서울 충정로 <시사저널> 사옥 앞에서 '부활하라! 진품 시사저널' 문화제를 열었다. 고종석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 홍세화 <한겨레> 시민편집위원,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등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꾸린 독자 및 언론계 인사들은 앞으로도 사태 해결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의견을 곳곳에서 밝히고 있다.

이번 사태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이들은 모두 '초유의 사태'라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시사저널>의 문제가 결코 우연히 발생한 일이 아니라고도 말한다. 또 결코 한 주간지의 내홍 정도로 치부할 일도 아니라고 한다.

<시사저널> 사태는 민주화 이후 언론을 통제하는 가장 막강한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는 자본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언론과 자본의 관계를 화두로 이번 <시사저널> 사태가 갖고 있는 함의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류이근 <한겨레21> 기자, 최성진 전 <뉴스메이커> 기자, 이송지혜 민주언론시민연합 기획부장, 신호철 <시사저널> 기자가 참석한 이 방담은 지난 16일 서울 마포의 한 사무실에서 열렸다. <편집자>

<시사저널> 사태 뜯어보기

프레시안 : 여기 모인 분들은 현재 <시사저널>의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잘 알고 계신 분들이라 편하게 얘기했으면 한다. 다양한 각도에서 사태를 바라볼 수 있을 듯 하다. 이번 사태의 성격을 어떻게 보고 있나? 현재 발행되고 있는 잡지에 대한 소감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신호철: 지난 899호에는 '조중동 죽이려다 친여 매체 다 죽이나'라는 제목이 뽑혀 있었다. 이분법적으로 조중동과 친여매체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초등학생과 같은 사고다. <시사저널>이 산업잡지가 되는 것은 상관이 없는데 정치적인 성격이 변해가니까 문제가 있는 거다.

류이근 : '짝퉁' <시사저널>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기존 우리가 읽어 왔던 <시사저널>이 진품이었다는 얘기다. 지금의 <시사저널>을 메꾸고 있는 기사들이 진품과 어울리지 않게 돼버렸는데 앞으로도 이런 일이 되풀이 될 것 같다. 크게 보면 국민들이 원하는 잡지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 <한겨레>도 자유롭지 못한 편인데 다른 언론들이 이 문제에 너무 침묵해 왔다. 어느 언론사도 지금 <시사저널>이 겪고 있는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즉,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미시적으로는 언론사 내 편집권 독립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는지도 회의적이다. 대부분 언론들이 대기업 광고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그래서 언론들이 스스로 발언할 용기도 없을 뿐더러 발언할 때 불이익을 겪을 수도 있다. 구조적으로 그런 것들을 기자들이 발언할 수 없는 위치에 처해 있다는 얘기다.

서명숙 전 <시사저널> 편집장과 김선주 전 <한겨레> 논설위원 등 전직 언론인 선배들이 칼럼 등을 통해 '이게 기사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게 기사가 되는 것이냐'며 직접적으로 현직에 있는 기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제 기자들이 답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이송지혜 : 저도 이번 사태가 참 가슴아프다. 언론재단이 지속적으로 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과거에는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가장 큰 세력이 (정치)권력이라는 답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러나 87년 이후 민주화 과정 속에서는 1위가 사주, 2위가 재벌 또는 광고주의 입김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시사저널> 사태는 그것과 딱 맞닿아 있다. 삼성이라는 대기업의 외압을 경영진이 방어해줘야 할 텐데 오히려 기사를 빼고 편집권을 훼손했다. 그동안 언론재단의 조사에 나타났던 언론자유 침해의 가장 큰 두 가지 요소가 단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본다.

"더 이상 상식과 선의에 기댈 수 없는 문제"

최성진: 899호 이후부터 굉장히 혼란스러워졌다. 그 이유는 기자가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의지해 왔던 부분은 법보다는 상식이라는 잣대였고 그것을 믿고 기사를 썼는데, 899호 만드는 시점부터 사측에서 상식을 가지고 잡지를 만들고 있는 건지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삼성 기사 삭제 문제가 불거져서 장기간 파행을 겪고 있는 이때에 삼성 측과 관련된 인사가 와서 편집에 개입한다든가, 전직 <중앙일보> 기자들이 와서 편집을 한다든가 하는 부분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현직 중앙일보 기자가 커버스토리 썼는데 이런 행태가 상식 수준에서 이해될 수 있는 건지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

류이근: 상식에 지나치게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사실 899호를 이렇게 만들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우려했던 대로 만들었다. 자칫 상식에 기대하면 문제의 성격이나 사태의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1인 사주의 선의를 기대하긴 참 어렵기 때문이다. 1인 사주가 운영하는 매체들의 폐해를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봐 왔다. 정권, 자본의 압력이 그대로 편집국이나 기자들에게 투영되어 문제가 부각된 사례들은 많이 있었다. 사주들의 선의는 어디까지나 기업으로서의 매체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데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편집국과는 많이 다르다. 그것을 제도화시켜내지 못했을 때 편집권은 쉽게 위험에 노출된다. 최소한 사주가 갖는 소유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면 기자들은 편집권 문제를 제도화, 명문화 하지 않았을 때 사주의 선의에 쉽게 배반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최성진: 류 기자는 '선의'라고 했고 나는 '상식'이라고 말했다. 상식이면 '마땅히 그러해야 하는 것'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류이근: 취재 과정에서 금창태 사장을 만나서 깜짝 놀랐다. 편집국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기사를 들어낸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편집국 간부와 기자들을 징계조치 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다. 형식 논리로 보면, 또 사주의 상식으로 보면 자신이 발행인 겸 대표이사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주장했다.

또 놀랐던 것은 지난번 899호 발행 뒤 사태가 새롭게 전개된 점이다. 초유의 일이라고 하던데, 일을 저지른 것에 대한 뒷감당을 할 수 없어서 그런지 현재 잡지를 만들고 있는 책임있는 사람들이 아무도 말을 안하고 언론을 피하고 있다. 그 이전까지 인터뷰 등에도 떳떳하게 응하던 태도에서 바뀌었다.

신호철: 폭풍이 지나가길 바라는 것 아닌가 본다.

류이근: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금 사장이 원하는 것이 이런 형태의 잡지가 계속 생산되는 것인지, 아니면 기자들로부터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강행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만약 전자라면 가장 비극적인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이송지혜: 금 사장이 공동대책위원회로 꾸려진 시민단체들의 면담도 거부했다.

최성진: <중앙일보> 기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류이근: <중앙일보> 계열사가 899호부터 많이 참여했다. 실제 만들고 있는 편집위원들의 상당수가 <중앙일보> 출신이고, 그런데 정작 <중앙일보> 지면을 통해서는 시사저널 사태를 볼 수 없다.

"언론의 자유 외치던 조중동은 왜 아무 말도 없을까?"

최성진: 899호가 나오기 전까지는 냉정하게 말하면 <시사저널>의 문제였는데, 이제 더 이상 <시사저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언론에는 '왠만하면 다른 회사의 문제는 그냥 넘어가거나 침묵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류이근: 경쟁사 혹은 타 언론사의 문제이기 때문에 침묵하는 것은 비겁한 태도라고 본다. 취재하면서 '이제 그만해라', '경쟁지에 대해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침묵하는 것이 관행 아니냐, 이걸 깨도 되는 건가' 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굉장히 불편했다.

문제에 대해 방관, 동조, 침묵하라는 말이다. 기자가 갖고 있는 사회적인 역할이 사회 감시라면 그 사회라는 공간 안에는 언론도 들어간다.

최성진: 애초 이 사태의 발단이 삼성 기사에 있었고, 상식적으로 <중앙일보>와 삼성의 관계가 충분히 오해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사태의 와중에 <중앙일보> 기자가 <시사저널> 기사를 쓴다는 것이 문제다.

이송지혜: 언론의 자유에 대해 목소리 높이고 있는 조중동이 시사저널 사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우습다.

류이근: <시사저널> 자체가 한국 사회 내에서 가지는 독특한 역할이 있었다. 그런 잡지가 없어지는 것에 대해 조중동은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좋아하는 것 아닌가? 언론의 자유를 말했는데, 조중동은 이 문제를 언론의 자유라기보다는 자본의 자유로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편집권은 기자의 근로조건이다"

프레시안: 이번 사태를 대강 아는 독자들은 '기자들의 파업은 결국 독자들의 손해가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류이근: 노사갈등으로 보더라도 <시사저널>의 행태는 문제가 있다. 임명된 적 없는 편집위원들의 기사는 독자들에게 손해가 되고 있다. 독자들에게 제대로 된 인식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 언론이다. 그런데 조중동은 정확한 정보 제공을 하지 않고 아예 악의적인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송지혜: 또 사측이 대화 자체를 거부하지 않나?

신호철 : 미온적이다. '이거 이거 안 받으면 너네 맘대로 하라'는 식이다.

이송지혜 : 답답한 것이, 지금 시사저널 기자들은 과도하게 월급을 올려달라거나 후생복지와 관련된 파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 문제로 하는 파업도 정당하지만, 이번 문제는 그것이 핵심이 아니라 삼성이라는 기업의 압력을 받아 편집권이 부당하게 유린당한 점이다. 문제의 본질이 제대로만 전달된다면 대부분의 국민들이 사측이 잘못됐다고 할 수밖에 없다.

신호철 : 편집인은 편집권을 경영의 문제로 본다. 그런데 편집권은 기자의 근로조건이며, 노동의 권리 중 하나다. 노사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근로조건이다.

류이근: 기자들의 요구사항이나 정당한 편집권에 대해 명시적인 장치를 <시사저널>에서는 갖고 있지 않았다.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있을 수 있는 경우에 대한 대비가 너무 소홀했던 것 같다. <한겨레>는 사장이 발행인까지 맡고 있다. 그러나 편집인과 편집국장이 따로 있고, 편집국장이 최후 보루로서의 역할을 하고 편집인은 징검다리와 같은 역할을 맡는다.

"오만하고 예민한 기업의 '언론 검열'"

프레시안 : 물론 편집인, 편집국장의 편집권 문제도 언급돼야 한다. 그러나 결국은 경영과 맞물리는 광고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

류이근: 사실 현업에 있는 기자들도 거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사실 언론사의 광고국와 광고주는 통상적인 갑을관계가 역전돼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한 기업에 대한 기사가 크게 다뤄지면 광고국의 의견이 곧바로 기자한테 또는 데스크한테 간다. 이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언제든지 그런 일이 재발할 수 있고, 가장 약한 고리 중 하나다.

최성진: 기자로서 재벌 관련된 기사 쓰는 것은 매우 어렵다. 보통 미담이나 선행으로 기사를 쓰는 경우가 아니라 재벌의 비리 문제 등에 관한 기사를 쓸 때면 필수적으로 해당 기업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취재해야 한다. 그럴 때 홍보실을 통해 취재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인데 그렇게 되면 바로 광고국으로 접촉이 들어와 일종의 딜을 제의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서 기자 개개인 스스로도 일종의 자기검열 비슷하게, 최소한 귀찮아서라도, 재벌관련 기사는 잘 쓰지 않게 된다.

프레시안 : 예전에는 권력을 가진 기관이 검열을 했다면 이제는 결과적으로 재벌들이 검열을 하는 격인 것 같다.

류이근: 재미있는 것이 사람들이 부당한 권력에 대한 저항은 쉽게 받아들이지만, 자본의 횡포나 부당한 압력에 대해서는 조금 느낌이 다른 것 같다.

또 우리가 잡지를 만들어서 파는 과정도 일종의 자본의 행위이기도 하다. 자본주, 재벌들의 문제제기와 간섭에 대해 기자들이 체감적으로 가장 큰 압력 중의 하나라고 꼽기도 하지만 역으로 그에 대한 문제의식은 덜하다.

이송지혜: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삼성은 언론인들을 잘 관리하기로 유명하다. 쟁쟁한 언론인 출신들이 그 홍보실에서 활동하고 있고, 이렇게 밖으로 표출된 <시사저널> 사태 외에 드러나지 않은 삼성과 관련된 이런 일들이 굉장히 많을 것 같다. 어제 에버랜드에서 사고가 났는데 몇몇 언론에 의해 알려졌는데도 '모 놀이동산'이라고 한 언론도 있었다.

최성진: 심지어 몇몇 경제지는 이 에버랜드 사고를 쓰지도 않았다.

류이근: 대기업들이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기사를 막으려는 것은 본능에 가까운 몸부림이다. 당위적으로 그러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설득력이 없다. 결국 문제는 기자들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것 같다. 사주, 조직이 그런 압력을 이겨내야 한다. 모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모기장을 촘촘히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성진: 해당 기자가 대응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피땀 흘려서 생산한 기사를 끝까지 지켜내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기자 개인의 영역이나 시사저널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조직에서 그걸 지켜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일 수도 있다. 내 생각에는 민언련, 기자협회, 언론노조 등에서 기구나 제도적 차원으로 접근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송지혜: 그런 측면에서 공영방송이나 특정한 사주가 없는 <한겨레> 같은 매체에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다. 기업은 물론 자신의 이해관계와 관련해 회사에 불이익이 돌아가는 기사를 막는 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지만, 삼성같은 그룹은 우리나라 최대의 기업이라는 점에서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도 분명 있다.

따라서 언론으로부터 감시받고, 사회의 여러 다른 관계 속에서 감시받고 견제받는 가운데 운영해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이것을 부당한 개입이나 외압을 통해 해결하려 한 것은 삼성이 마땅한 비판 받아야 할 문제다. 삼성은 'X파일' 사건부터 시작해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데 제대로 단죄받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꾸 이런 식으로 편법으로라도 자신과 관련된 부당한 기사를 막으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 이런 기업이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라는 것이 가슴아프다. 누구로부터도 비판받고 평가받지 않겠다는 태도는 정치권력보다 더 오만한 태도다.

최성진: 기업에 해가 되는 기사를 막는 것도 있지만 사주와 관련된 평범한 기사들마저도 무조건 내지 말라고 요구한다. 오만한 자세와 더불어 상식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예민한 자세라고 본다.

"실제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들이 상상하는 '삼성의 힘'이다"

프레시안 : 요즘 언론의 경제적 종속의 문제는 꼭 기업에 의해서만 제기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최근 <한겨레>나 <경향신문>이 금속노조의 의견 광고를 거절했던 일도 있다. 이미 언론 자체 내부에 상당히 기업 또는 재벌의 속성이 들어와 내면화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되는데….

류이근: 기본적으로 수입의 80~90%를 광고에 의존하니까 발생하는 문제다.

신호철 : 그 중에서도 삼성과 기타의 기업은 차원이 다른 것 같다. 이번 사태가 진행되는 가운데 사람들을 접촉하면서 곳곳에 삼성의 힘이 계측된다. '시사모' 등에 이름을 넣어달라고 얘기해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삼성을 의식하는가, '삼성 의식지수'가 나타난다. 삼성의 일이라 그런 일은 안 하겠다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다. 당장 오늘 방담도 섭외하는 과정에서 두 명이 안 됐다.

사람들은 삼성의 실제적인 힘을 의식하는 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힘을 상상한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이다. 다른 기업하고는 차원이 달라지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명시적인 편집권 규약과 사회적 기구 마련, 대안 될 수 있다"

프레시안 : 삼성이라는 권력이 언론과 닿아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는 광고 때문 아니냐. 그 고리를 끊기 위해 언론사의 수익구조를 개편해야 하나?

류이근: 상당히 본질적인 문제다. 모든 잡지들 마찬가지일 텐데 삼성의 광고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수익구조 개편은 현재의 사태를 해결하는 방식이 될 수는 없으며 대략 열 발자국쯤 앞서나간 생각인 것 같다. 삼성으로부터 광고를 받으면서 발생하는 긴장감, 이것을 어떻게 관리해 나가느냐의 문제다.

사주의 의지도 중요하고 편집권을 지켜내려고 하는 기자의 의지도 중요한 것 같다. 미시적으로는 광고주와 관련된 기사를 넣고 빼고, 톤을 조절하는 문제와 관련해 편집국과 광고국 간에 어떤 관계가 설정되어야 하는지 좀 더 명시적으로 규정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송지혜: 재벌의 언론관리가 단지 광고만 갖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연수 등으로 언론인들을 관리하는 수단은 많다.

류이근: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모순이다. 영세한 언론사에 종사하는 기자들의 경우는 자본주들이 제공하는 기회를 통해서 연수도 가고 때로는 그들의 협찬을 통해 취재를 할 수도 있다. 그런 것을 모두 떠나 청정지역에 살고 싶다? 현실성이 없다. 오히려 돈 많은 언론사는 현실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최성진: 지금 <시사저널> 사태와 같은 일을 어떤 개인의 영역이나 하나의 매체에서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연대의 틀을 모색해보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기자협회라든지 관련 단체들이 많이 있지 않나. 재벌 관련 기사로 인한 연대 같은 것을 하나 설치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생각한다.

이송지혜: <시사저널> 공대위가 사실 그 두 가지에 대한 고민을 같이 안고 있다. 당면해서는 '시사저널 편집권 독립'과 관련된 공대위이지만 그 공대위에서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것은 '자본으로부터 언론 독립'이다.

<시사저널>의 건강한 기자들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로 던져진 것 같다. 암담하지만 쓰레기통에서 핀 장미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그냥 묻히고 넘어갈 수도 있던 문제였는데 한가닥 희망을 본 것 같다.

프레시안: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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