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운동권, 사교육 시장 '완전정복'

(출처: 오마이뉴스)

"386운동권이 사교육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그에 대해 뭐라고 할 말은 없다."
386운동권 출신으로 사교육 시장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강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지난 6월 김진경 전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운동권386들이 사교육시장을 장악했다"며 "사회를 변혁시키겠다던 사람들이 이제는 학원 장사를 해서 떼돈 버는 세상이니 도대체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일부에서는 '운동권에 대한 적절한 비판'이라며 박수를 보냈고, 일부에서는 '망발'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운동권들의 사교육 시장 장악은 업계에도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진 얘기다. 386운동권의 사교육 시장 장악은 현재의 입시제도와 한국적 학벌주의가 만들어 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 말은 단순한 논리로 설명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들은 왜 사교육 시장에 강자로 등장했나

386운동권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94년 수학능력시험으로 입시제도가 바뀌고, 논술 비중이 높아지면서부터. 운동권들은 비판의식과 종합적인 사고를 요하는 언어영역과 논술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입시 경향이 통합교과형으로 바뀌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2008년 입시부터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이 통합교과형 논술을 대학별 고사로 선택하면서 사교육 시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송파구에서 논술학원을 경영하고 있는 L씨는 386이 사교육 시장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수능의 주요 출제자들이 80년대 중후반에 석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들로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교수들이다. 그들의 논문주제는 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언어 시험에 월북 작가들의 작품이 나오고 민중정서를 담은 이규보나 정약용의 작품이 자주 출제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386이 겪었던 비판정신과 출제 경향이 유사하다."

사실 386운동권들의 사교육 시장 진출은 생계형에서 출발했다. 80년대말과 90년대초에 사회에 나가 마땅히 뿌리내릴 곳이 없었던 이들은 운동에 한 발을 걸치고 밥벌이를 위해 학원강사로 뛰었다.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돼 사교육 시장으로 진출한 이들도 적지 않다. 386운동권들이 사교육 시장에서 입지를 넓힌 결정적 계기는 90년대 후반 강남 대치동 학원가가 커지면서부터다. 여기에 2000년 대학 수시 시장확대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386운동권 출신들이 주도하고 있는 학원은 조동기논술학원, 유레카논술아카데미, 초암논술아카데미, 플라톤청솔학원, 학림학원, 청산학원 등이다. 이들은 소규모 학원에서 출발해 영역을 전문화하면서 규모를 확장시켰다. 이들 학원 대부분은 현재는 100명이 넘는 강사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출판부, 논술연구소, 어학원을 부설로 두고 기업형으로 움직인다. 인터넷 강의가 일반화된 지 오래다. 이들 사교육 시장의 정점에는 코스닥 상장기업 메가스터디가 있다. 이들 학원들은 네트워킹을 통해 서로 그물처럼 연결돼 있다.

사교육시장에서 돈 벌어 비정규직운동... 정치권 진출도

민주노동당 중앙연수원장을 역임한 황광우(서울대 77학번)씨는 플라톤청솔학원에서 논술강사로 이름을 날렸다. 황씨가 지은 <진리는 나의 빛> <황씨 아저씨네 논술 서리>는 논술교재로 유명한 책이다. 도시형 대안학교 '이우'의 교장인 정광필(서울대 78학번)씨도 플라톤청솔학원에서 논술 강의를 했다. <르몽드 코리아>의 대표이사인 박승흡(서울대 80학번)씨는 국어교사 출신으로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됐다가 논술강사를 시작했다. 그는 학원강사로 뛰면서 번 돈으로 비정규직센터를 만들었고, 노동전문지인 <매일노동뉴스> 발행인을 맡기도 했다.

전대협 2기 출신인 조동기(고려대 85학번)씨는 강남 대일학원에서 국어과목으로 스타강사 대열에 들어선 이후 97년말 대치역에 '조동기국어논술학원'을 열어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핵심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현재는 전국에 19개 분원을 마련하고 올해 매출목표를 400억원으로 잡고 있다.

강동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청산학원을 이끄는 쌍두마차인 최원극(외국어대 84학번)씨와 박영재(서울대 84학번)씨는 주체사상쪽 조직이던 자주민주통일(자민통) 소속으로 골수 운동권이었다. 91년 속셈학원 수준으로 출발한 청산학원은 과학고, 민족사관고, 외국어고 전문학원으로 성장해 매출 100억원대의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논술과 구술 면접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고 22개 분원을 두고 있는 유레카논술아카데미의 대표강사 장민성(서울대 81학번), 박홍순(성균관대 82학번)씨는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계로 분류된다. 박홍순씨는 민주노동당 중앙당 기획위원장을 역임했으며 2004년에는 구로갑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노원구에 있는 학림학원의 채광석(성균관대 87학번)씨는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으로 운동권의 유명한 시인이었다. 학림학원에는 성대 운동권 출신들이 강사로 다수 포진하고 있다. 초암논술아카데미 대표강사인 이윤호, 송재인씨도 80년대 초반 학번으로 운동권 출신들이다.

과학탐구 영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연봉18억원을 기록한 이범(서울대 88학번)씨도 좌파 운동권의 이론을 제공했던 <학회평론>의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학원 사업을 하다가 정치권으로 진출한 경우도 있다. 열린우리당 정청래(건국대 85학번)의원과 정봉주(외국어대 80학번)의원은 길잡이학원과 외대어학원을 운영하다가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경우다.

총학 집행부 회의같은 마라톤 강사회의

운동권들의 사교육 성공비결은 끈끈한 연대감과 네트워크, 조직관리능력, 친화력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철저한 친분과 인맥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한 학원의 경우 강사 회의가 총학생회 집행부 회의와 비슷하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들린다.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회의도 학생운동 시절 마라톤회의를 연상케 한다. 초암논술아카데미의 경우 일요일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교사 80여 명이 각 학년별로 세미나를 진행한다. 아이들이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 과연 그것이 강사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토론하고 고민한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시험에 나올 법한 문제'를 찍어낸다. 철저히 경쟁시스템이 도입된다. 사교육이 공교육을 앞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세미나가 끝나면 뒷풀이가 진행된다.

이러한 386출신의 사교육 시장 활약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사회 변혁을 외칠 때의 모습과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교육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공교육 취약성과 입시 중심 체제에 대한 진단없는 비판은 현실과 동떨어진 감상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386출신 학원 관계자들은 인터뷰 요청에 "이야기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지금 구조대로 가면 공교육은 사교육 시장에 먹힐 수밖에 없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이들은 공교육의 상징이 된 전교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386출신의 한 학원장은 "전교조가 아니라 전개조(전체가 개조대상이라는 의미)"라면서 "변화하지 않고, 교원평가제에 부정적인 모습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한만중 전교조 전 정책위원장은 "사교육 업체들이 교과서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공교육을 포위할 정도로 성장한 상태에서 공교육의 취약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면서 "사교육을 이기는 공교육은 현실 조건에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386은 이미 중산층, 비판은 무의미하다"

한편에서는 사교육을 통해 제도가 담아내지 못하는 새로운 내용을 담아내겠다는 목소리도 있다. 초암논술아카데미 이윤호 대표강사는 "학교교육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 한계를 21세기 대안적 교육을 통해 극복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초암논술아카데미는 '풀로 엮은 집' 등의 문화사업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386운동권 출신이자 대치동 전문학원 1세대인 김찬휘(서울대 83학번), 한석원(서울대 83학번), 이범(서울대 88학번)은 무료인터넷 강의를 통해 교육기회의 평등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올해 3월 인터넷 공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죽음의 삼각형 : 누가 우리를 미치게 만드는가'라는 제목의 동영상은 2008년 대입이 내신-수능-대학별 고사로 이뤄진 최악의 균형이라며 혹평했다. 이 동영상은 학교-학원-대학을 동시에 비판하고 있다. 2008학년도 대입은 논술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 시장을 팽창시키고 있다. 지난 4월 <대우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사교육 시장 규모는 현재 16조8000억원에서 계속 확대될 전망"이며 "향후 5년은 고등학교 학생수가 증가하는 황금 시기"라고 규정했다. 이 때문에 언론사와 학원이 손잡고 논술강사 양성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강사를 확보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결과적으로 학교-학원-대학의 균형보다는 사교육 쪽에 더 많은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 시장질서에서 철저히 살아남아야 하는 386세대에게 운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공교육 약화의 책임을 돌리기는 힘들다. 논술강사를 하고 있는 J(서울대 인문대 박사과정)씨는 "이미 중산층에 편입돼 있는 386운동권들을 비판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면서 "예산을 가지고 정책을 움직일 수 있는 국가가 국립과 사립의 경계를 명확하게 하고, 차별화된 지원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지역 특목고의 한 교사는 "교사 1인당 학생수를 현재 35명에서 20명으로 낮추고, 학교조직 슬림화를 통해 운영의 자율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면서 "다양한 방식의 공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현실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암C&C 이윤호(44)대표는 잘 나가는 논술강사다. 81학번인 그는 대학시절을 뜨겁게 보냈다. 대학을 3군데나 옮겨 다니면서 학생운동을 했고, 90년대에는 문화운동을 했다. 잡지 <리뷰> 만들 돈을 구하기 위해 13년 전 처음 학원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일정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사교육과 공교육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분법적 구분은 무의미하다는 이야기다. "현 제도 속에서는 공교육이 아무리 개혁을 외쳐봐야 틀을 깨고 나오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교육주체 만들기가 중요한 것 아닐까요." 이윤호 대표가 공개한 자신의 월급은 비수기인 요즘 200만원 내외. 물론 한참 잘나가는 입시 시즌에는 하루 15시간 강의를 해서 한 달에 3000만원 이상을 번다. 몇 달 일해서 1년을 먹고 사는 셈이다.

사교육 시장에 진출하면서 고민이 많았지만 그는 대안적 교육을 지향하는 것으로 그 고민을 해결하고 있다. 시장적 질서와 가치적 질서의 균형을 부여하려고 애쓴다. '풀로 엮은 집' 운영은 그러한 고민의 산물이다. 이곳의 다양한 강좌는 민예총 문예아카데미를 연상시킨다. 초암논술아카데미는 94년 출발해서 직영학원 5개를 포함해 서울과 경기에 8개 학원이 있다. 홈페이지에 밝힌 내용을 보면 2005년 1월까지 약 2300여 명이 수강하고 있으며 140여 명의 강사가 있다. 강의배정이나 수익배분에 있어서도 스타시스템에 의존하기보다는 함께 나누는 방식을 중시한다. 매주 일요일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진행하는 80여명의 학원강사 세미나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토론하는 자리다.

21세기 새로운 교육 모델 지향이 이들의 목표다. 이 대표는 386운동권의 비판과 자유로움이 조직을 건강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도 알고 있다. 사교육 시장이 결국 양극화나 신자유주의적인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아니, 양극화를 고착화시키는 역할을 사교육이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교육 시장에 진출한 386이 비판도 많이 받고, 왜 그런지 이유도 알지만 나름대로의 건강성도 있다고 봅니다.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일정한 합리적 인식이 있다는 것은 교육을 합리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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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사 금지`가 이들을 키웠다

(출처: 중앙일보)

강남의 사교육 논술시장의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대형 논술학원의 1년 매출이 100억원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수백억원은 족히 될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개인적인 논술 과외까지 감안하면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진다. 이 거대한 시장의 승자는 1980년대의 386 학생 운동권 출신들이다. 강남 입시 논술시장의 양대 봉우리인 유레카와 초암을 비롯해 C, N, H 학원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학원들을 움직여 가는 주력이 바로 386 운동권이다. 강남의 논술 명문학원 중 비운동권 출신이 대표강사인 곳은 몇 안 된다.

사교육 시장이 번성한 가장 큰 배경은 널뛰기를 거듭한 정부의 교육정책이다.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을 학부모들이 사교육으로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동권 386들은 대체 어떻게 강남의 논술 시장을 석권하게 됐을까. 혹시 그들이 과거의 운동권적 사고방식을 학생에게 주입하는 건 아닐까.

◆ 밥벌이 위해 시작했다 = 80년대가 운동권의 시대였다면 90년대는 운동권 좌절의 시대였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사회주의권의 해체, 소련의 몰락은 운동권에 커다란 좌절과 동요를 불러 왔다. 국내에선 군사정부가 물러나면서 운동권은 투쟁의 대상을 잃어버렸다. 80년대의 운동권이 90년대 중반 학원계에 투신한 것은 '밥벌이' 때문이었다. 초암아카데미 노원초암 함경목 원장은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는 선배의 제안을 받고 논술강사가 됐다. 그는 "학원강사는 이력서를 낼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한때 제적되거나 감방 경력이 있는 386 운동권은 90년대에 정상적으로 갈 곳이 많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과거 경력을 캐묻지 않는 학원으로 몰렸다는 것이다.

학림논술연구소 대치본원 강상식 원장도 "(2001년) 9.11 사태가 터져 토론을 하다가 선배가 '너 지금 뭐 하냐'하며 논술 교재를 준 게 (내가 강사가 된) 계기였다"고 말했다. 이런 인연과 결속력으로 이들은 빠르게 논술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다 보니 특정 학원에 같은 계열의 운동권 선후배가 많다. C학원의 경우 노동운동을 했던 민중민주(PD) 계열이 많다. A학원엔 박노해 시인 등이 관련됐던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 관련자들이 있다. 대학과 노동운동 현장 혹은 감방 생활의 선후배 간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학원에 PD 출신이 많고, 어느 학원에 민족해방(NL) 계열이 많다는 건 이들 사이에선 다 알려진 비밀이다. 하지만 학원 측은 학원강사들의 과거가 외부에 알려지는 게 내키지 않는다.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였다.

◆ 정부 정책 덕분에 컸다 = 94년 주요대학에서 사실상의 본고사가 부활됐다. 그 무렵엔 논술시험인 국어와 영어.수학 시험을 봤다. 그런 분위기에서 초암(94년), 유레카(96년)가 생겼다. 조모 강사는 "수요가 늘게 되면서 논술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97년 이후엔 논술고사만 남았다. 학교 교육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본고사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결국 99년부터는 논술고사가 주요대의 입시를 좌우하게 됐다. 당시 초암과 유레카는 서울대 등 주요대 합격자를 많이 배출했다. "잘 가르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이 두 학원은 급속히 성장했다.

초암아카데미의 이모 대표는 "당시 17명의 학생이 있었는데 세 명은 경희대 한의대, 연세대 의대, 이대로 갔고 나머지는 모두 서울대에 진학했다"며 "다음해 목동에 분원을 냈는데 240명 정원에 1200명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2008학년도 서울대가 논술을 통합교과형으로 바꾼다고 발표하면서 사교육 시장은 다시 한 번 폭발했다. 초암아카데미 성민기 원장은 "시장은 냉정하다"며 "가치가 있으면 투자가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 운동권이어서 성공했다 = 80년대 운동권에선 PD와 NL 계열 사이에서 치열한 사상 투쟁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수시로 팸플릿이 회람됐고, 수없는 세미나와 토론, 대자보 작성이 이뤄졌다. 대중 설득도 중요한 실력이었다. 386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논리를 세우고 상대방의 허점을 공격하는 기술을 익혀 나갔다는 것. 조모 강사는 "운동을 하면서 10여 년간 학습을 했다. 운동권 아니면 체계적인 학습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상식 원장은 "우리는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과 대안, 헌신성이 있었고 자기계발에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운동권이었기에 논술시장에서 성공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강사는 "비운동권 출신들은 거대 담론을 접할 기회가 적었고, 한 분야에서만 강해 논술 강의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초암아카데미 함경목 원장은 "90년대 이후는 운동권이 취약해 논술 시장에서 크지 못했다"고 했다.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에 대해 이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조모 강사는 "누구도 밥벌이를 나쁘다고 할 순 없다"며 "우리의 공통 가치는 '우리는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학림논술연구소 대치본원 강상식 원장은 "공교육의 토대를 약화시키는 데 대해 원죄 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고정애 기자, 강승우 김윤미 인턴기자 / 사진 = 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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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 2006-09-20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0년대 치열하게 투쟁했던 이들을 대학 출신에 국한하는 것도, 서로 다른 정치적 목표와 활동방식을 가진 이들을 '386'이라고 뭉뜽그리는 것도, 사교육 자체의 폐해와 사교육에 몸담고 있는 특정 집단의 아이러니를 뒤섞는 방식도, 엉터리 일색이다.

비로그인 2006-09-28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86이라는 말에 벌써 학번이 들어 있으니까요... 이른바 운동권이 사교육 시장에서 엄청난 돈을 벌고, 또 그 돈이 운동단체에 기부되는 거.. 참 아이러니하죠.. 어떻게 생각해야 할 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