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매일경제)

국제 방송영상 콘퍼런스(BCWW) 개막  
`미디어 전쟁` 시대다.

전통적인 아날로그TV가 케이블TV에 위협받던 시대도 먼 옛날 이야기처럼 들린다. 미디어전쟁에서 공중파TV시대는 저물고 인터넷프로토콜TV(IPTV)가 최후 승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된 국제 방송 콘퍼런스와 방송영상견본시인 `BCWW(Broadcast Worldwide) 2006`에서 미디어의 미래가 그처럼 예견됐다. 다음달 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콘퍼런스에는 세계 20여 개국 주요 방송ㆍ통신 전문가 84명이 참석해 방송ㆍ통신 융합시대의 정책방향과 IPTV,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모바일TV 등 다양한 뉴미디어산업의 미래를 조망할 예정이다.
 
30일 오전에 열린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노르베르트 슈나이더 독일 NRW 미디어청장은 향후 미디어의 경향과 그 치열한 경쟁 양상을 소개했다. 그는 미래 미디어의 특성 안에 개인화와 세계화가 공존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역시 디지털화가 자리잡고 있어서 이런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예가 바로 인터넷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화는 조용한 혁명과도 같아서 어느새 뒤돌아서면 디지털화가 기존 미디어를 해체하고 있을 것"이라며 "콘텐츠의 양은 늘어나지만 이를 전송하는 속도가 단축되는 상황은 미디어간 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슈나이더 청장은 향후 5년 전 세계 미디어산업에 대한 전망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디지털이 미디어를 바꾸고 △디지털이 미디어 기업의 투명성을 요구하며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이 늘어나고 △공중파 방송이 권력을 잃어가며 △결국 미디어 최후 승자는 IPTV가 될것이라는 설명이다.

우선 디지털은 미디어를 좀 더 혼란스럽고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슈나이더 청장은 예고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오직 전문가만이 미디어를 통해 살아남을 수 있으며 미디어는 자동차업계를 대신해 향후 주력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요지다.

아울러 미디어 비즈니스만큼 투명성을 요구받는 산업도 없을 것이란다. 슈나이더 청장은 "향후 미디어가 개인 시청자나 독자를 직접 상대할 가능성이 큰 만큼 미디어 기업은 반드시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슈나이더 청장은 스포츠와 음악 그리고 각종 이벤트 등 흥미로운 콘텐츠들이 소비자 개인에게 크게 각광받음에 따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 그룹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제시했다. `개인화와 세계화의 공존`이라는 미디어 전망에 딱 들어맞는 설명이다.

공중파 방송이 서서히 권력을 잃어간다는 주장에 대해 슈나이더 청장은 최종 소비자가 어디에 있느냐란 점을 들었다. 즉 미디어 권력은 기존 방송사에서 플랫폼 업체나 유선방송국(SO) 등 소비자에게 좀 더 가까운 기구로 옮겨갈 것이란 설명이다. 따라서 방송업체간 경쟁은 앞으로 플랫폼간 경쟁으로 탈바꿈할 것이며 그 가운데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미디어 기업은 고객에게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업체가 된다.

슈나이더 청장은 "결국 소비자 접근성을 고려할 때 IPTV가 가장 유리하며 결국 IPTV가 기존 공중파 방송사가 누리던 권력을 향유해 미디어 전쟁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미디어업계에 대해 "법과 경영 그리고 문화 등 거의 모든 요소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미디어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만큼 미디어는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상파 중심 방송시장 붕괴"

슈나이더 청장에 이어 기조연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다카무라 유타카 일본 익스프레스 사장은 지상파 방송시장의 붕괴를 예고했다. 익스프레스는 일본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모바일 콘텐츠와 DMB산업에 주력하고 있는 업체.

다카무라 사장은 "현재 일본 지상파TV 시청률은 점점 낮아지고 있어 62%까지 떨어졌다"며 "소위 `킬러 콘텐츠`는 더 이상 지상파가 소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의 다양성 측면에서 지상파가 점점 밀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카무라 사장은 "오히려 DVD플레이어 보급률이 일본 내에서 현재 60%에 달해 매출액도 급증하고 있다"며 "갓 태어난 아기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1인당 1장 이상 DVD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의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브로드밴드(broadband), 즉 광대역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광대역은 주파수 분할 다중화 기법을 이용해 하나의 전송매체에 여러 개의 데이터 채널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다카무라 사장은 일본기업 유센을 예로 들며 "유센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광대역을 통해 제공하는 무료 동영상이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며 "매달 1500개의 콘텐츠를 소비자 맞춤형으로 전송하는데 현재 등록회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한편 다카무라 사장은 한국이 미래 미디어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할 콘텐츠 영역으로 드라마를 꼽았다. 그는 "일본은 `겨울연가` `대장금` 등 드라마에서 한국에 밀리고 있다"면서 "한국이 경쟁력 있는 부문에 집중한다면 불투명한 미디어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것"이라고 조언했다.

"전화ㆍTVㆍ인터넷 묶는 광가입자망 뜰것"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 그리고 미디어 컨버전스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우선 이마가와 다쿠오 일본 총무성 통신국장은 `방송ㆍ통신 융합시대 경쟁과 공익`을 주제로 한 세션에서 일본의 미디어 발전 현황과 과제를 진단했다. 이마가와 국장은 "일본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모바일 전화기 사용자 수가 기존 가정 전화기 사용자 수를 앞지르기 시작했다"며 "케이블을 결합한 브로드밴드와 IP전화가 그 후속 세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무선 랜 기술은 발전에 한계가 없다"며 "휴대폰을 통한 모바일 콘텐츠는 다양한 상업기능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인터넷보다 최대 20배 이상 빠른 속도로 접속이 가능한 광가입자망(FTTH)에 주목했다. 이마가와 국장은 "광가입자망 시장이 일본에서도 크게 성장할 전망인데 이는 전화와 TV, 그리고 인터넷을 결합한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를 제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콘텐츠 공익성을 갖추기 위한 법 제도 정비가 한창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이마가와 국장에 이어 발제를 맡은 김도연 국민대 교수도 "방통 융합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을 때 경쟁으로 인한 많은 혼란이 예상되며 무엇보다 공공의 이익이라는 중요한 목적이 위협받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오후 계속된 `미디어 컨버전스의 모델` 세션에서는 각국의 미디어 융합 사례가 대거 소개됐다. 사이먼 브로드 영국 BBC방송 서비스개발팀장은 "이제 TV는 거실에서 사라지고 있다"며 "BBC가 시도하고 있는 컴퓨터와 모바일, 대형스크린 관련 사업과 내비게이션을 활용한 소비자 성향 분석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시장조사분석 기관인 카간 리서치의 벤 르네커 수석 애널리스트는 최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오버더탑비디오`(OTV: Over the top video)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OTV는 소비자가 광대역밴드를 이용해 TV 채널 소유자에게서 채널을 직접 제공받는 서비스다. 벤 애널리스트는 "OTV를 통해 소비자들은 스포츠와 여행, 그리고 음식 관련 `틈새` 채널들을 새로 확보하고 있다"며 "주문형비디오(VOD) 형식을 취함으로써 시장 반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OTV가 아날로그식 케이블 체계에 심각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비디오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과정에서 네트워크 오류 문제가 간혹 발생하는 등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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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9-01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중파의 위력이 약화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IPTV의 승리로 이어진다는 건 좀 지나친 비약 아닐까요? 오히려 독점매체가 없는 유비쿼터스 시대의 개막이 맞다고 봅니다만.

sb 2006-09-03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비쿼터스와 독점매체의 관계는 무엇인지요?

조선인 2006-09-03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디오의 시대, (지상파)TV의 시대와 같은 특정매체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진다는 거죠. 집이냐 사무실이냐 자동차냐에 따라 각기 다른 매체와 컨텐츠를 이용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sb 2006-09-03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PTV를 라디오나 지상파TV처럼 '특정매체'로 바라볼 수 없지 않을까요? 저는 '기존 매체들의 통합 내지 흡수'라는 측면에서 IPTV를 봅니다. 라디오와 지상파TV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이미, 라디오나 TV수신기가 아닌 인터넷을 통해 컨텐츠만 이용하니까요. 조선인님께서 말씀하신 것 처럼, 유비쿼터스는 각기 다른 매체를 이용하게 하겠지만, 컨텐츠만은 통합되지 않을까요?

sb 2006-09-0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저는 IPTV가 의미하는 VOD로서의 특징에 크게 공감이 안됩니다. VOD는 앨빈 토플러가 얘기한 것 처럼 '프로슈머'의 특징이라기 보다는, 공급자가 더 많은 채널을 소유하고 공급하는 것으로 보여져요.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진 것 뿐이지, 소비자 권력의 증대는 아닌 것 같아서요.

조선인 2006-09-03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PTV를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이야긴 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컨텐츠의 전송방식과 매체 정의를 결부시킨다면 IP방식으로 컨텐츠를 전송하고 셋탑박스를 매개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IPTV는 뉴미디어에 속하는 '매체'라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컨텐츠 사업자들의 꿈과 달리 one source multi use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합니다. 매체의 성격에 따라 컨텐츠는 변형되거나 재제작되어야 하며, 때로는 신규 제작되어야 합니다. 거의 모든 기상 정보의 원천이 기상청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TV냐 데이터방송이냐 모바일이냐에 따라 사용되는 컨텐츠의 종류는 달라지며, 심지어 가시화되는 온도 정보가 조작되기도 합니다.
에, 또, VOD는 IPTV만의 특징은 아니고 대개 디지털 매체에 적합한 서비스 방식에 지나지 않죠. 그리고 님의 말씀처럼 직접적으로 소비자 권력의 증대에 기여하진 않지만 실시간 방송이나 NVOD 방송과 달리 VOD 서비스를 위해 공급자가 추가 투자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공급자가 소비자의 기호 창조에 좀 더 신경쓴다는 측면이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