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국경제 발전사 - 조선후기에서 20세기 고도성장까지 나남신서 384
이대근 외 지음 / 나남출판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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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낙성대경제연구소가 조선후기에서부터 97 경제위기까지 200여년에 걸치는 시기의 경제사를 다룬 것으로서, 열일곱 개의 논문이 실린 책이다. 따라서 서평 쓰기가 그리 만만치 않다. 열일곱 개의 글들 중에서도 박이택 (1), 이헌창 (4), 이대근 (5), 이영훈 (6), 장시원 (8), 김낙년 (9), 이상철 (12), 박영구 (13), 신장섭 (14), 김석진 (16) 글들은 괜찮았으며, 몇몇은 아주 훌륭했다. 하지만 나머지 글들 중에는 쓰레기도 있다.

 

상당수의 글들이 일련의 논쟁 구도에 기꺼이 자신을 자리매김한다. 비판의 대상과 자신의 입장을 비교적 명확하게 한다. 박이택은 내재적 발전론을 비판하며, 이의 대안으로 나카무리 사토루의 소농경제론을 채택한다. 이영훈은, 언제나 그랬듯, 수탈론을 비판하며 식민지근대화론을 옹호한다 (그러나 책에 실린 이영훈의 글은 세간에 문제가 되고 있는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실린 그의 글과는 달리 훌륭한 편이다). 김낙년은 식민지기 총독부와 박정희 정부의 유사성(‘강한 국가’) 강조하는 Woo, Eckert, Kohli 등의 서구의 논의를 비판함과 동시에, 현행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의 수탈론적 기술을 문제시한다 (196-299, 304). 주익종은 허수열의 <<개발 없는 개발>> 대한 비판과 길인성의 생활수준 정체론에 대해 비판한다. 신장섭은 독점자본론(이강국) 주주민주주의론(장하성) 대해 비판적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입장과 전선, 쟁점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글들은 입장 자체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일단 미덕을 갖고 있다고 있다.

 

여러 필자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관점이 일관되지는 않다. 개항기를 다룬 1-4장의 글들을 굳이 색안경을 끼고 필요는 없을 같다. 김석진의 글이나 박영구의 글은 사실 기대가 없었는데, 굳이 얘기를 하자면 중도좌파적 시각에서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고, 이상철은 대체로 정치적 입장을 배제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다소 싱거운 글을 썼다. 예외들을 제외하면 그래도 전체를 관통하는 관점이 있긴 하다. 그것은 박정희 코드이다. [ 일제강점기 하에서 형성된 반일 민족주의는 무마시키고, 박정희 시기에 형성된 경제발전 지상주의의 남한 민족주의를 전면에 배치하는 민주주의?.. 당근 무시된다노동자? 빨갱이랑 동의어다북한? 책에서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   

 

인상적이었던 글들 중에서 개만 보자.

 

박이택에 따르면, 18세기 조선, 중국, 일본에는 모두 집약적 소농경제가 확립되어 있었다. “소농이란 단혼소가족 혹은 핵가족이 주로 가족 노동에 의거해서 독립된 경영을 하는 농가이고, 소농경제란 소농이 집약적 농업의 발전주체로 확립되어 있는 농업경제이다” (39). 당시 중국 강남지역에서는 소농경제가 전문화 진전이 주축이 되는 스미스적 성장과 혁신이 주축이 되는 슘페터적 성장과 결합하여  생산성 향상을 갖고 왔다. 그러나 중국의 1/10 안되는 규모를 갖고 있는 조선과 일본이 중국과 같은 규모의 시장 분업체계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과제였다. 조선의 경우는, 후기에 접어들면서 전기의 노비제가 해체되고 소농경영이 널리 퍼지면서 근로혁명과 시장규율을 통해 소농경제가 발전하였다 (46-7). 일본의 경우는, 중국과 조선과 달리, 영주제적 사회편성으로 도시화가 진전되었고, 재정적 물류, 상업적 물류, 그리고 농민적 물류가 하나로 통합된 상업도시망이 발달하게 된다. 이에 비해 18세기 조선 왕조는 시장배제적 재정적 물류가 중심인 재분배적 도덕경제가 집약적 소농경제와 결합하였고, 시장 경제는 농민적 물류 속에서 발전하였으나, 기본적으로 국지적 거래에 제한되어 있는 세포질형 시장경제 모습을 띠었다. 여기에서 스미스적 성장이나 슘페터적 성장을 기대하기란 무리였고, 이것이 19세기에 일본과 조선이 상이한 역사적 길을 걷게 것에 영향을 끼쳤다는 필자의 결론이다. 중국 강남지역과 조선, 일본 간의 다각적 비교가 돋보인다.

 

신장섭의 글은 재벌을 죄악시하는 사회분위기에 대한 반론이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재벌의 비효율성 비민주성비판에 대한 반비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 비판의 전제로서 가정되는 신고전파적 자유시장 경제관을 비판하고 있는 점은 옳다고 생각된다. 필자의 논의는 재벌을 기업집단 (business group) 일종으로 다루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기업집단이라는 형태는 개별 기업이라는 형태에 비해 범위의 경제로부터 기인하는 여러 가지 이점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이는 보편적인 추세이지, 자체로 한국에만 특이한 어떤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1997 경제위기의 책임을 재벌에게 묻는 비판에 대해서, 필자는 그게 재벌 책임이 맞다고 답한다. 하지만 재벌에게 책임이 있는 부분은 금융위기 관리에 실패했다는 점이지, 구조 자체의 비효율성 아니라는 것이다. 주식을 얼마 갖고 있지도 않은 총수가 전체 그룹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비판하는 주주민주주의논의는 ‘1 1’(democracy) 아니라 ‘1 1’(plutocracy) 대표되는  상법과 주식회사 제도의 기본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주주집단이 결코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며, 여기에는 국내외 기관투자가들도 있고, 이들은 기업 자체의 운명에는 관심이 없지만, 주식을 상호보유하고 있는 재벌계열사들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업의 운명에 책임을 진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양자간의 입장 차이는 주주들의 합리적인 요구 재벌의 비합리적경영의 차이가 아니라, 내부인과 외부인 간의 갈등으로서 서로 다른 합리성의 대결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끝에서 그는 글로벌 스탠다드 거부할 것을 주장하며, 선진국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해서는 결코 선진국이 없다는 멋진 주장을 한다.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재벌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하는 필자의 시도는 참으로 궁색해 보인다. 필자가 하는 얘기란, 국가가, 그리고 사회가 나서서 재벌을 도와주고, (괜히 비효율성이다 비민주성이다 딴지 걸지 말고) 재벌은 국민경제 발전의 기관차 역할을 계속하여 선진조국 창조하자는, 그래서 다시 박정희 시대의 정신으로 살아 보세그런 얘기이다. 올해(2006)처럼 삼성, 두산, 현대자동차 총수들이 줄줄이 사고를 치고 있는 시점에서 보자면, 웃기는 얘기이다. 그들은 민주국가의 법을 1조원 상당의 돈으로 조롱하려 드는데경제위기 사고는 김영삼 정부랑 재벌이랑 쳐놓고, 뒷수습은 국민 전체, 특히 중에서도 하층에게 떠넘기고,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 자금으로 비자금이나 만들고, 나중에 문제되니까, 지갑 꺼내면서 얼마면 ?”하고 말하는 재벌을 경영의 투명성만 확보하면 된다는 식으로 옹호하기에는 부족하다. 그건 신장섭이 공부를 덜해서가 아니라, 재벌이 해도해도 너무했기 때문이다.  

 

Parallax view라는 말이 있다. 시차(視差) 정도로 번역하나 본데, 보는 이의 위치가 달라짐에 따라 동일대상이 다르게 관측되는 현상을 뜻한다. 나는 낙성대경제연구소에서 나온 글들을 읽기 전에는 언제나 마음을 다잡는다. 이들이 세상을 오른쪽 애꾸눈으로 본다고 해서, 나까지 이들의 글을 왼쪽 애꾸눈으로 보아서는 안된다고이들의 주장을 이들의 진심대로 읽어주자고왜냐하면 그래야지만 뭐라도 하나 배울 수가 있기 때문이다. Parallax view 경험은 자신의 시야를 넓히는 것이며, 편협을 교정하는 것이다. 글을 읽다 보면, 설득되는 부분도 있고, 며칠 있다 다시 보면 다르게 생각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자기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야지, 어떤 학적, 정치적 권위에 의해 미리 주어진 조야한 잣대를 새로 읽는 글에 처음부터 들이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내가 지난 10 동안 걸로 충분하다. 분명 몇몇 쓰레기 같은 글들이 있긴 했지만, 근현대 경제사 책으로서 책은 훌륭하다. 다만, 다소 다른 관점에서 서술된 여러개의 글들이 각각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고 있어서 비전공자가 가볍게 마음먹고 덤벼들 책은 아니다. (그리고 다수의 오자와 편집상의 실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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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대경제연구소 멤버들 중 일부가 주축이 된 교과서 포럼과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에 대한 한겨레신문 비판기사

 

(1)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124976.html

(2)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124974.html

 

아래는 [레디앙]에 실린 이재영의 재벌비판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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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5-20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른쪽 애꾸눈, 왼쪽 애꾸눈, 표현이 멋집니다.^^

에로이카 2006-05-20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칭찬 감사합니다... 두 눈 똑바로 떠야지요.. @.@

waits 2006-05-20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번을 왔다갔다하다가 완독(--;;, 책도 아니고 리뷰를. 흑~)했어요. 모르는 말이 많군요, 근데... 꼭 성장을 하고 선진국이 되어야하는 건가요? 이미 벌여놓은 판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건가요? 두 눈 똑바로 떠도 모르겠다는...

waits 2006-05-20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수업 마지막 발제 주제가 '한국의 대안발전모델(?)' 중 하나고, 제가 발제인데 얼마전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특별히 다루고 싶은 게 있냐고 물으시더라구요. 물론 다들 잘 모르니 묵묵부답. 저는 전부터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오늘 광화문 오가는 길에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를 집어들었는데, 경제성장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고... 더 읽고 이 책에서 취할 부분이 있을까 생각해 보려구요. 전에 술자리에서 전 수업에선 대안체제에 대해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냐고 여쭸었는데, 별 건 없다고 하더라구요. 결국 교실 안의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무기력감 같은 것이나 이야기 한다는 의미 자체 외에 뭐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아마 다들 그랬겠죠? 그래도 함께 하는 고민은 중요하겠지만. 선생님께 여쭤보고 말씀 들으면 전해드릴께요.(어인 긴 댓글~;;;)

2006-05-25 0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로이카 2006-05-26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어릴때님.. 기다리고 있을께요.. ^^

..님, 에이.. 설마 그런 오해를 할까요? 그리고 책 읽는 데에 편식이 어디 있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 읽는거지요.. 전 이렇게 재미없는 책만 읽고 살아서... 재미있는 님 서재가서 음악도 들으면서 고개도 까딱까딱, 발도 까딱까딱하며 장단 맞추고 하는 게 큰 즐거움입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