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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에 빠진 세계 ㅣ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14
이강국 지음 / 책세상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이 글의 지은이 이강국 교수가 좋다. 그의 글을 그렇게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그는 꼭 필요한 말만 한다. 비약도 없다. 아마도 이 책은 문고판이라 내용이 더 압축적이어서 그랬겠지만, 이전에 낸 책 『다보스, 포르투 알레그레, 그리고 서울』(후마니타스)에서도 어려운 경제학적 연구들을 야무지게 풀어낼 때에도 중언부언한다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 책에 비해 이 책이 갖는 장점은 무엇보다 읽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이한 글로 풀어내는 그 내용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이 책의 주제는 “불평등과 가난”이다.
세계적 차원에서, 외국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다양한 범위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난과 불평등의 동학을 잘 서술하고 있다. 그 동학의 중심에는 금융화로 정리될 수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놓여 있다. 국제적 자본이동의 증가와 결부된 금융이익(이자와 배당)의 증가는 소득 불평등 뿐만 아니라 자산 불평등을 증가시킨다. 한국의 경우, 부동산 소유 격차 증대로 인한 불평등 증가가 교육의 양극화와 더불어 부의 세습에 중요한 기제로 작용하면서 가난과 불평등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가난을 극복하는 방법에는 안정적인 경제성장이 최선이라는 당연한 답을 내놓으면서도 분배와 성장을 이분법적으로 사고할 것이 아니라, 높은 성장, 균등한 소득 분배, 빈곤 해결의 선순환(193쪽)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이를 위해 다섯 가지 정책적 제안을 내놓고 있다 (182-9쪽).
(1) 정부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제고하는 것
(2) 위기 이후 시장지향적으로 변화한 금융 부문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빈곤층과 중소기업의 금융 소외를 극복해야 한다.
(3) 근로빈곤 문제와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규직의 증대를 억제하고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4) 공교육을 강화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평등한 교육과 보건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5) 거시경제라는 구조적인 관점에서 자유화와 개방으로 폭주하는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 재고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런데 너무 맞는 말만 함에도 불구하고, 이 말들이 더 와닿는 이유는 이 다섯 가지 제안에 대한 현실 정치세력들의 입장이 분명하게 갈라진다는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이 립서비스 수준이 아닌 실제 정책에서 갈릴 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현실 속에서 이 다섯 가지 제안들은 진보적 경제정책의 시금석인 것 같다.
지은이는 책의 앞부분 어딘가에서 경제학자는 ‘차가운 이성’과 함께 ‘더운 가슴’을 가져야 한다는 알프레드 마샬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그 둘을 이강국 교수에게서 발견하는 것 같아 그의 앞으로의 작업이 더욱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