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_목격자@제2의_천년.여성인간ⓒ_앙코마우스TM를_만나다 - 페미니즘과 기술과학 아우또노미아총서 14
다나 J. 해러웨이 지음, 민경숙 옮김 / 갈무리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해러웨이의 스트래선에 대한 의존은 여전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분적 연결들>이 아니라, 90년대 초반의 저작들이 인용된다. 


figuration과 figure(50~)를 둘 다 "비유"로 번역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자는 "형상화"로 후자는 "형상" 또는 "인물"로 옮겼어야 옳을 것 같다. 물론 이 한국말들이 다 커버하지 못하는 뜻이 분명히 있지만 그래도 "비유"보다는 낫다. "비유"로 옮겨서는 안 되는 것들이 훨씬 더 많다. 


푸코의 "생명정치"를 해러웨이가 자기 식으로 이해하고 있는 부분은 오랜 궁금증을 조금 풀어주었다. Sarah Franklin의 "생명 그 자체(life itself)"라는 개념이 푸코의 "생명정치"와 해러웨이의 "technobiopolitics"를 매개하는 것 같은데, 프랭클린은 누구인가? 처음 봤다. 


참고문헌에는 르 귄의 "Carrier bag theory of fiction"이 있는데, 색인에는 르 귄 이름이 없어서 어디에서 어떤 맥락으로 인용되는지 한참 찾았다. 6장의 450쪽 각주 30번(영어판 미주 14번)에 나온다. 나중에라도 다시 보게 되면 잘 봐야지...


라투르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맑스에 대한 참조들도 눈에 띄는데, 이것 역시 나중에 제대로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이제 짬은 그만 내고, 도망친 할 일로 다시 돌아가자. 에효~

아리스토텔레스의 "figures of discourse(담론의 비유?)"는 수사학상의 공간적 배열에 관한 것이다. figure는 기하학적인 동시에 수사학적이다. topics와 tropes는 둘 다 공간적 개념이다. "figure"는 프랑스어로 얼굴을 뜻하는데, 영어에서는 이야기의 윤곽이라는 개념의 뜻을 보유하고 있다. "To figure"는 세다, 계산하다를 의미하며, 또한 이야기 속에 끼다, 역할을 맡다 등을 의미한다. figure는 또한 그림그리기이다. figure는 graphic representation과 시각 형태 일반과 관련이 있으며, 이 사실은 시각적으로 포화된 기술과학 문화에서 적지 않은 중요성을 띠고 있다. figure는 반드시 재현적(representational)이거나 미메시스일 필요는 없지만 비유적(tropic)이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figure는 문자적(literal)이거나 자기동일적(self-identical)여서는 안된다. - P55

Figures는 동일시와 확실성에 문제를 일으킬(trouble) 수 있는 자리바꿈(displacement)을 적어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Figurations는 그 안에 살 수 있는 수행적 이미지들이다. 말로 된 것이든 시각적인 것이든, figurations는 경합적인 세계들이 압축되어 있는 지도일 수 있다. 수학을 포함한 모든 언어는 figurative하다(비유적이다). 곧 비유들(tropes)로 이뤄진다. 곧 우리를 literal-mindedness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bump들로 구성된다. 나는 figuration이 모든 물질-기호론적 과정들의 비유적(tropic) 성질을 명백하고 불가피하게 만든다는 것을, 특히 기술과학에서 더욱 그러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 P55

Figures는 언제나 해석적 실천을 조직하는 일종의 시간적 양상(temporal modality)을 동반한다. 나는 푸코(1978)의 생명권력 개념이 신체에 대한 관리행정(administration, 경영), 치료, 감시를 통해 그 살아있는 유기체의 힘을 담론적으로 구성하고, 증가시키고, 관리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한다. 푸코는 자위행위를 하는 어린이를 묘사함으로써 그의 이론적 개념에 형상(shape)을 부여한다. 이 아이는 맬더스적인 커플, 히스테리컬한 여자, 그리고 동성애자 변태의 형상들을 재생산한다. 이 생명정치적인 형상(인물)들의 시간성은 발전적(developmental)이다. 이들은 모두 건강, 퇴화, 그리고 생산 및 생식의 유기적 효율성 및 병리학의 드라마 등과 연관되어 있다. 발전적 시간은 기독교 리얼리즘 및 기술과학적 휴머니즘의 속성인 구원의 역사의 시간성의 합법적 계승자인 것이다. - P56

이와 유사하게 나의 사이보그 형상들(figures)은 내가 기술생명권력(technobiopower)이라고 부르는 돌연변이의 시간-공간 체제 내에 거주한다. - P57

수렵인 남자(Man the Hunter)가 전후의 보편적 인간 가족 속에서 기술, 언어, 혈연관계의 결속을 구체화하였다. 동일한 적응행동 속에서 기술과 기호학의 어버이인 -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어버이인 - 수렵인 남자는, 아름답고 기능적인 최초의 물건들을 만들었고 최초의 중요한 말들을 말하였다. 이 설명 속에서 수렵은 경쟁과 공격에 관한 것이 아니라, 위대한 손-눈 협조 체제를 가진 활보하는 두 발의 原人들(protohumans)에게 가능했던 새로운 생존 전략에 관한 것이었다. 그 과정 속에서 거대한 두뇌와 힘든 출생을 획득하게 된 이 존재들은, 짝들과 아이들과 함께 그리고 서로 간에 전리품을 공유하는 맥락 속에서, 협동, 언어, 기술, 여행욕구 등을 개발하였다. 물론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수렵가설에서는 수컷들이 인간 진화의 능동적인 추진력으로 간주되었으나, 그런 논리는 1970년대에는 지나치게 강요되지 않았다. - P449

1970년대에는 채집인 여자(Woman the Gatherer)가 전면에 부각되었고, 여성 오르가즘이나 아이에게 유용한 아빠를 여성이 선택하는 것 같은 몇몇 쓸모있는 가족 개혁들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아기 멜빵(baby slings), 뿌리와 견과류를 담는 가방(carrying bags), 성인들의 일상적인 가십, 아이들에게 말하기 등이 날렵하게 잘 빠진 발사체(elegant projectiles), 모험으로 가득찬 여행, 정치적 웅변, 위험에 맞서는 남성적 단결들로 이뤄지는 시초에 관한 드라마(originary drama)와 경쟁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각주 30에서 다른 페미니스트 저작들과 함께 Le Guin(1988)이 나옴.] - P450

회절 Diffraction - P63

... 나는 이 책을 <회절>Diffraction, 즉 린 랜돌프가 그린 분열된 인물(a split figure)의 그림으로 끝맺는다. 그 분열된 인물은 얇은 막을 통해 하나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는데, 그 세계에서는 간섭패턴들 때문에 의미가 만들어지고 체험되는 방법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 P61

내가 발명한 의미론의 범주인 회절은 서양 철학 및 과학에서 너무나 일반적인 광학적 은유 및 도구를 이용한다. 반영성이 비판적 실천으로 추천되었으나, 나는 반영성이 반사처럼 동일한 것을 다른 곳으로 환치할 뿐이라고 의심하였다. 그리고 복제와 원본에 관한 근심과 믿을 만한 것과 정말로 실재하는 것에 관한 탐색 문제를 만든다고 생각하였다. 반영성은 기술과학의 지식 속에 있는 강한 객관성(strong objectivity)과 상황적 지식에 관해 사고할 때, 리얼리즘과 상대주의 사이에서의 잘못된 선택을 피하기에는 나쁜 전의(bad trope, 부적절한 비유)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물질적-기호적 장치들 사이에 차이를 낳는 것, 기술과학의 광선을 회절시켜 우리의 생명과 몸의 기록 필름 위에 보다 유망한 간섭패턴을 얻는 것이다. 회절은 세계 속에 차이를 낳으려는 노력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광학적 은유이다. - P63

린 랜돌프의 ... 그림은 다른 곳으로 치환된 동일한 것의 반사가 아닌 간섭패턴을 그리고 있다. 랜돌프는 페미니즘 해석에서나 기술과학 해석에서나 내가 속한 문화의 편협한 천년 말(the end of the millennium)을 전의로 표현할 수 있도록 강력한 비유(figure, 형상!)를 제공해주었다. 다시 말하자면 랜돌프의 여성은 천년 말이 빗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을 고려하기 위한 장치이다. 목적론에 탐닉했던 사람들이 막판에 그 이상 더 무엇을 요구할 수 있겟는가? - P64

회절 패턴은 상호작용, 간섭, 강화, 차이의 역사를 기록한다. 회절은 원본들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이질적 역사에 관한 것이다. 반사들과 달리, 회절들은 동일한 것을 다소 왜곡된 형태로 다른 곳으로 추방하지 않으며, 따라서 형이상학의 산업들을 발생시키지도 않는다. 오히려 회절은 이 고통스러운 기독교 천년 말에 또 다른 종류의 비판적인 의식을 표현하는 은유일 수 있다. 동일함이라는 성스러운 이미지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만드는 데 몰두하는 은유일 수 있다. 회절은, 보다 정설적인 표명 뿐 아니라 신성하고 세속적인 기술과학적 설화들 속에서, 기독교 서사와 플라톤주의의 광학이 비스듬히 일그러진 것이다. 회절은 여러 중요한 의미들을 만드는 서술적·그래픽·심리학적·정신적·정치적 기술이다. - P503

<기만당한 여자들: 경계선 밖의 여성들에 대한 표현> 연작을 위해 그린 이 그림에 관해 랜돌프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모든 여성의 삶 속에서 강력한 남성 비유에 관한 차단된 기억은, 변화가 일어나는 장소를 나타낸다. 연륜 및 정신적 변형에 따라 발생하는 추이들, 한 몸에 통합되어 있는 여러 자기들selves이, 두 개의 머리, 여분의 손가락, 중간 지대에 있는 형이상학적 공간 등등으로 표현된 이 중앙에 있는 인물로 구체화되어 있다. 회절은 미지의 세계라는 심연 앞에 놓여 있으며, 미래의 가장자리에 있는 한 장소에서 발생한다. 은하수에 있는 그 물질의 구조적 패턴은 목련 꽃에서도 반복될 수 있으나, 이런 생산은 아마도 텍사스 출신의 화가들에게는 특이한 시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나는 문제가 되는 몸들을 창조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 P503

동시대의 여성들은 여성들의 현실을 SF세계 속에 놓음으로써, 다시 말하자면 간접 패턴으로 구성된 장소에 놓음으로써, 동일함이라는 성스러운 이미지와 다른 어떤 것으로 등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부적절하고, 기만적이며, 적합하지 않은, 마술적인 어떤 것, 즉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어떤 것으로 등장할 수 있을지 모른다. 나는 우리가 이것(즉,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어떤 것 - 역주), 즉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이것에 대해 능동적일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 현실적이며(자연적이지 않으며), 삶의 불결함으로 인해 더럽혀진 이것에 대해 능동적일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1993: 9). - P503

만약 당신이 쫓고 있는 것이 또 다른 종류의 세계와 세속적인 것이라면, 당신의 눈에는 질병과 치료가 실제로 동일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반영성보다는 여러 개의 차이 패턴을 생산하는 회절이 여기에서 요구되는 작업을 표현하는 데 더 유용ㅎ나 은유일지 모른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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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 2022-10-17 1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한가해지시면 글 많이 올려주세욤

에로이카 2022-10-18 06:23   좋아요 0 | URL
네, 뚱이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