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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동물학교 1~3 세트 - 전3권 - 완결
엘렌 심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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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카뮈에게 집착했지만 이제는 보내줄 때가 됐다물론 아직도 그 글을 읽으면 심장이 뛰지만 그 끝엔 결코 내가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카뮈는 죽음 너머를 규정하지 않았다우리가 할 수 있는 화합과 사랑으로 세계를 구성하는 인간부터 되자고 하며 세계를 진솔하게 대함으로써 연대를 중시하는 대신 죽음에 대한 공포(혹은 질문)로부터 회피했다그런데 세계를 진솔하게 대하는 자세부터가 쉽지 않다나의 두려움을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죽음이라는 것에 가장 큰 문제점은 헤어짐에 있다내가 죽든너가 죽든 어느 한 명이 죽으면 절대로 만날 수가 없다나는 언젠가 나와 영원히 끊어질 사람들을 때때로 생각한다그러다가 정말 이대로 끝인가하는 불안이 엄습한다어떤 교수는 사람이 죽어 우리 곁에서 원자의 형태로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편하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도 받아들일 수가 없다

반려동물은 더욱 그렇다. 아무리 길게 살아도 사람의 수명에 비견될만큼 길게 살지는 못한다. 나는 많은 걸 미리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데 언젠가 그 귀엽고 따뜻한 아이들이 나보다 먼저 가는 걸 생각하면 처음부터 마음 주지 말자는 생각이 점점 거대해진다. 아픔을 겪고 나면 성숙해진다는데 나는 그럴 것 같지 않다. 마음 한구석에 한 아이를 담고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감당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는 그 부분을 담아낸다인간으로 태어나기 위해 학습하는 AH27반의 동물들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나간다애기들의 시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그 사이에 보이는 주인들의 시선들이 하나씩 풀리면서 나를 대입해보게 된다사람이 죽으면 반려동물이 그들을 기다린다는 말이 있지만 이 책에선 그렇지 않다인간이 될 준비가 되면 환생을 하러 간다운이 좋으면 주인을 만날 수 있지만 대체로 그렇지 않다아이들은 꼬리가 사라지면 인간이 될 자격이 주어진다그 말은 즉슨 이전에 있던 미련들을 털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주인을 다시 만나지 않더라도 머루가 앞으로 나아갔던 것처럼, 머루의 주인이 머루가 남긴 그림을 보고 머루의 영원한 행복을 빌어주며 환생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되는 것처럼.

 

차라리 환생이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부처도 예수도 내 마음을 흔들지는 못했다재미없는 교리들뿐이다. 열반에 이르러라? 하나님 믿고 천국가세요? 열반에 이르기엔 내가 가진 사랑이 많고 하나님을 믿기에는 내 믿음이 나약하다. 

나의 두려움을 내려놓는 것부터 세상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겠지만 나는 여전히 아득바득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게 집착한다우리의 기억만이 관계를 지탱한다. 내가 사랑하는 책과 영화, 아침에 산책하러 나가면 나를 반기는 어떤 고양이내 친구의 소중하고 귀여운 강아지나의 락스타와 그의 6만원짜리 반팔.... 나열하고 보니까 정말 아무것도 아니네그럼에도 그것들과 아무 미련 없이 헤어질 수 없는 내가 정말 어이가 없다. 다같이 순장 한번 하면 좀 마음이 편할까? 다들 어떻게 성숙해졌나요? 어떻게 그 수많은 작별인사와 이별을 견뎌내는 거지? 

 

작가는 자신의 책을 통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모두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우리의 귀여운 AH27반이 이겨낸 것처럼.

이 책을 읽고 위안이 되었다면 그건 그대들이 성숙한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나는 아직도 미련한 중생이라 부처도예수도카뮈의 그 어떤 글도 내 마음 깊숙이 들어오지 못했다언젠가어쩌면 오늘 당장 나도 누군가와 작별을 하겠지만.. 하.....일단 빡큐 삼창하고 생각해야겠다.

이러한 두려움을 모두 물리치고 내가 작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날이 온다면 그땐 정말 성숙한 어른이 되어있겠지. 언젠가 나도 이 책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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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와 왕국 알베르 카뮈 전집 8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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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단편 <요나 혹은 작업 중의 예술가>

최초의 인간과 마찬가지로 자전적 성격이 강한 내용이다. 


요나의 예술적 재능에 이끌린 이들이 입맛대로 그의 실력을 재단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에게 둘러싸여 요나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추앙에 이끌려 남들이 좋아하는 예술적 결과를 보여주게 된다. 명성이 높아지며 자연스럽게 정치에도 이름을 올려야 할 때가 오고 타의적으로 도덕적 신념을 내세우게 되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요나의 근간이었던 가족과 친구들, 즉 사랑은 어느 순간 뒤로하게 된다. 자신의 사회적 명성이 진 어느 날 요나는 다시 자기의 그림을 그리려고 시도한다. 홀로 다락방에 앉아 공허 속에서 자신의 예술을 되찾아가려 한다. 남들과 떨어져 다락방에 있던 그는 그의 가족들의 웃음소리를 듣는다. 잊고 있던 젊은 날의 아내의 웃음, 그의 자식들의 생명력 가득한 목소리들.. 그리고 바깥 세계의 일상적인 소음까지 완전히 듣게 된다. 요나는 이를 "싱싱하고 아름다운 세계가 바깥의 세계에도 있었다"라고 표현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알고 있던 카뮈의 세계관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허 속에서 벗어나 참다운 나를 알아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아직 내가 카뮈의 이름으로 나온 작품들을 읽지 않아 완전히 알지는 못하지만 반항 다음은 사랑에 대한 내용을 계획하였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곤 있었다. 바로 그 사랑에 대한 부분이 요나의 끝부분에 간접적으로 나온 것 같다. 


요나의 마지막 부분은 요나가 과로로 인해 잠시 요양을 하게 된 장면이 나온다. 그러면서 요나가 캔버스에 그린 것이 나오는데, 그가 그린 것은 그림이라기보다는 어떠한 단어를 적은 것에 불과했다. Solitaire, 혹은 Solidaire이라 쓰여있는 단어였다. 카뮈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Solidaire이었을까.


카뮈는 반항 이야기를 끝내고 사랑으로 넘어가려던 찰나에 죽음을 맞이했다. 어쩌면 요나가 카뮈가 쓰려던 사랑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일 수도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최초의 인간이 미완성 작품으로 남았다는 사실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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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인간 열린책들 세계문학 3
알베르 카뮈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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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정하고 슬픈 내용을 쓴 건 아니지만, 또 카뮈가 그럴 리 만무하지만, 최초의 인간은 묘하게 사실성 있는 내용과 음울한 분위기의 내용으로 카뮈의 자전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는 소설이다. 카뮈의 스승의 이름이 몇 군데 (실수로?) 드러나기도 하고, 카뮈의 아버지가 전쟁에서 돌아가신 점, 그리고 어머니가 귀머거리라는 것까지. 여러 부분에서 카뮈의 어린 시절을 알 수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최초의 인간은 자신의 윗세대로부터 물려받은 것 하나 없이 자란 것을 가리켜 쓴 단어다. 카뮈는 자신이 아버지의 묘지에 갔을 때 문득 아버지가 자신보다 훨씬 젊었을 적에 죽었다는 것을 깨닫고 아버지에 대해 알아가려 한다. 그러나 카뮈(자크)가 마주한 것은-아버지에 대한-무관심과 가난, 그리고 어머니의 침묵이었다. 무엇 하나 물려받은 요소(가족의 문화, 역사 등)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최초의 인간이라 일컫는다. 카뮈뿐만이 아니라 카뮈의 어릴 적 친구들도 모두 최초의 인간이다. 그러나 그가 중학교에 진학한 후 보았던 친구들, 예를 들어 디디에 같은 친구들은 최초의 인간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자신의 조상의 것을 답습하고 또 그것에서 발전시키는 아이들만이 있었다. 이 지점에서 카뮈(자크)는 수줍음(혹은 부끄러움)을 느꼈고 처음으로 자신의 위치를 발견했으며 스스로를 외톨이 같았다고 평했다.

 

 카뮈가 죽기 직전까지 갖고 있던 미완성 작품이기 때문에 카뮈의 작품 방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때문에 카뮈가 쓴 것여러 개, ‘프랑스 편집자의 표기’, 그리고 옮긴이의 각주를 여러 개로 표기한다. 초반에는 많이 헷갈려서 여러 번 확인하면서 읽었는데 슬슬 익숙해지니 생각보다 프랑스 편집자와 옮긴이가 건든 부분은 거의 없고 대부분 카뮈가 쓴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이 글을 쓰면서 부연 설명한 것들과 어떤 단어로 글을 쓸지 고민한 흔적들, 그리고 글을 쓰면서 확인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표시해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글이 막 전개되고 있는 시점에서 카뮈는 죽었고 책 속의 이야기도 그대로 멈췄다. 미완성이기도 하고, 또 카뮈라면 이 상태 그대로 출판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들어서 복잡미묘했다. 원래 최초의 인간은 카뮈의 다른 책을 다 읽고 읽어보려던 책이었는데 교보갔다가 실수로 사버려서 읽게 됐다. 카뮈 마지막 책이라 나중에 읽을까 싶었는데 읽어보니 아직 읽고 있는 반항하는 인간이랑 한 장 읽고 바로 포기한 결혼여름을 좀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근데 이건 내용보다는 카뮈가 소설을 어떻게 구상했는지 약간은 엿볼 수 있어서 다른 책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 같긴 함. 독자는 좋지만 카뮈 입장에선 약간 짜증 날지도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부록3-두 통의 편지'가 실려있다. 카뮈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뒤 자신의 스승이었던 제르맹 선생에게 보내는 편지와 그 편지에 답장한 제르맹 선생의 편지다. 카뮈가 제르맹 선생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얼마나 감사히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제르맹 선생은 카뮈를 매우 아꼈다는 게 느껴져서 슬펐다. 편지 부분을 여러 번 읽은 것 같다. 편지를 보내고 3년 뒤 카뮈는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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