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 2007-04-22  

안녕하세요
에로이카님, 잘 지내시는지? ㅎㅎ 다름이 아니라 뭣 좀 물어보려구요. 얼마전에 "제국"을 더듬더듬 읽어보았는데요.. 역시 저한테는 어렵더라구요. 저는 들뢰즈-가타리도 잘 모르고 맑스도 푸코도 잘 모르는데 말이죠-_- 그 중에 저는 사회적 노동자, 그리고 자본의 실질적 포섭을 네그리가 이야기하는 부분이 이해가 잘 안되던데, 언젠가 윤소영 교수는 자기 강연에서 네그리가 자본이 노동이 아닌 사회를 포섭한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거라고 하더군요. 맑스의 자본의 실질적 포섭~과 네그리의 그것은 어떻게 다른지, 에로이카님은 네그리 이론에서 자본의 실질적 포섭과 사회적 노동자의 출현이라는 부분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하네요. 바쁘실 것 같기도 하고, 제가 너무 우문을 던지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너무 날로 먹으려는;; 건 아닌거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혹시 기회되시면 한번 이에 관해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디 가르침을...)
 
 
에로이카 2007-04-23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라님, 안녕하셨어요? 이 아무도 찾아오지 않던 썰렁한 서재에 발걸음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요즘 이러저러한 일들로 쫌 바쁘고, 읽는 책들 중에서는 서평 쓸만한 것도 별로 없고 해서요...

저는 <제국>을 아주 오래 전에 봤어요. 2001년 쯤였던 것 같은데... 그리고 나서는 다시 들춰볼 기회는 없었어요. 별로 그럴 필요나 매력을 못 느꼈답니다. 하트와 네그리, 그리고 이진경 등이 말하는 실질적 (기계적) 포섭과 맑스의 그것 간의 차이는 기본적으로는 포섭의 객체나 장소가 다르다는 거겠지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말에 현혹되지 않는 것입니다.

에로이카 2007-04-23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양반들의 의도가 맑스를 현대적으로 응용하는 것이었다 한들, 노동에 대한 자본의 형식적/실질적 포섭에 대한 맑스의 관계적 개념화와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긍정적인 점이라면, 맑스의 정식화를 역사적으로 상대화해서 그것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지적해주는 정도일 겁니다. 그런데 그것을 무슨 대단한 이론화인 양 그렇게 이름붙이는 게 현실을 분석하는 데에 무슨 도움이 되는 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양반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은 사실 아주 오래전, 하버마스가 그의 길고 지루한 책에서 "생활세계에 대한 체계의 식민화"라고 표현한 것의 한 측면에 다름 아닙니다.

에로이카 2007-04-23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맑스가 분석했던 자본주의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본주의와 다르다라는 당연한 말을 하고 있는 정도로 이해합니다.

사회적 노동자나 다중에 대한 이들의 주목은 이 새로운 자본주의 속에서 새로운 주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정치적 기획의 일부 정도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대공장 노동자들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말의 다른 표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하트와 네그리, 그리고 이진경 등의 시도는 그 포장의 섹시함에 비해 참 공허하다는 느낌입니다. 사유만 있지, 분석은 없습니다. 마치 맑스가 "신성가족"에서 비판했던 신학자들 같다는 느낌입니다. 그냥 제 생각이에요. 따라서 틀릴 지도 모른답니다.

에로이카 2007-04-23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도움이 안 되셨을 것 같은데, 물어보신 질문이 정답을 필요로 하신 게 아니라, 제 생각을 물어보신 것 같아 그냥 제 생각을 말씀드린 겁니다. 제가 틀렸을 수도 있고, 이 나름 훌륭한 양반들의 작업을 폄하할 마음도 없고 그렇습니다. 그냥 제 입맛에는 안 맞는다는 얘기지요...

좋은 계절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

바라 2007-04-23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세한 답글 감사합니다. 사회적 노동자나 다중을 주목하는 것이 어떤 분석적 개념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기획으로 등장한다는 말씀이 와닿네요. 읽다보면 필자들이 너무 낙관적인 것이 도리어 불안하던 책이었습니다^^: